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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3장 여배우의 길 (20)카츄사
작성일 : 16-09-28 07:44     조회 : 414     추천 : 0     분량 : 7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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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장 여배우의 길(20) 카츄사

 

 “카츄사 내 사랑 이별하기 서러워

  쏟아지는 저 눈보라

  신의 기도가 (라라) 종소리처럼 들려오네요.

 

  카츄사 내 사랑 이별하기 서러워

  눈물의 눈보라 속을

  나는 저멀리 (라라) 시베리아로 떠나갑니다.”

 

 온통 무대는 백야를 상징하는 흰 색의 설원이다. 땅도, 나무도, 구름도... 멀리 보이는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설원 위로 눈이 내린다. 무대 뒤의 흰 배경 역시, 원근법으로 그린 뾰족하게 첨탑이 솟은 교회당이 멀리 보이고 무대 천정위에서는 언제부턴가 눈을 대신한 흰 종잇조각이 무수히 떨어지고 있다. 마치 무대는 온통 설국의 세상을 그려 논 한 폭의 그림 속에 역시 그림의 일부 같은 한 여자가 종이 눈을 맞으며 슬프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카츄사 카츄사 이별하기 서러워

  언제까지 당신만을

  영원히 (라라) 사랑하다고 전해 주세요."

 

 그 무대 위에 여자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에비치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의 여주인공 카츄사이며 그 역을 맡은 여배우는 이월화이다. 슬픈 그녀의 노래가 거의 끝나갈 무렵, 무대 오른쪽에서 한 남자가 등장한다. 노란 금발 가발을 쓰고 금단추가 주렁주렁 달린 녹두색 더블 코트를 입은 네프류도프로 분한 이응수이다. 그는 무대 중앙으로 다가와 카츄사 앞에 서양식 인사를 곁들인 한발로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를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카츄사! 떠나지 마시오.”

 

 “오! 네프류도프 공작님! 이곳이 어디라고 절 따라 오셨나요?”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버렸소. 공작이라는 명예도 고등 배심원이라는 지위도 그리고 약혼녀와도 파혼을 하고 따라 온거요.”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셨나요?”

 

 “이제 난 카츄사 당신과 결혼하고 싶소.”

 

 “뭐라구요? 결혼이라고요? 어쩌자고 그런 결심을 하셨어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신에게 용서 받는 길이고 또한 그리스도에 대한 나의 의 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요.”

 

 “아니에요. 당신은 용서를 구할 만큼 죄를 짓지 않으셨어요. 혹시 죄를 졌다 해도 그런 벌써 오래전 지난 일인걸요.”

 

 “이제라도 나를 용서하고 나의 사랑을 받아 주시오.”

 

 “이젠 모든 게 끝났어요.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야해요”

 

 “진정 저 추운 시베리아로 떠나야 한담 말이요.”

 “네!... 가야해요.”

 

 “카츄사!”

 

 “안녕!”

 

 “안녕히..”

 

 네프류도프는 손을 내밀어 카츄사와 악수를 하고 그 손에 고개 숙여 입맞춤 한다. 그리고 아쉬운 듯 카츄사를 보더니 턴하며 대각선의 동선을 향하며 무대를 퇴장한다. 카츄사는 더욱 쏟아지는 종이 눈을 맞으며 객석을 향해 바라보며 마지막 대사를 한다.

 

 “그리스도의 나라와 그의 정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더 얻게 되리라. 그렇다! 이제 하나의 일은 끝났다. 이제 또 다른 일이 시작된다. 안녕 안녕!”

 

 종소리가 크게 들려오며 무대 막 뒤에서는 여성 코러스가 카츄사의 노래를 허밍하며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언제 부턴가 객석의 관객들도 카츄사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 중 잘난 척하는 몇몇 관객들은 일본어로 “캬츄사 가와이와 오노레노 아이오-” 를 부른다.

 

 이제 카츄사는 관객을 향해 한발을 뒤로 하고 양손을 교차하여 사뿐히 허공으로 올리고 다시 내리며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안녕!- 안녕!”

 

 온통 극장 안은 감동의 환호로 넘치고 있다. 요란한 박수소리가 쏟아진다. 그리고 천정으로부터 무대의 막이 서서히 내려와 닫치고 있다.

 

 월화는 이제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 왔다. 영욕과 상실의 가시밭길 같은 고통스러운 날들은 뒤로 하고 안개가 자욱이 깔린 영롱한 무지개다리를 건너 그녀의 고향인 연극무대로 돌아 온 것이다.

