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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17화.
작성일 : 19-06-21 00:37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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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해를 피하려 늦은 오후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자 다니엘레 일행은 좀 더 어둠이 내리길 기다렸다. 오후가 다 될 때쯤에서야 일어난 리베리오는 예상대로 묶여있음에도 적개심을 거두지 않고 분출했다. 게다가 더미드를 바로 눈앞에서 봤을 때는 거의 실성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이리 와라, 이 씹어먹어도 모자랄 새끼야! 이리 오라고!”

 

 절규에 가까운 소름 끼치는 목소리를 듣던 다니엘레는 짧게 고개를 내젓고는 다시 그를 기절시켰다. 어쩔 수 없이 둘러업은 그는 마을에 도착해 여관에 들어갈 때까지 시종일관 경직된 표정이었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땅거미가 진지 한참 지난 어둑한 밤. 근사한 여관에서 가장 값나가는 방은 주인이 자신만만해했던 이유가 있었다. 침대부터 탁자, 깔개와 심지어 벽지까지 우아하며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나무로 만들었는지 몸을 뒤로 슬쩍 젖혔음에도 삐걱대는 소리조차 없다. 말끔한 책상 위에는 빈 종이 한 장과 깃털로 만든 펜 한 자루가 놓여 있다. 다리를 꼰 채 탁자를 소리 나지 않게 톡톡 두드리며 다른 팔은 턱을 괴고 있는 다니엘레는 한 시간이 넘게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탁자를 두드리던 손을 멈춘 그는 벽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에 집중했다. 이불을 뒤척이는 소리…. 일찍 도착했음에도 루치아는 아직 잠에 들지 못했다. 연락이 올 때까지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더미드와 리베리오 둘만 남겨두고 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예상 못한 바는 아니지만 좀 심한데.’

 

 어쩔 수 없이 쓰러진 리베리오를 그가 들쳐업은 순간부터 그는 불한하긴 했다. 자기를 죽이려 하는 녀석과 오래전 형제를 죽인 것과 다름없는 녀석끼리 만났는데 아직까지도 둘 다 멀쩡히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리베리오가 깨어나자 둘은 이미 눈빛으로 서로를 죽였다. 욕지기를 뱉으며 고함을 지르는 둘을 내버려 두지 말았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이라도 감정을 해소시키지 못하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졸리네.’

 

 그는 길게 하품을 쏟았다. 요 며칠간 제대로 쉰 날이 거의 없었다. 두 번의 싸움과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강을 헤집고 다녀서 이미 온 마디가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눈동자가 뜨겁다고 느낀 그는 두손으로 비볐다. 또다시 하품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깃털 펜을 내려다봤다. 사실 이렇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이미 올 연락의 내용도 얼추 예상이 됐다. 어쩌면 일찍 잠드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루빨리 앨버트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 것은 분명했다.

 

 이미 그는 도착해서 연락을 돌리고 용병들을 모으고 함정을 파고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아침부터 강행군을 해야 하는데도 그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방을 하나 더 잡을 걸 그랬나.’

 

 혹시 잠든 사이 더미드가 리베리오를 어떻게 할까 봐.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까 봐 그는 잠자는 것을 포기했다. 그는 단련된 전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깊게 잠들면 웬만한 소란에는 깨지 않을 것이 분명해 그는 애써 졸음을 몰아냈다.

 

 의자 등받이에 늘어지듯 기댄 그는 잠시 눈을 감았고 당장에라도 잠들 것 같아 다시 자세를 고쳐잡았다. 고개를 돌려 더미드를 바라보니 그는 곤히 자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어쩐지 그는 기분이 나빠졌다. 벌떡 일어난 그는 소리를 죽인채 그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뭐야, 왜 깨워?”

 

 부스스한 눈으로 약간 짜증이 섞인 말투를 뱉으며 그는 다니엘레를 바라봤다. 다니엘레는 손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교대 시간이야.”

 

 “교대? 뭔 교대?”

 

 다니엘레는 당연하지 않냐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자야 할 거 아니야. 두 시간 뒤에 깨워줘.”

 

 “이런 얘기 없었잖아?”

 

 “그럼 두 번이나 싸운 내가 밤까지 새라고?”

 

 인상을 팍 구긴 더미드가 들리지 않게 뭐라 중얼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다니엘레는 재빨리 신발을 벗고 이불을 덮었다. 탁자로 걸어가는 더미드를 보며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고 곧 자기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그의 품 안에서 희미하게 깃털의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

 

 어중간하게 자서 그런지 오히려 더 피곤해진 다니엘레는 생기를 잃은 표정으로 수프를 억지로 떠먹었다. 루치아 역시 늦게 잠들었고, 더미드 또한 자는 내내 긴장을 했기 때문에 깊게 잠에 들지 못했다. 오직 리베리오만이 멀쩡한 얼굴로 묶인 손을 열심히 움직여 수프를 떠먹었다.

 

 “연락은 왔어요?”

 

 “삼 일 안에 올 수 있으면 오라는데 어떡할까?”

