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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3화.
작성일 : 19-06-06 00:28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8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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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굶주림과 수면 부족이 극에 달할 때쯤 다니엘레는 겨우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전 마을들에 비해 이 도시는 크기부터 남달랐다. 빼곡하게 채워진 건물들이며 길가에 걷는 사람들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수도 월등히 많았다.

 

 

 수도와 비교적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들끓었고, 외곽의 벽은 두꺼운 벽으로 촘촘하고 높게 쌓아 올려져 있었다. 돌바닥은 푹 꺼진 곳이 거의 보이지 않게 잘 닦여 관리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행색 또한 부족함이 없었다. 다니엘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사내의 뒤를 은밀히 쫓았다. 도시에 들어오고 나서 그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정신력으로 겨우 따라다니던 그는 사내가 용병단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곧장 방향을 돌려 음식점으로 향했다. 종업원이 오기도 전에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을 아무거나 여러 개 시켰다.

 

 

 눈치 따위 살피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그는 쏟아지는 졸음에 잠깐 눈 좀 붙일까 했지만 포기했다. 언제 어디로 뿌려질지 모르는 게 용병단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따라 들어가 어디로 빠지는지 확인해야 했다.

 

 

 여관을 빠져나온 그는 곧장 사내가 들어갔던 용병단을 찾아갔다. 도시 안에서도 중앙에 그리 벗어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찾는 사람이 많은지 활성화가 잘 되어 있었다. 입구를 지나 안에 들어가자 역시나 제각기 다른 곳에서 몰려든 전사들로 붐볐다.

 

 

 그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다니엘레의 등장에 많은 사람이 의아함을 가지고 바라봤지만, 관심은 이내 금방 식어버렸다. 역시 마찬가지로 개의치 않아 했던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정면 끝에 있는 장부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장부 관리인을 비롯해 그를 지키고 있는 용병들의 시선은 다니엘레에게 고정되었다.

 

 

 칼밥을 먹고 살았다고 하기에는 근육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고, 귀족처럼 뽀얀 피부를 보며 뒤에 서 있던 용병 중 하나가 나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다니엘레는 무시하고는 관리인을 바라봤다. 관리인은 다니엘레를 위아래로 훑기만 하고 말을 걸지는 않았다.

 

 “좀 전에 들어왔던 사람 있죠? 그 왜 속눈썹 없고 눈 좀 작은 사람. 그 친구 어디로 지원했어요?”

 

 “아트록의 파바르 가문. 친구신가?”

 

 다니엘레는 고개를 까딱 흔들었다.

 

 

 “같은 데로 넣어줘요.”

 

 장부 관리인은 얼굴을 구기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장부를 탁, 덮더니 그를 올려다봤다.

 

 

 “지금 파바르쪽 상황 돌아가는 꼴은 모르진 않을 테고… 돈이 급하면 아는 사람을 소개해 줄 테니….”

 

 “괜찮으니까 그냥 신청해 줘요.”

 

 관리인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주변의 무시에 부아가 치밀었던 다니엘레는 그 모습에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끝끝내 참아내며 그를 마주 봤다. 관리인은 명부에 무언가를 적으며 손가락으로 왼쪽에 있는 휴게실 끝에 서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저쪽에 저 사람 보이지? 파바르쪽 책임자다. 가서 설명 들으면 돼. 내일 바로 출발이니 그렇게 알고.”

 

 다니엘레는 관리인이 알려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리킨 곳은 왼쪽 끝 큰 방이었다. 문 앞에는 한 사람이 장부를 들고 서 있었다. 다니엘레는 관리인이 건넨 종이에 서명하고는 다른 종이와 선금을 받아들고 곧장 끝방으로 다가갔다.

 

 

 입구에 서 있던 사내는 다니엘레가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훤칠한 키에 각진 얼굴에 쾌남형인 사내다. 다니엘레는 시선을 허리로 내렸다. 그가 차고 있는 검은 숏소드였다. 두꺼운 근육에 큰 몸집이 아니었기에 그는 어울린다 생각했다.

 

 

 “이쪽 책임자 이십니까?”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군요. 도착 동안은 제가 책임자니 통솔을 위해 말을 편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 없으시죠? 좋아.”

 

 사내는 몸을 비켜서며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했다. 문을 넘어 들어서자 안이 보였다. 원형 탁자만 다섯 개가 놓여있을 정도로 컸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아 좁게 느껴졌다. 사내는 방안을 둘러보며 다니엘레에게 대충 설명을 해줬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그냥 대장이라 부르라고 했다. 대장이라는 사람은 최대한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상 지는 싸움에 가는 거지. 선전포고한 상황이고, 파바르는 그쪽에 비해 재산, 지위, 심지어 병사 수도 부족해. 그래서 수당도 비싼 거야. 일종의 생명 수당이지. 사망금이나 다름없지만.”

