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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서와, 우리의 동아리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11.1

학교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 그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 그것을 해결해주는 밴드 동아리가 있다.

 
13. 친구의 커밍아웃, 해결?
작성일 : 18-11-13 21:00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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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랄하고 있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내 말의 목적지인 홍수영은 말할 것도 없이 표정이 험악하게 변해간다. 주위에서 숨을 헉하고 마시는 소리가 조금 들렸다. 아직 표정 이외의 공격성은 보이지 않기에 내 말을 들을 이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할 무렵, 그는 분노에 의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뭔 소리야? 오늘 처음 보는 사이 아닌가? 갑자기 왜 욕지거리지?”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날아오는 질문을 한 귀로 흘린 뒤에 말을 쏟아냈다.

  “지랄을 지랄이라고 해야지. 그러면 뭐, 논리적이라고 해야 하나?”

  박주윤과 김상문이 그만하라는 느낌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댔지만 내 생각을 내뱉기 위해 한 번 시동이 걸린 내 입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아니, 때에 따라서는 브레이크를 만들어 걸겠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다.

  “생각을 해봐. 보통 거절할 수 있는 것은 부탁 같은 것들이지. 하지만 커밍아웃은 아니야. 부탁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잖아. 그저 너에게 말을 해줬을 뿐이야. 내게 이런 면도 있다고.”

  잠깐 말을 끊고 눈이 쭉 꽂혀있던 홍수영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를 돌아봤다. 다들 놀란 눈이었지만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연히 거절할 수 없는 거지. 그런데 넌 왜 거절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 하나는 멍청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과대망상을 펼쳤다는 것.”

  “과대망상?”

  낮고 사나운 목소리로 홍수영이 물었다. 나는 친절하게 고개까지 끄덕여주면서 그의 질문에 답했다.

  “어. 과대망상이라기 보단 오해라고 보는 게 더 나으려나? 아무튼 그런 거야. 넌 커밍아웃을 듣고 너의 친구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지. 우정으로서의 좋아함이 아닌 연애 감정으로서의 좋아함으로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 후에 거절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고 우리에게 와서 말을 한 거고.”

  작게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림이 올라온다. 그 웅성거림에는 불신, 의문, 당황, 부정 등등이 섞여져 있었지만 정작 내 말을 반박할 홍수영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커진 눈으로 주먹을 꾹 쥐며 나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할 말이 없다는 뜻이겠지.

  강연자가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는 것처럼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쉰 다음에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지랄하지 말라고 한 거야. 친구의 커밍아웃에 이런저런 의미를 붙이고 먼저 상상하면서 지레짐작했을 뿐이잖아.”

  앉은 곳에서 일어나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홍수영은 여전히 확장된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나 또한 죄인이 아니기에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걸어 나갔다. 점점 눈이 가까워진다.

  “그 친구가 너를 만약에 정말 좋아한다면 굳이 그렇게 말할 이유가 없어. 왜냐고?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하면 되거든.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네 친구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

  서로의 숨결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 난 그 정도 거리에서 멈춰 섰다. 쓰이기에 따라서 낭만적이게 느낄 수도 있는 문장이지만 분위기나 표정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못 해 관계가 하나도 없다.

  “네가 만약 성소수자를 싫어하는데 친구가 자신이 그 성소수자라고 밝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면 난 지금과는 다른 태도를 취했을 거야.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았지. 의미를 더하고 변질시켰을 뿐이잖아. 그렇게 변질된 것으로부터 태어난 고민에 답할 가치가 있어? 아니, 애초에 그런 고민에 가치가 있어? 그리고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고 나서 말을 이었다.

  “제발 그런 상상을 하기 전에 거울부터 보고 오는 게 어때?”

  그러자마자 그의 주먹이 날아와 내 볼을 때리고 지나갔다. 비틀거리는 몸을 고정시키기 위해 책상을 집고 그를 노려봤다. 맞았으면 때려야 하는 것이 옳다만 지금은 그 생각이 절반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이렇게 폭력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내 말에 틀린 부분이 없다는 거다. 거기서부터 나오는 일종의 통쾌함과 기쁨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격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줄어든 것이다.

