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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Color
작가 : Bboil
작품등록일 : 2019.8.15

한 때의 추억은 그리움이 되어 ,그 이되 소녀를 갉아 먹느니
그 작은 몸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있구나-.

무엇을 바래, 그 곳에 있으니.
무엇이 영원하길 바래, 그 곳에서 정처없이 헤매느니.

아, 그 소녀는 자신의 체온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로구나-...

 
1. 글래스 ( Glass )
작성일 : 19-08-15 07:17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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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느 순간 이었을까.

 어느 시간 부터 였음일까.

 

 구름조차 없는 하늘이나, 여전히 잿빛을 띄는 하늘 아래의 새하얀 모래사장 위로 그가 누워 있었다.

 

 언제부터 였음인지조차 모르게, 멀거니 하늘을 바라보던 그는 찬찬히 눈을 끔뻑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바라보았다.

 

 꿈일까.

 아니면, 그들이 항시 떠들던 그러한 곳일까.

 

 그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종교에 대한 거부감과, 그 속에 속한 사람이란 부류에 지침으로 인한 불신.

 

 자신과 여동생에게 강압스레 종교를 가지라했음과 더불어, 어릴적 무너진 그의 가정의 원인이 되었던 친가로 인해, 종교를 가지고자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음이다.

 

 하나, 머릿 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어찌 쉬이 잊을 수 있을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새까만 생각을 억지스레 지우던 그가 시선을 내리어 자신의 발바닥을 바라보았다.

 

 샛노란 드레스 셔츠와 발등까지 내려온 새하얀 바지 아래, 양말 조차 신지 않은 발바닥은 깨끗하기만 하다.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새하얀 모래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고운 입자들 속에 숨어든 발가락이 창피하다는 듯, 꿈틀거리다 모래를 파헤친다.

 

 그는 천천히 무릎을 굽혀 자신의 손에 모래를 담아보았다.

 생각 그대로의 감각을 느끼도록 하는 모래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눈을 감고 고갤 젖혀, 살포시 다가오는 바람을 맞이해본다.

 

 의미없고, 목적없는 행동이었음이나 그는 마땅히 그러고자 했다.

 이러한 행위이나, 그는 그러하길 원했음이다.

 

 소리가, 들려왔다.

 

 고운 모래 입자들과 부딪혀 내는 바닷소리는 그의 귀를 가득 채워오니, 자연스레 그의 시선이 전방을 향했다.

 

 잿빛 하늘과 지평선을 이루어, 투명함을 그대로 내비치는 바다는 고요히 그를 마주하고 있음이니.

 그는 멍하니 그러한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 위에는 피아노의 새하얀 건반과 같은 형태의 블록이 일정한 거리로 놓어져, 지평선 너머까지 길게 늘여져 있다.

 

 그는 생각했다.

 

 이곳은 자신과 그들이 생각했던 그곳이 아니라는 걸.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그의 눈 앞을 찔러온다.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전의 느껴졌던 공허와 허탈함. 만족스러움 따위는 잊혀져 갔다.

 

 그의 발이 자연스레 블록을 향해 옮겨간다.

 

 한 걸음, 한 걸음.

 혹여나 미끄러울까 했던 생각과 달리 블록은 마냥 매끄러웠다.

 

 복잡했던 그의 심사는 이 공간에서, 아주 자그마한 것이었을 뿐이다.

 

 쉼 없이 그의 걸음은 이어져 간다.

 

 장애물도, 걱정도 .

 자그마한 고민 없이 블록은 가지런한 형태로 그의 앞에 놓여져, 그를 마주했다.

 

 그는 수 많은 지평선을 넘었다.

 그 자신만은 모를 그 많은 지평선은, 그를 계속하여 걷도록 이끌었다.

 

 그의 걸음에 어떠한 망설임이 없었음은, 지평선의 그러하길 바래었던 바램이었음이다.

 

 그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어 뒤를 돌아보기도 하며, 걸음을 옮겨갔다.

 

 변화도, 반응도 없는 이 공간에서 그렇게 그는 시간을 보내었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문득, 뒤를 돌아서 자신이 왔던 길을 돌아보던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 예까지 처음으로 온 손님이군요. "

 

 성숙하여 달짝지근한 여인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맴돌아 흩어진다.

 

 마치, 예전에 단 한번 마셔보았던, 당도 높은 말라가와 같은 여인의 목소리는 그의 곁을 오래이 머물지 않았다.

 

 그가 조심스레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려 세우니 .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내려선 새하얀 베일로 신체 전체를 감싼 여인은 두 손을 맞잡아, 가지런히 허벅지에 붙이고선, 그를 향해 서 있었다.

 

 뒤를 돌아보기까지만 해도 있지 않았던 그녀는 그를 향해 물어온다.

 

 " 괜찮은가요 ? "

 

 달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단어 그대로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음일까.

 

 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떼어보려했으나, 그의 입은 석고처럼 굳은 채, 짧은 단어조차도 내뱉지 못했다.

 

 그의 귀를 간질이는 옅은 웃음소리가 그녀로부터 흘러나온다.

 

 " 괜찮아요. "

 

 6피트 3인치에 다다른 그의 시선과 엇비슷한 그녀로부터 알 수 없는 감정을 받은 듯한 감각에, 그는 한 차례 숨을 삼키며 아찔함 또한 삼켜내었다.

