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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분노거래소
작가 : 순둥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상대방에게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오늘날의 현대인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당신의 분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분노거래소] R10: 계약 - 분노거래소
작성일 : 18-12-31 22:41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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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하겠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과연 이것이 잘 한 일일까.

 

 “계약서입니다.”

 

 낡은 양피지로 되어 있는 한 장의 계약서. 양피지 특유의 퀴퀴한 냄새. 거기에 적혀진 내용은 무척 짧고도 간단하였다.

 

 - 본인은 명시된 규정을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전부 확인하였으며 해당 분노를 판매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

 

 “주민등록증 확인 끝났습니다. 밑에 서명하는 칸이 있으니 서명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무 손이나 상관없으니 제 앞으로 내밀어 주십시오.”

 

 갑자기 손은 또 왜. 설마‥

 

 “자른다거나 상해를 입히려고 내밀어 달라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의식을 위해서요.”

 

 찜찜하다. 의식이라니. 계약을 끝내려면 별 수 없지.

 

 미스터 마에게 오른 손을 내미니 한 손으로는 검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단도를 세게 쥐더니 이내 살짝 베어 버린다. 검붉은 핏방울이 계약서 위에 소낙비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당신. 진짜 뭐하자는 거야.”

 “당황스러우시겠지요. 하지만 이로서 우리의 계약은 완벽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피로 맺어진 계약, 쉽사리 깨지기도 어렵지요. 그만큼 규정을 어겼을 시의 리스크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험이라 생각하십시오. 당신과 날 지켜줄 신뢰와 보호의 증표랄까. 하하하하.”

 

 아픈 건 둘째 치고 기분이 너무 나쁘다. 아까부터 계속 나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저 말투와 태도.

 

 “이제 다 된 겁니까?”

 “네, 아 혹시 주민등록증이나 본인의 신분을 증명할 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잠시 제게 주십시오. 아, 이건 가요?

 다시 보니 사진 보다 실물이 훨씬 나아보입니다. 외모와는 다르게 꽤 어린 편에 속하군요.”

 “확인 다 하셨으면 그만 돌려주세요. 가도 되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몇 가지 사항만 더 전달해드리지요. 판매한 분노는 내일 안에 거래소에 등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몇 몇 구매자들에게 개별연락을 취할 거고 그들 중에서 당신의 분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 할 생각입니다. 당신은 죽을 때 까지 결코 오늘 판매한 분노를 가져서도, 이야기해서도 절대 안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규정을 어겨 발생되는 피해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지지 않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반드시 지킬 겁니다.”

 “협상이 성공적이어서 분노가 판매되면 거래가 완료되었다는 증서를 드릴 겁니다. 그 증서와 함께 판매대금도 지급될 것이고요. 끝입니다.”

 

 석연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의심해봤자 달라질 건 없다.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그럼 판매되는 대로 연락 주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조만간 또 뵙죠. 하하하하”

 

 누가 또 볼 줄 알고. 증서하고 돈만 받으면 그걸로 끝이야.

 

 “참, 혼자 나가셔도 상관없겠지만 아직 이 거래소 구조에 대해 잘 모르실테지요. 괜찮다면 저를 따라 오시겠습니까? 출입구까지 안내해드리지요.”

 

 그를 따라 말없이 사무실에서 1층으로 내려간다. 어둠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한 결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1층에 다 내려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금이 간 전신거울을 쳐다봤다. 거기에 비친 건 내 모습이 아닌 긴 생머리의 여자모습. 머리카락이 얼굴을 깊게 가려 그녀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으나 고개를 숙인 걸로 봐서는 기분이 좋지 않는 것 같다.

 

 일반인들이라면 이 상황에 소리를 지르거나 놀랐을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이 비춰졌다는 것은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다. 친숙해. 무섭지가 않아. 오래된 연인이나 친구를 만난 것처럼 포근한 이 느낌. 이내 발길을 돌려 그를 따라간다.

 

 그녀가 누군지 그에게 묻고 싶었지만 참는다. 분명 그와 관계가 있을 테지만 나와는 상관없으니까. 내 눈앞에 보이는 녹슨 철문. 다 왔다. 땅거미가 어둑어둑 졌다. 너무 오래도 있었나보군.

 

 “살펴 가십시오. 저는 이만.”

 “잠깐만요.”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묻고 싶지 않았는데.

 

 “거울 속에서 어떤 한 소녀를 보았습니다. 검은색 긴 생머리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혹시 아십니까?”

 

 미스터 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긋이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부담된다. 마치 동네 말썽쟁이가 평소 흠모하던 여 선생님과의 단 둘의 면담 분위기처럼 말이다. 이 자리를 어서 뜨고 싶다. 괜히 말을 꺼냈다. 대충 얼버무리고 집에 가자.

 

 “아, 아닙니다. 제가 잘못본거 같네요. 연락 주십시오.”

 

 여전히 나를 응시하는 그의 모습을 애써 외면한 채 음지에서 양지로 발을 내 딛는다. 조금씩 빨라지는 걸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잊고 싶다. 오늘 일을. 무심한 저 달이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는 것 같다. 곧 후회할 거라면서.

 

 ※ 분노거래소 Step 10 : 분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소위 “재력가”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분노거래소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또한 분노는 무형의 자산으로 분류되어 취급되어집니다. 분노를 많이 거래하고 또 습득하면 할수록 짙은 갈색 오오라가 거래자들끼리는 보일 수가 있습니다. 오오라의 영향은 아직 밝혀진 점이 없습니다. 판매 후기는 안 쓰셔도 됩니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과연 거기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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