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은 정신이 멍해졌다.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것에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그였기에 어쩔 수 없이 정신을 놓으려 하는 것이다. 여기서 멀쩡한 정신을 유지했다간 부딪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퍼부을지 모르기 때문이고 더불어 멀쩡한 정신으론 이곳의 뜨거움을, 분위기를 견딜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교장 선생님께, 인사!”
교장이 무대의 정중앙에 서자 학생부장이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로 인사를 명령했다. 누군가는 따르고 누군가는 따르지 않았다. 연진은 따르지 않고 바닥만을 보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학생부장이 노발대발하며 그들에게 고함을 치겠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했고 다른 선생들도, 심지어 교장마저도 그것에 대해 태클을 걸지 않았다. 오늘은 그런 날이기 때문이다.
연진이 고개를 들어 무대를 쳐다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천막이 내려가는 기분을 연진은 좋건 싫건 마음껏 느끼고 있었다. 모든 연극이 끝난 뒤, 배우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이 어째서인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아마 오늘이 그런 퇴장의 날이기 때문일 거다.
종업식 겸 졸업식이 대강당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