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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꿈속에서 봤습니다.
작가 : 정관월
작품등록일 : 2020.7.31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고대왕국, 휘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 정재현. 신은 그의 혈통에 선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리고 상큼발랄한 소녀 지영.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진실.

#꿈 #미래 #달달 #알콩 #달콩 #예지몽 #운명

 
5화. 더하기
작성일 : 20-08-02 22:43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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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지영은 지금 자신의 침대에 누워서

 그를 생각하고 있다.

 그녀의 볼은 빨갛게 물들어 있다.

 

 ‘잘 생겼어...’

 

 수능 날,

 그녀는 분명 죽을 뻔했다.

 아니 확실히 죽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있어,

 그녀 자신이 수능을 치지 못한 건,

 그리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구하느라

 수능을 보지 못한 건,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그 사람에게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미안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어렵게 내린 결정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과 공포

 속에서 구원받은 후,

 지금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그가 그녀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했다.

 그녀의 마음속엔 이미

 단순한 고마움 이상의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고 부끄럽고 설레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먼저 다가가기가

 뭔가 어색하고 겁이 났다.

 그래서 그녀는 다음 날에도

 아침부터 몰래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재현은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상처 부위에 아직도 통증이 있다.

 

 ‘이거 도대체 언제 다 나을까?’

 

 창밖을 보니

 오늘도 날씨가 좋다.

 새들도 기분이 좋은 듯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재수는 확정이네...’

 ‘여기서라도 틈틈이 공부를

 좀 해둘까?’

 

 그러다 어제 저녁의 일이 생각났다.

 그가 구해준 여학생의 부모님들이

 찾아왔다.

 

 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다.

 

 “학생, 정말 고맙네...”

 “자네 덕분에 우리 딸이 살았다네..”

 

 그의 눈에 그녀의 아버지는

 굉장히 다정하신 분 같았다.

 특히나 선하게 생기신 것 같았다.

 

 “정말 고마워요.”

 “학생 아니었으면 정말,

 우리 딸이 어떻게 되었을지..”

 “흑, 흑...”

 

 그녀의 어머니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아, 하..하..하.. 네...”

 

 그가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쪼금

 뻘쭘함을 느꼈다.

 그녀의 부모님도

 그걸 눈치 챘는지

 금방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그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녀의 부모님들은,

 수능 날, 그 시각에 그가 왜

 그곳에 갔던 건지에 대해선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왜일까...?’

 ‘어쨌든 다행이다.’

 ‘꿈속에서 봤다고 하면

 또 이상한 놈 취급을 받았겠지..’

 

 ‘아참, 그녀는 어떻게 지낼까?’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또 문득 옆통수가 간지럽다.

 

 홱!

 

 그가 빠른 속도로 고개를 돌리자,

 선글라스를 반쯤 내려 쓴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휙!

 

 그리고 선글라스는 사라졌다.

 

 ‘대체 누군데

 나를 감시하는 거야?’

 

 급하게 일어나서 확인하려다가,

 

 턱

 

 링거 줄이 팽팽해지면서,

 링거 바늘이 빠질 뻔 했다.

 너무 급하게 움직였던지

 상처 부위도 욱신거렸다.

 천천히 일어나서

 링거 지지대를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가보니

 선글라스를 쓴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쿵쾅!’

 ‘쿵쾅!’

 

 지금 지영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다.

 

 ‘눈이 마주쳤어! 어떡해!’

 

 그녀의 눈과

 그의 놀란 눈이 서로 마주쳤을 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파지지직’

 

 분명히 전기가 통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도망쳐야한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공포감 같은 것 때문이라기 보단,

 극도의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뿐만 아니라

 귀까지 빨개져선,

 미친 듯이 목발을 움직였다.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그리고 그녀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바보.. 바보..’

 ‘난 바보야아~!’

 

 ‘도대체 누구였을까...?’

 

 하루 종일 침대 위에

 가만히 있는 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재현은 천천히 움직여서

 병원 밖으로 나갔다.

 산책로를 따라 잠깐 걸으니

 이내 곧 기분이 상쾌해졌다.

