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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서와, 우리의 동아리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11.1

학교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 그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 그것을 해결해주는 밴드 동아리가 있다.

 
23. 열등감, 해결
작성일 : 18-12-21 17:45     조회 : 358     추천 : 0     분량 : 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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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 번 선배의 관찰력에 감탄했다. 선배의 말대로 내가 살아온 인생의 기간인 17년을 봐온 사람들도 내 상태에 대해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선배는 바로 알아차렸으니 말이다. 아니면 내가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티를 낸 건가?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지민 선배에게 들켰다. 더 이상 발뺌해도 소용이 없으니 선배에게 사실대로 모두 털어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열등감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어째서 말을 하지 않았는지 등의 이야기를 말하는 동안 선배는 물을 마시고 다 마셔 비어버린 종이컵에 물을 다시 채우는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야기를 모두 끝마치고 처음 선배들과 만났을 때가 떠올라 미미한 그리움에 젖어가려고 할 때 선배가 말을 꺼냈다.

  “그런 건 빨리 말하는 게 좋은 거야, 등신아. 외부로부터 온 문제든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나온 문제든 혼자서 해결이 안 된다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지. 그리고 애초에 열등감이라는 건 누군가와 비교되었을 때 가지는 감정인데 그게 어떻게 네 내면의 문제냐? 외부에서 온 자극이 문제지.”

  맞는 말만을 늘어놓았기에 할 말이 없었고 애써 외면했던 부분을 쿡 찔렸기에 쓴웃음만 내보였다. 선배는 그런 내 웃음을 보곤 불만이 섞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째려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짧게 쉬고 말을 계속했다.

  “아무튼…… 공연 전까지 얼마 시간이 안 남았는데 이 상태로는 공연에 문제가 있을 것도 같으니까 짧고 굵게 말하도록 해볼게. 괜찮지?”

  “네.”

  “네가 짐작한대로 그 날 온 선배는 작년 동아리 선배야. 부장이었어. 선배가 그 날 온 이유는 무언가 고민을 품고 있었거든. 그러던 와중에 우리 동아리 포스터를 본 거야. 즉, 고민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 거지.”

  “그 고민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요?”

  내 질문에 지민 선배는 버퍼링이라도 걸린 것처럼 잠깐 멈췄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하지만 언젠가 말해줄게. 어쨌든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 말을 해준 건 뭔가…… 선배가 자신이 있던 단체의 상태를 보러 왔다는 것 같은 오해를 네가 하진 않을까 싶어서 한 거고. 본론은 이제부터지.”

  저 멀리서 이호 선배와 주윤, 상문이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슬슬 준비를 하려고 하는 느낌인 것 같았고 실제로 우리 쪽을 확인하고는 손짓으로 빨리 오라고 말했다. 손을 대충 들어 대답한 다음에 선배를 바라봤다.

  “적당한 속도로 걸어가면서 얘기할까요?”

  “그게 낫겠다.”

  종이컵을 정수기 옆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란히 걸어갔다. 나머지 셋은 이미 무대 뒤로 올라간 듯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올라갔을 것으로 보이는 계단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걸었고 선배는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무슨 말부터 먼저 해줘야 할까? 흠…… 그래. 좀 뻔한 말이지만 말이지, 넌 너인데 굳이 남이랑 비교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해.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때 만난 선배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 뭐, 사실이긴 해.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선배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너처럼 될 수 없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 넌 너만의 재능이 있고 선배도 선배만의 재능이 있다는 소리야.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분야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렇다면 넌 네 분야를 찾고 거기서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거지.”

  “제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마지막에 말해줄게. 그리고 또 하나 말해주자면 넌 어찌되었건 현재야.”

  가끔 선배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이번 같은 경우가 그런 경우다. 대기실에서 드럼 스틱을 가지고 나오며 내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자 선배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섞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과거의 동아리가 더 찬란했고 현재의 동아리가 그 때에 비하면 초라한 것도 맞아. 인정할게. 사람도 적고 2주에 두 번씩 공연을 하지도 않았으니 말이야. 실제로 오늘 공연이 첫 공연이고.”

  내가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선배는 순순히 현재의 동아리에 대해 평가했다. 아마 대부분의, 아니 모든 부원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굳이 밖으로 꺼내지 않은 사실이었다. 잠자코 들으며 걷다보니 무대 뒤로 올라갈 때 사용되는 계단이 어느새 코앞에 있었다.

  “주변 애들 중에도 우리 동아리가 이젠 고민 해결을 해주는 동아리로 바꾸었냐고 말하는 애가 있을 정도니까.”

  아, 이건 인지하지 못 하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말이지. 중요한 건 우리들이 우리의 동아리가 무슨 동아리인지 확실히 아는 것과 우리 눈앞에 해야만 하는 공연이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건 과거의 찬란한 동아리를 이끌었던 선배가 아니라 현재 우리 동아리에 소속된 부원인 바로 너야. 과거의 선배가 아니라 현재의 너라고.”

  처음 만났을 때, 내 고민을 해결해줬을 때 내가 느낀 감정과는 사뭇 다른 감정이 피어났다. 그 때엔 대단하다는 감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뭐랄까…….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따뜻하다. 내가 빠진 늪에서 나올 수 있게 해주고 빠져나온 나를 그대로 방치하는 게 아닌 담요 같은 걸로 덮어주는 그런 따뜻함이다.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아 무대에 있는 부원들을 등지고 선배를 마주봤다. 그러자마자 곧바로 눈물이 나온 것으로 보아 이 행동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선배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바로 무대를 바라봤다. 연이어 아주 작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주윤이 “뭐하고 있어, 빨리 올라와!”라고 말을 던졌고 난 그에게 여전히 등을 돌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소매로 대충 눈가를 정리한 뒤에 심호흡을 했다. 다시 등을 돌려 무대를 바라보고 계단을 올라가다 뒤를 돌아봤다.

  “선배.”

  “왜.”

  “마지막에 말해주겠다던 제 분야는 뭔가요?”

  “글쎄다? 네가 활약할 수 있는 분야 전체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하게 아는 게 있지.”

  그리고 내 등짝을 세게 내리치고 나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호보다 드럼 더 잘 쳐.”

  그 말이 사실이건 위로를 해주기 위한 거짓말이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 말을 듣고 내 안에 있는 열등감과 소극적인 태도가 없어졌다는 거다.

  그리고 받은 게 있으면 돌려주는 것이 예의다.

  “선배도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노래를 잘 불러요.”

  지민 선배의 표정을 확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숨을 크게 내쉰 후에 무대 위로 올라가 드럼 앞에 앉았다. 사전에 연습했던 박자대로 드럼 스틱끼리 두드렸다. 내가 드럼을 두드림과 동시에 퍼져 나오는 주윤과 지민 선배의 기타 소리, 낮게 깔리는 이호 선배의 베이스 소리와 이어지는 상문과 지민 선배의 노래. 연습 때 잔뜩 들었었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관객의 박수와 호응이라는 최고의 노래가 같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원으로 구성된 동아리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확률이 높은 공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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