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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20부 에필로그-미래에 대한 기대
작성일 : 16-10-22 11:38     조회 : 498     추천 : 0     분량 : 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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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앨빈 토플러-”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나의 길지 않은 생애에서 나는 짧은 시간 동안 비교적 많은 일을 겪었다. 그것은 내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큰 깨달음과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에 있었던 모든 일들에 대체적으로 감사한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내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이해를 받았고 그 덕분에 이제 어느 누구라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어려도 많아도, 아이라도 어른이라도 인간은 항상 교육을 필요로 하는 성장의 개체들이다. 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뤄진다고 착각하지 마라. 교육은 우리 인생을 늘 따라다니고 있다. 그 주체가 어느 누구든지 간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항상 교육이 필요하다.

 

  십대 중반에 접어드는 시기에 도봉구 선생님을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그의 인자한 품성과 타인을 향한 절도있는 배려, 상대방에 대한 소통의 노력, 꾸준한 공부로 인해 가지게 된 방대한 지식과 거기에서 우러나는 깊이있는 지혜로움, 온화하지만 매력있는 미소와 나지막한 음성, 탐욕이 배제된 생활습관을 모두 존경한다. 나는 그를 닮고자 노력하고 있고 그는 언제나 내게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또한 그는 나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늘 용기를 북돋워 준다. 나는 그를 따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는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진정한 교육자이므로.

 

  그는 교육감 선거 투표일 이틀 전에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그의 선거 캠프와 지지자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상대방 후보였던 친부는 개의치 않고 선거 운동을 계속 진행했다. 마지막 양심은 있었던지 그가 나를 이용했다며 계속해서 없는 말을 지어하던 거짓의 네거티브 전략은 도봉구 선생님이 사퇴를 함에 따라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선거 당일의 개표에서 그가 사퇴한지 모른 체 그를 뽑은 표가 과반을 넘었으나 무효로 처리되어 규정대로 친부가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친부는 내게 연락을 한 적이 없다. 나도 그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는다.

  가끔 생각해 본다. 내가 그 때 그 글을 게시판에 올리지 않았다면 그는 교육감에 무난히 당선되지 않았을까. 또는 내가 용기를 내서 보냈던 메일에 친부가 친절한 답을 주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노력했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후보에서 사퇴한 것 때문에 나와 어머니는 언론과 주변의 시선들에 상당한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가 사퇴하지 않도록 설득하며 노력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그가 선거 자금 및 선거 운동원 관리를 투명하게 운영한 덕분에 자신의 의지로 투표일 하루 전에 선거캠프를 깨끗하게 해체할 수 있었다. 그는 사퇴를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는 정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사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적절한 시기에 꼭 여러분께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아이가 저의 사랑하는 제자이며 제가 교육감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제가 보살펴야하는 저의 학생이라는 것입니다. 그 아이가 상대방 후보의 친자식이라고 해도 그 아이가 제 학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상대방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 아이를 선거에 이용한 일은 절대 없습니다. 제 교육자적인 양심상, 저는 오히려 그 아이의 상처와 아픔을 보호해주고 감싸안을 그 아이의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상대방 후보가 계속해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다면 저는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 스스로 판단했고 그래서 올린 글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아이에게 비난이 돌아간다면 이는 그 아이의 선생님이기 때문에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교육감이 되어서 K도의 아이들을 위해 정책을 펼치고 깊이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는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그 부분은 분명히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명의 아이라도 소중하게 또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퇴하는 것을 패배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번 일이 교육과 아이들에 대해서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하고 애정을 쏟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다음 선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이미 그 아이가 성인으로 유권자가 되어있을 것이고 저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은 이타적임을 저는 믿습니다.

  그는 진심을 담아 얘기했고 K도를 포함한 전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유례없는 그의 태도와 교육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친부의 선거캠프는 침묵했고 언론들은 연일 그의 과거를 쫓아 미담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의 학창시절, 대학시절, 군대까지 그가 보여줬던 인간적인 됨됨이에 대해 관련된 지인을 찾아내서 보도했고, 심지어 이혼했던 전처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 성격차이죠. 그러나 저는 재혼해서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봉구씨는 저의 결혼식까지 와주었습니다. 저와의 사이에 아이가 없었지만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는 최고의 아버지가 되었을 거에요. 이번에 그가 사퇴해서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권력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니까요.

  도봉구 선생님은 교육감 후보 사퇴 후 국회의원, 도지사 등등의 후보로 거론되며 정계 진출의 얘기까지 이어졌다.

 

  나는 그가 사퇴하고 사랑마을학교로 돌아왔을 때 그에게 물었었다.

  - 제가 상처받고 비난 받을 것을 왜 신경을 쓰세요. 저는 정말 괜찮다구요. 왜 포기하신거에요? 왜요?

  - 준우야. 나는 교육감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 싶은거야. 교육감은 나중에라도 하면 되지만 교육은 언제나, 항상, 늘 하는거야.

  - 제가 너무 미안해지잖아요. 저 때문에 사퇴하신 것 같아서.

