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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너시스#1
작가 : 꿈은이루어진다
작품등록일 : 2018.12.31

주인공 고드를 통한 지구와 화성의 충격적 대하드라마.

 
제너시스(1) --- 6
작성일 : 18-12-31 12:04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2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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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신이 된 원시인

 

 중앙행정센터.

 구역 대표자들이 속속 도착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대형 회의용 테이블 위에 펼쳐진 홀로그램 영상에는 슈카르의 보고서를 접속한 화성인들의 지지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최근에 들어 그 동안 잘 살고 잘 지내던 화성인들에게 혜성과 관련하여 생존의 문제가 실질적으로 엄습해오고 있었다. 생존이 최고의 삶의 가치로 정립된 화성인들에게 혜성의 위협은 정말 대단한 공포였다. 지금까지는 잦은 운석의 충돌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살아 왔지만 자신들의 영원한 생명이 멸망할 수 있다는 혜성 충돌론이 번지면서 전 화성인들에게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었다. 불과 수개월 만에 접속자 수가 70만 명을 넘어섰으니 화성인들의 대다수가 보고서에 관심을 갖고 검토한 셈이다.

 대중의 관심이 이렇듯 집중되기도 수천 년 이래 처음이어서 대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슈카르를 대지도자로 추대하라는 청원까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슈카르가 머스칸과 클렌시아를 대동해 회의실로 들어서자 대표자들 모두가 기립해서 박수를 보냈다. 머스칸과 클렌시아는 머쓱해 하는 슈카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특히 헤파이스 박사는 슈카르의 보고서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슈카르 박사, 지난번에 발표한 ‘화성인의 지구이주에 관한 생존환경 보고서’를 읽고 정말 감격했소. 박사의 보고서를 통해 화성인들은 비로소 지구이주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끼게 될 거요.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에 대해 마음의 준비도 하게 될 것 같소.”

 우라노스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요. 다른 대표자들도 화성인들이 미래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훌륭한 연구라는 데에 동의했소. 박사의 보고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는 화성대통합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소. 그래서 우리 대표자들이 의견을 모았고 대지도자께서 오늘 그 내용을 공표 하시게 될 거요.”

 슈카르는 대표자들의 열렬한 지지에 오히려 얼떨떨해졌다.

 “제 연구보고서가 이렇듯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곧 다시 지구로 가서 마무리 조사를 한 후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대지도자 고돌라가 정복차림으로 들어섰다.

 “우리의 영원한 생존과 관련하여 이번 슈카르팀의 연구조사 보고서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슈카르팀의 조사 보고서는 화성인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언제라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지구에 가서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가까운 미래에 지구로 간다고는 꼭 집어 말할 수 없으나 이로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어두운 걱정을 잊고 살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슈카르박사에 대한 화성인들의 지지도를 보아 이제 저의 거취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슈카르 박사께서 지구 조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것이 있다하여 그 때까지 편히 임무를 수행 할 수 있도록 제가 조금 더 이 자리를 지키고 있도록 하였습니다. 뭐, 다 같은 생각들이겠지만 제 의견에 동의하시면 박수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돌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넓은 회의장 안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의 도가니였다.

 

 슈카르는 지구 탐사보고서에 대한 화성인들의 큰 지지와 특히 회의에서 대표자들의 신임을 얻은 것이 무엇보다 큰 정신적인 힘이 되었다. 이에 머스칸과 클렌시아는 물론 모든 연구원들의 자긍심은 대단했다.

 의욕이 넘치는 머스칸과 클렌시아의 요구로 슈카르는 서둘러 마무리 탐사 일정을 정했다.

 이번 탐사대에도 역시 머스칸과 클렌시아가 조장이 되어 전문 연구원들을 대동해 승선했다. 그리고 지구의 돌연변이 유인원들을 조사하기 위해 슈트켄도 동승했다.

 “허허, 모처럼의 지구 방문이라 흥분이 되는군.”

 “아버지의 고고인류학 연구에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네, 덕분에 내 연구에 큰 획을 그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

 지하기지의 천장이 열리자 우주선이 날렵하게 날아올랐다. 화성 궤도를 선회한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우주선은 머스칸이 설정해 놓은 해안지역 좌표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창밖을 통해 뿔뿔이 흩어지는 한 고릴라 무리들이 내려다 보였다.

 무리들은 여느 유인원에 비해 털이 적었고 일부는 직립 보행하듯 거의 두 발로 뛰었다. 우주선의 출현에 놀라 달아났지만 무리의 수장인 듯 한 놈을 선두로 도피하는 무리들의 모습에서 나름대로 질서가 느껴졌다.

 이를 본 슈트켄이 탄성에 찬 어조로 외쳤다.

 “오 저건 분명 진화된 유인원이야!”

 슈카르가 해안가 밀림지대로 사라지는 무리들을 보면서 목에 힘을 실어 말했다.

 “제가 내륙의 밀림지대에 본 무리들과 유사합니다.

 저런 무리들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은데 의외군요.”

 “슈카르팀장의 목격이 사실이라면 일부 지역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진화가 시작된 게 분명하네.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하네. 이는 화성인들의 이주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할지도 몰라.”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주선이 착륙하자 머스칸과 클렌시아는 해저지형과 해양 생태계 탐사를 위해 각기 연구원들을 데리고 출발했다.

 슈카르와 슈트켄은 제트드론을 타고 해안가 밀림지대로 향했다. 진화된 유인원의 존재는 어떤 의미에선 지구 환경조사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슈카르는 직접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

 밀림지대 앞의 초지에는 달아난 유인원 무리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보였다.

 제트드론에서 내려선 두 사람은 조금 전 유인원들이 달아나다 나뭇가지에 걸린 털과 혈흔을 발견해 채취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인원들의 내력을 알아낼 수 있는 증거물이었다.

 “자네가 내륙 밀림에서 보았던 유인원 무리들의 털과 체액도 함께 수거내서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겠네. 만일 두 무리의 유전자가 일치하면 하나의 무리에서 진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두 사람은 증거물을 수거해서 우주선으로 돌아갔다.

