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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12부 부모됨의 선택과 책임
작성일 : 16-09-30 11:21     조회 : 479     추천 : 0     분량 : 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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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육은 본능이자 이성이다. 본능과 이성은 인간의 본질이다.

  혈연의 유무는 양육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국내 유명 IT기업의 이두현 대표이사가 프로그래밍 수업을 교육기부하기 위해 한 여름의 주말 오후, 사랑마을학교를 찾았다. 두현은 봉구와 동갑내기로 지인들의 소개로 알게 되었으나 크게 돈독한 사이는 아니었다.

  - 먼저 연락 줘서 고마워. 여기까지 와주고. 바쁘지 않냐?

  - 아냐, 여름 휴가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 나름은 봉사 많이 하고 사는 사람이야. 근데 너 여기 혼자 와 있는거냐? 가족들은?

  - 아, 나 애가 없어. 그리고 몇 년 전에 이혼했구.

  두현은 봉구의 대답에 머쓱하게 웃으며 자신의 실언을 사과했다. 봉구는 전혀 개의치 않고 웃음을 보였다.

 

  두현이 수업을 하고 간 후 한달 쯤 흐른 뒤 미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 오랜만이야. 어쩐 일이야?

  - 잘 지내지? 학교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래두 한번은 만나야할 것 같아서. 내가 학교로 한번 찾아갈게.

  미수는 봉구의 전처였다. 봉구는 서른 살이 되던 무렵 미수와 결혼을 했었고 몇 년 전에 이혼했다. 헤어질 때 서로를 죽이지 못해 난리를 치는 여느 부부들과는 다르게 미수와 봉구는 비교적 ‘쿨’하고 아름답게 헤어졌다. 십년을 채우지 못하고 헤어진 이들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비교적 쉽게 이혼을 결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봉구가 행정고시를 패스한 후 봉구의 지인들을 통한 소개팅이 물밀듯이 이뤄졌다. 봉구의 부모는 봉구에게 결혼을 간절히 부탁했고 봉구 자신이 결혼에 적합한 유형의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은 싫어하지 않았으므로 부담없이 나가서 그녀들과 대화를 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봉구를 만나는 ‘그녀’들은 한결같이 얘기했다.

  - 정말 좋은 분이신데 저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일하는 미수의 연락처를 불러주며 봉구의 모친은 아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 의사라고 하더라. 평범한 집안의 딸래미라서 더 마음에 들어. 괜히 집안 믿고 버릇없는 것들은 이제 꼴보기도 싫다. 이 엄마 봐서 잘 좀 해봐.

  사이가 좋지 않은 봉구 형수를 염두에 둔 듯, 봉구 모친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신중을 기했다. 미수는 봉구 모친의 얘기대로 평범하고 무난했다. 직업의 특성상 많이 힘들어 보였다.

  - 안녕하세요? 최미수에요. 제가 좀 늦었어요.

  - 괜찮습니다. 저도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미수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온화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지적이었지만 오만하지 않았다. 그들은 열 번 쯤 만나고 결혼을 했다. 남들과 같은 불타오르는 사랑은 없었지만 서로를 존중했고 그래서 편안하고 익숙했다.

 

  미수와 봉구의 결혼 생활에 서로의 이견이 오고 갔던 것은 결혼 후 삼년이 되었을 때였다. 봉구는 내심 아이를 기대하고 있었고 미수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심히 배려했다. 그러나 그 배려는 이내 실망과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 난, 아이를 원하지 않아.

  - 그럼, 처음부터 왜 얘기하지 않았어?

  - 이런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어. 당신은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 나는 아이를 원해. 너무 당연해서 우리가 여기에 대해서 대화를 해야만 하는 줄 몰랐어.

  - 내가 피임을 했어. 그래, 봉구씨 좋은 사람이야. 그런데 우리가 아이를 가지는 거랑 다른 문제야. 봉구씨가 좋은 아빠가 되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 나는 오래 전부터 아이없는 삶을 꿈꿔왔고 지금이 좋아. 봉구씨에게는 불만없어. 나는 당신과 이렇게 사는게 좋아.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미수에게 봉구는 할말을 잊어버렸다. 아이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봉구로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봉구의 인성은 깊고 부드러웠다. 봉구는 어떻게든 미수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는 오랜 시간을 가지고 미수의 마음이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고 그들은 그렇게 부부로의 생활을 지속했다. 양가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압박이 꽤 많았지만 이를 묵묵히 견디며 미수를 감싼 것은 봉구였다. 아이 문제를 자신이 감수하면, 그리고 자신이 노력하면 미수가 마음을 바꿀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은 봉구의 큰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미수가 이혼을 얘기한 것은 봉구가 교육부에 사직서를 내던 무렵이었다. 사직서를 내기 몇 달 전부터 봉구는 미수에게 삶에 대한 자신의 견해, 조직의 이기심과 교육에 대한 자신의 철학 등을 얘기했다. 미수는 봉구의 얘기에 침묵했다. 봉구는 미수의 침묵을 자신에 대한 동의의 표시로 받아들였다. 미수가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며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믿음의 결과는 참담했다. 봉구가 사직서를 내고 집으로 오던 날, 미수는 자신의 짐을 꾸려놓고 협의이혼서를 내밀었다.

  - 봉구씨. 우리 여기서 그만하자. 그게 서로를 위해서 좋을 것 같아.

