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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꿈속에서 봤습니다.
작가 : 정관월
작품등록일 : 2020.7.31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고대왕국, 휘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 정재현. 신은 그의 혈통에 선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리고 상큼발랄한 소녀 지영.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진실.

#꿈 #미래 #달달 #알콩 #달콩 #예지몽 #운명

 
7화.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
작성일 : 20-08-03 22:16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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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내매점을 나서는 재현의 뒤로

 불길한 시선이 계속 느껴진다.

 

 ‘휴...’

 

 그는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나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서있는

 그녀의 표정엔 실망감이 가득하다.

 

 물론 그는 그녀의 섭섭한 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불길한 느낌의 녹색 빛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대체 뭐였을까...?’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단지 꿈속에서 미래를 보는 사람,

 그 뿐만이 아니라 뭔가 거대한

 운명의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속에서 미래를 보는 능력,

 애초에, 그런 게,

 왜 하필 나에게 주어졌지...?’

 ‘분명히 그런 능력이 주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가 대체 뭘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그녀의 병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안색이 많이 나빠져 있었다.

 

 “잘 가, 오늘 즐거웠어..”

 

 그렇게 나직이 말하고는

 그녀는 뭔가 슬픈 듯한,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에게 눈도 맞추지 않고

 서둘러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가 인사할 잠깐의 여유도

 주지 않은 채.

 

 ‘갑자기 왜...?’

 ‘아...’

 

 그는 잠깐 동안 멍하니 서서

 병실 안으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천천히 자신의 병실로 향했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 싫었다.

 

 그래서 재빨리 병실로 들어왔다.

 

 게다가 일부러,

 입구에 가까이 있는 자신의 침대를

 지나쳐 창가로 갔다.

 

 뒤를 돌아보니,

 이제 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흑- 흑-

 

 참고 있던 울음이 터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따뜻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차갑게 변할 수 있지...?’

 

 ‘그 무서운 표정까지...’

 

 ‘내가 그렇게 부담을 준 거야...?’

 

 ‘내 말을 무시하고

 갑자기 일어날 정도로...?’

 

 ‘그럼 왜 바래다 준거야...?’

 

 ‘분명히 마음이 통했는데...’

 

 ‘내가 착각한거야...?’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자신의 침대까지 왔을 때,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털썩

 

 그녀는 목발을 내려놓고 나서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침대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결국 베개는 눈물에 잔뜩 젖어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훌쩍이다가

 

 마치 꿈을 꾸듯이,

 

 그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늦게 가서 미안...’

 

 분명히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자

 그녀의 마음속에서

 한 줄기의 따뜻한 빛이

 먹구름을 뚫고 서서히

 내리쬐기 시작했다.

 

 살인마에게 쫓기고 있던,

 너무나 위험하고 두려운 순간에도,

 끝끝내 그녀를 버리지 않고,

 스스로 시간을 벌어보겠다던 그였다.

 

 ‘그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야.’

 

 ‘어떤 사정이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 상처가 갑자기

 아파졌던 걸 수도 있어...!’

 

 눈물은 어느 새 그쳐 있었다.

 

 ‘만약 그랬던 거라면...’

 

 그녀는 자신의 판단이

 경솔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아픔보다

 자신의 감정만 우선한 것 같아

 그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재현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차 싶었다.

 

 녹색 눈빛을 의식하느라,

 그녀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했었지...?’

 

 그는 기억을 더듬다가,

 어느새 자신의 침대 앞까지 와버렸다.

 

 그녀가 폰을 만지작거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두 사람은 아직

 번호교환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그녀가 말없이 폰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던 모습이 떠올랐다.

 

 ‘기분이 많이 상했겠지...?’

 

 그녀의 슬픈 듯한 표정이 떠오르며

 갑자기 그의 가슴이 욱신거렸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될까봐,

 불안해서 견디기 힘든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이라도 가서 얘기를 해야겠어.’

