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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계림일록 ~난세의 잠룡~
작가 : 태평
작품등록일 : 2018.11.11

어린 여왕이 즉위한 계림은 혼란에 빠져 흔들린다.
이 난세 속에서 반란을 일으킨 진만의 군이 중경으로 향하고,
중경에선 중앙군과 지방군이 합하여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심을 품고 몰래 움직이는 이들이 생기며 혼란은 가중된다.
그러는 동안 중경유수의 딸 박인하는 난세 속에서 미소를 짓는데...

 
04.선기자타(善騎者墮) (3)
작성일 : 18-12-30 21:21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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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석지만에게 들리지 않게 혀를 차는 김창헌은 잠시 유수방을 돌아보더니 박경의 책상 위에 놓인 조그마한 석상에 눈이 꽂혔다. 마치 기도하는 사람을 연상케 하는 이 석상은 놓여져 있는 책상의 여러 물건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특히 눈에 띄었다.

  김창헌이 석상에 눈이 가있음을 안 박경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신가요?”

  “아, 저 석상이 좀 신경 쓰여서 그럽니다. 특이하달까, 뭔가 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주변과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말이죠. 뭔가 저 석상 혼자 붕 떠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럽니다. 동시에 뭔가 기이한 느낌도 드는군요.”

  “별 거 아닙니다. 이곳 유수부의 수호를 위해 설치한 물건입니다. 유수부에 불미스런 일이 생기면 안 되기에 만일의 사태를 방비하기 위한 도술이 걸려 있는 물건이죠.”

  그 설명만으로 충분했는지 김창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상에서 시선을 떼버리며 관심을 끊었다. 설명을 마친 박경만이 석상을 쳐다보며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이 석상은 박경이 말한 것처럼 유수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중요한 기밀 정보나 내용이 오가는 유수방의 보안을 위한 것으로, 괜한 이들이 함부로 유수방에 침입하거나 염탐 혹은 도청할 수 없게 만드는 도술이 담긴 물건이었다. 본래 이 중경에는 없었던 물건으로, 박경이 중경에 있을 때 어느 이름난 고승(高僧)에게 받아서 현재 이곳 중경유수방에 설치한 물건이었다.

  이 물건을 설치한 데에는 정말 위험하거나 불미스런 일을 벌일 사람들을 막기 위한 것보다도 박경의 딸인 박인하 때문이 더 컸다. 틈만 나면 예상치 못한 행동을 벌이는 그녀가 중요한 기밀 내용을 손에 넣어 돌발적인 행동을 벌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박인하는 이 석상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이미 그에 따른 대처도 만든 상황이었다. 박경 역시 자신의 똑똑한 딸이라면 분명 어떤 대처를 세웠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석상을 치우지 않는 데에는 만약이라는 걸 대비한 것과 함께 딸의 무모한 행동을 어느 정도 막고 있다는 심리적인 위안을 위해서였다. 그 위안도 이렇게 석상을 보고 있다 보면 현실을 떠올리며 걱정과 함께 한숨이 나오지만 말이다.

  박인하로 인한 걱정으로 박경이 한숨을 내뱉는 동시에 김득신으로부터의 석지만의 질문이 끝났다.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는 석지만은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박경에게 말했다.

  “과연 진경후로시군요. 역시 중경유수로 진경후를 선택하신 창령공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 그거 고맙군.”

  당연히 고마울 리 없으나 예의상 박경은 그렇게 대답했다. 실제론 무례하다 여겨질 수 있는 질문이기에 박경은 속으로 편하진 않았으나 본래 석지만이라는 인물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괜히 충돌을 일으켜봐야 좋을 거 없다는 판단 아래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김창헌이 석지만의 말과 태도에 큰 불만을 가지고 불평을 늘어놓으려고 했다. 이 역시 괜한 충돌을 막으려는 진간이 눈빛으로 제지하면서 늘어놓지는 않았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석지만은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면 전 이만 가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저녁에 저희를 맞이할 주안상은 감사히 받아야 옳사오나 이곳까지 오면서 피로가 쌓인 지라 전 불참하겠습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그렇게 자기 할 말을 마친 석지만은 그대로 유수방을 나가버렸다. 석지만의 거침없는 행동에 그 누구도 제지를 하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진간은 썰렁해진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녹이기 위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감독관이 많이 피곤한 모양이야. 원채 저런 사람이기는 하니 그대가 이해해 주시구려. 아하하, 이거 참 혈기가 넘치는 사람이야.”

  어색하게 웃어넘기려는 진간과 달리 김창헌은 싸늘하게 석지만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지만의 태도에 불만이 터질 것 같으나 간신히 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김창헌 역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수, 저도 일어나보겠습니다. 가서 병사들의 주둔 상태를 확인하고 앞으로 있을 전투에 조금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경유수께서 마련하신 저녁의 잔치에 감독관 달리 감사히 참여하도록 할 터이니 나중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래. 먼저 가보도록 하게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마친 김창헌 마저 유수방을 나가자 이번에는 진간이 일어섰다.

  “어허허, 이거 참 분위기가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진간에게 박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모르는 바는 아니니 괜찮소.”

