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11 순록을 탄 여인의 승리 (1)
작성일 : 19-07-08 23:05     조회 : 81     추천 : 0     분량 : 473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평온한 나날이 지나갔다. 그렉의 서품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 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교단은 초하루와 보름달이 뜨는 날에 중앙과의 서신을 교환한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거나 사안이 간단한 일들은 대체로 보름의 기간을 두고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품처럼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해결할 일도 보통은 한 달이면 끝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기도를 시작할 즈음에 성소 입구에서 경쾌하고 높은음의 종이 울렸다. 교단의 심부름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캐서린은 밖으로 나가 심부름꾼을 반겼다. 말 위에서 심부름꾼이 내려왔다.

 

  “크리스토퍼라고 합니다.”

  “캐서린입니다. 오시는 길은 편하셨는지요.”

  “영원한 빛들의 가호로 무탈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심부름꾼 크리스토퍼와 인사를 나눈 캐서린은 사제들을 불렀다.

 

  “짐을 나르고 말을 쉬게 해주세요.”

 

  그녀는 심부름꾼을 안으로 들였다. 심부름꾼이 오면 음식을 대접하고 같이 기도를 올리는 것이 교단의 관례다. 지하의 식당에는 아직 온기가 가지 않은 아침 식사가 한 그릇 남아 있었다. 심부름꾼을 위해 일부러 한 사람의 몫을 더 만들어둔 것이다.

 

  “대접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마침 여름걷이가 끝나서 이번 달에는 풍성하게 대접할 수 있어 기쁩니다.”

  “아닙니다. 어느 때도 풍성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크리스토퍼는 식전 기도를 올리고 아침을 먹었다. 정갈한 식사에 그는 새벽 내내 달린 여독을 풀었다. 심부름꾼이 식사하는 동안 캐서린과 크리스토퍼는 다른 성소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르타 성소는 얼마 전에 본당 사제님이 바뀌셨다고 합니다.”

  “원래 계시던 셀레네 사제님이 병환은 많이 호전되셨나요?”

  “호전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아르티제는 다른 지역과 접촉이 쉽지 않다. 엘프의 대산맥과 요정의 대삼림의 끝자락이 만나는 험준한 곳이기 때문이다. 살루티스와 가깝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주기적으로 다른 지역을 오가는 교단의 심부름꾼이 몇 안 되는 다른 지역의 소식을 알 수 있는 창구인 셈이다.

 

  캐서린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던스턴이 식당으로 내려왔다.

 

  “정리가 모두 끝났습니다.”

  “보낼 물건도 전부 실어놨나요?”

  “그렇게 해뒀습니다.”

  “그러면 아침 기도를 올리러 가죠.”

  “준비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던스턴.”

 

  크리스토퍼와 캐서린은 던스턴의 뒤를 따라 천천히 지상으로 올라왔다. 제단 주변으로 불이 켜지고, 사제들이 자리에 앉아 기도서를 펼쳤다. 사제들의 뒷자리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크리스토퍼는 그렉과 함께 기도서를 쓰게 되었다.

 

  제단의 앞에 선 캐서린은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아침 기도의 시작을 알렸다. 그녀는 기도서를 펼쳤다. 오늘 올리게 될 기도는, 짐꾼과 심부름꾼의 수호성인인 성 레프로보스의 기도였다. 그녀는 성 레프로보스에 대한 짧은 강론을 시작했다.

 

  “원초의 빛께서 아홉 선지자께 세상을 맡기시고, 선지자들께서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 이를 구하셨을 때, 가장 먼저 나서 자가 레프로보스였습니다.”

 

  사제들에 따라 기도를 이끄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캐서린은 주로 성인이나 아르티제에서 살았다가 세상을 떠난 의인에 대한 강론과 그에 관한 기도를 진행한다. 캐서린의 강론은 잠시간 이어졌다.

 

  “원초의 빛께서 세상을 맡기시고 잠드셨기에, 세상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레프로보스의 외침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고, 그의 올바른 말에 돌을 던졌습니다. 오직 그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은 그와 함께 무거운 짐을 이끌며 세상 곳곳을 떠돌던 여러 짐꾼과 심부름꾼들이었습니다.”