 

 “삼 일? 죽을 둥 살 둥 걸어도 모자랄 판에 짐 하나 얹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어처구니없다는 듯 내뱉은 더미드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는 리베리오와 눈이 마주쳤다.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서로에게 달려들 듯 살벌한 분위기였다. 다니엘레는 그들 사이에 있는 빵 그릇에 손을 뻗었다.

 

 “마차가 있다면?”

 

 “그럼 얘기는 달라지지. 그래도 빠듯하긴 하지만.”

 

 “그럼 가야지.”

 

 어느새 숟가락으로 바닥을 긁고 있는 다니엘레는 입맛을 다셨다. 뻐근한지 왼쪽 어깨를 주무르며 팔을 돌린 그는 세 명을 바라봤다.

 

 “루치아 돈으로는 어림도 없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 더미드에게 말을 건넸다.

 

 “어음 되지?”

 

 “네 돈이냐?”

 

 “정리되면 우리 쪽에서 채워줄거야.”

 

 딱히 할 말이 없어지자 더미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니엘레는 리베리오를 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루치아와 더미드 또한 뒤를 따랐고 그들은 그대로 곧장 여관을 나와 마구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을 입구 쪽에 도착한 다니엘레는 마구간 앞에 멈춰 섰다. 대충 눈치를 챈 더미드는 앞장서서 마구간 주인에게 어음을 한 장 써주었다. 적힌 이름을 보고 놀란 주인은 재빨리 안에 들어가 버렸고, 들어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준비해 그들 앞에 마차를 끌고 왔다.

 

 “마부는 필요 없으신지요?”

 

 마부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 못 했던 더미드는 자연스럽게 다니엘레를 바라봤다. 다니엘레는 팔짱 낀 손에서 엄지만 펼쳐 자신의 옆에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루치아를 가리켰다.

 

 “얘가 할 거야.”

 

 “네?”

 

 “왜?”

 

 그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루치아는 반문했고, 다니엘레의 순수한 반응에 당혹스러웠다.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응, 방금 말했으니까.”

 

 “제가 왜….”

 

 따지려던 그녀는 다니엘레의 무표정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하면 될 거 아니에요.”

 

 “하기 싫어?”

 

 “아뇨?”

 

 입술을 꽉 다물던 그녀는 퉁명스럽게 답하며 고개를 홱 돌리고는 마차 앞으로 땅을 차며 걸어갔다.

 

 “저거 진짜 미친놈이네.”

 

 씩씩거리며 마부석에 올라타는 그녀를 보며 더미드는 다니엘레가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루치아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무어라 말했는데, 대부분 욕이었다. 다니엘레는 의식하지도 않고 리베리오를 끌고 마차 쪽으로 다가가 올라탔다.

 

 말이 한차례 작게 울더니 듣기 좋은 말발굽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비싼 값을 치루었는지 마차 자체도 컸지만, 내부도 넓직했다. 앞뒤로 앉을 수 있게 만들어놓아서 자연스럽게 더미드가 앞에 탔고 나머지 둘은 뒤에 나란히 앉았다.

 

 세 명, 아니 마부가 된 그녀까지 네 명은 삼십 분이 지나도록 서로 아무말도 꺼내지 않았다. 피곤한 것도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는 관계들이었기에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 다니엘레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협조만 한다면 울리세는 죽이지 않을거다.”

 

 “시끄러워.”

 

 “네 형의 지금 상태를 너는 알고 있냐?”

 

 리베리오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고 다니엘레 또한 시선을 느껴 그를 바라봤다. 다니엘레는 어떻게 얘기해야 짧고 이해가 쉽게 말할수 있을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십 년 동안 밀림 안에서만 살다가 나왔는데 적수가 없을 정도의 검술을 구사하고 있어. 육체적인 능력은 물론 감각적인 부분까지도 말도 안 되게 월등하고. 그게 뭘 의미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

 

 “…….”

 

 리베리오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혼자서 더미드를 죽이러 가겠다고 했을 때, 그는 형이 분노에 휩싸여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렸다. 그러나 짧게 웃어준 울리세는 검을 뽑아 탁자 위 화분의 꽃을 잘랐다. 리베리오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지만, 그가 눈을 깜빡였을 때는 울리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고, 탁자 위에 꽃이 떨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의 눈으로 본 것은 없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그의 말에 울리세는 동생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가문의 병사 수십 명을 눈 깜빡할 사이에 도륙 내 버리면서도 상처하나 입지 않고, 심지어 호흡조차 멀쩡한 게… 뭘 의미하는 것 같냐?”

 

 말하면서 그는 찝찝함을 느꼈다. 상황은 점점 돌이킬 수 없게 돌아가고 있는데 그게 정당하고 옳다고 생각되는 게 아니라, 그저 정해진 흐름에 따라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따져보는 게 아닌, 한 명을 지목해 죄를 몽땅 씌우고선 쫓아가는 기분이었다.

 

 이것은 옳은 일인가? 이따금씩 머릿속으로 들어왔음에도 여전히 그렇다고는 하지 못했다. 그는 솔직한 심정으로 아니라고 답하고 싶었다. 같이 다녀서 생긴 정 따위가 아니었다. 동질감 따위가 아니었다.

 

 “영혼이 두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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