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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아내의 치명적인 비밀
작가 : 언덕에복
작품등록일 : 2018.12.22

알고 보면 비밀 많은 드라마 쓰는 작가 장진, 어느 날 그녀에게 남편이 등장했으니 그는 바로 대한민국 최고 꽃미남 배우 심빈! 장진과 심빈이 만들어가는 스펙타클 러브스토리!

 
7회. 당신들은 부부.
작성일 : 18-12-30 18:22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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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 ‘달빛 창가’를 향해 청훈의 차는 달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의 도로는 한산했다. 하늘도 이 둘이 막힘없이 목적지에 다다르기를 원하는 것처럼

 오늘 청훈을 처음 만난 장진은 아까의 실례를 또다시 범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목적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였다.

 

 ‘이제 좀 조용해졌군. 운전할 땐 역시 음소거지.’

 

 음소거. 청훈이 운전할 때 가장 선호하는 차량 내 환경이다. 그는

 하나 이상의 일을 하면 정신이 복잡해진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이 없다. 그는 단 한 가지 일이라도 잘한다면 열두 가지를 해내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본다.

 

 물론 그도 살면서 하나 이상의 일을 수행한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한 가지만 하면서 살기엔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급격하게 변했다.

 

 집안에서 그가 살아남으려면 모든지 만능이어야 했다. 청훈은 집안에서 유랑자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올가미 쳐놓은 환경에서 하루빨리 독립하고 싶었다.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청훈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집안 어르신들은 사회인으로서의 청훈이 제몫을 다하면 나가 살아도 좋다는 허락을 하셨다.

 

 그는 그간 바깥에서 벌여놓은 여러 가지 일을 정리하며 하나의 일을 완벽히 수행해보이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있어 그것은 하나의 도전이었고, 그는 막힘없이 그것을 해냈다. 청훈은 카페 겸 바 <달빛창가>의 주인이 되었고, 그 외의 나머지 일은 포기했다.

 

 그 중에는 그의 가슴에 단 한 사람도 품지 않겠다는 다짐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운전이면 운전만 해야 하고, 음악을 감상하려면 음악만 감상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야 온전히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다.

 운전은 안전운전이 제일이다. 방심하면 그 즉시 사고가 난다. 사고의 후유증은 낙인처럼 몸에 남는다.

 

 그는 평상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

 

 청훈은 옆에 앉은 이 낯익은 여자를 운전하다가 칠 뻔 했었다.

 물론 청훈이 음주운전을 했다거나 뭔가에 한눈 팔려서 사고를 칠 뻔했던 것은 아니다

 

 3년 전 그날 어두운 밤거리, 파리 7구의 샹드마르스 공원에서는 연말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밤거리를 점점이 채우고 있었다.

 

 그는 과거를 돌아봤을 때 그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데 한몫했다고 본다. 청훈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이날은 했다.

 

 온 세계가 성 니콜라스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생겨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흥겨운 분위기에 시큰둥한 청훈이었지만 이날은 신호 정지할 때마다 편한 자세로 차창 밖을 힐끔힐끔 거렸다. 오색찬란한 크리스마스 전등이 있나, 원색 불빛이 있나 밤거리를 빠르게 눈으로 살폈다. 평온한 저녁 밤이었다.

 

 그때, 청훈의 눈에 공원에서 순찰 중이던 기마경찰이 단체점퍼를 입은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동양 관광객 여러 명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종종걸음을 치며 안절부절못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이는 걸 보니 아마 화장실을 가지 못해 기마경찰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는 거 같았다.

 

 청훈은 심드렁해져 그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비껴가 거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땅바닥에 놓인 기다란 자루가 저 혼자 일어서려고 애쓰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자루가 춤을 춘다. 그도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흡사 만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움직이는 자루라니, 춤추는 자루라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구나. 궁금했다. 고요한 공원 밤거리에 움직이는 자루로 뭘 하려고. 설마 저 안에 시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상상해봤다.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는 자루에 대한 관심을 끊고 시선을 돌려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곧 신호가 바뀌자 정치된 차들이 도로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훈은 핸들에 올린 손에 힘을 주고 힘껏 앞으로 나가려 했을 때 의도치 않게 보았다. 보고 말았다. 자루가 혼자 일어서더니 옆으로 픽-하고 쓰러지는 것을.

 

 아아- 저것은 만화 영화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고 자신이 꿈꾸는 것 도 아닌 현실이었다. 볼을 세게 쳐봐도 자루는 아까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자루가 쓰러진 것이다.