 해안가 밀림에서 한 명의 유인원이 허공 저편으로 멀어지는 제트드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유인원은 여느 놈보다 털이 적었지만 팔뚝의 근육이 단단해보였고 체구도 작지 않았다.

 그의 목에는 상아 조각에 반짝이는 돌을 박아 넣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오래 전 고드가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는 아들을 걱정해서 손수 제작해 준 목걸이였다.

 그 유인원은 어느 날 침팬지 암컷 한 마리와 야반도주한 고드의 아들 루시였다. 고드는 고릴라가 아닌 침팬지와 짝을 지으려는 루시가 못마땅해서 둘을 떼어 놓으려고 늘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성체가 된 루시는 식구들을 이끌고 멀리 떨어진 해안가 밀림을 자신의 서식지로 삼아 식구들을 늘여갔다. 그의 식구들은 고드와 침팬지의 유전자를 지녔기에 여느 유인원들과는 분명하게 구분이 되었다.

 강한 결속력을 지닌 그들의 무리들은 다른 동물들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서식지를 만들 수 있었다.

 루시는 식구들을 이끌고 먹이를 구하러 나섰다가 착륙하는 우주선을 보고 놀라 달아나게 되었다. 황급한 나머지 나뭇가지에 옆구리가 살짝 스치면서 피와 털이 묻었다. 그 흔적이 슈카르와 슈트켄이 채취한 샘플 중에 포함돼 있었다.

 슈카르와 슈트켄은 밤새도록 우주선 내의 실험실에서 유인원들의 털과 혈흔을 분석했다. 마침내 DNA분석 결과가 나오자 슈트켄 부자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유인원의 DNA는 단순한 영장류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과 같은 화성인들의 염기 서열을 갖추고 있었다.

 더군다나 하나의 샘플에서는 슈카르의 것과 거의 일치하는 DNA가 검출되었다.

 “아버지,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슈트켄 역시 충격적인 결과에 한 동안 말을 잊었다.

 그러다 긴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슈카르, 이번에 발견된 유인원은 결코 지구 내에서 진화한 존재가 아닐세. 이는 중대한 사안이니 그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잠시 비밀로 묻어 두세. 그리고 유전자는 본디 영장류들은 거의가 비슷해. 간이 분석장비가 비상용이니 화성에 돌아가 정확하게 분석하도록 해 봐야 돼”

 “아버지도 역시 저와 같은 상상을...혹시 고드와의 관련을요.”

 “지금은 어떤 예단도 하지 말게나.”

 슈카르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진화의 근원을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중부의 밀림지대.

 고드는 팬텀과 프로테우스 둘만을 대동해 주거지 밖으로 나섰다. 짐승 사냥에 나서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모처럼 셋만의 오붓한 바깥 나들이였다.

 고드의 걸음걸이가 예전만큼 민첩하지 못했다.

 몇 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세월이 흐르면서 몸이 많이 노쇠해 있었다. 어렸을 적 징카에게 납치되면서 신체 향상 증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기에 그도 지구의 동물들처럼 늙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느 고릴라들의 수명이 대략 5~60년임을 감안하면 그는 남다른 장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고드뿐 아니라 고드의 혈족들은 야생의 유인원들과 달리 신선한 과일을 골라 먹고 익힌 음식을 섭취하다 보니 비교적 긴 수명을 누릴 수 있었다.

 고드는 문득 어렸을 적 고릴라 무리들과 즐겨 먹었던 과일이 생각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식지 주변의 나무에는 그가 찾는 망고가 많지 않았기에 밀림 한 구역을 넘은 곳에 가 보기로 했다. 주변 지역은 거의 고드 관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드는 별다른 생각없이 팬텀과 프로테우스 둘만을 데리고 출발했다.

 이윽고 망고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큰 나무를 발견하자 프로테우스가 날렵하게 나무 위로 올라섰다. 프로테우스가 망고를 따서 던지자 팬텀이 넓은 잎사귀를 펼쳐 과일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정거리에서 고드 일행을 지켜보는 고릴라들이 있었다. 고드의 식구들와 인접한 밀림에서 서식하고 있는 고릴라 무리였다. 비록 고드의 명성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노른자위 서식지를 침범 당한 고릴라 무리는 심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러다 고드 일행이 셋뿐인 걸 확인하게 되자 고릴라 무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카우우우!”

 “우워우워!”

 팬텀과 프로테우스의 망고 채집을 지켜보고 있던 고드는 깜짝 놀랐다.

 ‘--이런, 우리가 잘못 온 것 같아!’

 고릴라들이 습격해오자 팬텀과 프로테우스는 고드를 보호하기 위해 급히 그들을 막아섰다.

 고드는 몸을 피하려 했지만 갑작스런 기습인데다 노쇠한 탓에 움직임이 둔했다.

 공격에 나선 고릴라 무리의 수장은 체구가 아주 우람했다. 고드에 비해 두 배나 큰 고릴라 수장이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팬텀과 프로테우스가 손을 쓸 틈도 없이 일이 벌어졌다.

 퍼억!

 일격에 나가동그라진 고드가 수풀 사이에 처박혔다.

 공교롭게도 뾰족한 나뭇가지가 돋아 있는 나무 등걸 위였다. 등걸 옆으로 돋아나 있는 뾰족한 나뭇가지가 고드의 갈비뼈 사이로 파고들면서 폐속을 찔렀다. 암청난 피가 위로 솟구쳤다.

 “크르르.......!”

 고드는 숨이 턱 막히면서 축 늘어졌다.

 이를 본 고릴라무리들은 자신들도 겁이 났는지 황급히 사라졌다. 비로소 다가선 팬텀과 프로테우스가 고드를 부축하여 주거지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고드의 부상은 무리들에 있어 엄청난 충격이었다.

 무리들은 커다란 잎사귀 몇 장위에 눕혀져 있는 고드 주변으로 모여 안타까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식구의 대장인 고드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팬텀과 프로테우스는 죄인이 된 심정이었다. 그들은 마른풀로 고드의 부상부위를 감싸주었지만 상처가 깊어 피가 멈추지 않았다.

 간신히 눈을 뜬 고드는 자신의 상태가 매우 위중함을 직감한 나머지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팬텀과 프로테우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없더라도 너희가 무리들을 잘 이끌어라.’