 

 대장은 약간 쓴웃음을 지었다.

 

 

 “뭐, 알고 왔겠지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같이 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사내를 발견했다. 그리고 사내도 시선에 의식해 고개를 돌려 다니엘레를 바라봤다. 아주 잠깐 둘은 눈이 마주쳤고, 다니엘레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빈자리를 찾아갔다.

 

 

 저녁이 될 때까지 다니엘레는 누구하고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만이 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거나 붙임성 좋은 어떤 이는 가만히 있기 불편했는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대화를 나눴다.

 

 

 저녁을 먹고 나자 강행군으로 지쳤던 피곤이 몰려왔다. 다니엘레는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구석을 골라 털썩 주저앉고선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

 

 “야, 일어나.”

 

 언제 잠들었는지 자신도 몰랐던 다니엘레는 몽롱한 상태로 눈을 떴다. 잠을 잤음에도 피로는 전혀 가시지 않고 오히려 쌓인 느낌이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시계를 봤지만, 아직 새벽이었다. 고개를 돌려 깨운 이를 바라보자 마주친 남자는 씩 웃으며 마주봤다. 새벽이었음에도 잠에 들지 않은 사람이 꽤 되었다. 서서히 잠에서 깨자 그는 자신과 사내를 둘러싼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뭐야?”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뱉으며 그는 자신을 깨운 사람을 올려다봤다. 아까 훑으며 봤던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묻어있었다.

 

 

 “뭐긴 뭐야. 신고식이지.”

 

 익살스럽게 웃음을 보이며 남자는 뒤로 물러섰다. 제법 덩치 있는 몸은 그래도 그가 꽤 단련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양팔에는 전투로 얻은 흉터가 군데군데 있었다. 다만 얼굴만은 깨끗했는데, 오랜 시간 햇빛을 봐서인지 많이 그을려 있었고 피부도 푸석푸석해 원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옅은 초록빛의 눈빛만은 전사답게 빛났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그 사내는 다니엘레의 옆에 서 있었다. 상황을 이해한 다니엘레는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려던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을 둘러싼 동료들은 자기들에게 긴장했다고 생각했는지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어리바리한 거 봐라 저거. 저래서 칼이나 휘두르겠냐? 야, 누가 쟤 좀 달래줘라.”

 

 그러자 다른 쪽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 남자가 조금 풀린 눈으로 한발자국 걸어오더니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우리 조카 놀랐어요? 자, 삼촌한테 안겨!”

 

 하지만 다니엘레는 그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쾨쾨한 사내의 옷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그 사내를 바라봤다. 똥 씹은 듯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자기에게 다가온 삼촌 역할을 자청한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웁.”

 

 제대로 맞았는지 남자는 바닥에 몸을 말고 죽어가는 신음을 흘렸다. 왁자지껄했던 주변은 일순간 정적으로 바뀌었고, 표정 또한 하나같이 굳어졌다. 다니엘레가 누워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맨 처음 말을 꺼냈던 사람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돌았나, 어린놈의 새끼가….”

 

 휘두른 주먹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다니엘레의 옆에 있던 사내가 바로 앞에서 그의 주먹을 손으로 잡아챘다. 사내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잡아?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이 짓거리 멈춘다면 놔준다.”

 

 남자는 쌍심지를 켜며 고함을 내질렀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비렁뱅이 새끼 끼워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아주 둘이 쌍으로 기어오르네?”

 

 고개를 홱 돌린 남자는 턱 끝을 까딱 움직였고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일제히 둘에게 달려들었다.

 

 

 “그만!”

 

 누워서 자던 대장은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소리를 질렀음에도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다니엘레는 그야말로 잔뼈 굵은 전사라는 것을 알아챘다. 상황은 그의 말 한마디에 정리됐다.

 

 

 “울리세, 손 놔라. 그리고 시모네 당신도 그만하고. 언제 적 신고식을 하고 있는 거야? 내일 곧장 출발인데 뭐하자는 거야. 이제 분란 일으키는 사람은 명단에서 빼버릴 거니 그렇게 알고 대충 정리하고 끝내.”

 

 그 사내, 울리세는 손을 놨다. 시모네는 아직도 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며 둘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정리하는 틈을 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씹어뱉듯 말했다.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시모네는 거칠게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다니엘레는 자연스럽게 울리세에게 말을 붙였다.