  “그렇게 말을 해주니 뭐라 드릴 말이 없구려. 이거 중경유수와 여기 두 사람에게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일단 내가 대신하여 사죄를 드리겠소.”

  “아니옵니다, 원수.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다 보니 생길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까. 원수께서 사죄하실 일은 아니옵니다.”

  박경을 대신해 진간의 사과를 받으며 윤경준이 기운 좋게 웃어보였다. 당연히 윤경준의 그런 태도에 멋대로 박경을 대신하는 월권 행위라 느낀 김득신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김득신과 달리 별다른 반응이 없는 박경이 말했다.

  “뭐,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이 있지 않소. 이따가 잔치 때 뵙도록 합시다.”

  “그러도록 하겠소. 그럼.”

  진간마저 유수방을 나서자 유수방 안에서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자신의 자리에 털썩 앉은 박경의 눈치를 보며 김득신은 편치 않은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벌써부터 이렇게 분란의 징조가 넘치는 상황에서 과연 진만의 무리를 막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가득 담긴 한숨이었다.

  “김 판관, 너무 한숨 쉬지 말게나. 내가 말했듯이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다보니 이러저러한 일이 생길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기질 말씀이십니까?”

  아무 일도 아니라는 윤경준의 태도에 김득신이 윤경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건 사람의 기질을 운운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겁니다, 부유수.”

  “그렇다고 어쩌겠다는 겐가. 듣자하니 저 석지만이라는 인물은 지금 이 나라의 최고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창령공의 최측근으로 신임을 받는 이라고 하네. 그런 인물을 일개 지방의 판관인 그대나 내가 어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 그렇습니까, 유수.”

  자신에게 말이 전해지자 박경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러나 김득신과 윤경준은 이와 상관없이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는 법입니다. 아무리 중앙에서 파견한 진압군의 감독관이라고 해도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어찌하겠는 겐가. 중앙에 항의라도 하겠다는 겐가? 아니면 저 자에게 직접 항의를 하겠다는 겐가?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니야. 오히려 이 일을 꼬투리 잡아서 우리를 심하게 질책할 수 있어.”

  “부유수께선 마치 남의 일이라 여기시는 듯 하시군요.”

  “그만들 두게.”

  슬슬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박경이 나섰다. 큰 목소리도, 위엄찬 목소리도 아니었으나 두 사람을 말리고 진정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지금 우리끼리 싸워서 어찌 하겠는가. 김 판관, 부유수의 말대로 저 석지만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지금 우리가 어찌할 수는 없으니 그냥 냅두게나. 게다가 저 석지만이란 인물은 내 익히 아는데 본디 그러한 자이니 이해는 하지 못해도 그냥 모르는 척 하게나.”

  “알겠습니다.”

  “부유수, 이만 가서 잔치 준비를 마무리 짓도록 하게나. 그리고 중경 주변 일대에 대한 정찰을 강화하는 한편, 그 범위도 넓히도록 하게. 이 중경을 노리는 무리가 진만의 무리 하나만은 아닐 수 있으니 특별히 그 점도 유의해서 살피도록 하게.”

  “그러지요, 유수. 제게 맡기십시오.”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롭고 자신 있게 대답을 마친 윤경준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박경에게 인사를 올린 뒤에 나갔다. 그런 윤경준을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김득신에게 윤경준이 말했다.

  “자네 정도 되는 사람이 어찌 그러나. 저 사람이 저러는 게 하루이틀이 아님은 그대도 알지 않은가. 석지만 역시 내게 이미 익히 들어서 알 것이거늘 어찌 그런가.”

  “죄송합니다, 유수. 허나 너무 무례한 모습들을 봐서 그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별별 사람을 만나게 됨을 그대가 잘 알지 않은가. 그리고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어야 함도 잘 알터이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유수께 너무…….”

  “난 괜찮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유수.”

  여전히 불만은 가득했으나 박경의 질책에 위축한 김득신은 어두운 얼굴로 연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윤경준의 말대로 어쩔 수 없으며 그냥 참아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준 김득신이 내심 고마운 박경은 살짝 미소를 띄며 다독이는 말을 건넸다.

  “그래도 나를 생각해 주다니 고맙군, 김 판관. 자네 덕에 나 역시 조금 풀린 기분이야.”

  “과찬이십니다, 유수.”

  “자네도 가보게나. 그러고 보니 중경의 재정 상황을 다시금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부유수가 올린 보고를 신뢰치 않는 건 아니나 만일의 경우도 있으니 다시금 확인해보게나.”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김득신이 인사를 올리고 나가자 유수방에는 박경 혼자 남게 되었다. 혼자가 된 박경은 고요한 유수방 안에서 멍하니 중경지도를 바라보았다.

  이러저러한 중요한 정보들과 주변의 지형 등이 가득한 지도를 보며 멍 때리던 박경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평소에도 보며,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던 곳임에도 박경의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은 중경 서쪽으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하늬언덕이라는 이름의 언덕이었다. 평소 좋지 않은 소문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실제론 아무런 일도 없었던 데다가 진만 등의 일로 신경이 쏠리면서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던 장소이다.

  그런 장소가 어째서 이제 와서 눈에 들어온 것인지 박경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불길한 기분을 느끼는 와중에 박경은 책상 위의 석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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