 고드의 무리들은 오랜 세월 자신들을 이끌어 온 대장의 최후를 지켜보면서 ‘끅끅’ 나직한 울음을 흘렸다. 감수성이 예민한 팬텀과 프로테우스는 슬픔으로 눈이 벌겋게 충혈 되었다.

 이때 빛을 발하는 거대한 물체가 고드 무리들의 주거지 위로 날아들었다. 슈카르 일행이 탑승해 있는 탐사선이었다.

 고드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와중에도 물끄러미 탐사선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눈망울에 물기가 감돌았다.

 탐사선이 하강하자 고드의 식구들은 충격과 두려움에 젖어 괴성을 질러댔다. 그러면서도 시신을 지키려는 듯 고드 주변을 에워쌌다.

 탐사선에서 내려선 슈카르 일행이 무리들 쪽으로 다가섰다.

 “크르릉!”

 “카아아!”

 무리들이 본능적으로 공격 자세를 취하자 슈카르는 시그날 불빛이 반짝이는 감마봉을 치켜들었다. 감마봉의 불빛에 두려움을 느낀 무리들이 주춤하며 물러섰다.

 무리들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나뭇잎 위에 눕혀져 있는 고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드의 눈망울에 슈카르의 모습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

 고드는 천천히 슈카르 일행을 쓸어보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고드의 운명을 지켜보던 슈카르는 순간적으로 자신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젖었다.

 ‘맞아, 일전에 밀림에서 나를 지켜보았던 그 눈빛을 지닌 원인이야. 야성이 아니라 지성이 깃든 그 눈빛!’

 다가선 슈카르가 고드를 세심하게 살폈다. 얼굴이며 곳곳이 화성인에 비해 털이 북슬북슬하고 피부가 거의 갈색으로 그을려 있지만 왠지 생소한 느낌은 아니었다.

 ‘설마... 고드가...?’

 그러나 이미 기억하기도 힘들 만큼 오래 전에 실종된 아들이라 아버지 슈트겐의 말대로 정밀 DNA분석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는 섣불리 확신할 수가 없었다.

 외부에서 온 괴 생명체가 사망한 고드에게 다가서려 하자 쿤테가 슈카르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카우우!”

 슈카르는 가볍게 감마봉을 내밀어 쿤테를 제지했다.

 쿤테는 감마봉에 닿자말자 곧바로 튕겨져 나가 혼절하고 말았다. 해칠 의도는 원래부터 없었기 때문에 감마봉의 파워모드를 낮추어 놓았다.

 고드의 식구들은 감마봉을 쥔 슈카르 일행이 접근해오자 두눈을 부릅뜨고 혼절한 쿤테 때문에 기겁을 하고 고드의 뒤쪽으로 물러섰다

 슈카르는 자세를 낮춰 고드의 몸을 만져보았다.

 과다출혈에 의해 사망한 탓인지 몸이 차가웠다.

 ‘숨을 거뒀지만 얼마 되지 않았군. 아직 회생 가능성은 있어.’

 슈카르가 머스란에게 지시를 내렸다.

 “머스란, 제트드론으로 응급캡슐을 운반해 오게. 서둘러!”

 “예, 팀장님.”

 머스칸이 탐사선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클렌시아와 슈트켄은 고드의 식구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감마봉을 흔들어 위협을 가했다. 곧이어 머스칸이 제트드론에 응급캡슐을 싣고 왔다.

 응급캡슐은 사람 하나가 누울 크기의 응급처치 캡슐로 자동으로 처치되는 손상부위의 세포재생과 유지, 산소공급, 지혈과 응급수혈, 기타 멸균 시스템 등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유지하는 완벽한 응급장비이다.

 슈카르는 머스칸과 함께 고드를 들어 응급캡슐에 실었다.

 응급캡슐만으로는 이미 사망한 고드를 살릴 수는 없지만 일정기간 동안 현 상태를 유지하여 생명회복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고드가 응급캡슐에 실리자 고드의 식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이끌어 온 수장의 시신을 빼앗기게 되자 당혹감과 분노에 사로잡힌 것이다.

 “너희들의 대장을 구하려는 것이니 진정해라.”

 슈카르는 고드의 무리들에게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일행들과 함께 탐사선으로 돌아갔다.

 탐사선이 둥실 떠오르자 고드 식구들은 길길이 뛰며 날카롭게 포효했다. 몇몇은 탐사선을 향해 돌과 나무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팬텀과 프로테우스는 대장의 시신을 지키지 못한 좌절감에 서로 머리를 맞댄 채 비통함에 젖어야 했다. 클렌시아가 응급캡슐에 실려 있는 고드를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팀장님, 이 원인을 왜 굳이 살리려 하시죠? 죽은 사체 만으로도 연구가 가능할 텐데요.”

 슈카르는 절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지금 슈트켄 대표자께서는 이 원인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계시네. 이 원인을 되살려 우리 화성인들의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

 아들의 심정을 헤아린 슈트켄이 슬며시 슈카르의 손을 쥐었다.

 “배려에 고맙네, 슈카르팀장, 원인을 반드시 살리게.”

 

  * * *

 

 아레나 중앙 의료센터.

 화성 최대 의료기관인 중앙 의료센터 내의 생체복원실에서 긴급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취 상태로 눕혀져 있는 고드의 가슴 부위로 로봇수술 도구가 정교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모든 외과수술은 의료용 로봇이 담당한지 오래였다.

 상처와 혈관 봉합이 끝나자 생체복원수술이 진행되었다.

 생체복원수술은 고도의 판단과 의료기술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슈트겐과 슈카르의 특별한 부탁으로 아폴라 소장이 직접 수술진행을 콘트롤하였다.

 기본적으로 상처부위의 수술은 간단하게 완료되었고 이제 부터는 노화된 모든 장기를 교체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해야 한다. 당사자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교체는 완벽한 예후를 보장했다. 고드의 생체복원수술이 진행되는 와중에 의료정보 분석실에서는 의료진들이 고드의 DNA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슈트겐과 슈카르의 부탁에 의해 기밀작업으로 분류되었던 터라 관련 정보는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되었다.