  - 아니야. 너는 아직 미성년자고 나는 성인이야. 내 선택은 내가 책임지는 거야. 나는 사랑마을학교가 더 좋아.

  나는 그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나는 이제 열 여덟 살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와 함께 지내고 있다. 사랑마을학교는 그의 유명세 덕분에 학생들이 꽤 많이 늘어났고, 이사장인 상돈이 K도 내의 다른 지역의 땅을 사들여 고등학교 과정에 준하는 ‘누리마을학교’를 지어 개교하여 도봉구 선생님은 두 학교의 운영을 맡으며 바빠졌다. 두 학교에 각각 네 명의 선생님들이 더 채용되었고 사랑마을학교에 있었던 나를 포함한 지운과 나영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누리마을학교’로 진학을 했다. 우리는 여전히 농사를 짓고 생태뒷간을 사용하며 오후와 주말에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다. 지운은 원동기 면허를 취득해서 바이크를 몰고 다니고 있다. 지운은 내년 생일이 지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운의 바이크를 타고 우리는 지난 봄에 전국 일주를 했었다. 우리의 계획을 도봉구 선생님은 승인해 주었다. 지운은 대학에서 생물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미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까지 합격해둔 상태이다. 나영은 열심히 요리에 매진하고 있다. 나영은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이다. 그녀는 스무살이 되면 부모님의 가게로 가서 주방을 맡을 계획이다. 여전히 많은 것들을 능숙하게, 또 세련되게 처리하지 못하고 서툴지만 순수하고 맑은 나영의 웃음은 항상 우리를 즐겁게 한다. 나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농업 직렬을 선택했다. 관련 과목 도서들을 탐독 중에 있으며 시험 자격이 되는 내년 초부터 시험 과목 암기에 매진할 생각이다. 우리는 늘 독서하고 토론하고 운동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목공품을 제작하고 농사를 지으며 지내고 있다. 매일이 즐겁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못해 본 것은 더 많기에.

 

  어머니는 변했다. 내가 항상 바랐던 것처럼 어머니는 이제 나를 정말 이해해줄 수 있는 어머니로 변모했다. 어머니는 나로 인해 그와 재회했고 나와 그와 함께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차츰 변해갔다.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내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터다. 어머니는 기적을 경험했다. 그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내가 열여섯이었던 해의 겨울 어머니는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동생의 아버지는 도봉구 선생님이었다. 나는 어머니와 도봉구 선생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해 겨울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어머니는 출산 준비에 돌입했다. 엄청난 노산이었지만 요즘은 마흔 살 넘어서 초산인 경우도 많은데 자신은 거기에 비하면 정말 다행이라며 전에 없던 행복함을 보였다. 어머니는 지금 육아휴직 중이다. 한 명의 아이에 삼년을 주는 육아휴직 기간을 모두 채우겠다며 동생의 육아를 A시에서 전담하고 있다. 나는 이제 일주일에 한번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러 집에 들른다. 도봉구 선생님은 평일과 주말에 틈이 날 때마다 어머니와 동생을 보러 집으로 간다. 어머니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랑을 믿는다. 어머니에게는 이제 친부에의 분노가 없다. 오히려 젊은 시절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있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내가 받았을 상처들을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사과했다. 나는 오래 전에 이미 어머니를 용서했다. 그리고 아버지도. 나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삶이, 내가 살아갈 삶들에 감사한다.

 

  어느 학자가 말했다. 지금의 사회가 과거 사회, 가령 구석기 시대와 비교했을 때 보다 더 나은 행복을 인류에게 가져다 준 것을 확신할 수 있냐고. 매일 매일 사냥과 채집을 해서 먹고 살고 잉여의 몫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구석기 시대는 자신보다 더 막강한 상대가 오면 그냥 도망가면 됐다고. 구석기 시대의 그들은 권력을 구성할 필요도, 잉여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됐었다고 어쩌면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행복감을 느끼며 살았다고.

  어느 학자는 한국의 교육에 대해 말했다. 한국의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없는 지식과 없어질 직업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이미 죽었지만 그의 얘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비단 이 학자 뿐만 아니라 많은 세계의 학자들이 우리 나라의 교육에 대해서 비슷한 얘기를 한다.

  중국의 교육자들은 당당히 말한다. 교육의 목적은 ‘당과 국가를 위해서다.’라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공산주의의 이념으로 살고 있는 그들과 우리의 교육 방식은 너무나 흡사하다. 남을 이겨 입신양명하고 경쟁에서 승리하고 그것이 효율성을 높여서 국가에 이바지한다는 그들의 논리와 우리 교육과 너무 닮은 것은 왜일까. 우리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데.

 

  도봉구 선생님은 내가 유권자가 되고 난 이후의 교육감 선거에 꼭 다시 나설 것을 나에게 약속했다. 그 때 나는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나에게 진실된 참 스승이자 새로운 아버지임을. 그리고 나는 그를 지지한다고. 그가 펼칠 교육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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