 

 그도 자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그때 왜 자루에 꽂혀 버린 것인지. 청훈은 뒤에서 울리는 클랙슨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은 듯 그대로 잠시 멈춰 버렸다. 그의 귀에는 클랙슨 소리따윈 들리지 않았다. 그는 삿대질하며 스쳐 지나가는 차량을 무시하고 바로 핸들을 꺾어 알맞은 곳에 차를 정차시켰다. 한시가 급했다. 그는 무사히 공원에 쓰러진 자루를 찾았고, 망설임없이 바로 그 안을 열어봤다.

 

 사람이었다. 여자 사람이었다. 자루 안에 버젓이 사람이 누워 있었다.

 

 하얀색 상, 하의로 된 환자복을 입은 여자였다. 여자가 뒤척였다. 그녀의 한쪽 귀에 백금으로 된 귀고리가 반짝였다. 누가 이 여자를 자루에 넣었을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떻게 그녀를 공원에 두고 갔을까. 청훈은 고민이 됐다.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이 빨리 서지 않았다.

 

 그때

 기마경찰이 ‘쉐쉐,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라고 감사함을 표현한 동양인 단체 관광객을 화장실로 인도해주고 본래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청훈은 반사적으로 자루에서 여자를 꺼내 품에 안아 들었다.

 

 우선은 차가운 체온의 여자를 따뜻한 제 집으로 데려가서 뭐라도 좀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이 오갔다.

 

 정말 그라면, 청훈을 알던 사람이 봤다면 그가 미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타인의 일에 관여한다는 것, 시간이 흘러 세상을 떠날 때 이 세상에 자신이 왔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은 않은 남자가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가며 여자를 안은 채 달리는 복잡한 심정의 청훈과 달리 품에 안긴 여자는 갓난아이처럼 청훈의 품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며 잠에 빠져 있었다. 여자의 열이 어찌나 심한지 두꺼운 니트를 입은 청훈의 가슴에 그 열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살아 있다. 아직 살아 있다.’

 

 청훈은 생각했다. 그때, 그녀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날 파리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고.

 

 

 

 ***

 

 

 

 조용하던 차량 실내에 정적을 깬 훈 청훈이었다.

 그는 여전히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장진에게 무심한 톤으로 물었다.

 

 “혹시 웃방귀를 알고 계십니까?”

 

 웃방귀. 만약 그녀가 청훈이 생각나는 사람이 맞다면 알고 있어야 할 단어. 명사. 고유명사. 우리 둘이 만든 첫 번째 언어.

 

 자신이 잘못 안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부적 백금 귀고리가 그 증거였다. 그 귀고리는 그녀가 청훈에게 빼달라고 부탁한 적 있는 귀고리였다.

 

 장진은 청훈의 복잡한 속사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의 기억은 자신이 봉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장진은 옆에 앉아서 묵묵히 운전하는 청훈의 옆모습을 살폈다.

 질문에 대답 없는 장진 때문인지 청훈의 한쪽 눈썹이 자꾸만 씰룩거렸다.

 

 ‘이 남자 은근 귀엽네?’

 

 남자는 귀엽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데, 장진은 섹시하게 생겼으면서 은근 허당미가 있는 이 남자가 귀엽다고 느껴졌다.

 

 ‘은근히 개그 욕심도 있고? 아까 오미자에 이번엔 웃방귀?’

 

 귀가 막혀서 잘못 들은 게 아닌 것인지 걱정이 든 장진이 귀를 후볐다. 예상치 못한 장진의 행동에 청훈은 인상을 저절로 찡그렸다.

 

 '나를 진짜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군. 굳이 내가 먼저 나설 필요없겠지. 그녀에겐 난 3년 전엔 없는 존재였으니까'

 

 “죄송해요. 방금 뭐라고 하셨죠? 제가 잘 못 들었나봐요.”

 

 장진이 말했다.

 

 “방금...콧방귀를 말씀하신 거 같은데...아, 콧방귀가 아닌가?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도착했습니다.”

 

 질문과 맞지 않은 대답을 하며 창훈은 주차장에 차를 정차시켰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아, 고맙습니다.”

 “들어가죠.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훈은 차문을 열고 미끈하게 빠진 다리를 땅 위에 내렸다. 습관처럼 레이디 에스코트를 하려고 했지만 장진은 이미 문을 열고 차에서 나와 있었다.

 

 ‘대체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일까?“

 

 장진은 갸우뚱거리며 달빛창가가 있는 2층 계단을 발을 내려놓았다. 청훈이 그녀의 곁에 다가가 섰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를 보니 생각해 많아 보였다.