 슈카르는 의료센터의 귀빈실을 임시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구에서 데리고 온 특별한 원인의 존재가 너무도 중대한 사안이라 도저히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아 의료센터에 잠시 머무는 중이었다.

 “고드...”

 그는 오래 전 마야와 함께 아들 고드를 데리고 떠난 지구여행을 떠올렸다. 역동적인 생기가 느껴지는 지구를 감상하면서 그들 가족은 여행의 즐거움에 한껏 젖어 있었다. 고릴라에 의해 아들 고드가 납치를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드가 여태 살아 있었다면 기적이지.”

 이때 자동으로 문이 열리면서 특이한 가운을 걸친 제네스가 들어섰다. 대부분 의료용 가운이 단색인 것과는 달리 이상하고 복잡한 문양의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을 하고 있었다. 제네스는 DNA분석 전문가로 의료정보분석실의 실장 지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슈카르가 긴장된 어조로 물었다.

 “결과는... 나왔습니까?”

 “그렇습니다, 데리고 온 지구의 원인은 확실히 우리 화성인입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슈카르가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정말 우리 화성인이란 말이오?”

 “예,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의 DNA가 슈카르 팀장님의 DNA와 일치합니다. 오래 전 팀장님께서 지구여행 때 아드님을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분석 자료로 판단한 제 소견으로는 지구에서 데려온 원인은 팀장님의 아드님이 확실합니다.”

 “아.....!”

 슈카르는 자신에게 잠재해 있던 직감과 맞아떨어지자 충격과 흥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순간 휘청거렸다.

 ‘고드... 내 아들이 살아 있었어!’

 슈카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주변을 의식하여 지나치게 감성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기에 애써 눈물을 감췄다.

 “수고하셨소. 당분간 이 사실을 기밀로 지켜주세요.”

 제네스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곧 화성의 대지도자로 추대될 것을 알고 있기에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대지도자님. 아니 슈카르팀장님, 의료정보분석실의 의료진들도 비밀 유지를 약속했습니다.”

 “고맙소. 내 생각이 정리되면 조만간 화성인 모두에게 이 사실을 공개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러실 거라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제네스가 임시 집무실을 나가자 슈카르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쥐었다.

 “고드, 하루도 너를 잊지 않고 다시 만날 거라 믿었어.

 역시 나의 믿음이 어긋나지 않았어.”

 슈카르는 서둘러 생체복원실로 향했다.

 

 고드를 완벽하게 건강한 화성인으로 복원시키는 생체복원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생체복원 프로그램은 가장 건강한 시기인 30대 전후의 나이의 신체로 재생하는 의료 프로그램이다. 통상 화성인들이 큰 부상으로 심각한 신체 훼손을 당했을 때 적용하는 시스템으로 자기 줄기세포를 이용하기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 다만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신체의 절반 이상이 없어질 경우는 복원이 불가 할 수도 있다.

 지구에서 200년 가까이 야생으로 살아온 고드는 여느 화성인과 다르게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고드만을 위한 특별 생체복원 프로그램을 적용시켰다.

 주요 장기의 교체는 물론 노화된 세포 재생과 피부 재생, 화성인 수준의 면역기능, 혈관 크리닝, 뇌기능 업그레이드, 영구시력, 영구치아,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피부기능 강화, 뼈의 노화와 퇴행을 방지하는 골수 강화를 거쳐 화성인과 같은 수준의 생명체로 교체하는 시술이 정밀하게 진행되었다.

 고드의 신체가 대부분 화성인 수준으로 복원됐지만 근육질만큼은 원래의 상태를 유지했다. 슈카르가 아폴라 박사에게 특별히 협조를 구한 것이다.

 생체복원수술을 무사히 마친 고드는 회복실로 옮겨져 있었다. 마취에서 갓 깨어난 고드는 아직 의식이 온전치 않아 눈만 깜빡거렸다.

 클렌시아가 고드의 바이탈 사인을 살피며 밝은 미소를 띠었다.

 “곧 취임하실 대지도자님께서 이 원인을 애써 데려오신 보람이 있군. 완전하게 복원됐어.”

 머스칸이 고드를 살피며 흥미로운 눈빛을 띠었다.

 “이 녀석이 화성 땅을 밟은 최초의 지구 생명체란 말인가?”

 이에 슈트켄이 점잖은 어조로 일러주었다.

 “머스칸, 유인원에서 진화한 원인이니 인간에 가깝네.

 이제는 지구인이라고 불러야 맞아.”

 이때 회복실 문이 열리면서 슈카르가 급하게 들어섰다.

 “어떻게 됐습니까?”

 슈트켄이 고드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생체복원수술을 거쳐 완전하게 회복됐네.”

 “다행입니다.”

 슈카르가 병상에 누워 있는 고드 앞으로 다가섰다.

 슈트켄이 옆으로 서며 나직이 물었다.

 “정밀DNA 분석결과는 확인했는가?”

 “그게...”

 슈카르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클렌시아와 머스칸이 얼른 자리를 비켜주었다. 두 사람이 병실을 나가자 슈카르가 슈트켄의 손을 쥐었다.

 “아버지!”

 “진정하게.”

 “아버지, 이 아이는... 오래 전 지구여행 때 잃어버린 제 아들 고드입니다. 아버지의 손자이기도 하지요.”

 “허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존재할 수 있는지 저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찾아낸 지구의 원인이 고드였을 줄이야! 고드...”

 슈트켄 역시 충격과 흥분으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회복된 고드의 부드러운 손등을 어루만지며 운을 뗐다.

 “실종된 고드를 찾았으니 너무 기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구나. 고드가 지구에 퍼뜨린 후손들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돼. 고드의 신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정리를 한 후 화성인 모두에게 사실대로 밝혀야 할 거야.”

 “예, 저도 그럴 생각합니다.”

 “지금 심정이 몹시 혼란스러울 거네. 일단은 고드를 완전한 화성인으로 복원시키는데 주력하게. 어쩌면 고드의 존재는 의외로 화성인들의 지구 이주 계획과 관련하여 상당한 참고가 될 수도 있고 이주계획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 같네. 이번 복원과정에서 저장된 고드의 신체기록을 연구하면 화성인이 지구의 생태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도 알 수도 있을 것이네.”

