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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분노거래소
작가 : 순둥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상대방에게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오늘날의 현대인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당신의 분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분노거래소] R5: 매뉴얼, 갈등, 분노거래소
작성일 : 18-12-31 22:37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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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파에 앉아 그가 가져온 자료들을 찬찬히 훑어본다. 분노를 거래하는 방법과 그 목적에 대해 적혀진 작은 매뉴얼 한 권. 복잡하게 설명된 내용과 사무적인 어투는 사이트 회원가입 시 긴 개인정보 관리방침 및 규정을 주의 깊게 읽지 않는 것처럼 보기 싫어진다.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또박또박 읽으셔야 될 겁니다. 예전 제가 아는 손님 한 분은 규정을 다 읽지 않고 성급하게 거래한 나머지 평생을 고통 속에 몸부림 쳐 살았거든요. 하하하하”

 

 미스터 마가 비아냥거리면서 말한다. 미친놈. 남들이 들으면 심각하고 위험한 이야기를 그는 마치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하긴. 여기로 온 나도 똑같은 미친놈이겠지만.

 

 매뉴얼의 마지막 부분인 주의사항을 읽던 도중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뭐, 전부 다 특이하긴 했지만.

 

 - 자신의 분노를 팔고 난 뒤에 다시는 그 분노를 가질 수가 없으며 또한 판매한 분노에 대하여 타인에게 이야기했을 시 발생되는 모든 피해는 판매자 책임입니다. -

 

 분노를 가질 수가 없다? 그건 또 무슨 말이지. 그리고 왜 주의사항에 있는 규칙들 중 항상 마지막 문구를 ‘발생되어지는 모든 상황이나 피해는 판매자 책임입니다’ 라고 한 걸까. 궁금함을 참지 못해 그에게 물어본다.

 

 “저기요. 주의사항의 마지막 문구를 보면 ”모든 상황이나 피해는 판매자 책임입니다“라고 적혀있던데 어떠한 상황이나 피해가 발생된다는 거죠?”

 

 한참동안 그는 아무 말이 없다가 천천히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나지막이 말한다.

 

 “그거는 겪어보면 알겠지요. 저도 규칙에 얽매여 있다 보니 이 점을 손님께 알려드릴 수 없다는 점,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아까 제가 말씀드린 걸 잘 기억하십시오. 무엇이든지, 그 어떤 일이든지 순리대로 행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 법입니다.”

 

 섬뜩한 내용. 그러나 나는 두려움보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규정을 어길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용한다면‥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매뉴얼을 다 읽고 미스터 마를 쳐다본다. 계약서를 유심히 보고 있는 미스터 마. 그의 얼굴은 초상화에 그려있던 지난날의 젊었던 그와는 전혀 달라보였다.

 

 “매뉴얼을 다 보셨다면 이제는 계약의 첫 번째 단계로 상담에 들어가지요. 참, 미리 말씀드리는 데 자신의 분노가 얼마만큼 있는 지, 또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지는 지금 단계에서 행해질 상담과 그 다음 단계인 평가에서 파악되어 집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손님께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될 거라 감히 말씀드리죠. 다만 절대로 계약이 끝날 때까지 제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럼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없을뿐더러 값어치도 떨어지거든요. 이미 분노를 팔러 이곳에 오신 것이니 지금부터는 제 말에 무조건 따라주셔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갈등된다. 막상 분노를 팔겠냐는 말을 직접 들으니 머릿속이 혼잡해진다. 사실 분노거래소에 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지 진짜로 내가 가진 분노를 팔러 온 것은 아니다. 또한 곳곳에서 풍겨오는 건물과 중개인의 인상이 나를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게 만들 정도로 괴이하고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흥분감과 불안감에 대한 기대가 함께 동반되어 나를 지배하는 건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과연 나의 분노를 어떻게 평가하고 판다는 것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심호흡을 크게 한다. 그리고 작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난 대답한다.

 

 “동의합니다.”

 

 무슨 변화가 일어 난걸까. 아니면 이러한 상황에 압박당한 나머지 긴장을 느낀 내 감정 때문 일까. 아까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것이 안도감인가? 난 도대체 무엇을 안도하는 거지

 미스터 마가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일어서며 말한다.

 

 “아주 좋습니다. 오랜만에 받는 손님인데 시원스럽게 바로 동의해주시니 이 미스터 마, 너무 기쁜 나머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주 좋은 분노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인데요. 흐흐흐. 잠시 쉬지요. 손님에게 제가 아끼는 차를 대접해 드리고 싶군요. 상담은 마시면서 천천히 진행하겠습니다.”

 

 잘 한 선택인지 모르겠다. 그저 빨리 계약을 마치고 이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뿐이다. 괜히 잘 못 되면 어떡하지? 일단 가는 데 까지 가보자. 별 거 아닐 거야.

 

 미스터 마가 작게 흥얼거리면서 찻잔이 올려 진 은빛쟁반을 가져온다.

 

  ※ 분노거래소 Step 5 : 분노를 평가할 때에는 판매자의 분노의 수량과 그 특성, 그리고 기존에 팔렸던 분노들과 중복되어지는 여부를 판단합니다. 사람의 공통적인 분노의 종류를 제외한 이미 팔렸던 다른 분노들과 중복되는 경우 판매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발견되어진다면 중개인의 재량에 따라 그 자리에서 중복된 분노가 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참으로 달콤한 독이야. 맛보지 않고 지켜만 보았을 때는 그것이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이거든. 그런데 그것이 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맛을 보고 난 뒤라는 거지. 뒤늦게 후회하고 상처받는 감정, 그것이 바로 사랑.』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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