 

 ‘혹시...?’

 ‘그 여학생이었던 건가...?’

 

 “큭...”

 

 갑자기 상처부위에서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일단 어디 좀 앉아야겠어..’

 

 갑자기 그의 머릿속이 핑 돈다.

 

 털썩

 

 쓰러진 그에게

 누군가가 절뚝거리며 다가와서

 그를 흔든다.

 그리고 다급하게 외친다.

 

 “괜찮아요?!”

 “저기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도와주세요!”

 “흑, 흑”

 

 누군가 울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인데..’

 ‘아.. 그녀.. 인건가...?’

 

 오늘 아침 그와 눈이 마주친 후

 지영은 생각했다.

 

 ‘이제 선글라스로는 안 되겠어.’

 

 그녀는 엄마에게

 마스크와 스카프를 주문했다.

 

 그녀의 엄마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우리 딸이 아직

 충격이 다 가시지 않았구나..’

 

 그녀의 엄마는 그녀 앞에선

 미소를 지으며 군말 없이,

 그것들을 전해주었다.

 

 그녀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마스크를 장착한 후

 스카프로 꽁꽁 싸매었다.

 그녀의 눈이 반짝인다.

 

 ‘준비완료!’

 

 마스크에 가려져 있으나

 그녀는 분명 자신만만하게

 미소 짓고 있다.

 

 ‘후훗’

 

 목발을 짚고 병실 밖으로 나오던

 그녀는 흠칫 놀라

 다시 병실 안으로 몸을 숨긴다.

 그녀는 복도에 있던 그와

 마주칠 뻔했다.

 

 ‘어디 가는 거지...?’

 

 다시 빼꼼히 머리만 내밀어 보니

 그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다.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그녀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는 건물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산책하려는 건가...?’

 ‘그런 몸으로...?’

 

 그녀는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천천히 그를 따라갔다.

 멀리서 보니

 그가 조금씩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웃으니까 더 잘생겼네, 꺄~’

 

 털썩

 

 그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목발을 움직였지만,

 역시 목발로는 한계가 있어

 중간에 목발을 집어 던지고,

 한 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절뚝거리며 뛰었다.

 마치 자신의 통증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듯이.

 어느샌가,

 머리를 감싸고 있던

 스카프는 벗겨져

 목 부분에 둘러졌으며

 마스크도 한 쪽 귀에만 걸려있었다.

 

 그를 다급하게 흔들어보지만,

 

 “괜찮아요?!”

 

 그의 눈이 서서히 감겨간다.

 그녀는 먼 곳에 서 있던

 간호사에게 외쳤다.

 

 “저기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도와주세요!”

 

 어느샌가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흑, 흑”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재현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침대 주위로는 병상커튼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따뜻한 무언가가

 살포시 감싸고 있었다.

 굉장히 보드라운 무언가다.

 허벅지 쪽엔 무언가 묵직한 게

 건들리고 있다.

 살짝 몸을 젖혀 보니,

 

 ‘그 여학생이다!’

 

 그녀가 의자에 앉은 채,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그녀의 머리는 그의 다리에

 건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살포시 잡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끙...’

 ‘무지하게 불편하다...’

 

 그런 생각도 잠시,

 그는 다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쌔근쌔근 잘 자고 있다.

 

 ‘코가 참 오똑하다..’

 ‘볼도 통통해..’

 ‘귀엽다.’

 

 얼마나 곤히 자는지,

 그녀는 약간이지만 침도 흘렸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너무 예쁘게 보였다.

 

 ‘내가 금사빠였던가...?’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 거지...?’

 

 불편함도 잊어버린 채,

 그는 한참동안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단

 눈을 뗄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녀의 눈이 확 떠졌다.

 

 1초.

 

 2초.

 

 3초.

 

 4초.

 

 5초.

 

 그렇다, 5초 동안, 두 사람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서로 눈이 마주친 채로 가만히.

 그러던 중,

 

 “으아아악!!!!!!!”

 

 그녀는 괴성을 질렀다.

 

 “으아악!!!!!”

