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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계림일록 ~난세의 잠룡~
작가 : 태평
작품등록일 : 2018.11.11

어린 여왕이 즉위한 계림은 혼란에 빠져 흔들린다.
이 난세 속에서 반란을 일으킨 진만의 군이 중경으로 향하고,
중경에선 중앙군과 지방군이 합하여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심을 품고 몰래 움직이는 이들이 생기며 혼란은 가중된다.
그러는 동안 중경유수의 딸 박인하는 난세 속에서 미소를 짓는데...

 
04.선기자타(善騎者墮) (10)
작성일 : 19-01-19 22:05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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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한울을 따라 같이 웃어 보이던 박인하는 숨을 고른 후 얘기를 꺼냈다. 자세한 사정은 꺼내지 않았지만 그녀의 얘기에서 언급되는 불청객은 누가 봐도 석지만을 지칭하고 있었다.

  “결국 그 불청객에게 한 방 먹이고 싶다는 거군.”

  “그런 셈이죠.”

  여전히 마땅치 않아하는 미리내에게 박인하는 말을 이어갔다.

  “여전히 제 잘난 줄 아는 그 빌어먹을 녀석에게 한 방 먹여줘야죠. 제게 어디서 감히 협박을 하다니 말이죠. 여기가 금경인줄 아는 모양이더군요. 이곳은 엄연히 중경, 제 아버지인 진경후께서 지휘하는 곳이며, 그 자는 그저 이곳에 지원이나 하러 온 일개 신하에 불가하거든요.”

  “그럼에도 아씨에게 그런 식으로 도발을 했다는 겐가? 거, 아주 맹랑한 친구군.”

  자신의 불쾌했던 감정을 담아 설명하는 박인하의 말에 한울이 웃으며 미리내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어떤가? 우리 귀여운 아씨에게 시비를 거는 그 놈에게 한 방 날려보자고. 그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 아니겠나?”

  한울의 제안에 미리내는 묵묵히 있다가 박인하를 잠시 바라보았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미리내의 시선을 받는 박인하는 미리내의 대답을 기다렸고, 그 옆에 있는 별은 자신이 시선을 받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안해 미칠 지경이었다.

  “어리군.”

  드디어 미리내의 입에서 나온 말에 박인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나이야 당연히 어린 편에 속하죠. 애초에 당신에게 있어 어리지 않은 인간이 있나요?”

  “그게 아니다. 물질적인 나이가 아니라 정신적인 나이 쪽을 말하는 거다.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나 이렇게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군.”

  담담히 미리내가 꺼내는 말에 박인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에 여유로운 척은 다 하고, 실제로 여유롭기야 하나 그 모든 건 네가 특별하다는 생각 아래에서 작용되는 것이겠지. 과거 네가 접한 그 목소리 때문인지, 네 출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넌 스스로를 특별하다 여기고 있다. 겉으론 아니라는 듯 굴면서 말이지.”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미리내가 늘어놓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는 박인하는 입술을 굳게 닫고 있었다. 굳어가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별은 너무 심한 말이 미리내에게서 나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빌기만 할 뿐이었다.

  “네가 그 불청객이라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로 이 곳 중경에서 함부로 나댄다는 것이었지? 넌 이 곳 중경에서 일을 꾸미면서 이를 스스로가 만든 무대라고 칭했어. 이게 뭘 의미하겠냐? 넌 이 중경을 네 영역이라 여기고 있어. 그 영역에서 너는 네 맘대로 무엇이든 하고 싶어하고 있고 실제로 그러고 있지. 그러면서 그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거나 망가뜨리는 이는 불청객이라 여기며 기피하고 꺼리는 중이지. 이건 누가 봐도 어린 아이가 자기 물건을 누가 손을 댔다고 투정부리는 거랑 다를 바가 없어.”

  “그래서 어리다는 건가요?”

  박인하의 물음에 미리내는 대답치 않았다. 허나 굳이 그가 대답치 않아도 이미 나온 말들과 분위기는 긍정하고 있음이 명확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고 여긴 한울이 큰 소리로 웃음소리를 내어 전원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는 일부러 유쾌한 목소리로 미리내에게 말했다.

  “그대가 할 말인가? 모두에게 공용된 이 집에 누가 오는 걸 모두 마땅치 않아하고 있잖는가.”

  “엄연히 여긴 내 집이고, 공용하라고 한 적도 없어. 어느샌가 네놈들이 멋대로 와서 눌러앉거나 출입하는 거지.”

  “그게 그거지. 뭐라 제지한 적이 없는 시점에서 그게 그거 아닌가?”

  유쾌하게 한울이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으나 여전히 박인하의 표정은 어두웠다. 여러모러 걱정만 가득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별을 보곤 미리내가 다시금 박인하에게 말을 건넸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네 나이를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아니, 인간이라면 다들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인간의 예절이니 하는 건 잘 알지는 못하나 남의 집에, 그것도 개인의 방이라는 중요한 사적 영역에 멋대로 침입하여 제 할 말을 늘어놓는다는 건 분명 버릇없다고 할 일일 터이니.”

  박인하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미리내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다만 이것 하나는 잘 알도록 해라. 네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아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어른들의 보호를 받도록 해라. 타인의 도움을 받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네 나이를 생각하면 정상적인 거지.”

  “뭐, 나 같은 노인네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니 말이지.”

  “네놈의 예는 이 상황에서 적합지 않으니 입 다물어.”

  “너무하지 않은가.”

