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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4화.
작성일 : 19-06-07 01:25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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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트록의 안은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삭막했다. 잘 일구면 농작물이 보기 좋게 자랄 것 같은 땅은 버려둔 건지 방치된 지 오래돼 보였고, 길거리의 사람들은 어딘가 조금씩 급해 보였다. 길은 관리를 안 한 지 오래되어 보였고, 외벽은 낡고 우중충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정도 규모의 용병들을 큰 절차 없이 통과시켜준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파바르 가의 마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며 다니엘레는 이렇게 쉽게 들여보내진 것은 모종의 뒷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일종의 과시욕이라던가. 대로를 메운 마차의 수를 보며 파바르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거리를 걸어와 피곤했던 그들로서는 두 손 들며 환영했다. 마차를 타서인지 그래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큰 대로를 달리며 창밖을 꽤 오랫동안 내다봤지만, 활성화로부터 오는 생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번화가를 빠져나가 한참을 달리자 파바르 가문의 웅장한 저택이 나무 너머로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가까워질수록 그동안 장난치고 떠들어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고 이내 말발굽 소리만이 적막 속에서 고요히 들렸다.

 

 다들 이제는 실감이 났는지 한층 얼굴이 굳어졌다. 자기들이 어디로 끌려왔는지, 살아 돌아갈 희망이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한 것만 같았다. 다니엘레 역시 분위기에 동화되어 불편한 기분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는 여기서 헛된 싸움을 하려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윽고 마차가 멈춰 섰다. 가장 먼저 내린 건 대장이었다.

 

 “내려서 곧장 저 사람한테 가 자리 배정 받으면 된다. 아직 여유가 꽤 있으니 준비 철저히 하도록 해.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아닌 파바르 쪽 사람이 지휘관이니 그분의 말에 따르면 된다, 이상.”

 

 마차에서 내리고 보니 파바르 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터와 잘 관리된 연병장. 흑요석 색의 집은 성을 본 따 만든 것처럼 웅장했고 색 덕분에 고풍스러움을 자아냈다. 잔디는 파인 곳 없이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건물 배치 또한 균형에 어긋나는 곳이 없는 게 저택을 짓는 것에 꽤 많은 돈을 들인 듯싶었다.

 

 다니엘레는 다시 시선을 연병장 쪽으로 돌렸다. 생각보다 사병 수가 적었다. 근무를 서는 인원을 제외한다 쳐도 으리으리한 저택에 비해 너무나도 적었다. 대충 세어봐도 기껏해야 이 백이 안 될 듯 싶었다.

 

 “이쪽은 이렇게가 전부입니까?”

 

 같은 생각을 했는지 연병장을 바라보던 한 동료가 대장에게 물었다.

 

 “글쎄···더 있기야 하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테고, 적기는 하군. 뭐, 듣기로는 다른 곳에서도 온다고 했으니 기다려 봐야 하지 싶다.”

 

 질문했던 자는 대충 이해했다는 식으로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맨 뒤에서 기다렸던 다니엘레와 울리세는 가장 마지막 방에 배정받았다. 저택이 워낙 크다 보니 방 자체가 많았고 크기 또한 제각각이었다.

 

 저택 안은 외관과 다르게 고풍스러웠다. 목재로 지어진 계단은 진한 갈색으로 정교하게 짜여졌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깔렸는데 고급스러움을 더해줬다. 그들은 이 층으로 올라가 전달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언제든지 쓸 수 있게끔 주기적으로 관리된 방에선 좋은 향기가 났다. 카펫 위에는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침대는 왼쪽 끝에 이인용 짜리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벽쪽의 침대는 이미 먼저 들어온 사람이 차지한 상태였다.

 

 거기에는 시모네와 질문했던 사내가 들어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대장 또한 같은 방이었다. 자연스럽게 대장이 남은 침대를 차지했고 남은 셋은 적당히 간격을 두고 자리를 마련했다. 울리세는 대장이 짐을 정리하는 것을 물끄러미 보더니 그에게 다가갔다.

 

 “잠시 나갔다 와도 됩니까?”

 

 “술 마시는 걸 제외한다면야 잠깐이면 상관없지. 그 정도야 내가 보고하면 되니까. 그런데 나가는 것도 2인 1조로 움직여야 해.”