 슈카르와 달리 슈트켄은 고드의 존재를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고드는 지구의 개척자이자 진화의 시조일세.

 고드가 살아온 세월을 감안하면 지금 지구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고드의 후손들이 번성해 있을 것이네.

 아직 문명을 거론할 수는 없어도 지구가 초기 원시시대로 접어든 거라 추정해도 무방한 것 같군.”

 슈카르는 상상조차 못한 엄청난 현실이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곧 화성의 대지도자가 될 것임을 이미 언급 받은 터였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고드를 완전한 화성인으로 복원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구에 널리 분포한 고드의 후손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나 화성보다 무려 4배나 큰 지구면적에서 아무리 이들이 번성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들을 모두 파악 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

 슈카르는 호출 버튼을 눌러 고드 수술을 담당한 아폴라 소장을 병실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이미 화성의 대지도자나 다름없는 지지를 받고 있는 슈카르인지라 아직 정식으로 추대되지는 않았지만 다들 그런 예우를 하고 있었다.

 “소장님,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지구 원인의 존재를 외부에는 알리지 말아 주셨으며 합니다. 또한 지구 원인이 완전한 화성인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뇌기능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시오.”

 “예, 지시하신 대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개발되어 막 임상시험을 마친 뇌기능향상프로그램을 최초로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능을 탑재하여 부작용이라도 나면 어쩌 실려구요?”

 “제가 볼 때는 지구의 고릴라에게 임상실험을 했는데 완벽하였습니다. 뇌의 생물학적 문제만 해결되면 우리 화성인들에게도 즉시 적용할 수 있는데 화성인들의 뇌는 생물학적 초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좀 그렇습니다만 곧 그 문제도 해결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고드는 모든 여건이 완벽합니다.

 오히려 실험 고릴라보다 더 최적의 상태입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고드에게는 확실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럼, 저는 소장님의 소견을 믿기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드가 우리 화성에서 최고의 두뇌 소유자가 되는 겁니까?”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슈카르는 아들을 위해 대단한 선물을 한 것 같아 확실치는 않지도 기분이 좋았다.

 아폴라 소장이 나가자 슈카르는 고드의 뺨을 어루만졌다.

 “고드, 너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당장 네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구나. 너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충격이 클 거야. 네가 완전한 화성인으로 돌아오면 그때 엄마를 만나게 해 줄게. 네 엄마가 너를 보면 얼마나 기뻐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구나.”

 고드가 생체회복 프로그램을 거쳐 완전한 화성인의 신체를 지녔고 뇌기능이 최고라고 해도 기억력 회복과 새로운 지식 습득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것은 별개의 학습 프로그램을 거쳐야한다.

 화성에서 남들처럼 생활하려면 소정의 소양교육도 필요하다. 또한 화성의 역사와 생존에 관한 지식, 그리고 전공과 관련한 특별한 지식 등 분야별 많은 소프트웨어가 뇌에 심어져야 한다. 이 부분은 슈카르가 직접 담당하겠다고 제시한 상태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지식과 기타 지적 재산을 모두 고드에게 다운로드 해 줄 생각이다.

 슈카르는 기쁜 사실을 마야에게 가능한 빨리 알리고 고드를 만나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늘은 집으로 프리카를 몰았다.

 

 아폴라 소장은 홀로그램을 통해 고드를 관찰하고 있었다.

 회복 프로그램을 거쳐 완전한 화성인의 모습으로 복원된 고드는 외견상 여느 화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야생 생활에서 만들어진 근육질이 그대로 복원되었기에 강건함 마저 느껴졌다.

 ‘지구에서 오랫동안 야생 생활을 거쳐서인가? 체력적으로 유약한 우리 화성인과는 확실히 다를 거야. 특별한 존재인 만큼 우리 화성을 위해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

 아폴라는 홀로그램에 나타난 고드의 신체 지수를 점검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체력으로만 비교한다면 화성인들 사이에 슈퍼맨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겠군.”

 슈카르가 투명 주차게이트를 통해 곧장 의료실로 들어섰다.

 “수고가 많습니다. 고드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예, 보고 드렸듯이 뇌기능 업그레이드가 순조롭게 진행되었구요. 말씀드린 최신 뇌기능향상 프로그램이 완벽하게 처치되었습니다. 깨어난 초기에는 갑자기 바뀐 주변 환경에 가끔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아폴라가 나직이 덧붙였다.

 “예전의 팀장님 모습을 정말 많이 닮은 것 같더군요, 허허.”

 “그래요? 역시 핏줄은 속일 수 없나 보군요.”

 두 사람은 고드가 생활하고 있는 넓은 회복실에 이르렀다.

 “아......!”

 유리벽을 통해 고드를 대면한 슈카르가 탄성을 토했다.

 고드의 신체에서 털이 제거된 깔끔한 모습을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지구에서 보았던 털북숭이 모습과는 전혀 달라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더구나 자신을 빼 닮은 고드를 보자 슈카르는 비로소 자신의 아들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아폴라가 홀로그램화면으로 차트를 보여주었다.

 “고드의 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이제 완료되었습니다. 이후 진행될 지적회복 학습프로그램은 팀장님께서 직접 주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고드에게는 원시인의 본성이 모두 잠재돼 있습니다. 고드만을 위한 맞춤형 지적 회복 프로그램이 진행 될거요.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한 능력을 훗날 고드를 통해 얻게 될 지도 모릅니다.”

 슈카르는 지구 이주 후의 미래까지 고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를 모르는 아폴라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팀장님, 지구 원시인의 본성에서 우리의 부족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소장, 우리 화성인들은 전쟁과 갈등의 시대가 종식된 이후 적과 악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소. 적이 없으니 당연히 공격적인 본성도 사라졌지요. 그러나 앞으로 지구로 이주할 경우 어떤 난관에 처하게 될지 이젠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방어 개념만 있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게 되면 고드의 원시적인 본능이 필요하지 않겠소?”

 “아... 개략적으로 이해가 되는 듯 합니다만.”

 아폴라는 먼 미래까지 헤아리는 슈카르의 혜안이 대지도자가 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존경스럽기만 했다.