 

 무대는 예전 그대로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인 채 그녀를 반겨 주었다. 막 뒤에서 풍기는 쾌쾌한 곰팡이 냄새도, 무대 허공 위로 부유하는 미세한 먼지도, 그녀에게는 모두 반갑다. 더욱이 관객의 박수와 갈채는 그녀의 어깨에 다시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녀는 이제 다시 찬사 받는 여배우로 그 하얀 깃털의 날개를 달고 또 다시 하늘로 비상하기 시작한다. 다시는 추락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박수 소리가 요란한 채 막이 내리는 무대 위를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서있었다.

 

 이후, 그녀는 월화라는 이름을 버렸다. 그리고 다시금 자신을 예전의 정숙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기를 사람들에게 요구했다. 그걸 잘 모르고 혹, 월화라고 부른 사람한테는 마구 화를 내기도 하였다.

 

 그녀에게 이제 월화라는 이름은 가시관이요, 가시덤불의 짐이며, 앞으로 그런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가시밭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그 이름을 지어 준 백남에 대한 증오와 배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애증에 가득찬 그녀의 피폐한 삶은 스스로 독을 키우고 악을 키우는 격이 되었다. 실제로 그녀는 오장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 같은 걸로 인해 사태보다 더 쓰디 쓴 타액이 입안에 고여 수시로 침을 뺏어내야 만했다. 더욱이 그런 증악의 감정은 그녀 스스로를 옥죄이기 시작했다.

 

 그건 자신이 배우라는 가치기준으로 설정한 정확성과 철저함이었다. 특히 무대 위에서나 연기생활에 있어서 월화는 그 어떤 규범을 정해 논 듯 했다. 엄청난 연습량으로 연극연습에 몰입했고 무대 위에서 혼신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

 

 간혹, 어떤 배우가 실수라도 할 량이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동선이 잘못되었거나 대사를 더듬거나 놓쳐 버려 자신의 연기에 지장이 온다면 결코 그 상대를 용서하지 않고 공격을 해댄다. 오늘도 무대를 내려오자 월화는 상대역인 네퓨로도프 역의 응수에게 사정없이 독화살을 쏘아댄다.

 

 “정말 그따위로 대사를 할 거예요?”

 

 ‘이 여자 또 시비로군..’

 

 응수는 월화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분장실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월화는 응수를 아예 가로 막으며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요? 도대체 그걸 연기라고 하는 거냐고요?”

 

 “허..내 연기가 어때서 맨날 시비야? 시비가?”

 

 응수도 그제야 화가 난 듯 눈을 부라린다. 월화는 더욱 앙칼지게 노려보며

 

 “그런 신파조의 대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구요?”

 

 “여긴 신파극단이야! 대사를 고쳐야 할 사람은 바로 정숙이라고, 그런 신극 대사로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가 없어”

 

 “나 원.. 어디서는 신파극을 한다고 뭐라더니 여긴 웬 신극이라니?”

 

 “연극이 뭔지도 모르고 잘난 척이나 하는 유학생 놈들과 어울리더니 사람까지 아주 베려 버렸군.”

 

 “그 사람들이 어때서요?”

 

 “그 토월횐가 박승희인가 하는 자가 그리운 모양이지?”

 

 “왜 오래전 기억도 없는 사람을 들먹거리고 그래요?”

 

 결국 싸움의 불씨는 더욱 커져 월화는 발끈한다. 응수도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분명한 인신공격으로 시비를 걸어온다. 배우로써 연기를 떠나 사생활을.. 그것도 이미 오래전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사를 들먹이며 이제 월화를 공박하는 것이다. 오죽 월화의 시비의 발단이 괴로웠으면 이럴까도 싶다. 예전 이 남자는 이러지 않았다. 민중극단 시절 연극선배로써 연구생인 월화에게 유독 친절 했고 늘 허기가 진 그녀의 위장에 기름진 탕수육을 먹이던 남자이었다.

 

 그런 선배의 친절과 호의에 두 사람은 늘 어울렸고 단원들은 두 사람이 수상한 관계라며 쑤군거리기도 했다. 더욱이 부산에서 백남 선생에게 당하고 경성으로 올라 왔을 때 극단에 합류시켜 이번 공연에 참여케 했던 그가 아니던가? 월화는 내심 속으로는 감사하면서도 무대 위에서 과장된 신파대사와 동작을 하는 연극선배인 응수를 이해 못한다.

 

 그런 응수가 그렇게 엉뚱한 방면으로 공격해 올 줄을 몰랐다. 월화는 이내 서러운 듯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러자 더욱 당황하는 건 응수이다. 민중극단 시절 애송이 연구생으로 들어 와 첨 본 그녀 였다. 그 당시 그녀는 청순 하였다. 그런 그녀가 세월의 질곡을 넘어 이제는 되바라진 여배우의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 왔다. 그녀도 나이를 먹였으니 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제 제법, 연극무대를 좀 밟았다고 자신의 연기론을 내세워 남의 연기를 비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응수는 여자의 눈물에 이내 약해진다.

