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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서와, 우리의 동아리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8.11.1

학교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 그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 그것을 해결해주는 밴드 동아리가 있다.

 
XX. 박주윤의 고민
작성일 : 18-11-21 19:35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2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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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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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오면서까지 공부에 열중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여기까지 이 더운 날에 와있는가…….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 에어컨 때문이다. 사실 상 돈만 있다면 도서관은 꽤나 좋은 시설이다. 식당도 있고 시원하고 조용하며 시간을 보낼 책들이 주위에 잔뜩 있다. 무의미하게 키보드나 두드리는 것보단 괜찮은 것 같다.

  책을 한 권 들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차를 탈 때에도 그렇지만 나는 창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창가에서 무의미하게 반복되어 흘러가는 밖 풍경을 지켜보면서 의미가 있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스크린만 보고 있는 것보단 훨씬 나은 것 같다. 그렇다면 흐름 상 여기선 의미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이젠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니 의식할 필요는 없다만……. 오늘 이 창가에서 하게 될 생각은 바로 이것이다.

  학생의 세상을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창하고 허황된 생각이자 고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건 판타지처럼 마법 같은 것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이 생각을 끝낼 각오로 뇌를 가동시켰다.

  우선 가정으로 시작한다. 어느 지역에 있든 한 학교가 우편을 옆 학교 회장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회장은 그 옆 학교에 전달. 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전국에 있는 학교에 우편이 한 번씩 도달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그 우편의 내용이 무엇인가?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중 대학을 목표로 두고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제외한 남은 학생들이 전부 대학교 진학, 수능을 포기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러 다녀보자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내용에 모두가, 적어도 절반 이상이 동의하고 한 번에 행동한다면 수능 응시 비율, 대학 진학 비율이 최저를 찍을 것이다. 이 행동과 의지를 다음 학년에게 물려주고 그 학년이 다시 다음 학년에게 물려주기를 반복하다 보면 늘 최저점에 머무를 것이고 이 사태를 본 중학교, 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학과 수능에 대해 중요도를 많이 가지지 않거나 아예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형태로든 세상은 바뀌게 될 것이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말이다. 뭐, 근데 여기서 더 나쁘게 될 수 있나?

  ‘공부한다.’라는 것은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뜻한다. 즉, 굳이 학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의 형태는 학교 공부에만 매진하게 하는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넓다. 그리고 학교 성적으로 학생의 등급을 매긴다. 한우의 품질을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그로 인해 자연스레 탄생한 경쟁의 강요로 인해 스스로 몸을 위에서 아래로 내던지는 사람도 생긴다. 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건 최악이라는 소리 아닐까?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 사람들은 독서, 공부에 집중하느라 이런 내 행동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하긴, 저게 정상이지. 작은 소리에 일일이 반응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짜로 집중을 하고 있다면 그 상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테니까. 뭐, 집중이라는 상태에 들어가기 전부터 누군가가 소음을 유발하고 몸을 움직였다면 이야기는 별개겠지만 말이다.

  충분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휴식을 취했기에 다시 생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학생들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가? 우편을 전국에 돌린다는 것에 현실성이 없어서? 글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에겐 불법인 음주, 흡연이나 불법인 도박, 살인, 마약 같은 것을 해내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 왜 하지 않을까……? 그렇다. 대부분의 학생은 두 가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이유’, 하나는 ‘용기’이다. 어째서 이유가 부족한가? 그건 주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목적지는 대학 입학 혹은 취직. 허나 그 목적지에 도달해야 할 이유는 대부분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주위도 해서 정도. 타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만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턱없이 부족하거나 없다. ‘그것이 내게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정도의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럼 남은 하나인 용기는 왜 부족한가? 잘못된 점을 확실히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입 밖으로 내거나 고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 하기 때문이다. 못 하는 주제에 그걸 지적하면 “나도 고생했는데 내 다음 애들도 고생해야지.”같은 말을 한다. 새로운 꼰대의 탄생에 저주를. 겁쟁이의 앞날에 늪지대를.

  이유가 부족하고 용기도 부족하고 속이 텅 비어버린 학생이 문제이며, 그 학생들이 이유를 하나씩 만들고 용기를 내고 속을 채운다면 학생의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결론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듯 히어로 한 명으로 인해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여럿이서 같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뭐가 바뀌기라도 한다는 것이다.

  ‘아니……. 이미 글렀을 수도 있겠다.’라고 의자를 뒤로 살짝 젖히며 생각했다. 내가 봐도 내 나이대의 애들은 시대의 실패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체계적이고 이기적이며 냉철하고 주위에 무관심하다. 바뀌길 원하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순응한 주제에 때때로 반항한다. 책임감은 사라진지 오래고 리더를 원하지만 리더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감성적인 것을 멀리하고 배척하며 타인을 공감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슬픔이나 기쁨, 분노, 우울 같은 감성엔 공감해주길 바란다.

  그야말로 모순 덩어리.

  그래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렇다고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동아리 사람들이 그렇고 말이지. 이런 사람들이 더욱 더 생겨나고 세대가 바뀌면서 우리가 현재를 이끌게 될 즈음엔 그래도 지금보단 입체적이고 좋은 세상이 학생들을 기다리겠지. 내가 그 세상을 못 누리는 건 아쉽지만 말이다.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도서관의 이용시간이 다 되어가니 그만 자리를 비워달라는 안내다. 그제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한 나는 서둘러 책을 원래 자리에 꽂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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