 

 그도 놀라서 괴성을 질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그의 손을 놓고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곧,

 

 “윽! 어맛!”

 

 그녀는 깁스를 한 다리에

 통증을 느끼고는

 그의 위로 넘어졌다.

 

 그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다.

 

 ‘더하기’

 

 그 모습은 마치 +기호처럼 보였다.

 

 “윽...”

 

 그리고 그의 상처는

 당황해서 버둥거리고 있는

 그녀의 몸통에 짓눌리고 있었다.

 

 “저기..”

 “잠깐만.. 윽..”

 “멈춰주세요!”

 “상처가...”

 “으윽...”

 

 그의 말을 듣고, 그녀는

 그대로 멈추었다.

 

 1초.

 

 2초.

 

 3초.

 

 4초.

 

 5초.

 

 그렇다. 또다시 5초 동안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몸이 맞닿은 부분을 통해

 서로의 온기가 느껴졌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고통으로 인해 질끈 감겼던

 재현의 눈이 살짝 뜨였다.

 

 ‘어떡해, 많이 아픈가봐...!’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녀는,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을 한 채,

 양손으로 침대를 짚은 다음,

 한팔, 한팔 조심스럽게 이동하여

 한 발로 일어섰다.

 그러고 나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병상커튼을 열고

 커튼 밖에 세워져 있던

 목발을 짚고는,

 마지막까지 태연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얼굴은 물론이고

 귀와 목덜미까지 시뻘겋게

 달구어져 있었다.

 

 “휴...”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병원 전체에 그녀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으아아악~!”

 

 사실 그가 쓰러진 후,

 지영은 의사선생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아니, 그 다리로 목발도 없이

 뛰면 어떡합니까...?”

 

 그녀는 화가 잔뜩 나있는

 의사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딴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면 깁스를 더 오래해야한다고!”

 

 지영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난

 의사 선생님은 끝내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그녀는 지금

 딴생각을 하고 있다.

 그가 쓰러졌던 그 순간 그녀는

 너무나 놀랐다.

 

 ‘괜찮을까...?’

 

 쓰러진 그는 곧 다시

 병실로 옮겨졌지만

 그는 다음 날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그 다음 날에도,

 여전히 눈을 뜨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 걱정이 되어

 링거를 갈러 온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다.

 

 “간호사 언니,

 왜 깨어나질 않는 거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는

 지영에게, 간호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그건 의사선생님들도

 잘 모르시겠대요.”

 “하나 확실한 건, 이 환자의

 몸 상태는 신기할 정도로 빨리

 회복되고 있어요!”

 

 간호사의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틀 동안 깨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지영은 틈이 날 때 마다

 재현을 찾아와서

 눈을 꼭 감은 채,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신님, 제가 비록 무교이긴

 하지만 혹시 제 말을 들으신다면

 부탁드립니다. 부디 이 사람을

 깨어나게 해주세요!’

 

 한 번은 재현의 아버지가

 그의 병실에 찾아왔을 때였다.

 병상 커튼이 쳐져 있었다.

 커튼 밖 창가에는

 목발이 세워져 있었다.

 

 ‘누가 왔나...?’

 

 커튼을 살짝 열어보니,

 한 아가씨가 재현의

 손을 잡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조용히

 커튼을 닫고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없이 병실을 나섰다.

 

 ‘재현이, 파이팅.’

 

 재현은 아직도 조금 얼떨떨하다.

 그녀가 그의 위에 엎어진

 일련의 상황들뿐만 아니라

 그가 산책하다가 쓰러지고 나서

 일주일이 흘렀다는 것까지.

 그리고 그 일주일간, 그녀가

 틈날 때 마다 그의 간호를

 해주었다는 것까지.

 간호사 누나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그는 그때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역시 그 때 그 선글라스는

 그녀였구나..’

 

 불현듯 그녀가,

 그의 침대 위에 엎드려

 자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다시 보고 싶다...’

 ‘또 올까...?’

 

 그는 자신 없는 표정으로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니, 내가 가는 게 맞아.’

 

 그는 눈에 힘을 딱 주고

 힘찬 발걸음으로 병실을 나섰다.

