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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22화.
작성일 : 19-06-27 00:16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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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기루에 가지 못한다는 말에 펄쩍 뛴 더미드가 외쳤다. 이제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셋이 되었다. 리베리오만이 유일하게 덤덤하게 앉아있었다. 셋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더미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사는 곳이 있을 거 아니야.”

 

 “아까 물어봤는데 고아라서 집이 없다고 하더라고.”

 

 “젠장, 이 잡듯 샅샅이 뒤져봐야 하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소모되지 않을까요? 울리세가 언제 쫓아올지 모르잖아요.”

 

 “루치아 말이 맞아. 그 녀석이 눈치채기라도 했다가는 찾는 건 불가능해. 게다가 우린 외부인이라 걔를 감싸고 돌지 어떻게 알아.”

 

 더미드는 이를 꽉 문 채 주먹으로 살짝 탁자를 내리쳤다.

 

 “그 망할 놈의 꼬마한테 돈만 안 줬어도!”

 

 머리를 쥐어짜던 다니엘레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잠깐,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얘기냐?”

 

 “뭐? 그게 왜 그렇게 되지?”

 

 “아니 지금 말이 그렇잖아.”

 

 이번엔 루치아가 양 손바닥으로 탁자를 쾅 내리쳤다.

 

 “그만들 좀 해요! 이 상황에 싸우고들 싶어요?”

 

 “난 잘못 없어. 쟤가 먼저 시비 걸었다고.”

 

 손가락질을 받은 더미드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휙 내저었다.

 

 “나한테 분풀이 하지 마라. 허술하게 관리한 네 잘못이잖아!”

 

 “내 생각엔 말이야….”

 

 소리를 지르려 준비하던 다니엘레를 포함해 루치아와 더미드는 리베리오를 바라봤다. 좋지 않은 시선에 그는 잠시 말을 삼켰다.

 

 “네 생각엔 뭐…아!”

 

 말을 하던 다니엘레는 순간적인 정강이의 고통에 소리를 지르며 탁자 아래를 바라봤다. 헛기침을 두어번 한 루치아는 리베리오를 바라봤다.

 

 “하던 말 계속 해.”

 

 “역으로 불러들이는게 어떨까 싶은데.”

 

 정강이를 문지르던 다니엘레가 그를 바라봤다. 리베리오는 두 손을 깍지 낀 채 그것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중에 얼굴을 보이지 않은 건 다니엘레 뿐이지. 그러니 다니엘레를 최대한 부티나게 꾸민 다음에 거리를 돌아다니게 하는거야. 그러면 그 꼬마가 아니더라도 다른 애가 와서 구걸하겠지.”

 

 루치아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에게 그다음 말을 요구했다.

 

 “그럼 그때 그 아이에게 돈을 줄 테니 꼬마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 어디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잘 풀린다면 아이가 꼬마를 유인할 수도 있고.”

 

 “나쁘지 않군.”

 

 저도 모르게 말한 더미드는 리베리오의 말에 인정한 사실에 기분이 상했는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루치아 또한 좋은 생각이라 말하며 고개를 돌려 다니엘레를 바라봤다.

 

 “어때요?”

 

 “해보자고. 안되면 뭐 불이라도 질러야지.”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더미드와 루치아가 밖에 나가 그나마 마을에서 제일 값비싸고 휘황찬란한 옷과 신발을 구해왔다. 그들이 가져온 옷을 입은 다니엘레는 제법 귀공자 느낌이 났다. 루치아는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더니 다가가 머리를 정돈해줬다.

 

 “이 정도면 됐네요.”

 

 뒷걸음질로 물러난 그녀가 말했다. 다니엘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어디로 갈까 하던 그는 어제 꼬마를 만났던 장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 남은 셋이 몸을 숨기며 뒤를 쫓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 도착한 그는 작고 투박한 분수대 앞에 놓여진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리고는 팔짱과 다리를 꼬고선 여유로운 티를 맘껏 뿜어댔다. 크게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이따금씩 동냥을 하러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는 차분하게 기다렸다.

 

 “저…….”

 

 우물쭈물하며 다가온 아이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아이는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은 듯 어딘가 어색해보였고 자신감도 없어보였다. 다니엘레는 모른체 하며 아이의 눈을 바라봤다. 꼬마는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땅을 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며칠 밥을 못 먹어서요…. 혹시 돈 몇 푼…아니, 먹을 음식이라도 얻을 수…있을까요?”

 

 “이리 와봐. 아니, 와보렴.”

 

 다가오는 아이를 보며 그는 더미드에게 받은 돈을 꺼내 보였다. 아이는 돈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못해도 석 달 치는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한 돈이었다. 다니엘레는 돈을 살랑살랑 흔들며 물었다.

 

 “이 돈 가지고 싶어?”

 

 “네? 저, 저는 그냥 밥 먹을 돈만 있으면….”

 

 “이 돈이면 더 오래 먹을 수 있잖아.”

 

 “네, 맞아요.”

 

 다니엘레는 그에게 천천히 돈을 내밀었다. 아이는 거액의 금액에 이유 없는 불안함을 느꼈는지 손을 자꾸만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내 곧 뻗어 두 손으로 지폐를 잡았다. 그러나 다니엘레는 손가락에 힘을 준 채 넘겨주지 않았다.

 

 “대신 하나만 물을게.”

 

 “말씀만 하셔요!”

 

 “버나드라는 애 알지?”

 

 그는 최대한 감정이 담기지 않게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버나드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아이는 잽싸게 답했다.

 

 “네, 알아요.”

 

 “어디 있는지 아니?”

