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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2장 여배우의 적 (16) 유리
작성일 : 16-09-26 04:23     조회 : 421     추천 : 0     분량 : 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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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여배우의 적(16) 유리

 

 이들의 사랑은 단원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사랑은 축복이 아니라 추문으로 다가 왔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를 좋아해 받자지?”

 

 “곧 동경에서 결혼하기 위해 돌아온다며?”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니?. 그것도 동경 유학을 마친 권세 있는 부잣집의 외동딸 이란다. 그녀의 이름이 장세숙이라는 것 까지... 이런 귀띔을 해준 건 신입단원으로 입단한 복혜숙 이었다.

 

 그런 소문을 듣고도 월화는 두렵거나 겁나지 않았다. 나에게는 지금 현재의 사랑이 중요하다. 그 사람은 지금 이 시각에도 날 사랑하고 있고 나 역시 그 사람을 사랑한다. 더 이상 뭐가 겁날 것인가?

 

 그런 두 사람의 사랑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어온 건 뜻밖에 이서구 이었다. 저녁 공연이 끝나자 서구가 월화에게 할 말이 있다며 극장 옆에 있는 한 카페로 불러냈다.

 

 “제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그냥 같이 차나 한잔 마시려고?”

 

 서구는 당황하며 얼른 여급을 불러 차를 주문한다.

 

 “뭘 마실까? 난 커피.”

 

 “나도 같은 걸 마시겠어요.”

 

 커피가 나오는 시간이 지루하도록 그는 말이 없다. 분명 용건은 확실한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그 자신도 난감한 모양이다.

 

 “하고 싶은 말이 게시면 다 하세요”

 

 “역시 월화는 화끈해서 좋아.. 모든 세상 여자들이 귀양만 같다면 세상은 정말 천국 일거야 하하...”

 

 사람 좋은 서구는 막상 할 말을 못하고 괜한 말을 해댄다.

 

 “용건을 말하시라니까요?”

 

 “저... 잘 알고 있겠지만 승희 이야기 인데...”

 

 “승희씨가 어쨌다는 거예요?”

 

 “이제 그만 승희를 놔 줘..”

 

 “뭐라고요? 겨우 하고 싶은 말이 그것이었나요? 그리고 뭘 놔줘요? 누가 잡았나요?”

 

 월화는 속사포처럼 쏘아 대었다. 그런 월화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짙던 서구도 이왕 말을 꺼냈으니 끝을 보겠다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알다시피... 승희에게는 약혼녀가 있잖아?”

 

 “그래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 사랑한다며 나를 꼬여 내었나요.”

 

 “솔직히 승희에게만 잘못이 있는 게 아닐 텐데...”

 

 “그럼 내가 그를 유혹 했다 그 말인가요?”

 

 “누가 누구를 유혹했든 누가 누구를 사랑했든 그게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야기 된다는 것이지.”

 

 “그건 우리 두 사람 문제예요. 서구씨가 나서서 말할 게재가 못되죠. 물론 친구인 승희 씨의 부탁을 받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승희가 괴로워하고 있어. 그 친구는 그런 괴로움마저도 스스로 감당치 못한 사람이라는 걸 월화도 잘 알 텐데..”

 

 “그래서 울기라도 한답디까? 가서 전해요. 난 절대로 이 사랑을 포기 할 수 없다고..”

 

 그러자 서구가 간절한 눈빛으로 월화를 바라보더니

 

 “난 월화와 연극을 계속 하고 싶을 뿐이야. 그건 극단 단원들 모두의 바람이야”

 

 ‘아니? 내가 승희와 사귀는 것과 연극과 무슨 상관이 있담 말인가? 나뿐이 아닌 남들도 막 뒤에 숨어 사랑을 나누지 않던가? 김명순의 애인도 고등 재판관이며 주지사 역을 맡은 마슬렌니코프의 임노월이 아니던가? 임노월 그 사람은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라던데?’