 

 “자! 자! 그만 울라고.. 뭐 그깟 일로 울고 그래.. 내가 잘못 했으니 그만 울라니까”

 

 그런데도 월화는 계속 눈물을 홀짝이며

 

 “선배님이 뭘 잘못 했는데요? 무대 위에서? 아니면 나한테 방금 전에 한 말?”

 

 끝까지 물고 늘어져 잘못을 따져 묻겠다는 그녀의 집착에 응수는 정말 어의가 없다. 우선은 달래보고 볼 일이다.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관객들은 모두가 그녀의 연기를 보겠다며 극장 안은 장사진을 친다. 한 장에 십 전 씩이나 하는 그녀의 브로마이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연극이 끝난 극장 앞에는 그녀의 모습을 보겠다며 관객들이 모여들어 아우성을 친다. 극단의 단장과 기획담당자들은 그녀를 마치 여왕 대접하듯 설설 기니 그녀가 이렇게 버릇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던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그녀의 눈물을 본다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자! 모두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그만 눈물을 그치라니까, 예쁜 얼굴 다 망가지겠어.”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까지 닦아 준다. 그제야 그녀는 언제 화를 냈나는 듯 눈웃음을 치며 어색하게 웃는다.

 

 “나 배고파요.. 탕수육 사줄 거죠?”

 

 “핫하...”

 

 이응수도 따라 웃고 만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그녀이다. 응수는 그런 그녀가 좋다. 두 사람은 분장도 지우지 않은 채, 근처 중국 요릿집 구석진 일실에서 탕수육을 먹는다. 3시 낮 공연과 7시 저녁공연 사이에는 한 시간 정도의 여유의 시간이 있다. 응수의 손이 오늘도 어김없이 월화의 치마 속으로 파고든다. 오늘은 더 깊숙한 곳을 그것도 그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마치 좀 전 연극이 끝난 후, 당한 수모에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그 손길은 난폭하고 거칠며 집요하게 월화의 깊숙한 곳을 파고든다.

 

 “아.....”

 

 월화의 참을 수 없는 신음소리가 더욱 입가에 세어 나온다. 응수는 알고 있다. 이 태생적으로 뜨거운 여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물론 소문에 지나지 않지만 그녀는 무대를 떠나면 그 사생활이 복잡하기가 이를 대 없단다. 역시 그 역할은 계모 조 씨가 배후라는 걸 응수는 잘 알고 있다.

 

 월화가 카츄사로 무대를 누비는 사이, 그녀는 명산대찰을 찾아가 부처님께 삼 천배를 하며 월화의 앞길을 빌고 빌며 축원했다. 더욱이 백남에게 당한 마음의 상처를 빨리 회복하고 여배우로써 무대든 활동사진이든 종횡무진 누빌 수 있는 대 스타가 되기를 손이 발이 되도록 간절히 빌고 빈다. 그런 조 씨가 삼 천배를 끝내고 돌아 온 날, 월화를 불러 앉혀 놓고 달래듯 단호하게 이야기를 꺼낸다.

 

 “이왕지사 이리된 거 이제 본격적으로 해 보자꾸나. 그까짓 백남 선생인지 나발 선생인지 지 없으면 영화판이 무주공산이 된 다더냐? 널 주연여배우로 불러 줄 감독이 없다면 우리가 감독을 만들면 되고 그깟 활동사진 제작에 천금이 들어간 다더냐 만금이 들어 간 다더냐?”

 

 그런 조 씨의 말에 월화는 처음으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극이 올려 질 극장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극장에 귀빈이 온다는 단장의 전갈 이었다. 바로 오늘 저녁공연 이었다. 그 귀빈이 누군지 월화는 잘 알지 못한다. 몰락한 왕족의 후예이거나, 귀족, 돈 많은 거부가 틀림없을 것이다. 연극이 끝나면 그 귀빈은 단장에게 금일봉을 하사할 겸, 전 단원들을 요릿집으로 초대한다. 그때 여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귀빈의 곁에 찰싹 붙어 앉아 술도 따라주고 안주도 입에 넣어 주며 기생처럼 애교도 떨어야 한다. 그 귀빈의 흥을 돋워 그자가 하사하는 금일봉이 극단의 어려운 형편을 돕는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여배우로써 귀빈에 대한 친절은 자신의 생활과도 연관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기회를 통해 어떤 여배우는 귀빈의 애첩이 되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저 잠시 여배우라는 호기심에 데리고 노는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본마누라를 좆아내고 정실자리에 오른 여배우도 있다더라.