 

 심리적인 충격에서 회복된 슈카르는 머스란, 클렌시아, 그리고 아버지 슈트켄과 함께 그의 집무실에서 진지한 논의를 벌였다.

 “지금 지구에 번식하고 있는 지적생명체가 화성인들의 이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들의 빠른 진화를 감안하면 이주 후 어떤 충돌이 있을 지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인류고고학의 전문가이신 슈트켄 대표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슈트켄은 고드를 발견한 이후 지구의 연구기지에서 보내온 각종 자료들을 통해 지구의 원시시대를 분석한 상태였다.

 “지구에서 지적생명체가 퍼져 나가는 것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황일세. 다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특별하게 이변이 없는 한 저들의 진화와 문명발전의 속도가 우리의 화성인들의 생존과 안전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닌 만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그래도 이런 중대 사안은 직접 확인해야 하니 면밀하게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슈카르의 판단이 틀리지 않아. 고드가 완전히 회복되고 정상적인 상태가 되면 직접 지구에 가서 조사하지 않아도 수많은 자료를 얻게 될 것이네.”

 “그런가요? 고드가 회복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일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전반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그 동안의 상황을 전 화성인들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지구의 새로운 지적생명체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습니다.”

 슈카르의 속내를 헤아린 슈트켄이 담담한 미소를 띠었다.

 “슈카르, 그들 역시 우리 화성인들과 한 뿌리가 아닌가? 우리 화성인들 역시 고대 유인원에서 진화됐으니 같은 역사를 지닌 우리 역시 진실을 부인할 수 없네. 처음에는 현실에 적응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은 화성인들도 이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걸세.”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

 아버지의 현명한 조언에 슈카르는 감사의 눈빛을 띠었다.

 “알겠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검토해 보겠습니다.”

 “오늘 논의한 안건들을 정리해서 공표하면 화성인들의 동의를 구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네. 그때까지 지구의 연구기지에서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보게.”

 회의를 마친 슈트켄은 세 사람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고는 집무실을 빠져 나갔다.

 클렌시아가 슈카르와 공손하게 손을 마주잡았다.

 “팀장님, 완전한 화성인으로 복원된 고드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네. 나도 내 아들 고드를 어서 화성인들 모두에게 소개시켜 주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슈카르는 고돌라 대지도자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최종 지구 조사보고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드를 통해 출현한 지구의 지적 생명체와 관련한 보고서도 정리하였다.

 

  * * *

 

 중앙행정센터

 최근 들어 잦아진 전체 지도자회의로 회의장 안은 술렁대고 있고 있었다.

 대지도자 고돌라는 좌중을 정리하고 조용히 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전에 우리는 슈카르팀을 통하여 지구이주와 관련한 지구 탐사를 보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화성인들은 큰 희망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계속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업적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남은 탐사를 마치고 최근 무사히 귀환하였습니다. 그간 업무정리와 함께 약간의 기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오늘 그 결과를 배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미루어 두었던 대지도자 추대를 오늘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슈카르는 여느 때보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비장한 각오로 일어섰다. 여전히 큰 박수가 회의장 안을 메우고 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희 지구 탐사팀은 1차 조사 시 미비했던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하였습니다.”

 또 한 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슈카르는 다음 말을 쉽게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조사초기부터 우리를 궁금하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탐사 중에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였는데 우리는 물론, 화성인 전체에 충격적인 현상을 목격하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에는 아직 지적 생명체가 없는 것은 물론 설령 출현한다 하더라도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국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흥분에 찬 소리로 질문을 했다.

 “그럼 지구의 대 재앙 속에서 원인이 살아남았다는 일부 학설이 사실이라는 겁니까? 지구 역사를 다시 써야 되는 거 아닙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슈카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그것은 아닙니다. 제가 과거 지구여행 중에 잃어버린 아들 고드가 지구 유인원인 고릴라에 납치되어 성장하였고 그들과의 사이에서 고드의 후손이 생산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갑자기 대지도자인 고돌라가 벌떡 일어났다 앉았다. 그리고는 슈카르의 입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회의에 모인 모든 참석자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으며 옆 사람과 슈카르를 번갈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겠지?’

 “이후로 계속하여 번성한 고드의 후손들이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들을 자세히 확인하지 못한 것은 우선 지구가 너무 넓고 방대하여 그들을 발견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간혹 지구연구소나 저희들이 수상한 흔적을 발견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역사지식의 고정관념에 갇혀 흘려버리고 지나갔습니다.”

 대표자사이에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외람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로 인하여 지구로의 이주에는 영향은 없을는지.”

 “그것은 저희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크게 걱정 하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귀환하면서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사망한 고드를 화성으로 데려와 현재 완전하게 생체복원을 하고 회복 중에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래 계획은 많은 부분 수정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은 제가 책임을 지고 합리적으로 수행할 것을 여러분들 앞에 말씀드립니다.

 구체적인 보충 설명은 슈트켄 지도자님께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전 배포자료 없이 슈카르의 갑작스런 발표에 전 화성 지도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그저 슈카르와 슈트켄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슈트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아들인 슈카르를 엄호라도 하는 듯 비장한 각오를 한 표정으로 지도자들을 향하여 입을 열기 시작한다.

 “우리는 과거에 하나가 되어 지상낙원을 이룩한 이후로 지금까지 외적인 상황의 변화를 겪지 않고 그야말로 온실 속에서 지나온 역사였습니다.

 이제 우리의 현실과 미래는 많은 외적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시행키로 한 도그리온과 버드리아 두 종족의 지구이주 계획 확정과 이번 고드의 후손인 지구 원시인의 발견은 이러한 변화의 일부이자 우리 전체의 역사입니다.

 물론, 많은 계획의 수정과 대응책이 필요합니다만 이는 우리의 능력으로 얼마든지 적응하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사고의 변화입니다.”

 이때 테라구역 지도자 밴지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발언을 요구한다.

 “오랜 동안 굳어 있는 화성인들의 사고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고 쉽지도 않을 텐데 대안이 있습니까?”

 “네, 이번 사태로 지구 원시인의 출현, 그리고 예상되는 혜성충돌에 의한 화성의 미래 등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우리는 유연한 자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고드의 사태는 언제라도 있을 수 있는 사고라고 봐야 합니다.