 

  이에 레프로보스는 심부름꾼들과 함께 영원한 빛의 말씀으로 세상이 바뀌었음을 전하다가, 이를 믿지 않은 이들이 던진 돌에 맞아 죽었다. 뒤이어 레프로보스를 따르던 짐꾼과 심부름꾼에게도 사람들이 던졌는데, 레프로보스는 영원한 빛이 되어 날아오는 돌을 떨어뜨리어 그들을 지켰다.

 

  “사람들은 기적을 보고서야 세상이 진정 바뀌었음을 깨달아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신실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레프로보스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짐꾼과 심부름꾼의 수호성인이 되셨습니다.”

 

  캐서린은 성 레프로보스의 일화를 끝내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창세 직후에 있었던 이야기에 그들은 잠시 숙연해졌다.

 

  “성 레프로보스는 천한 신분에 세상을 떠도는 심부름꾼이었습니다. 그런 이방인이 들어와 일찍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며 세상이 바뀌었음을 말했습니다. 그에게 돌을 던진 사람들은 당연하게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을 겁니다. 그들의 무지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무지 이전에 타인을 믿으려는 마음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 아득한 곳에서 잠들어 계신 원초의 빛보다 가까이서 지켜보시는 영원한 빛을, 그리고 가까이 계시는 영원한 빛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을 믿으십시오. 그리고 그들에게 하듯 멀리서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믿으십시오.”

 

  캐서린의 강론 뒤에 기도가 이어졌다. 성 레프로보스가 영원한 빛이 된 이후에 그날의 일을 회고하며 자신이 수호하는 이들을 위해 바친 기도다.

 

  저의 죽음에 저는 괘념치 않으나,

  저를 믿고 함께 세상의 무거운 짐을 이끈 모든 이들을 구하소서.

 

  저의 고됨에 저는 괘념치 않으나,

  저를 알고 함께 세상의 소중한 말을 전할 모든 이들을 구하소서.

 

  저의 아픔에 저는 괘념치 않으나,

  저와 같이 세상을 떠도는 모든 이들을 삿된 것과 모진 편견으로부터 구하소서.

 

  캐서린은 아침 기도를 마쳤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의 힘찬 시작을 위해 사제들에게 축복의 말을 듣고 돌아갔다. 크리스토퍼는 캐서린의 앞으로 가서 감사를 전했다.

 

  “동료 심부름꾼이 아니고서야 성 레프로보스의 기도를 들을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이 정도 대접은 해드려야죠. 다행스럽게도 마침 성 레프로보스의 축일도 다가오고 있어 기도해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캐서린 사제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크리스토퍼가 떠나기에는 시간이 남았다. 캐서린은 크리스토퍼에게 한숨 자고 가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양했지만, 캐서린의 권유를 끝내 받아들였다. 캐서린은 그렉을 불렀다.

 

  “이번에 사제 서품을 요청한 수행 사제입니다.”

  “그렇군요! 아까 기도서를 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렉, 크리스토퍼에게 잠시 침대를 빌려주시겠어요?”

  “허름한 침상입니다만, 그것으로도 괜찮으시다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잠시 몸을 뉠 수 있게 해주시는 것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렉은 자신의 방으로 크리스토퍼를 안내했다. 크리스토퍼는 감사를 올리고 침대에 누웠다. 그렉은 때가 되면 부르겠다며 문을 닫고 나갔다.

 

  크리스토퍼가 그렉의 방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동안, 사제들은 자신의 앞으로 온 짐들을 하나씩 확인해보고 있었다. 던스턴은 다른 성소의 사제들과 교환한 새 성가 악보집을 받았다. 체칠리아는 새 잉크와 아르티제에서는 자라지 않는 말린 약초와 꽃다발을 받았다. 루카스는 새 안료를 한 아름 싸 들고 작업실로 가버렸다.

 

  “역시 제 앞으로 온 서신이 가장 많군요.”

 

  본당 사제인 캐서린은 다른 물건보다 서신이 많았다. 다른 성소와 주고받던 편지와 중앙에서 온 여러 행정 서류 따위가 수십 통의 두루마리로 밀려왔다. 캐서린은 체칠리아의 도움을 받아 양피지들을 집무실로 옮겼다.

 

  “그렉에게도 뭐가 왔습니까?”