  봉구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미수가 수다스럽거나 애교가 많지 않았지만 그는 미수와 자신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미수가 지지해주며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왜냐고 물어보면 답해줄 수는 있는거니?

  - 미안해. 나는 봉구씨가 너무 착해서 싫어. 그게 다야. 내가 나쁜 사람인 걸로 하자. 나는 당신이 야망있는 남자이길 바랬어.

  봉구는 더 이상의 얘기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렇게 이혼했다.

 

  미수는 전화를 걸어왔던 날의 주말에 사랑마을학교로 봉구를 만나러 왔다. 서로 안부를 묻고 집안의 대소사를 전했다. 한참의 대화 후 미수는 청첩장을 내밀었다.

  - 나, 재혼해. 어떤 사람들은 나를 나쁜 년이라고 욕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당신이 좋은 사람인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어. 당신이 와서 꼭 축하해줬으면 좋겠어. 축의금은 내지 않아도 돼.

  - 내가 거절하지 못할거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잖아. 축의금도 낼게. 걱정마. 이번엔 이혼하지 말고 잘 살아.

  - 응. 동료 의사야. 나랑 생각이 같아. 동갑이고. 대학 동기였는데 최근에 만났어. 애가 둘 있는데 전처가 키우고 있어. 나랑 잘 맞는 거 같아. 조만간 같이 병원 차려서 독립할려고.

  - 네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지 뭐. 그런데 둘 다 재혼인데도 이렇게 식을 또 하는 거야?

  - 응. 상대방 전처랑 아이들도 올꺼야. 아이들은 화동으로 꽃도 뿌릴거야. 전처도 이미 재혼했거든. 모두가 행복한 결혼식을 하고 싶어. 봉구씨도 재혼하면 꼭 나한테 연락해야해.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 줄거니까.

  - 그래, 걱정마.

  미수는 봉구의 사무실을 둘러보며 얘기했다.

  - 학교가 특이하던데? 나는 봉구씨가 이렇게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당신이 조금만 더 욕심있고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봉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대꾸할 말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다. 미수는 자신이 욕심이 많고 이상한 것이 아니라 봉구가 유별나다는 표현을 덧붙였다.

  - 봉구씨는 늘 자상하고 친절했어. 아이 가지기를 원하지 않는 내게 화 한번 낸 적 없었으니까. 사실 봉구씨는 어떤 일로도 내게 화를 내는 법이 없었어. 나는 그게 너무 답답하기도 했어. 사람들이 나를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나는 상관없어. 나는 아직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또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도 자신없어. 부모가 되는 것은 의무가 아니야. 나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능과 선의로 자녀를 낳지만 결국 자녀에게 우리가 주는 것은 강제되는 삶이야. 나는 이것만큼 부당한 것도 없다고 생각해.

  - 나는 언제나 너를 이해했어. 네 얘기에 귀기울였고 그래서 강요하지 않았어.

  - 알고 있어. 그래서 항상 고마웠고 봉구씨한테 큰 불만 없었어. 우리가 이혼한 거 실은 다 내 욕심 때문이야. 그건 사과하고 싶었어.

  - 아냐, 난 다 잊었어. 괜찮아.

  - 가끔은 당신과 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우리의 지금은 달라졌을까 생각해보기도 해. 물론 부질없다는거 알아. 그런데, 아마 그랬다고 하더라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었을거야. 앞으로도 안부는 전하고 살자. 난 당신과 좋은 관계이고 싶어. 왜냐면 당신은 좋은 사람이니까. 단지 난 나를 ‘더’ 사랑한거야.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건 아냐. 알지?

 

  미수는 유쾌하고 밝았지만 헌신적이거나 배려심이 넘치지는 않았다. 미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남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지는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수를 지배해온 미수만의 세계가 있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견고했지만 악의가 없었다. 봉구는 미수와 함께 한 십년이 행복했지만 외롭기도 했다. 미수는 무례하지 않았지만 냉정했다. 미수 자신의 삶에 열정이 가득했지만 타인에게는 무관심했다. 미수는 봉구를 존경했지만 그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도봉구 선생님께 아이가 있었다면 그는 자신의 아이도 열과 성의를 다해 키웠을 것이다. 그 아이가 그의 혈연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선인(善人)’이다. 그가 언제부터 선인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를 만나게 되어서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가 베푸는 선행을 직접 목격하고 그와 함께 생활할 수 있어 좋았다. 그는 편하고 안락하며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의 능력이라면 명예와 돈, 권력 등 범인들이 탐하는 것들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거부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삶에 온전히 매달리고 있다. 교육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어떤 것의 도구가 아닌, 온전한 교육의 본질을 실천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교육이 도구가 되어서 교육자, 피교육자 모두가 불행하다. 교육은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도봉구 선생님의 결혼 생활에서 아이가 없었음이 나는 매우 유감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선택과 의지라서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이 어쩌면 자녀를 낳은 뒤 무관심이나 잘못된 교육방법으로 아이를 망치는 것 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이는 우리 삶의 선택권을 우리 스스로가 혹은 부모가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삶은 그냥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도봉구 선생님의 열정과 배려심,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그의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될 것을 나는 확신하기 때문에 그에게 자녀가 없음이 아쉽다. 한편, 역시 내가 좋아하는 도봉구 선생님은 스스로 이런 것들에 개의치 않는다. 그에게 행복한 삶이란 항상 결핍이 있는 그 무언가이기 때문에, 어떠한 것에도 집착은 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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