 

 ”생각은 만나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생각은 일단 접고...아, 같이 안 가시나요?“

 

 계단에 오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창훈에게 장진이 물었다.

 

 ”오늘 카페는 쉽니다.“

 ”예? 그럼 여긴 왜 왔죠? 아침부터? 장사도 안 하는데“

 ”1층이 제 집이니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아, 네, 네!“

 

 장진은 앞서 걷는 창훈의 뒤를 조용히 따라 걸어갔다. 달빛창가 카페 주인이 사는 집은 어떨까 기대를 하면서.

 

 

 

 ***

 

 

 

 그녀가 느낀 청훈의 집은 한마디로 차가운 도시의 남자 하우스였다.

 청훈의 취향을 반영한 것인지 집은 온통 블랙 앤드 화이트로 인테리어 돼 있었다. 여름엔 시원할 테지만 겨울엔 추워 보였다. 장진은 묵묵히 앞을 걸어가고 있는 청훈의 뒤에서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러자 차도남의 집에 있을법하지 않은 유난히 틔는 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거리에 지나가는 행인들을 앉아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벤치형 그네에 잠을 잘 수 있고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두더지 잡기 게임기가 함께 있어 맘 편히 쉬고 놀 수 있는 장소였다..

 청훈의 비밀 장소에 장진은 처음 발을 내딛는 영광을 얻었다.

 

 ”우와- 이 집에 이런 곳이 있다니...진짜 여긴 생각할래야 생각할 수 없는 곳이에요. 2층 카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장진은 청훈의 뚱한 반응에도 꿋꿋하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이곳은 그녀가 한번쯤 와야 할 곳이었다.

 

 스트레스 해소의 따봉! 두더지 잡기 게임기와 이웃나라 노른자군 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깨깨요 친구들이 살아 움직이는 이곳은

 바로

 아시아 프린스 심빈이 벤치그네에서 꿀잠을 자고 있는 스윗 스팟이었다.

 

 ”히이익- 누구예요?“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팔딱 생기 있게 움직이며 스윗 스팟을 둘러보던 장진은 벤치그네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작은 괴성을 질렀다.

 

 ”장진 씨, 남편입니다.“

 ”네?“

 ”장진 씨, 남편“

 ”남편? 제 남편이라구여?“

 

 창훈은 심빈의 계획대로 기억을 잃은 그녀에게 심빈을 연인이 아닌 그녀의 남편이라고 소개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부부가 돼 있었을 것이니 미리 말한다고 안 될 건 없다는 심빈 녀석 때문에.

 

 ”히이익- 뭐라고요?“

 ”장진 씨 남편이라고 했습니다.“

 

 ’뭘 이런 걸로 놀래나.‘

 ’귀 따가워. 이 여자 그새 목청이 더 좋아졌어.‘

 

 ”히이익-“

 

 하루아침에 외간 남자의 아내가 돼버린 장진은 창훈이 벤치 쪽으로 가려하자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장진의 손길을 빠르게 피하고 벤치그네에 누워 새우처럼 몸을 안쪽으로 말다 피다 말다 피다 하는 심빈에게 다가갔다.

 

 ”그만 자고 일어나.“

 ”아- 누구야, 머리 울려.“

 ”일어나라고 했다.“

 ”머리 울린다니까. 아- 목말라. 물, 물, 나 물 좀 줘-“

 

 밀려오는 피로감 때문인지 심빈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물...“

 

 청훈은 물을 찾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

 주춤주춤 앞으로 갈까 뒤로 갈까 하는 장진이 눈에 띄었다.

 

 ”이리로 와요. 저기 게임기 밑에 놓인 물병 갖고“

 ”예, 예...“

 

 그는 그녀에게 물병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장진은 두더지 게임기 밑에 놓인 물병을 집어 들고 살금살금 청훈에게 다가갔다.

 

 ”아- 물, 물 좀 줘, 나 목마르다니까아~’

 

 그녀에게서 물병을 건네받은 청훈은 뚜껑을 열었다. 뚜껑 돌리는 소리에 심빈이 눈을 감은 채 손을 위로 뻗었다. 청훈은 심빈에게 물병을 건네지 않고 심빈의 얼굴 위에 약 올리 듯 물을 졸졸 흘렸다.

 

 ‘너, 누가 여기에 침 흘리고 자래.’

 

 청훈의 소심한 복수에 심빈은 강제로 물세수를 하고 있었다. 심빈은 청훈이 그러다 말겠지 하고 계속 물세례를 받고 있었다.

 

 “야...야...그만해....야....그만 하라니까...?”

