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현대물
분노거래소
작가 : 순둥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상대방에게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오늘날의 현대인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당신의 분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분노거래소] R8: 상담 - 욕망, 분노거래소
작성일 : 18-12-31 22:39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396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제 상담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군요.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진행하지요. 세 번째 주제는 바로 『욕망』입니다. 질문은 딱 한 가지만 드릴 겁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당신에게 5장의 색깔카드를 드릴 겁니다. 그 중에서 한 장 뽑아주시되 제게 보여주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색깔과 연관된 본인의 가장 강한 욕망을 떠올리십시오. 떠올리셨다면 제게 카드를 주고 바로 상담을 진행하지요. 시간제한은 없으니 부담 없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하하하하“

 

 지쳤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다. 더구나 이것은 일종의 심리테스트이지 않은가. 어렵진 않으니 우선은 저 노인네의 장단에 맞추어주자.

 

 미스터 마가 소매에서 카드뭉치를 꺼낸다. 붉은색 타이모양의 카드들. 전부 뒤집혀져 있어 어떤 색깔들이 있는지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다시 보니까 주로 왼손으로만 물건을 건네주는 것 같던데 오른손은 왜 잘 안 쓰는 거지? 하얀 장갑을 끼고 있어 오른손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다. 분명 세월의 흔적과 상처들이 깊이 베여있는

 왼손이랑 별 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관심두지말자.

 

 “5장의 색깔은 랜덤입니다. 중복되는 색깔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럼 5장의 카드에서 한 장 뽑아주십시오.”

 

 카드게임에서 선공을 결정하는 것 마냥 저절로 긴장된다. 떨리는 손으로 가운데 카드를 손으로 집는다.

 

 “좋습니다. 뒤집어서 보시지요. 그리고 떠올리십시오. 강렬하고 끔찍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환상적인 욕망을” 미스터 마가 조금 흥분하며 말한다.

 

 무심결에 뒤집어본다. 검은색. 그것도 진한 검은색.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검은색하면 흔히 떠오르는 욕망이라‥어둠. 탐욕. 또 뭐가 있을까. 하지만 그것들은 너무 흔해. 강하면서도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욕망. 바로 성욕. 해갈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욕망.

 

 “이제 카드를 제게 주십시오. 무언가 떠오른 게 있습니까?” 그가 호기심 띈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예. 그러나 좀 의외라‥”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필연도 있지만 우연도 함께 존재한다고 하지요? 어디보자. 당신이 고른 카드의 색깔이‥잠깐, 검은색?”

 

 갑자기 안색이 변한 이유가 뭘까. 검은색이 뭐 길래 저리 호들갑이냐고.

 

 “왜 그러시는지‥무언가 안 좋은 의미라도 담겨있나요?”

 “제가 가진 색깔카드에는 검은색이 없습니다. 아니 지금은요. 예전에는 있었으나 그녀가 가지고 가 버렸죠.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당신과 비슷하다는 그 사람 말입니다. 참고로 검은색은 쉽게 나올 수 있는 색이 아닙니다. 그리고 검은색을 뽑은 사람은 꼭 끝이 좋지 않다는 불문율이 있지요. 뭐, 믿고 안 믿고는 당신 마음이지만”

 

 웃기는군. 난 또 뭐라고. 그보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야. 만나보고 싶다.

 

 “그렇군요. 이제 제가 떠올린 욕망에 대해 말해도 되겠습니까.”

 “아아, 말하시지요. 이렇게 귀인을 몰라 뵙게 되어 송구스럽사옵니다.”

 

 미스터마가 비꼬는 말투로 나를 자극한다. 설사 진심이더라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성욕입니다.”

 “뭐라고요?”

 “제 안의 잠재되어있는 내 욕망을 검은색과 결부시켜 생각해보았습니다. 여러 이미지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더군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았습니다. 겹겹이 쌓인 벽들과 장애물들로 인하여 뚫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 한 꺼풀 제 가식을 던져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니 지금 강하게 드는 욕망은 이거 하나였습니다.”

 

 한심하다는 그의 눈빛.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뗀다.

 

 “마치 애들 성교육시간이 된 것 같군요. 저도, 당신도 남자로 태어났으니 기본적으로 성욕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그 성욕이 너무 강하게 나타난다면 흔히 말하는 『성 범죄자』가 되는 거고요. 어찌 보면 그들은 불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어느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차마 행동으로 실행하지 못할 성적인 행위들을 그들이 대신 실제로 보여줌으로서 대리만족을 시켜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왜 AV(Adult Video)가 있는 것이고 사창가나 불법퇴폐업소가 있는 것일까요.

 

 욕망은 원초적인 본능입니다. 부끄러워하실 필요도 없고요.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 점은 분명히 알아두십시오. 성욕이 나왔다는 것은 당신도 잠재적인 성 범죄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아니더라도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성의 노예가 될 가능성도 다분히 있고요.”

 

 틀린 말은 아니다. 내 나이대가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오히려 요즘 들어서는 어린 나이부터 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잘못된 행위들을 자행한다고 들었다.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정립과 혼란. 그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라. 그렇지만 조금은 부끄럽다. 살면서 야한 생각이나 성욕을 가진다는 거 자체를 부정해왔었으니까.