 결과도 마찬가지고요.

 이와 관련하여 고드가 지구에 번성시킨 후손들에 대하여 말씀드리자면 전문가로서 저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지구의 유인원인 영장류는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든 우리 화성의 원조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고드의 후손들이 우리의 후손들입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진화의 기간일 뿐이지요. 이 사태가 우리의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많은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밝혀지겠지만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밴지의 질문이 이어진다.

 “긍정적으로 보는 결정적인 근거는요?”

 “제가 개인적으로 개략의 시뮬레이션을 해 본 바에 의하면 우리가 지구에 정착하고 많은 세월이 흐른 어느 미래에 지구인들과 통합하여 더욱 확고한 생존의 환경을 확보하게 되면서 지구인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게 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유연하고 현명한 지혜를 모아서 우리의 미래에 대비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지도자 여러분들의 현명하신 판단을 기대해 봅니다.”

 슈트켄의 발표가 끝나자 회의장 곳곳에서 일제히 수근 거리기 시작하고 삼삼오오 서로 쳐다보며 자신들의 견해와 주장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견해는 슈카르의 의지와 슈트켄이 발표한 내용과 논리를 지지하는 의견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모습들을 슈카르와 슈트켄은 잠시 지켜보고 있다.

 그때 자유토론을 잠시 멈추고 화성 난다구역지도자인 우라노스가 조용히 일어나 좌중을 향하여 크게 외친다.

 “여러분!”

 웅성거리던 회의장의 지도자들은 갑작스런 우라노스의 외침에 일제히 우라노스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오늘 이 상황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운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화성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듯이 지도부의 의지를 받들고 우리 모두 한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화성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자 생존의 토대입니다. 모두 일어나 어차피 대지도자가 될 슈카르와 슈트켄 지도자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 줍시다!”

 회의장 안은 우라노스의 말과 함께 일제히 일어서고 회의장이 떠나갈 듯이 함성을 지른다. 이런 광경은 화성 역사상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고돌라와 슈트켄, 그리고 슈카르는 큰 책임감으로 다가왔지만 더 비장한 각오를 하게 되었고 방금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준 모든 지도자들을 보며 감격에 젖는다.

 슈트켄은 큰 안도와 함께 눈가에 물기가 반짝인다.

 슈카르는 회의장 안의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기를 기다리다가 근엄한 자세로 일어나 좌중을 둘러보고 화답의 의미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지도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 역시 여러분이나 전체 우리 화성인을 믿으며 의지하고 살아갑니다. 이번 상황을 더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 화성인들의 미래에 틀림없이 좋은 결과를 만들겠습니다.”

 다시 한 번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회의장 안을 가득 메우는 가운데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슈텔 구역 지도자 헤파이스가 선창을 하고 있다.

 “대지도자님 만세!”

 그러자 전 참석자들이 후창을 한다.

 “만세! 만세”

 “고드는 우리의 후손!”

 또 후창이 이어진다.

 “후손! 후손!”

 “고드의 후손도 후손!”

 역시 후창이 이어지는데

 “후손! 후손!”

 동시에 마무리 박수가 회의장에 울려 퍼지고 고돌라는 나름 안도의 숨을 돌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대지도자 추대 건을 상정한다.

 “그러면 이어서 슈카르박사에 대한 대지도자 추대 건을 상정합니다.”

 “대지도자 만세!”

 “슈카르 대지도자 만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회의장 안이 떠나갈 듯 외친다. 슈카르와 슈트켄은 굳게 악수를 나누고 기쁨의 눈빛을 교환한다.

 그때 고돌라의 비서관이 고돌라에게 무언가를 건네주고 있다. 그의 손에는 대지도자만이 지닐 수 있는 전력마스터가 쥐어져 있었다. 전력마스터는 전국 무선전력을 일시에 단전 할 수 있는 마스터키로 화성인들에게 전력의 공급은 모든 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렇다고 대지도자가 마스터키를 이용하여 전력공급을 마음대로 중단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상징성이 커서 대지도자의 상징적인 지참물이 된 것이다.

 고돌라가 모두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자, 모두들 앉아 주시오.”

 고돌라는 특별히 자신의 옆자리에 슈카르를 앉혔다.

 “몇몇 대표자들과는 이미 논의했지만 오늘은 대지도자로서의 내 임무가 종료되는 날이오. 과거 내가 화성의 혼란을 종식시키는데 일조해 대지도자로 추대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소. 지금은 화성인들의 미래와 생존이 중요시 되고 있소. 이런 상황에서 슈카르 박사의 보고서는 우리 화성인들을 위한 미래 생존 지침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대표자들은 동조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중들은 우리 화성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대지도자 탄생을 염원하고 있소.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화성인들의 미래를 제시해 준 슈카르 박사요.”

 고돌라가 슈카르를 지목하자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슈카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표자들을 둘러보았다.

 “너무 과찬의 말씀이 아니신지...”

 슈트켄이 그런 아들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현실을 받아 들여라, 슈카르. 이미 고돌라 대지도자께서 용단을 내렸고 대표자들도 너를 추대하는데 모두 동의했다.

 이는 화성인들 모두의 바람이기도 해.”

 “아버지, 제게는 너무 과분한 직책입니다.”

 “아비 역시 과분하게도 구역 대표자 지위를 연임하고 있지 않느냐?”

 자리에서 일어선 슈트켄이 슈카르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대지도자, 앞으로 화성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게.”

 그러자 고돌라와 대표자들 모두가 일어서서 열렬히 박수를 쳤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슈카르도 더는 사양할 수가 없었다.

 몸을 일으킨 슈카르가 엄숙하게 대지도자 추대를 수락했다.

 “부족하지만 제가 대지도자로서 우리 화성인들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이에 대지도자 참모들이 대지도자 정복을 슈카르에게 입혀 주었다.

 고돌라는 전력마스터를 슈카르에게 정식으로 승계했다.

 “신임 대지도자님, 화성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로 대지도자님의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슈카르는 손에 쥔 전력마스터를 높이 치켜들었다.

 대지도자 예복을 차려입은 슈카르의 모습은 고돌라 보다는 덜 위엄스러워 보였지만 비쥬얼은 최고였다.