 

 울리세는 무의식적으로 다니엘레를 바라봤고 그는 괜찮다 하며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모네는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와서 겁난다고 내빼는 건 아니겠지?”

 

 다니엘레는 경멸하는 눈빛과 함께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아냥댔다.

 

 “그동안 시비 안 걸어서 어떻게 버텼나 몰라. 신경 쓰지 말고 짐 정리나 마저 하지? 별 같잖지도 않은 말을···.”

 

 “뭐, 같잖아? 아주 막 나가자는 거냐?”

 

 마지막 말을 들릴 듯 말 듯하게 했지만, 그는 일부러 고의적으로 그렇게 흘렸고 발끈한 시모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장에라도 달려들려는 자세를 취했다.

 

 “너네가 도망 안 간다는 증거 있냐?”

 

 다니엘레는 반박할 말이 충분했지만, 벌레 씹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탁자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미리 받았던 절반의 돈을 거칠게 내려놨다. 그리고는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며 그를 바라봤다.

 

 “됐냐?”

 

 다니엘레는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울리세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순간적인 회의감이 밀려와 그는 얼굴을 구겼다. 내가 이런 부류의 놈들이랑 말을 섞을 입지는 아닌데.

 

 “······고맙다.”

 

 벌게진 얼굴로 시선을 회피하는 울리세를 보며 그는 자신마저 민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됐고···무슨 일이길래 오자마자 나가려고 하냐?”

 

 “정보 좀 얻을 게 필요해서. 여기도 정보단체? 그게 있지?”

 

 “어디에든 있지. 아는 곳이 있으니 따라와.”

 

 앞장서 걸으며 그는 생각에 빠졌다.

 

 ‘정보라···. 그때 따로 물어봤었던 게 그 이유였나? 무엇을 찾고 싶은 거냐···.’

 

 다니엘레는 골목길을 찾아다녔다. 이윽고 어둡고 음침한 좁은 길 하나를 찾아냈고 몇 번의 갈림길을 지나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싶은 정도로 후미진 곳에 있는 작은 가게 앞에 섰다.

 

 “여기인가?”

 

 “그래.”

 

 “금방 다녀오지. 잠시 기다려줘.”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다니엘레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서둘러 종이와 깃펜을 꺼냈다. 두꺼운 가죽 주머니를 열자 깃털은 빛나고 있었다. 서둘러 종이 위에 올려놓자 글씨가 써지기 시작했다.

 

 수도원을 조사했지만, 비협조적이다. 연락이 두절됐던 이를 찾았고 구석에 포박당한 상황이었다는 내용이 쓰어졌다. 그리고 그다음 줄에는 안드레아가 말하길 자기한테 더미드 프라이스가 보냈냐고 물었다 했다.

 

 “더미드 프라이스?”

 

 다니엘레는 힘을 잃은 펜을 잡고 싸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

 

 그는 일단 자신이 얻은 정보를 썼다. 그리고 정보단체에 와서 누군가를 찾는 것 같으며 이곳의 위치를 알려줘 그 정보가 무엇인지 알아봐 달라고 쓰며 더미드와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조사해 달라고 쓰며 마지막에는 이제 다음 행동에 대해 어찌해야 할지에 대해 결정해 달라는 말을 적으며 그는 펜을 놨다.

 

 ‘더미드 프라이스라. 그 사람은 분명 벨한다에 있는 가문의 주인인데···..’

 

 그는 자기가 생각했던 것을 수정했다.

 

 ‘밀림에서 자랐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군. 그럼 그 생물이 아니라는 말이 되겠지. 그럼 벨한다 쪽 사람인가? 그러기에는 이름 자체가 우리나라식 이름이다. 가명은 쓴 건가? 알 수 없군. 정말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건가? 아니, 이건 제외하자. 너무 허황됐어.‘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인간이라는 전제를 둔다면 보여졌던 것들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구나. 이 퍼즐만 맞추면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오래 기다렸지?”

 

 다니엘레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모양새를 취했다.

 

 “누구를 찾는데?”

 

 “아···.”