 

 어금니를 한 차례 꾸욱 깨물어 아찔함을 버티었던 그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 여기는 ... "

 

 " 걱정 말아요 . 같이 걷도록 해요. "

 

 손 끝, 손톱마저 새하얀 그녀의 손이 그를 향해 뻗어온다.

 눈처럼 투명한 그녀의 손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녀의 깨끗한 손과 달리, 자신의 손은 너무나 초라해 보였음이다.

 

 그는 차마, 완전히 손을 내뻗지 못하고 발을 뒤로 빼내었다.

 

 도망이라도 가려는 듯, 무거운 첫 뒷걸음은 두번째가 되었을 때 가벼워져 있었다.

 

 도망가려는 그의 손을 그녀는 자신의 두 손으로 꼬옥 잡아 세우며, 그에게로 둔 시선을 치우지 아니했다.

 

 " 이제는 같이 해요 . "

 

 차디찬 체온.

 하나, 따스한 말 한 마디.

 그녀는 차갑고도 따스했다.

 

 그녀와 그는 건반 위로 걸음을 맞추어 간다.

 

 하나는 둘이 되고, 둘은 넷이 되어.

 함께라는 것이 처음인 것 마냥, 그에게 낯설음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베일에 싸인 그녀의 옆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보았던 , 혹은 어디에선가 느꼈던.

 그녀에게로부터 다가오는 미세한 이끌림이 너무나 익숙히 다가왔음에,

 그는 다시 아찔함을 느꼈다.

 

 그는, 이제야 그것이 그리움이란 걸 알았다.

 가까이 있으나,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듯이, 거리감조차 문드러진.

 

 그러한 그리움이 그녀에게서 느껴진다는 의문에 그는 답을 얻을 수도, 얻고자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의문을 채워주고자 할 생각이 없는 듯, 그저 그와 발을 맞출 뿐이다.

 

 그녀는 어느 순간이 되었을 때, 그의 손을 놓아 걸음을 멈추어 세웠다.

 

 더 이상, 건반이 놓여져 있지 않았음이다.

 

 그녀가 자연스레 마지막 건반에 걸터앉아 바다를 향해 시선을 두었다.

 

 고요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채워나갔다.

 

 그는두 발로 바닷물을 가벼이 차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그녀의 곁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가, 그에게 물었다.

 

 " 어때요 ? "

 

 그는 그녀의 말이 얼마나 포괄적이며, 다중적임인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하나, 그녀의 질문은 마냥 어렵지도 않았다.

 

 " ... 좋습니다. "

 

 그의 그러한 답변에도 그녀는 고갤 끄덕이며, 휘젓던 발을 멈추지 아니했음이니.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말을 걸지 않았다.

 

 " 당신은 제가 물어도, 대답하지 않으시겠지요 ."

 

 그는 그녀가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을 걸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묻고자 했다.

 단순한 앎아챘음이 아닌 확인을 바랬음에 .

 

 따스한 침묵이 오갔다.

 

 하나, 그와 그녀는 이러한 따스함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앎이다.

 

 그녀와 그가 함께 바라보는 시야 속에, 비바람을 몰고 오는 작은 태풍이 보였다.

 

 " 이제 조금, 안정 되었나요 ? "

 

 그녀는 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쓰다듬었다.

 그 행위는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위로하는 듯 했다.

 

 " 고생하셨어요. 이제는 조금, 쉬어도 괜찮아요 . "

 

 그는 그녀의 말에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내에게서나, 친구, 부모에게까지 이르러 들어본 적 없는 그 자그마한 말 한마디.

 

 입술을 떼내어 무언가 라도 내뱉어보려 했으나, 그는 입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 그래도 아직이에요. 이대로, 쉬기엔 당신은 너무 안타까워요. "

 

 그녀가 그를 끌어안고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미 깨어진 것임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완전한 것으로 다루듯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 이번엔 혼자 하려 하지 말고, 참지도 말고. 누군가에게 손이라도 한번 뻗어보기라도 해봐요. 도와달란 말이 어렵거든 한 번쯤 울어봐도 좋아요. "

 

 그녀의 심장소리가 그에게 있어, 듣기좋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비바람에 뒤 섞인 그녀의 숨소리가 그의 얼굴을 스쳐지나가, 조용히 눈물을 흘려보내던 그에게 위안을 주는 듯 했다.

 

 " 전에도 말했지만, 우린 피난민이에요. 끝에서야 급급하게 길을 찾으려 발버둥치는 피난민 말이에요. 계획도 좋지만, 좀 더 그 순간에 집중하려 노력해봐요. "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보았음인 말들.

 하나, 그의 의식이 점차 흐릿해져감이니, 생각을 이룰 수 없었다.

 

 " 자요 ? "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숨소리나 고르다.

 그녀는 그의 잠든 얼굴에 조심스레 손바닥을 대보다, 자신의 얼굴을 그에게 기대어보았다.

 

 " ... 잘자려무나. 우리 아가. "

 

 비바람이 거세어지고, 작은 태풍은 어느 순간 거대해져 그녀와 그가 있는 곳까지 다다라, 두 사람을 감싸 안는다.

 

 시간이 흘러, 이후 태풍이 지나간 자리.

 

 그녀와 그는, 그곳에 없었다.

 

 자그마한 흔적이라곤, 그녀가 발을 휘저음으로 인한 자그마한 파동만이 바다 위에서 자그맣게 퍼져나갈 뿐이다.

 

 하늘이 개어져 간다.

 

 변함없이 , 그날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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