 

 그가 링거를 끌고

 다시 병실 입구까지 갔을 때,

 갑자기 발걸음이 멈춰졌다.

 

 ‘뭐라고 얘기하지...?’

 

 ‘사람을 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얘기하고 사과를 해야 하나...?’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그녀라는 존재가 그에게 있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

 

 이미 그녀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어있었다.

 

 그녀가 보여준 슬픈 듯한 표정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린다.

 

 그는 혹시 그녀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두렵고 불안하다.

 

 ‘내가 종업원의 눈빛이 녹색으로

 빛나는 걸 봤다고,

 그게 언제 그녀를 해코지 할지 몰라

 온 신경을 동원해,

 녹색 눈을 경계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그녀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고,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그걸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

 

 ‘아니면 상처에서 갑자기

 통증이 느껴져서 그랬다고

 둘러댈까...?’

 ‘약간의 고통이긴 했지만...’

 ‘상처가 아팠던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둘러대면...’

 

 문득 그는,

 그녀를 믿지 못하는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한 말을 그녀가

 믿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는

 그 자신이 싫어졌다.

 

 그는 그녀를 거짓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

 

 딱 한 번 거짓으로 둘러대는 순간,

 계속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려니 겁이 났다.

 그가 살아온 내내,

 꿈속에서 미래를 봤다는

 그의 말을 믿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람 눈에서

 불길한 녹색 빛이 났다고 말해야 했다.

 

 그가 병실 입구에서

 그녀에게 가는 걸 주저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아버지가 왔다.

 

 “오셨어요, 아버지.”

 

 “그래. 몸은 좀 어떠냐?”

 

 “이제 많이 나아졌어요.”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책을 한 권 건네었다.

 

 “이걸 주러 왔단다.”

 “아마 지금이 적기일 것 같더구나.”

 

 그 책에는 제목이 없었다.

 

 “이게 무슨 책이죠?”

 

 그의 아버지는 무슨 책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원래는 고대어로 되어있었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들이

 번역해온 책이란다.”

 

 “일단 읽어보려무나.”

 “지금 너에게 가장 필요한 책일 테니.”

 

 아버지를 배웅한 후,

 재현은 침대에 앉아,

 그 책을 펴들었다.

 

 틱.

 

 책을 펴자마자 메모지가 하나 떨어졌다.

 

 메모지에 적힌 내용은 굉장히 기괴했다.

 

 [위험한 눈빛으로

 팔짱을 끼는 여자를 조심할 것.]

 

 [예쁜 아가씨가 울면서 멀어짐.]

 

 [아마도 봐야할 사람이 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보게 되는 것 같다.]

 

 ‘이게 뭔 소리야...’

 ‘아버지 건가...?’

 ‘나중에 돌려드려야겠다.’

 

 그는 혹시 몰라

 그 메모지를 사물함에

 넣어 놓았다.

 

 그는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輝(빛날 휘) 나라의

 왕세자 정빈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능력이 발현되지 않았다.]

 

 [곧 왕위를 이어야하는데도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없기에,

 대신들의 반발이 거세다.]

 

 [혹여 왕권이 약화되지 않을지

 무척 걱정이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 능력이

 발현되기를 바라지만 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이 후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에 내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여

 책을 쓰는 바이다.]

 

 [태초에 신이 있었다.]

 

 [신은 우주를 창조했다.]

 

 [신은, 우주에 섭리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법칙들을 창조했다.]

 

 [그러자 그 섭리에 따라,

 우주에서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 섭리에 따라,

 별들은 생명을 잉태했다.]

 

 [그리고 그 섭리에 따라,

 생명체들은 모습을 변화시키며,

 서로 잡아먹거나, 잡아먹히거나,

 짝짓기를 하여 새끼를 낳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은,

 인간을, 섭리에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권능으로 창조했다.]

 

 [그리고 신은, 인간을 아꼈다.]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했다.]