 

  던스턴이 물어보자, 그렉은 연습하기에 좋은 성가 악보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던스턴이 그렉에게 잠시 볼 수 있겠냐고 묻자, 그렉은 그에게 표지가 낡은 악보집을 보여주었다. 다른 성소에서 쓰던 것을 받은 모양이었다. 악보집을 읽어나가던 던스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날이 갈수록 실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집니다. 벌써 이런 곡을 칠 수 있게 되었다니.”

  “어려운 곡들이지만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곡을 고르는 안목도 더 좋아지고 있네요. 계속 정진하세요.”

 

  그렉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연습하러 가겠습니다. 그는 위로 올라갔다.

 

  크리스토퍼를 깨워 점심 식사를 챙겨준 다음, 그는 대접을 받았던 그렉의 방 안으로 들어가 사제를 한 명씩 불렀다. 그 사제에게 비밀리에 전해진 서신들을 건네주기 위함이다. 누구에게 서신이 오고 오지 않았는지를 알 수 없게, 서신이 없는 사제들도 들어가서 몇 분은 있어야 했다.

 

  그렉과 던스턴이 들어갔다가 나오고, 크리스토퍼는 루카스의 이름을 불렀다. 루카스는 그렉의 방으로 들어갔다. 심부름꾼은 밀랍으로 봉한 양피지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 그의 손에 들려주었다. 루카스는 뜯어보지 않고, 바로 소매에 숨겨 방으로 나왔다.

 

  “체칠리아 사제님.”

 

  체칠리아가 뒤이어 들어갔다. 크리스토퍼는 마찬가지로 체칠리아에게도 두루마리 하나를 건넸다. 체칠리아는 밀랍에 새겨진 비적성의 인장을 확인했다. 체칠리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드러났다.

 

  “고마워요.”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체칠리아가 나가자, 그는 마지막으로 캐서린을 불렀다.

 

  캐서린은 자신에게 올 비밀 서신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비밀스러운 서신의 전달이 끝나고, 크리스토퍼는 챙겨서 들고 갈 짐들을 살폈다. 아르티제 성소에서 만든 양초와 서신을 비롯한 여러 물건. 사제들이 적어준 목록대로 전부 있는지 확인한 그는 말 위에 올라탔다. 배웅하는 사람도 마중과 마찬가지로 캐서린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아르티제로 오실 때까지 건강하세요.”

  “캐서린 사제님도, 건강하세요.”

 

  크리스토퍼는 짐을 끌고 아르티제를 떠났다.

 

  캐서린은 집무실로 들어와 앉았다. 읽어야 할 다른 두루마리도 많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온 비밀 서신을 곧바로 뜯었다. 비적성의 인장이 밀랍에 새겨진 두루마리가 풀리고, 캐서린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완결 후기 2020 / 8 / 16 557 0 -
공지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중간고사 … 2019 / 10 / 12 663 0 -
공지 8월 28일 <너무 밝은 곳의 그대> 휴… 2019 / 8 / 28 703 0 -
공지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연재주기 … 2019 / 8 / 16 682 0 -
14 #13 순록을 탄 여인의 승리 (3) 2019 / 7 / 15 127 0 4813   
13 #12 순록을 탄 여인의 승리 (2) 2019 / 7 / 11 103 0 4892   
12 #11 순록을 탄 여인의 승리 (1) 2019 / 7 / 8 82 0 4738   
11 #10 비밀스러운 대화들 (5) 2019 / 7 / 4 85 0 4662   
10 #9 비밀스러운 대화들 (4) 2019 / 7 / 1 70 0 4220   
9 #8 비밀스러운 대화들 (3) 2019 / 6 / 27 77 0 5050   
8 #7 비밀스러운 대화들 (2) 2019 / 6 / 24 75 0 4694   
7 #6 비밀스러운 대화들 (1) 2019 / 6 / 6 76 0 5202   
6 #5 생각지 못한 재회 (5) 2019 / 6 / 3 73 0 4878   
5 #4 생각지 못한 재회 (4) 2019 / 5 / 30 61 0 4432   
4 #3 생각지 못한 재회 (3) 2019 / 5 / 27 75 0 4200   
3 #2 생각지 못한 재회 (2) 2019 / 5 / 23 71 1 4890   
2 #1 생각지 못한 재회 (1) (1) 2019 / 5 / 20 92 2 4606   
1 프롤로그 2019 / 5 / 20 321 1 119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