 

 연극의 막이 오르고 이층 특별석으로 모셔 진 귀빈은 무대 중앙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에 마주 하고 있다. 월화는 극의 진행에 따라 무대중앙에서 이층무대를 올려다본다. 오늘의 귀빈은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과 낮에 집에서 모친 조 씨가 한 말이 새삼 강조되었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특별석에서는 오늘의 귀빈인 듯한 젊은 신사가 두툼한 방석위에 앉아 오차를 마시며 연극을 감상하고 있으나 연극의 내용엔 관심이 없는 듯 딴전을 피다가 월화의 행동이나 대사가 튀어 나올 때 마다 무대를 주시하는 것이 분명 월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온 것이 틀림이 없다.

 

 그동안 극장에는 많은 사내들이 꽃다발과 명함을 건네 왔다. 어떤 사내는 분장실 까지 찾아와 함께 식사라도 할 수 있는 영광을 달라며 정중히 목례를 올리기도 했고 막무가내로 극장 앞에 인력거를 대기해 월화를 강제로 납치하려는 사내도 있었다. 어쩌다 그런 사내를 만나보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런 사내들은 허풍이나 치는 졸부들이요. 쉽게 여체를 취하려는 난봉꾼에 지나지 않는다.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과 극단의 관계자들은 우르르 지정한 요릿집으로 몰려간다. 배우가 이십 명이 넘고 매표원, 수표원, 기도주임에 막 뒤를 오가는 스태프가 십여 명이 넘으니 적은 인원이 아니고 술값에 음식 값 만해도 한두 푼이 아니니 한 마디로 호구를 잡아 봉을 빼자는 식이다.

 

 그런데도 귀빈은 연극예술에 일조한다는 뜻에서 음식 값을 지불하고 금일봉까지 내 놓지만 사실 그 이유는 여배우를 곁에 앉혀 술잔이나 받으며 손목이라도 잡아 보려는 수작이요, 더 나아가 몽롱한 로맨스의 꿈까지 꾸어보는 것이다.

 

 월화는 텅 빈 분장실에서 공연히 분장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는 반복한다. 귀빈을 모신 단장으로부터 벌써 몇 번이나 전갈이 왔으나 양쪽 다 짜고 치는 화투패이다. 그만큼 여배우의 출현을 늦게 하여 귀빈의 애간장을 태우자는 수작이다. 월화는 삼십분이 지난 후 천천히 분장실을 빠져 나와 극장 근처에 있는 요릿집으로 향한다.

 

 삼십 여명이 넘는 인원이 차지한 방은 이 요릿집에서 제일로 큰 방이다. 벌써 서너 배의 술잔이 돌아가고 안주로 배를 채운 단원들은 각기 묘기들을 부리며 즐거운 시간이 흐르고 있으나 귀빈은 내심 쓴맛이다.

 

 이때, 문이 열리며 월화가 들어서자 주연은 잠시 중단되고 모두 월화를 박수로 맞이한다. 그런 월화를 보고서야 귀빈은 안도한다.

 

 혹시 어디로 센 건 아닐까? 아니면 다른 약속이라도? 노심초사하던 차에 단장은 늦게 온 월화를 은근슬쩍 나무라는 척 하며 귀빈의 곁에 앉힌다. 이제 귀빈의 표정이 여유 있게 변하며 드디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좀 불편해서 병원엘 좀 다녀오느라고요.”

 

 그러자 귀빈의 곁에 앉은 단장이 한마디 거둔다.

 

 “워낙 공연을 강행군으로 하다 보니 여자로써는 체력에 한계를 느끼나 봅니다. 이럴 때 보약이라도 한 재 다려 먹으면 한결 몸이 좋아 질 텐데..”

 

 “허긴 그 가날픈 몸에 무대에 오른다는 게 힘든 일이지요. 난 혹시나 공연도중 쓰러지지 나 않을까 내심 걱정이 많았다오.”

 

 이런 대화가 오고가면 다음날, 극장 분장실로 한의원이 출장까지와 진맥을 하고 며칠 후 한약제가 대령하고 차도가 있느냐? 없느냐? 겸사겸사 귀빈은 여배우에게 소식을 넣어 몰래 만날 장소가 정 해지고 그 다음은 서로가 알아서 할 일이 아니던가? 그렇게 만난 귀빈과는 서너 달을 동거를 하고 끝났다. 덕분에 조 씨는 원소동에 그렇듯한 기와집 한 채를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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