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버스커들이 관객들에게 자신의 재주를 선보이는 홍대 걷고싶은 거리.
누군가는 유행 아이돌 곡에 춤을 추고 있었고, 누군가는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비어있는 버스킹 자리 중 하나에 네 명의 소녀가 걸어 들어간다.
그 중 세 명은 기타 가방을 등에 메고 있었고, 한 명은 한 손에는 드럼 스틱이 담겨있는 작은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모두의 오른쪽 팔에 빨간색의 화살 과녁 모양을 한 심볼이 그려져 있는 완장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두 손에 들고 있었던 드럼 부품 가방들을 바닥에 조심스레 놓았다.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시선을 그녀들로 향했고, 그녀들의 기타 가방과 드럼 가방들, 드럼 스틱을 담은 보따리를 모두 확인하자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옆에서 버스킹을 감상하고 있던 몇몇 관객들도 살짝 힐끔 하고 노려보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아니꼬워 노려볼 때 네 명의 소녀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로 각자의 악기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악기를 천천히 가방에서 꺼내 들고 한 명은 드럼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악기를 조율하는 동안 주변의 "관객"들은 스마트폰을 들어 준비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각각 SNS에 '#락_압수' 해시태그를 붙여서 온갖 부정적인 말을 늘여놓기 시작한다.
불량 청소년들, 락찐 새끼들 등등...
하지만 그중 단 하나의 글에도 빠지지 않은 단어가 하나 있었다.
그 단어는 [예비 범죄집단]이었다.
그녀들은 모두 악기 준비를 끝내고 아래로 내린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스탠드 마이크를 세워두고 마이크를 툭툭 두드려 테스트해 본다.
[삐이이이이] 하고 앰프에서 약하게 울리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고 기타를 어깨에 멘다.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껄끄러운 범죄자를 보는 표정이었다.
아무도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손에 쥐고 있는 음료수 캔과 과자 쓰레기 봉지를 던질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네 명의 소녀는 무섭지 않았다.
한 소녀는 무서웠어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이미 이런 광경은 너무나도 익숙했고, 여기서 기가 죽은 채로 물러나면 그들의 승리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또 생겼구먼."
"또 쟤네들이네..."
주변 순찰을 하고 있는 두 명의 경찰은 주변 벽에 기대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고 비웃으며 한 손에 들려있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곧, 스트레이트 진 청바지를 입고 오픈 숄더 티셔츠를 입고 있는 보이시한 소녀가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락을 위해서 태어났다, 락만이 우리의 유일한 탈출구다! 너희들이 뭐라든 신경 쓰지 않아!"
관객들이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에 살짝 놀라 주춤했지만, 곧 던질 물건을 든 손을 슬쩍 올려 위협을 보였다.
그리고 던져보라는 듯이 그녀는 양팔을 벌려서 "관객"을 향해 씩 웃는다.
"오해와 거짓, 위선을 벗어날 자유. 그 자유를 위해 노래를 부를 뿐인데, 어째서 우리를 증오하는 거지?"
"관객"들은 모두 던질 물건을 들고 있는 손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이 언제는 우리 말 들었냐.'
중얼거리면서 스탠드 마이크에 서 있는 그녀는 뒤를 살짝 돌아보면서 나머지 세 명의 그녀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나둘 셋' 하는 작은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모두가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우리는 [라이즈 스타 업]! 우리는 너희의 범죄자, 저항군이다!"
"우리는 [라이즈 스타 업]! 우리는 너희의 범죄자, 저항군이다!"
"우리는 [라이즈 스타 업]! 우리는 너희의 범죄자, 저항군이다!"
"우리는 [라이즈 스타 업]! 우리는 너희의 범죄자, 저항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