 

 

 “고맙다.”

 

 “그래….”

 

 울리세는 눈에 띌 정도로 귀가 빨개졌고 다니엘레는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

 

 시모네의 두고 보자는 말은 그냥 한 것이 아니었다. 출발 당일 싸구려 장비를 나눠줬는데, 둘에게는 그중에서도 가장 낡고 상태가 안 좋은 것들만 줬다. 거기에 노골적으로 둘에게 음식 배식 순서도 가장 마지막이어서 건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양 또한 적었다. 하지만 둘은 불평불만 따윈 하지 않았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웃기지도 않네.”

 

 배가 고픈 건 어쩔 수 없었기에 허연 국물을 꿀꺽꿀꺽 삼킨 다니엘레는 허전한 배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울리세는 자기 그릇을 그에게 넘겨줬다. 다니엘레는 먹으면서 계속 그를 봤었기에 그것이 손도 대지 않은 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더 안 먹냐?”

 

 “별로 생각 없다.”

 

 그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울리세를 쳐다봤다.

 

 

 ‘왜 어설프지?’

 

 그는 그릇을 건네받고 아까처럼 수저를 사용하지 않은 채 삼켰다. 다니엘레가 느낀 바로 잠깐이지만 이야기를 몇 번 나눠본 게 전부이지만, 말하는 게 아주 어설펐다. 다니엘레는 그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뾰족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울리세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과하거나 부족했다.

 

 

 다니엘레는 빈 그릇을 내려놓으며 생각에 빠졌다. 도대체 뭐야? 어린애가 어른 말투를 따라 하는 것만 같잖아.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나? 어디서 굴러다녔길래? 애초에 밀림에서 자란 건가?

 

 다니엘레는 일단 그가 밀림에 있던 존재라고 가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확신은 하지 않았다.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있었다.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빈 그릇을 옆에 겹쳐 놓으며 지나가듯 물었다.

 

 

 “용병일 한지는 얼마나 됐냐?”

 

 “……몇 번밖에 안 했다.”

 

 “그러면 파바르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른다는 거네?”

 

 “대장에게 들어서 대충은 안다.”

 

 “심심한데 잘됐네. 그렇다면 내가 사건의 정황을 알려줄게.”

 

 그는 일단 가장 먼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잠시 말을 멈추고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파바르에게 선전포고한 쪽은 걸출한 전사를 꽤 배출한 리카르도 집안이야. 아트록에서도 알아주는 곳이지. 그렇다고 파바르가 작은 가문은 아니야. 최근 몇 해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해 이제는 아무나 건드리지 못하는 곳이지. 여하튼 파바르 남자의 딸이 결혼 적령기인데 그렇게 미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다니엘레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보아하니 꽤나 흥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아 그는 주제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지. 대부분 그렇듯 정략결혼을 목적으로. 지금 상승세로 보면 다른 가문에게는 전혀 손해 볼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이득인 부분이니까. 그 연락들 중에 리카르도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고.”

 

 저 멀리서 대장이 정리하라는 말이 들려왔다. 둘은 뒷정리를 하고는 맨 뒤의 열에 섰다. 인원 점검이 끝나자 곧장 출발하기 시작했다. 다니엘레는 앞줄과의 간격을 조금 벌리고는 아까 했던 말을 다시 이어서했다.

 

 

 “그런데 파바르 쪽에서 거절한 거지. 애초에 정치적 견해가 완전 상극이거든. 그래서 그걸 빌미로 리카르도에서 선전포고를 한 거야. 애초에 거절당할 것을 알았던 거지. 항간에서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반대쪽 집안을 견제하려고 명분을 만들었다고들 하더라고.”

 

 “재밌네. 그런 사정이 있는 줄 몰랐는데.”

 

 오랜만에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목이 탄 그는 수통을 꺼내 물을 쭉 들이켰다. 물꼬를 튼 상황에서 침묵이 길어봐야 좋을 것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다니엘레는 서둘러 다른 대화거리를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마시모가 제일이지!”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야. 제일은 역시 메이너드 호프만 아니겠나?”

 

 앞 줄 어딘가에서 누가 더 제일가는 검사인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건 무슨 얘기지?”

 

 처음으로 질문한 것에 놀란 다니엘레는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저 사람들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건데. 정말로 밀림에서 살아왔다는 얘기인가?’