 

 “뭐, 좋습니다. 어찌됐건 당신의 분노가 성욕에도 기인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진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재미있군요.”

 “그 여자의 욕망은 무엇이었나요.”

 

 나도 모르게 다급해진다.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한다. 나와 그녀와의 연관성을.

 

 “굳이 알고 싶다면 말해드리지요. 그녀의 가장 큰 욕망은 허무였습니다.”

 “허무?”

 

 당황스럽다.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네. 허무요. 무의 공간. 암흑의 세계. 그녀는 살면서 그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도 않았으며 자신을 감추며 살아왔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은둔형외톨이나 대인기피증은 아니었습니다. 현실에서의 삶은 무척 빛나고 아름다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라 이해하시면 편할까요.

 

 그러나 그녀는 어떠한 목적이나 성공을 달성할 때 마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게 아닌, 그저 자신이 이룩하고 얻은 지위나 부 등만을 바라보고 좇는 다 이 말이지요.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버린 그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일탈도, 자유로운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무조건 그녀는 올바른 삶을 살아야하고 남들이 존경하고 우러러 볼 정도의 능력 있는 여자로 비추어져야했거든요.

 

 그러한 세간의 관심이 그녀를 억누르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을 쯤, 한 가지 이러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고 싶다. 그 말의 의미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바로 『자살』을 암시한 거였습니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기 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여기를 방문하게 되었고 원하는 답을 얻어갔습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현재는 실종상태거든요.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녀는 이곳을 나설 때 미소를 지었다는 겁니다. 그녀를 봤다는 목격자도 없고 주변인들도 본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어딘가 살아있다면 행복을 빌어주어야겠지요. 하하하하”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그리고 놈을 똑바로 쳐다본다. 아주 또렷하게.

 

 “그럼 슬슬 첫 번째 단계를 끝내볼까요. 일단 『평가』로 넘어가기에 자격요건은 충분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얼굴 맞대며 얘기를 나눠본 게 참으로 오랜만이더군요. 총점을 내리자면 70점입니다. 아직 진실 된 모습은 제게 다 보여주지 않은 게 감점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처음 방문하신 분 치고는 꽤 높은 점수입니다. 그녀의 점수도 곁들여 말하자면‥”

 “됐습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할 겁니다. 분노 샘플을 가지러 가야하니 잠시 쉬고 계십시오.” 미스터 마가 음흉한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긴장이 풀렸는지 소파에 몸을 푹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는다.

 

 ※ 분노거래소 Step 8 : 분노에는 일반적인 분노와 특수한 분노 두 개로 나눠집니다. 일반적인 분노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분노로서 강도, 현실가능성, 목적의 세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되어집니다. 반면 특수한 분노는 어떠한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 두 개 이상의 분노가 섞여있다거나 새로이 만들어진 분노 등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복수하고 싶다. 나를 나락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그 놈들을.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 반드시 철저하게 짓밟아 버릴 거야. 어떻게 해서든지!』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분노거래소] R19: 거래완료, 분노거래소(完) 2018 / 12 / 31 257 0 4006   
25 [분노거래소] R18: 광기, 재림,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36 0 2284   
24 [분노거래소] R17: 재회, 분노폭발,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62 0 3461   
23 [분노거래소] R16: 유인, 또 다른 사실, 분노거… 2018 / 12 / 31 236 0 3302   
22 [분노거래소] R15: 맞대면, 일기장,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37 0 3892   
21 [분노거래소] R14: 구매자, 음모,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43 0 4309   
20 [분노거래소] R13: 뜻밖의 만남, 엘리자베스, … 2018 / 12 / 31 268 0 4420   
19 [분노거래소] R12: 비밀, 단서들,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37 0 3725   
18 [분노거래소] R11: 의문의사나이, 몽블랑, 분노… 2018 / 12 / 31 257 0 1918   
17 [분노거래소] N.E: 핏빛 거미줄,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52 0 3305   
16 [분노거래소] N5: 불안함,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61 0 1073   
15 [분노거래소] N4: 의논,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68 0 1401   
14 [분노거래소] N3: 최고점수,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42 0 1501   
13 [분노거래소] N2: 검은 카드,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38 0 2522   
12 [분노거래소] N1: 허무주의자,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46 0 3155   
11 [분노거래소] R10: 계약 -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36 0 2466   
10 [분노거래소] R9: 평가 - 목적, 나의 분노, 분노… 2018 / 12 / 31 239 0 5966   
9 [분노거래소] R8: 상담 - 욕망,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54 0 3967   
8 [분노거래소] R7: 상담 - 분노,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38 0 6214   
7 [분노거래소] R6: 상담 - 사랑,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53 0 4791   
6 [분노거래소] R5: 매뉴얼, 갈등,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40 0 2433   
5 [분노거래소] R4: 사무실, 일기,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54 0 1589   
4 [분노거래소] R3: 첫 만남, 중개인,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383 0 1391   
3 [분노거래소] R2: 계기, 탐험,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54 0 1556   
2 [분노거래소] R1: 언덕길, 그녀, 분노거래소 2018 / 12 / 31 267 0 1444   
1 [분노거래소] Intro 2018 / 12 / 31 370 0 19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