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배경으로 이지민과 서이호가 정답게 하교를 하는 모습을 1학년 트리오는 숨어서 바라보고 있었다. 셋은 동시에 흐뭇한 표정을 지은 채로 저마다 한마디씩 뱉었다.
“역시 잘 어울려.”
“저 둘은 인연이고 연인이 될 거야.”
“서로가 아니면 어울릴 상대가 없는 케이스지.”
박주윤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땅에 버려 껐고 김연진은 뒷머리를 긁적였으며 김상문은 팔짱을 낀 채로 묵묵히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을 이끈 선배들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저마다의 생각은 달랐다. 누군가는 앞으로의 일들을, 누군가는 지나간 날들을, 누군가는 후회를 하고 있었다.
연진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갈까? 선배들처럼 우리들도 출발해야지.”
주윤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가 살아갈 곳은 현재와 미래니까 말이야.”
상문이 팔짱을 풀며 한마디를 던졌다.
“맞아……. 선배들을 보고 한 학년을 보낸 우리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무엇이든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던 주윤이 그 동작을 멈추곤,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자신의 앞에 있는 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이별이 조금 허무하다고 느껴질 때가 오면 어쩌지?”
상문과 연진은 그에 대해 시원스레 답을 내놓았다.
먼저 상문이,
“원래 이별은 허무한 거 아닐까?”
라고 대답했고 이어 연진이,
“이별이라는 것엔 아무 것도 없어. 그러니까 뭐든 그릴 수 있고, 그 그림을 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라고 대답했다. 둘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주윤이 총정리를 하는 것처럼 두 팔을 벌리고, 그들이 여태 한 이야기에 있던 모든 의미가 내포된 한마디를 던졌다.
“뭐, 많이는 아니더라도 만날 수 있으니 괜찮지 않겠어?”
셋은 서로를 바라보며 제일 상쾌한 웃음을 지어보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석양이 그림자 세 개를 나란히 늘여놓았다.
그들은 나란히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