 그의 모습이 입체 영상으로 화성 전역에 전송되면서 화성인들 모두가 그의 대지도자 취임을 반겨주고 환호했다.

 

 슈카르는 고드의 후손을 동족으로 인정해준 슈트켄의 이론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여 본다.

 고드의 후손인 지구인들이 화성인들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된 영장류의 자연 진화는 아니지만 동족이나 후손이 딱히 아니라고 할 만한 논리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 진화과정에서 고드가 촉매제가 되어 지구인의 진화를 촉진 시킨 것으로 정의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 지도자들의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은 것도 이런 논리적 설명과 함께 충분히 공감이 있었고 여기에 이견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을 정리한다.

 

 슈카르의 첫 공식 업무가 시작되었다.

 대지도자의 정복을 입고 있는 슈카르의 집무실로 들어선 사람은 아비누스와 뎅버드였다.

 “어서 오시오.”

 자리에서 일어선 슈카르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이음새 하나 없는 매끈한 탁자에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아비누스와 뎅버스가 먼저 축하를 보냈다.

 “대지도자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전임 대지도자님께서 결정하신 사안을 한 번 더 확인하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의 지구 이주 추진에 대해 변동은 없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두 종족은 여전히 통합된 결의로 이주를 기다리고 있나요?”

 아비누스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대지도자님. 도그리온족은 추장과 관료들을 중심으로 빠른 이주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버드리아족은 종족 전체가 들떠있지요.”

 “제가 두 종족의 이주에 관한 진행을 검토 중인데 신속한 이주는 어렵습니다. 아직 행성 간 대규모 이주를 추진한 경험이 없어 모든 게 새롭더군요. 수천 명을 수송할 대형 우주선을 점검하고 수송에 참여할 인력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뎅버드 박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지도자님, 두 종족은 거의 맨몸으로 가다시피 하니 장비 운송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수송 때문만이 아닙니다. 저들의 정착지를 결정하는데 도 신중을 기해야하기에 다소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두 종족을 앞서 이주시키려 하는 이유는 저들을 통해 생존 적응을 시험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우리의 계획을 두 종족 때문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슈카르의 논리 정연한 반론에 아비누스와 뎅버드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슈카르가 말을 이었다.

 “또한 두 종족의 지구 정착까지는 우리 화성인들의 책임입니다. 이후 저들이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안전한 수송과 정착지 선정만큼은 화성인들의 자존심과 생존이 걸려 있으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슈카르의 신중한 처사에 두 박사는 감탄을 표했다.

 “대지도자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두 종족에게도 차분하게 이주시기를 기다리라고 통보해 놓겠습니다.”

 

  * * *

 

 중앙의료센터 회복실.

 완전한 화성인의 건강한 신체로 복원된 고드는 회복실에서 퇴원했다. 그가 아폴라 소장과 함께 이른 곳은 학습 프로그램이 갖춰진 교육실이었다.

 고드는 뇌 기능 회복 프로그램 과정에서 아폴라 소장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내력에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뇌의 기능이 복원되면서 완벽한 언어 소통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어렸을 적 기억도 전부 떠올릴 수 있었다.

 “어서 오너라, 고드.”

 “안녕하세요. 아버님, 대지도자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고드의 인사에 좀 어색하긴 했으나 슈카르는 기분이 좋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아폴라 소장님.”

 교육실의 중앙 탁자에 앉아 있던 슈카르가 일어서며 고드와 아폴라를 맞이했다.

 슈카르를 대면한 고드 역시 조금은 어색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구에서 징카에게 납치되기 이전의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슈카르를 선뜻 아버지로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이미지와 흡사한 슈카르의 모습에서 친근감이 조금씩 가슴으로 젖어 들었다.

 슈카르는 고드를 가볍게 포옹하며 등을 다독여 주었다.

 “회복 프로그램을 거치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 네 이름이 고드라는 사실은 아폴라 소장에게 이미 들었을 거다.”

 “지구에서도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불렸는데 그게 본래 제 이름이었다는 게 이제 생각이 납니다.”

 “그래, 네가 화성에서 태어날 때부터 불린 이름이지. 너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이제 곧 네 엄마 마야도 보게 될 거야.”

 “예... 아버지.”

 “자, 거기 앉거라.”

 고드와 마주 앉은 슈카르가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고드, 너는 이제부터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게 될 거다. 교육을 마치게 되면 완벽하게 화성인이 되어 남들과 어울릴 수 있어. 너를 위해 특별한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최근에 개발된 강력한 뇌 기능 활성화가 탑재된 의술로 네게 처음 적용되어 화성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의 소유자가 되었단다.”

 “그렇군요.”

 고드는 자신에게 주어진 뇌 기능 활성화 의술에 대해서는 당장 실감이 나는 것도 아니어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궁금한 관심사는 다른 데 있었다.

 “저어... 지구에 남아 있는 제 후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고드의 느닷없고 갑작스런 첫 물음에 슈카르는 순간 당혹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며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솔직히 지금 그들의 상황은 잘 모른다. 너를 회생시키기 위해 화성으로 돌아오는 게 급해 네 혈족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구의 연구기지에서 전송해 온 보고에 의하면 네 혈족들은 여전히 무리를 지어 잘 지내고 있다는구나.”

 “다행이군요. 제가 후계자 지정을 구체적으로 해 주지 않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래, 무엇이냐?”

 “지구의 제 혈족들을 화성에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슈카르는 아직 고드가 지능은 높지만 지식수준은 미흡하기에 구체적인 대화는 프로그램 이수 이후로 미뤘다.

 “고드, 네 혈족들에 대해서는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돼.

 맹세코 네 혈족들은 해코지하는 일은 없을 거다.

 언젠가는 모두가 동족이 되어 함께 살 수도 있을 테니까.”

 고드는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띠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안심이 되네요.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어서 학습 프로그램을 받고 싶어요.

 그래야 아버지와도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고드.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자리에서 일어선 슈카르는 고드의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해 주었다.

 “곧 어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가야지. 고드.”

 슈카르는 아버지의 손길을 통해 왠지 모를 든든함이 느껴졌다.

 “예, 아버지... 대지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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