 

 그는 한쪽으로 생각하면서 울리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시모 자니올로, 그리고 메이너드 호프만이라고 현시점 가장 뛰어난 전사로 알려져 있는 두 명이지. 들어본 적 없어? 여하튼 실제로 그들의 실력을 본 사람은 드물지만, 의견은 분분해. 보통은 자기 나라 출신 쪽을 치켜세우는 편이고.”

 

 그는 동료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찾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는 유명한 얘기니까 넘어가고, 네가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아 방금 말한 두 명 말고도 유명한 사람들에 대해 알려줄게.”

 

 “그들 말고 더 있다는 얘긴가?”

 

 “그래. 허버트 워커라고 둘만큼이나 아주 유명했던 전사지. 일당백이라는 소문도 있고 그랬는데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고 해. 워낙에 동료를 두지 않는 편이라 아무도 소식을 모르고 소문만 무성해. 그리고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친구가 있지. 들은 지 오래 되서 이름은 기억 안 나네. 소문으로는 몇년만 지나면 엄청난 전사가 될 거라고 해. 근데 재밌는 건 그 자가 상대를 죽이면 항상 자기만의 흔적을 남긴다는 거지.”

 

 “흔적? 어떤 식으로?”

 

 다니엘레는 손등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검지로 손등을 가로로 그어 보였다.

 

 

 “여기. 여기를 이렇게 그어서 표식을 남기지. 자신감인지 허세인지는 모르겠다만, 평범한 사고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소문으로는 싸우면서 과시하려고 상처를 낸 다음에 죽인 거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지.”

 

 그는 이쯤에서 그만둘까 하다가 좀 더 얘기하기로 했다.

 

 

 “여담으로 하나 더 얘기해주자면, 암살자들 사이에서도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 잠입이나 기척을 지우는데 그만한 자가 없다는 평이 대부분이지. 실력 또한 이름 좀 날리는 검사들과 견줄 정도라 하더군.”

 

 “그 사람은 이름이 어떻게 되지?”

 

 “루도빅. 루도빅 지울리. 그런데 그게 가명이라는 설이 돌아서 실제 이름인지는 몰라. 그냥 다들 그렇게 부르고 알려졌을 뿐이야.”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던 울리세는 덤덤하게 툭 내뱉었다.

 

 

 “아는 것이 많군.”

 

 다니엘레는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니까. 보통 이런 이야기의 출처는 정보 단체원인 사람이 자기가 일하면서 들었던 얘기를 풀어놓으면서 시작돼. 그들은 알고 있는 게 많고, 웬만하면 사실이니까.”

 

 “정보 단체는 또 뭐지? 말 그대로 정보를 수집하는 곳을 말하는 건가?”

 

 그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것으로 그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더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해 준 얘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얘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얘기한 정보 길드.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없을 수가 없는 단체인데 이걸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얻을 걸 대충 다 얻은 그는 그쯤에서 대화를 중단했다. 오래 가지 않아 숲의 좁았던 길이 점점 넓어지더니 언제 도착할까 싶었던 아트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정치싸움으로 아직도 혼란하다는 그곳은 외관으로만 봐도 어딘가 음산해 보였다. 부서지고 금이 간 곳들….

 

 

 마음을 굳힌 와중에 그는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전 마을에서 떨어진 수도원까지 다녀온 것은 무엇을 위함이었을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장로에게 연락을 보낼 때 수도원도 같이 조사해 달라고 했었지만, 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울리세의 얼굴에서 궁금증을 다 해소하지 못한 찜찜함을 발견했다.

 

 

 “네 말대로 그런 곳이지. 그들끼리는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을 소속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돈 주고 파는 곳이야.”

 

 “그렇다면 사는 곳까지 알 수 있나?”

 

 “완전히 정확하게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정보 한에서 최근 어디에 머물고 있다 정도는 알 수 있지. 대신 값은 훨씬 비싸. 지위가 높으면 그보다 더 쳐줘야 하고.”

 

 앞에 가던 사람들이 속도를 늦추더니 이내 멈추었다. 맨 앞에서 걷던 대장은 대열의 중간까지 걸어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여기서 자리 잡고 내일 일찍 출발한다. 그럼 각자 알아서 쉬도록.”

 

 이른 저녁에 쉬었음에도 정리하고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하늘은 어둑해지고 있었다. 다니엘레는 연락이 온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규율상 2인 1조로 움직이는 게 원칙이라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어차피 내일이면 도착할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혼자 있을 시간이 충분히 생길 거라 그는 생각했다. 이제는 연락을 받을 거와 보낼 일만 남았기도 하고 딱히 대화를 할 주제가 없어져서 그는 일찍 자리를 잡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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