 

 울리세는 우물쭈물하며 말할까 말까 하더니 결심이 선 듯 입을 열었다.

 

 “내 친동생. 어릴 때 헤어졌거든.”

 

 다니엘레는 선택지를 고르고 골라 질문했다.

 

 “동생 이름이 어떻게 돼?”

 

 “리베리오 모레티.”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그는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역시 딱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어디 있는지 안대?”

 

 울리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더 질문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돌아가는 길에 다니엘레는 침묵이 오래 지속되지 않게 영양가 없는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동시에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갔다.

 

 그로서는 더미드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취한 울리세가 이해되지 않았다. 벨한다에서 시민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수많은 뒷거래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죽이는 일이 꽤 있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다니엘레는 좋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건 소수였고,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데 노력하는 사람으로 비쳐져 일반인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다.

 

 그는 울리세가 자신처럼 더미드의 그런 일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보 길드만큼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고, 국왕이 직접 만든 단체로 힘 또한 적은 곳이 아니었고, 그곳에서 마티아를 제외하고 가장 직급이 높은 그였기에 알 수 있는 얘기였다. 그는 울리세를 흘깃 쳐다봤다.

 

 ‘가문의 자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저녁 무렵이었다. 돌아오자마자 그들은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했고 그동안 씻지 못한 몸과 피로를 탕에 들어가 풀었다. 녹아들 것만 같은 기분을 즐기며 다니엘레는 오고가며 봤던 내부를 상상하며 내심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불만이 생각났다.

 

 ‘누군 뭐 빠지게 일해도 이 모양 이 꼴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뒤나 캐는데.’

 

 방 안에 들어가자 여름인데도 냉기가 도는 느낌이 들어 둘러보니 시모네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모네는 죽일듯한 눈빛과는 다르게 한차례 쏘아보기만 할 뿐 시비를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니엘레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엎어지듯 대자로 누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푹신함이다.

 

 어떻게 빠져나가야할까. 그는 물론 이 전투에 참여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더군다나 울리세에 게 붙어서 더 알아낼 것도, 그럴 건수도 이제 없다. 그는 눈동자를 굴려 울리세를 봤다. 그는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다니엘레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애초에 그도 이 일에 끼어들 이유는 없다. 그가 더미드 말고 이 두 가문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건 그에게도 시간 낭비인 셈이었다. 잠을 자지 않으니 언제 내뺄지 몰라 그는 같이 잠을 안 자야 하나 싶었다.

 

 자정이 넘기까지 자는 척하며 기다린 다니엘레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침대에서 스르륵 빠져나와 아까 챙겨놨던 둘둘 말린 종이와 깃펜과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다행히 안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가죽을 열어 빛나는 펜을 꺼냈다.

 

 ‘탈출로만 확보한 채 최대한 전투의 후미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울리세를 따라가라.’

 

 다니엘레의 입에서 저절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머리칼을 한 움큼 움켜쥔 그는 잠시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말은 쉽지, 진짜.’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쉰 그는 체념한 눈빛으로 말린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그 위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울리세에게 리베리오 모레티라는 동생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보단체에서 동생 말고 더미드에 대해 물어봤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동명이인일 지도 모르니 전부 조사해 줄 것을 요청. 위 동생도 마찬가지.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흠칫 놀란 다니엘레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다시 말고 바지 안쪽에 보이지 않게 넣었다. 그리고는 바지를 추켜 올리는 소리를 일부러 내며 문을 열었다.

 

 “울리세?”

 

 “아직 안 잤나?”

 

 “자다 화장실이 급해서. 넌 안자냐?”

 

 울리세는 잠깐의 간격을 두고 대답했다.

 

 “···나도.”

 

 다니엘레는 얕게 하품을 지었다.

 

 “그래? 여튼 내일 보자고.”

 

 “그래.”

 

 그를 지나쳐가며 다니엘레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끝끝내 참아냈다. 좀 더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운 그는 숨긴 그것들이 잘 있나 바지를 더듬어 확인하고는 울리세가 돌아올 때까지 정신을 유지했다.

 

 울리세는 금방 다시 돌아왔고 자기 자리에 누웠다. 다니엘레는 그로부터 한 시간가량 더 그를 감시하고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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