 

 [인간이 신에게 받은

 가장 위대한 선물은 바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인간은 너무나 유한한 존재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의 능력 덕분에

 본능을 이겨내고 무한으로 나아간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단순히, 두 명의 사람이 아니다.]

 

 [하나에 하나를 보탠 것이

 더 이상 둘이 아니게 된다.]

 

 [그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충만감으로 인해

 그들은 단순한 둘을 넘어,

 신의 무한에 도달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두려움도, 죽음도, 슬픔도, 시간도,

 그리고 마침내 운명마저도 넘어선다.]

 

 [신은 인간에게 창조의 능력도

 선물했다.]

 

 [인간들은 편리한 도구, 농업기술,

 학문과 같이 인간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무수히 많이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을 잔인하게 죽이는 무기,

 살상기술, 범죄나 전쟁처럼,

 욕심이나 원한 때문에,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파괴하도록 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이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그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그래서 인간 세상에는

 늘 섭리를 통해서

 최소한의 관여만 했다.]

 

 [세상은 비록 공평하진 않지만,

 섭리에 의해서 형평성은 있었다.]

 

 [그래서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고,

 악한 것들도 언젠가는,

 또 어떤 방식으로든 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섭리에 따라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곤 했다.]

 

 [섭리에 따라서 악한 것들이

 벌을 받게 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곤 했다.]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원한과,

 슬픔, 증오와 같은 부정적인 기운이

 세상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그러한 부정적인 기운에

 오랜 시간 노출된 인간은

 질병에 걸리거나, 불행해졌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다시 부정적인 기운을 만들어냈다.]

 

 [또한 부정적인 기운은

 기아, 전염병, 전쟁과 같은

 여러 재난을 일으키곤 했다.]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신은, 인간들 중에서

 정의롭고 의지가 곧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권능을 부여했다.]

 

 [꿈을 통해서 미래를 보는 능력.]

 

 [신이 준 그 능력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꿈을 꾸는 동안에는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

 원하는 사람에 대한

 미래까지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꿈속에서 각성한다면

 조금이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에까지

 간섭할 수 있었다.]

 

 [그 권능은, 아들이든 딸이든,

 권능을 가진 자의 첫 번째 자식에게로

 계승되었다.]

 

 [그리고 계승된 권능이 발현되면,

 기존의 소유자는 권능을 잃었다.]

 

 [기존의 권능 소유자가

 죽은 경우에도,

 그에게 자식이 있다면,

 권능이 계승되어 발현되었다.]

 

 [그 능력은 만능은 아니었지만,

 실로 엄청난 능력이었다.]

 

 [권능이 주어진 후 세상에 떠돌던

 부정의 기운은 눈에 띠게 줄었다.]

 

 [하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권능을 받았던 인간들 중

 절반을 넘는 인간들이

 그 능력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거대한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끝내 타락해버렸다.]

 

 [타락한 자들이 사용한 권능으로

 인해 세상에는 다시 부정의 기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이 다시 개입했다.]

 

 [타락한 자들은 곧 권능을 잃어버렸다.]

 

 [그들이 권능을 잃었을 때,

 그들은, 잔혹하고, 포악하며,

 탐욕스럽기까지 한

 희대의 악마로 손가락질 당하며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권능을 계속 가지고 있던 자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원하는 미래를 볼 수도,

 꿈속에서 미래에 간섭할 수도

 없게 되었다.

 단지 꿈속에서 보여주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단편적인

 미래만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권능은 여전히 강력했다.]

 

 [나는 왕실에 보관되어 있는

 관련 기록들을 모두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들여,

 다른 여러 나라에서 알려진,

 권능에 대한 기록들과

 소문들까지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권능은 여전히, 그것을 가진 자의

 첫 번째 자식을 통해

 계승되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이 발현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한 세대를 건너뛰고

 다음 세대에 발현되기도 했다.]

 

 [아마도 권능이 계승은 되더라도,

 그 능력이 발현되는 데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 듯 했다.]