  미리내와 한울이 티격태격 거리기 시작한 와중 박인하는 말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 별로선 미리내의 말을 듣고 앞으로 얌전히 있어줬음 하는 게 바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던 중 박인하는 짤막한 인사말을 남기고 별과 오무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박인하 일행이 떠나자 미리내와 한울도 티격태격 거리던 것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 참, 기운 넘치는 아가씨에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저건 지나치게 기운이 넘치는데다가 이상한 방향으로 넘치는 녀석이다. 오히려 이쯤에서 좀 얌전해질 필요가 있어.”

  “그래서야 다른 규중의 여식들과 다를 게 뭔가.”

  “굳이 달라야할 필요는 없지.”

  미리내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설래설래 흔드는 한울이었다.

  허나 미리내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님을 한울은 알고 있었다. 박인하의 행동은 그녀의 입장을 고려해 본다면 후폭풍이 보통이 아님은 명확했다. 그녀가 언급하며 이루고자 하는 무대는 분명 큰 혼란을 부를 게 자명했다. 중경의 힘을 약화시키어 여러 세력이 충돌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행동은 평시에도 문제일 터이지만 지금과 같은 난세에는 더더욱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유로워 보이며 그녀 자신과 스스로의 주변이 입을 피해는 눈곱만큼도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한울로선 그러한 박인하의 일련의 행동들이 어린 아이의 장난처럼 귀여워 보였으나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을 일임이 분명했다. 그 점을 고려해본다면 박인하가 여타 규중의 여식들처럼 얌전하게 지내는 게 중경, 더 나아가 이 나라 계림에 이득을 주는 것임이 분명할 것이다.

  “역설적이군. 인간이 아닌 자네가 인간을 가장 먼저 생각하다니.”

  “인간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지.”

  “자네 입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허나 틀린 말은 아닐지도.”

  평소처럼 시원하게 웃어 보는 한울이었으나 그의 웃음에는 뭔가 씁쓸함이 배어있었다. 미리내는 그런 한울을 잠시 지켜보다가 무언가 떠올리고는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어제 하늬언덕을 갔었다고?”

  “아, 그렇네만.”

  “가서 정도령을 입에 담았다고? 저 소녀가?”

  “거기에 묘하게 싸움을 걸었지. 그러고 보니 저 아가씨가 말한 불청객과 비슷한 행동이었군, 그래. 허허허허.”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한울과 달리 미리내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하필이면…….”

  “그래도 정도령이 그리 경거망동을 할 이는 아니지 않은가.”

  “그 녀석은 그렇지. 그보다 어떻게 저 소녀는 정도령을 아는 거지?”

  “내가 알려주었네만?”

  “이봐!”

  미리내의 호통에도 한울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 특히 그것이 얼마나 큰 혼란을 부르고 자신을 귀찮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내는 머리가 지끈 거리는 걸 느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게야.”

  “글쎄 왜 일까?”

  한울은 박인하 일행이 나간 문 쪽으로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나도 그런 혼란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은 미리내에게 한울은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또는 그것이 천명이라는 것일지도 모르지. 아마도, 어쩌면 자네도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군.”

  장난끼가 서려 있는 한울의 미소를 마주하며 미리내는 이를 빠득 갈았다.

  “바로 그게 싫다는 거야. 나는 말이지!”

 

  “허나 싫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아가……, 아니 인하…야?”

  이제 막 부적의 힘으로 그녀들의 존재를 감추는 연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도 확인한 별이 조심스레 박인하를 불러보았다.

  “그래, 미리내의 말이 맞아. 난 아직 어려. 그리고 지금 내가 석지만에게 화가 난 것도 내 것에 손을 댔기 때문이라는, 어린 애 같은 사고방식에 의한 것일지도 몰라. 아니, 분명 그렇겠지.”

  “꽤나 쉽게 수긍하시는군요.”

  이미 가면의 형태로 돌아간 오무의 말에 박인하는 긍정했다.

  “부정할 일은 아니지. 사실은 사실이야. 다만………, 그래. 어린 애라……. 어린 애는 어린 애 답게 굴어야 한다 그거지?”

  미리내가 했던 말을 곱씹어 보는 박인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건 타인에게 보여주는 여유 넘치는 미소도, 별에게만 보여주는 어리광 부리는 미소도 아니었다. 섬뜩하다는 표현이 그토록 잘 어울리는 미소가 박인하의 입에 띄어져 있었다.

  “그래, 천명이란 건 때가 되면 내려오는 거야. 인위적으로 어떤 행동을 벌인들 때가 되지 않으면 천명을 받은 용이 등장할 리는 만무하지. 반대로 말하자면 때가 된다면 어떤 행동을 벌이지 않더라도 용은 등장한다. 그럼에도 나는 무대를 만들었어.

  왜냐고?

  미리내가 말한 그대로야. 내 뜻대로 하고 싶었거든. 내가 천명을 가진 용이 승천할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지. 사실은 내가 용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야. 나 스스로 용이 되고자 무대를 만들려고, 내가 용임을 증명하는 무대를 만들려고 한 것이지. 내 입으로 다른 이들 중 용이 될 가능성을 가진 이들이 있다고 말을 했지만 실제론 나 이외의 용이 될 가능성은 부정하고 싶었던 거야.

  아니, 부정하고 싶었어. 그래서 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혼란의 한가운데에 불러들여서 내 영역이 중경에서 모두 땅바닥에 떨군 뒤 유일한 용이 되려고 했던 거야.”

  “이, 인하야…….”

  “아가, 씨?”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묻지도 않은 말은 그녀는 계속 입에 담았다. 별도, 오무도 그런 그녀를 제지치 못하고 그녀의 기세에 눌려 잠자코 듣고만 있어야 했다.

  “그래, 어린 애. 난 어린 애야. 그렇담 어린 애 답게 내 맘대로 굴어주지. 도움을 최대한 받으면서 이 중경에 어리광을 부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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