 

 그런데 왜 두 사람의 사랑만 금기 하는지 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급에 의해 테이블에 놓인 두 잔의 찻잔은 누구의 입도 대지 않은 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월화는 더 아상 서구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카페를 뛰쳐나왔다.

 

 사랑이란 별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좋고 그 사람 역시 내가 좋고 그래서 맺어지는 단순한 행위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사랑의 행위에 조건과 수식을 붙쳐 복잡하게 만든다. 난 지금 이 순간도 그를 사랑한다. 그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싶다. 그 이상 복잡한 것은 싫다. 월화는 다시 공연이 끝난 불 꺼진 극장 안으로 찾아 들어 갔다. 역시 승희는 무대 뒤 막 뒤에 홀로 서성이고 있었다.

 

 월화가 다가가자 승희는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릴 뿐이다. 그러더니 겨우 입을 연다.

 

 “미안하오.”

 

 “미안하다니? 뭐가요?”

 

 “내 언젠가 말 하려 했지만 용기만 없어 말하지 못했소.”

 

 “그럼 지금 다 말하세요.”

 

 “그녀와 나는 서로 집안이 맺어 준 사이라오. 물론 그녀도 나도 서로 장래를 약속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럼 이제 어떡하고 싶어요?”

 

 “미안하오!”

 

 “미안하다는 말은 나와 관계를 끊고 싶담 말인가요?”

 

 “...........”

 

 더 이상 승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무언의 표정에서 월화는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 그는 겁에 질려 있다. 곧 그녀가 돌아온다니 이 부질 없던 사랑이 들통 날 경우 그녀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월화가 어떻게 행동 할지 그게 무섭고 겁이 난 승희 이었다. 다음날부터 승희와는 서먹한 관계가 시작 되었다.

 

 월화는 무대 위에서 대사도 더듬고 동선도 재 멋대로 였다. 결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무대에만 서면 다리에 힘이 없고 쩌렁쩌렁 극장 전체를 울리던 목소리도 작아진다. 그런 월화의 행동에 당황하는 것은 승희이다. 그러나 그저 월화의 눈치나 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뿐 그 어떤 주장이나 말 한마디가 없다.

 

 그러면서도 막은 오르고 관객들은 월화를 보겠다며 더욱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이제 연극공연도 마지막 공연으로 다가왔다.

 

 이 공연의 마지막 저녁공연이 시작 되는 날, 승희의 약혼녀라는 그녀가 경성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극장으로 찾아 왔다. 연극이 끝나고 분장실로 들어서는 그녀를 본 순간 월화는 눈을 의심 했다. 설마 그녀 일 줄이야.

 

 세상이 이렇게도 좁담 말인가? 그녀는 바로 극단 여명 시절의 그 도도하고 대단한 유리 이었다. 유리가 먼저 월화를 알아보고 밝게 웃으며 다가온다.

 

 “오랜만이다! 정숙아?”

 

 “그럼 네가 장..세숙? 그럼 유리라는 이름은?”

 

 “응..한 때 그런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었지.. 연극계의 스타로 대성할 이름이라고 작명가에게 거금을 주고 지은 예명인데 아무래도 그 작명가가 엉터리 이었던 모양이야 호호-”

 

 그녀는 웃음 역시 자신감에 충만한 교만한 웃음이다. 도리어 서먹한 것은 월화이었다. 그런 두 사람 곁으로 승희가 다가오며

 

 “두 사람이 아는 사이던가?”

 

 참으로 신기하다는 듯 두 여자를 번갈아 본다.

 

 “예전에 잠깐!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고.”

 

 유리가 그렇게 말하자

 

 “나 역시.”

 

 월화도 따라 비웃음을 연기처럼 능숙하게 해 냈다. 그녀가 싸늘한 칼눈이 되어 월화를 노려본다. 분명 뭔가 눈치를 챈 것이 분명하다. 경성 역으로 마중을 나간 승목이가 뭐라고 귀띔을 하였을까? 아니면 그녀와 친한 김명순이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근사치는 여자의 육감이라는 거다. 그녀는 남보다 본능적으로 더 강한 육감으로 두 사람의 사이를 알아채고 말았다. 그녀의 눈빛이 더욱 싸늘하게 월화를 바라본다. 월화 역시 그녀를 지지 않겠다는 듯 노려보았다.