 하지만 막상 그의 담당간호사

 앞에서는 한 마리의

 겁 많은 초식동물이 되어있었다.

 

 “재현이네~?”

 “왜 어디 안 좋아?”

 

 그는 이 간호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두렵게 느껴졌다.

 그녀의 지나칠 정도로

 차분한 눈빛은,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니오, 누나..”

 “그냥 뭐 좀 물어보려구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이

 빨개졌다.

 

 “301호야.”

 

 눈치가 이미 100단인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가 수줍음에 고개를

 숙일 새도 없이

 빠르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아, 네.. 감사합니다. 하하..”

 

 그의 얼굴은 여전히 빨갛다.

 

 ‘좀, 귀엽네.’

 

 301호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심장의 두근댐이 점점 심해진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두근’‘두근’

 

 ‘나 무슨 심장병에 걸렸나...?’

 

 때마침 그녀가

 마스크와 스카프로 무장한 채,

 병실을 나서다,

 그와 마주치고는 얼어붙었다.

 

 1초.

 

 2초.

 

 3초.

 

 4초.

 

 5초.

 

 그렇다. 그들은 또 5초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저기...”

 

 침묵을 먼저 깨뜨린 건

 재현이었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심장의 소유권을

 그녀에게 빼앗겨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괜찮으시면..

 구내매점에..

 같이... 가실래요...?”

 

 최근에 지영은 침대에서

 눕거나 일어날 때마다

 꼭 한 번씩 이불킥을 했다.

 

 ‘으아아악!’

 

 그러한 일련의 모든 것들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엄청난 흑역사였다.

 항상 머리 좋다는 소리만

 들은 그녀였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계속

 바보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부끄러운 걸.’

 

 또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지만 또 보고 싶어!’

 

 어느샌가 또 웃고 있다.

 

 ‘나 정신이 이상해진 걸까...?’

 ‘일단 그를 보러 가자!’

 

 그러고는 또 마스크와 스카프로

 중무장한 채 병실을 나섰다.

 하지만 병실을 나서자마자

 그와 마주치곤 얼어붙었다.

 

 ‘아참! 어차피 나는

 지금 중무장 상태야.’

 ‘그래, 날 알아볼 리 없어.’

 

 하지만 그는 그녀가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보고는

 매점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의 너무나 정중한 태도에

 그녀는 그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사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알아봐줘서 꽤나 기뻤다.

 

 ‘드디어 그와 얘기할 수 있어!’

 

 “잠시만요...”

 

 잠시 뒤, 그녀는

 스카프와 마스크를 벗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

 

 ‘뭔가 조금 부끄러워...’

 

 뭔가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그 앞에 당당하게 서게 되어 기뻤다.

 

 ‘하지만 홀가분해!’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와 구내매점으로 향했다.

 

 재현과 지영은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앞에 두고

 구내매점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재현이 말했다.

 

 “저기, 그 날 이후로 좀 괜찮으세요?”

 

 그녀는 약간 머뭇거리다 말한다.

 

 “네, 이제..

 많이 괜찮아.. 졌어요..”

 

 사실 그녀는 아직도 가끔

 그날의 악몽을 꾸곤 했다.

 꿈속에서 트렁크에 갇혀있는

 그녀에게 살인마가 말한다.

 

 ‘살아있었구만.’

 

 하지만 잠에서 깨어

 그를 보면 모든 두려움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이 모든 걸

 그에게 말할 순 없었다.

 그가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을 테니까.

 

 “아참!”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전... 윤지영이라고 해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지금 이 순간 그의 눈에는

 그녀의 눈밖엔 보이지 않았다.

 맑고 사랑스러운 두 눈.

 그 눈을 보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껏 살아오면서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전 정재현이라고 합니다.”

 

 “푸-훗”

 

 둘은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사랑은 웃음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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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선택의 결과 2020 / 8 / 2 274 0 5050   
2 1화. 선택 2020 / 7 / 31 275 0 5296   
1 프롤로그. 축복일까, 저주일까. 2020 / 7 / 31 417 0 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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