 

 [권능이 발현된 자들 중

 죄를 지은 자는 거의 없었다.]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함에 의한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대부분 정의롭고 선량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또 그들 중 대부분은,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을 여의었다.]

 

 [드물지만 부모가

 다 살아있는 경우에도

 권능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권능의 계승자가,

 일단 정의롭고 선량해야 한다.]

 

 [그 다음, 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능력이 발현되는 것 같다.]

 

 [한 동안 기록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다.]

 

 [자객의 칼을 맞은 그녀는

 피를 흘리면서도, 그렇게 아팠으면서도

 웃으며 나를 떠나갔다.]

 

 [그 뒤로 나는 능력을

 얻게 되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잃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잃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그녀를 잃은 내 마음이

 너무나 괴롭다는 것이다.]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품에 안고 싶다.]

 

 [미래를 보는 능력 따윈 필요 없으니

 능력을 가져가고 그녀를 돌려달라고

 하늘에 대고 한참동안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가슴에 뻥 뚫린 듯한

 이 허전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내용까지 여기에 쓰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비참하게 느껴진다.]

 

 [그녀를 잃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이 능력은 정말로 엄청나다.]

 

 [그동안 여러 국가에서 침략해왔지만

 단 한 번의 전투에서도

 패하지 않았다.]

 

 [게다가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도

 많이 잡아들여

 민심이 훨씬 좋아졌다.]

 

 [대신들과 백성들

 모두 나를 칭송하고 있다.]

 

 [그녀를 잃은 이후

 처음으로 웃어보았다.]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능력 발현의 조건은,

 정의롭고 선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도 마음속에 한없이 사무친다.]

 

 [소중한 걸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것을 쉽게 탐하고 뺏으며,

 파괴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며 타락하고 만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자만이,

 더는 잃지 않기 위해,

 더는 잃게 하지 않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선아, 그대가 죽기 전,

 나를 보며 웃어준 건,

 이것 때문이었소?]

 

 [그대는 죽음과 시간까지 넘어서

 나의 마음을 보듬고 있었구려...]

 

 텁.

 

 재현은 책을 덮었다.

 다 읽으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너무나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떠올라, 더 이상 읽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

 

 “輝(빛날 휘) 나라...”

 

 “왕세자...”

 

 “신, 권능...”

 

 “이게 뭔 일이냐.. 진짜...”

 

 그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걸 느끼며,

 눈을 감은 채,

 태양혈을 마사지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엄마였구나...’

 

 재현은 가만히 눈을 감고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해보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또 다시 가슴 한 편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한

 허전함을 느낀다.

 

 갑자기 확 몰려오는 피로감에

 그는 눈을 감으며 침대에 누웠다.

 

 그 때였다.

 

 마치 꿈을 꾸듯이,

 

 자신의 손을 잡고 침대에 엎드린 채,

 쌔근쌔근 자고 있던,

 그녀의 고운 얼굴이 떠올랐다.

 

 재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사물함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들고는 병실 밖으로 향했다.

 

 그가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따뜻한 무언가가

 그의 뻥 뚫린 가슴을

 조금씩,

 또 조금씩,

 메워나가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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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과로만이 살 길. 2020 / 8 / 4 307 0 5887   
9 8화.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2020 / 8 / 4 352 0 5333   
8 7화.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 2020 / 8 / 3 349 0 7475   
7 6화.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2020 / 8 / 3 299 0 5985   
6 5화. 더하기 2020 / 8 / 2 336 0 6920   
5 4화. 호구일까, 영웅일까. 2020 / 8 / 2 326 0 5716   
4 3화. 눈은 따뜻하게 내렸다. 2020 / 8 / 2 347 0 5328   
3 2화. 선택의 결과 2020 / 8 / 2 337 0 5050   
2 1화. 선택 2020 / 7 / 31 343 0 5296   
1 프롤로그. 축복일까, 저주일까. 2020 / 7 / 31 519 0 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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