 

 돈을 잡은 채 답을 못하던 아이는 고민을 하는 표정이었다.

 

 “어떤 일 때문에 찾으시는지…여쭤봐도 될까요?”

 

 다니엘레는 옅은 미소를 보여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멀리서 지켜보던 더미드는 얼굴을 구겼고 루치아는 입을 막았다.

 

 “약속한 게 있어서 그렇단다.”

 

 “음, 지금은 아마 카일 아저씨네에 갔을 거예요. 여기서 저쪽으로 가셔서 왼쪽으로 꺾으시면 정육점이 있는데 거기에요.”

 

 아이는 경계하던 것과는 다르게 금방 술술 불었다. 원하는 답을 얻은 그는 그제서야 손가락에 힘을 풀었다. 다니엘레는 아이가 떠나기 전에 다시 붙잡았다.

 

 “정육점에 있다면 내가 갔을 때쯤은 이미 없지 않을까?”

 

 “음…아닐 걸요?”

 

 “어째서?”

 

 “죄송한데 그거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죄송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아이는 혹여 다시 돈을 가져갈까봐 슬그머니 등 뒤로 숨겼다. 뭐 때문인지는 몰랐지만,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다니엘레는 알겠다고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대쪽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보며 그는 빠른 걸음으로 일러준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가게를 찾는 것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길 자체도 긴 편이 아닌 게 딱 다니엘레의 인내심만큼이었다. 가게 앞에 선 그는 주변에 혹시 다른 정육점이 또 있나 싶어 둘러보았지만, 비슷한 가게도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그는 땅에 묶인 것처럼 서 있었다. 계산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십 초 가량 지났을 무렵 그는 당당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문을 열자마자 보인 풍경에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제법 나이 먹은,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무릎을 꿇고 있었고 버나드는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둘의 고개가 자연스레 열린 문 사이로 향했다.

 

 “누구신지…?”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버나드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무슨 일인가 싶은 버나드는 그를 올려다봤다.

 

 “누구세요?”

 

 “너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니엘레는 그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왔다. 강압적인 행동에 버나드는 따라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성인 남자를 힘으로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질질 끌리며 따라가게 된 그를 이끌고 다니엘레는 숨어서 지켜보던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도망가지 못하게 빙 둘러쌓았다.

 

 버나드는 셋의 얼굴을 보자마자 단박에 알아차렸다.

 

 “어? 어제 그 사람들!”

 

 그건 그저 알아본 것에 대한 감탄사였다. 웃음을 보이려던 그는 바로 거두어버렸다. 그들의 표정은 자신을 결코 반기는 것이 아니었고 가두고 있는 모습 또한 좋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려다 그만두었다. 버나드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듯 다니엘레가 말을 걸었다.

 

 “돈으로는 부족했냐, 꼬마야?”

 

 “목걸이요?”

 

 “그거만 내놔. 돈은 안 뺐을 테니까.”

 

 버나드는 열심히 머릿속을 굴렸지만, 아무래도 저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넘어갈 멍청이로 보이지는 않았다. 멀쩡히 보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저한테 없어요.”

 

 “네가 냉큼 줄 거라고는 어차피 생각 안 했어.”

 

 손목을 돌리며 다가오는 그를 보며 버나드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두 손을 펴 내밀었다.

 

 “끝까지 들어보셔요! 저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에요. 정말이에요. 여기서 동냥하는 애들은 대부분 두목에게 관리당하는 애들이에요. 저희는 그분들이 하라는 대로 구걸하고 얻은 돈을 가져다줄 뿐이라고요.”

 

 “그게 무슨 얘기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루치아가 놀라며 물었다. 버나드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올려다봤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마을은 가난해요. 돈 벌어온다고 떠난 부모가 셀 수 없이 많고 그만큼 남겨진 아이들도 많죠. 저 같은 애들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두목이 나타났어요.”

 

 말을 많이 해서인지 조금은 진정이 된 그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나이가 많은 형, 누나들은 다른 마을로 보내 일을 시키거나 여기에 남아 일손을 돕게 해요. 그리고 남은 저희는 이렇게 구걸하러 다녀요. 원래는 더 많았는데 너무 많다고 몇 명은 다른 곳으로 보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니엘레가 물었다.

 

 “그래서 지금 목걸이는 정확히 어디있다는거냐?”

 

 “두목한테요.”

 

 “앞장서.”

 

 “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뭐라고 한 마디 하려던 다니엘레를 저지하며 루치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앞까지만 데려다 주면 들키지 않게 보내줄게.”

 

 “감사한 말씀이지만, 그럴 수 없어요.”

 

 버나드는 우물쭈물하며 내뱉었다.

 

 “중요한 물건이겠지만 포기하셔요. 거기에 무서운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요. 오히려 갔다가 가진 것마저 뺏기실 거에요.”

 

 이번엔 더미드가 끼어들었다. 그는 검지를 세워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러자 버나드가 멀뚱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기억이 날 듯 말 듯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누군지 아나?”

 

 “…아니요.”

 

 “더미드 프라이스라고 말하면 알겠어?”

 

 그의 이름을 듣자 버나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더미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보이며 버나드가 대답하지도 않았음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책임지고 뒷감당해 줄 테니까 걱정 마라.”

 

 리베리오 쪽에서 옅게 들려오는 중얼거림에 눈동자를 굴리자 그가 고개를 절레고 있었다. 어금니를 꽉 문 더미드는 천천히 시선을 다시 버나드에게 맞췄다. 더미드의 이름에 그는 확신을 얻은 표정이었다.

 

 “알겠어요. 할게요.”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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