 

 극단의 단원들은 이미 월화의 성격을 아는지라 슬그머니 자리들을 피하고 만다. 가장 난처한 것은 두 여자 사이에 서 있는 승희이다. 서로의 눈싸움이 잠시 동안 계속 되었다. 그러나 유리의 저 금강석처럼 현란한 시선에 월화의 눈은 그만 온통 시야가 흐려지고 만다. 월화는 그녀와의 시선 싸움에 패배자가 되고 말았다. 월화가 시선을 떨어뜨리자 유리는 더욱 경멸의 미소를 보내온다.

 이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승희는

 

 “자! 여행하느라 피곤 할 텐데 집에 가 좀 쉬지 내가 바래다줄게.”

 

 서둘러 미처 분장도 지우지 않은 채 유리의 어깨를 감싸며 분장실로 나섰다. 유리는 월화를 돌아보며 마지막 한 마디를 한다.

 

 “이제 연극도 끝났으니 두 사람 만날 일이 없겠네.”

 

 월화와 승희를 번갈아 바라보며 마지막 도장을 찍듯 말한다.

 

 월화는 멍하니 사이좋게 분장실을 빠져 나가는 두 사람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단원들은 쫑 파티를 하겠다며 중국 요릿집 열빈루로 우르르 몰려 나가고 모두가 떠난 텅 빈 분장실에 월화는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자신도 모르게 두 눈에 핑 눈물이 고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유리가 앞에 있는 듯 입을 연다.

 

 “너는 운이 좋아서 좋은 부모 만나 동경 유학도 가고 좋은 약혼자도 만나 참 좋겠다. 그래 너의 행복을 위해 내가 물러 나 주는 게 원칙이겠지..”

 

 그렇게 말은 하나 속은 더욱 상한다. 맨 손으로 눈물을 훔쳤으나 마음 밑바닥에 커다란 돌멩이가 가라 앉아 있는 듯 무겁기만 하다. 그 무게 때문에 도저히 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겨우 분장실을 나서려는데 페인트 투성의 석영이가 들어온다. 뭔가를 가지러 들어 온 모양이다. 석영은 월화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왜 쫑 파티에 안 가셨소?”

 

 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묻는다. 월화는 돌연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때요? 한번 부르주아 도련님의 애인을 가로 채 보지 않으실려우?”

 

 돌연, 석영은 정색을 하며 입을 연다.

 

 “원 세상에... 이미 소문이 다 나아 버린 여자를 낸들 어쩌란 말이요? 어디 승희 뿐이요 그 왜놈 촬영기사는 어디다 두고?”

 

 ‘이런... 또 그놈의 왜놈 촬영기사라니?’

 

 석영은 요즘 영화판을 기웃거리더니 별 시답지 않은 얘기까지 다 들은 모양이다.

 

 “흥...별걸 다 알고 있으니 먹고 싶은 것도 많겠수?”

 

 월화는 석영을 흘겨보며 어깨가 달듯 말듯 스치곤 분장실을 나섰다. 극장을 빠져 나가려다 걸음을 돌려 어두운 무대의 막 위로 가보았다.

 이제 이 극장도... 무대도... 부활도... 카츄사도... 그와의 사랑도...모두 끝났다. 내일이면 또 다른 나의 생이 펼쳐지겠지...

 

 월화가 돌아서 무대를 나가려는데 다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어미 고양이가 아니고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다. 막 뒤 깊숙이 가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어미를 잃고 애처롭게 울고 있다. 아마 어미 고양이가 이사를 가면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잃어버리고 간 모양이다. 그녀가 새끼 고양이를 안아 들자 마치 제 어미처럼 품안에 안겨 온다. 월화는 그렇게 새끼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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