  주윤이 급하게 달려와 홍수영을 뒤에서 안다시피 하며 말렸다. 그러고 나서 상문이 다가와 나를 일으켜 세워줬고 이호 선배는 주윤과 함께 홍수영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고요함만이 이 곳 안을 채웠다.

  저 멀리 복도에서 누군가의 울부짖음 비슷한 것이 들려왔을 때 그것을 신호탄 삼아 내가 말을 꺼냈다.

  “죄송해요, 선배. 괜히 나서서 소란만 피웠네요.”

  “죄송할 일이 그렇게도 없냐. 이런 거에 죄송하게.”

  지민 선배는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였어도 그렇게 말했을 거야.”

  진심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선배의 말에 잔뜩 묻어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내 고민을 해결해준 그 날부터 내가 봐온 선배의 모습이라면 저 말은 진심일 것이기 때문이다. 옆에서 상문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홍수영을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온 이호 선배와 주윤의 얼굴에서 걱정이나 불안, 혹은 분노가 느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우리는 늘 그랬듯이 각자 할 일을 하며 가끔씩 나오는 공통된 화제들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늘이 주황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에 나와 주윤, 그리고 상문은 나란히 하굣길을 걸었다. 우린 학교가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스마트폰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주위 풍경을 새삼스럽게 바라봤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많이 들르는 편의점의 옆을 지나갈 때 즈음, 주윤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굉장했지?”

  그 문장에 비꼼의 의도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크게 끄덕이면서 순순히 동의할 수 있었다. 옆에 있던 상문이 그 말을 받아 이었다.

  “맞아. 멋진 말들이었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주윤이 돌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질문을 하나 했다.

  “그런데 있잖아. 생각해본 게 있어. 걔가 왜 그런 생각을 한 걸까?”

  “그런 생각?”

  “응. 네가 말했던 것들 말이야. 과대망상이라고 했던 거.”

  “아아, 그거.”

  “응, 그거.”

  옆에서 듣고 있던 상문이 의견을 내세우며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했다.

  “선례가 있기 때문 아닐까?”

  “선례?”

  “어, 선례.”

  “음,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면 걔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

  내 대답의 어딘가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둘이 동시에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스며들어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기에 작게 한숨을 쉬고 대답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A일 수도 있다는 건 B일 수도 있다는 거고 같은 논리로 C일 수도 있다는 거야.”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어떠한 생각이든 판타지 같은 것이 아니라면 1%라도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정말로 이름이…… 홍수영? 걔 친구가 사랑을 고백하는 의미로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 중 하나를 밝혔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흐음.”

  “하지만 걔는 이미 남은 가능성을 생각하지도 않고 결론을 내버렸잖아. 그리고 그 결론은 내 입장에서 좀 많이 틀렸었거든. 그래서 난 그렇게 말한 거야. 걔가 만약 내 말이 틀리게 느껴졌다면 반박을 했겠지. 하지만 주먹으로 화답했잖아. 내가 말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을 인정한 거고 내 말이 더 옳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내 말을 들은 둘은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각자 제 입맛에 맞게 내 의견을 받아드리는 중일 테니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시작된 침묵이 끝난 시점은 학교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버스정류장을 지날 때 상문이 입을 열면서였다.

  “뭐, 적어도 나는 네 말이 더 옳다고 생각해.”

  “나도.”

  옆에서 주윤이 상문의 말에 동의하며 씩 웃었다.

  “걘 자신에 대해 과시하는 성향이 좀 짙었거든. 그래서 네 마지막 말을 들었을 땐 조금 뭐랄까, 통쾌했어.”

  “마지막 말?”

  “거울부터 보고 오라는 말.”

  “아, 그거.”

  우리 셋은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집으로 가기 위해 흩어져야할 때가 되어서야 나는 하굣길 시작점부터 줄곧 가지고 있던 의문을 주윤에게 물어봤다.

  “넌 근데 안 불쾌해? 어찌되었건 걔랑 친구잖아.”

  “친구라고 해서 꼭 친구의 불쾌함에 동조해줄 필요는 없잖아? 타당하지 않은 말이랑 행동으로 인해서 불쾌해하는 것도 아니고 타당한 말이랑 행동으로 불쾌해하는 거잖아. 그런 거에 같이 불쾌해하는 건 시간낭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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