 

 청훈은 계속해서 자세를 유지했다. 졸졸졸- 물병의 물이 반이나 비어갔다. 그러자 최대한 몸을 말던 새우 심빈이 소금 위의 대하처럼 네 활개를 활짝 펼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그만! 그만해 자식아!”

 

 심빈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그는 얼굴에 흐르는 물을 털어내기 위해 사정없이 머리를 좌우로 털어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멀리서 황홀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장진이었다.

 

 ‘어머, 어쩜. 누구길래 머리 터는 모습이 저렇게 미치도록 잘생겼지?’

 

 심빈은 장진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며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넌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어.... 누...나? 누나! 누나!”

 

 심빈의 눈에 꿈속에서만 존재하던 그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볼을 꼬집어 봤다. 따끔거렸다. 꿈이 아니었다.

 심빈은 장진을 끌어 안어 그녀의 존재가 꿈이 아님을 확인하고 싶었다.

 

 “에...?”

 

 장진은 낯선 이의 “누나”란 단어보다 머리 털던 흑발 꽃미남이 자신의 쪽으로 사정없이 돌진해 옴을 보고 그 자리에 망부석이 돼 버렸다.

 

 “아니 저기 왜 제가 그쪽 누나인지...”

 

 심빈은 장진을 껴안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녀가 왔다. 그의 품으로.

 장진은 심빈에게로 와서 누나가 되었다. 누나는 살아 있는 실재였다. 심빈은 꿈에서 깨어났다. 제 품에 안긴 사람은 장진, 그녀였다.

 

 “커헉”

 

 엄청난 압력에 놀란 그녀를 심빈이 가슴 벅차게 끌어안았다.

 

 “누나! 누나! 진이 누나 맞지? 어? 맞는 거지? 맞잖아 맞지?”

 

 심빈은 혼자서 자문자답하며 그는 격한 감동에 취했다.

 

 “누나, 정말 내 누나 맞지?”

 

 그는 그녀를 품에서 조금 떨어뜨려 세심하게 장진의 얼글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조심히 어루만졌다.

 심빈이 기억하는 장진.

 봉긋하게 솟아올라 보름달 같은 동그란 이마,

 밤하늘 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길라잡이 같은 초승달 눈썹,

 심해의 흑단 같은 검은 머릿결,

 건들면 톡-하고 터지지나 않을까 보기만 해도 조심스러운 탐스럽고 앙증맞은 입술

 그녀의 유들유들한 성격과 알맞은 코끝이 까꿍-하고 솟아오른 버선코.

 신비한 빛을 띤 커다란 귀걸이가 귓불을 따스하게 감싼 귀여운 귀.

 그리고.

 지난 3년간 꿈속에서 그에게 애절하게 “기다려”란 말을 전했던 우수에 잠긴 고요한 검은 눈동자까지도.

 맞다. 그녀가 맞았다.

 찾았다. 내 여자, 내 미래의 아내. 너 장진.

 

 “진짜 진이 누나 맞네.”

 “...?”

 

 갑작스런 꽃미남의 압박포옹에 정신을 아찔해진 장진은 이것은 무슨 모닝 스폐셜 골져스 핫 프레젠트인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신이 아찔해지네.’

 

 ‘나 언제 이런 복 많을 만큼 착한 일을 있었나. 여태까지 열심히 알바하고 열심히 글 쓴 게 다인데?’

 

 어, 너 그만큼 했으면 복 좀 받아도 돼.

 

 ‘어, 어라?’

 

 누군가 그녀에게 굴러 들어온 복을 의심해서 차지 말고 기쁘게 받으라고 심빈에게 다시 미는 것 같았다

 .

 청훈이었다. 그는 이 요란한 옛 연인의 재회를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장진을 일부러 심빈 쪽으로 밀어주었다. 고개를 일부러 옆으로 돌리는 건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심빈은 장진을 품에 안았다. 가슴 터지도록. 그녀가 다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누나, 누나, 누나”

 ”어, 어, 어?“

 

 <누나>와 <어>만이 오가는 단조로운 대화가 심빈과 장진 사이에서 오갔다.

 

 곁에서 지켜보니 계속 그러자 날 샐 것 같다는 생각에 청훈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첫 번째로 청훈은 이 둘 사이의 단어의 오류를 정정해줘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누나 말고 아내”

 

 그 말에 떨어짐과 동시에 심빈과 장진의 시선이 청훈에게로 쏠렸다. 청훈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장진을 바라봤다.

 

 ‘맞아. 너무 정신없어서 잊고 있었어. 내가 이 사람의 아내래....내가 아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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