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주 연구 쎈터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유럽 우주 연구 팀에서 마중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케로린 양과 서로 인사 나누고, 그녀의 차에 탑승하여 런던 남부 근교 윔블던에 위치한 유럽 우주 쎈터로 향한다. 케로린 양은 나보다 몇 살 어린 20 대 후반으로 보이며, NASA에서 근무하다 런던에 온지 2 년이 되었고, 유럽 우주 쎈터에서 인사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윔블던시내를 돌아 주거지로 향하며 형형 색색의 꽃들이 주택 앞 정원에 피어있는 것을 보니 참 아름다웠다. 한창 꽃이 화창하게 피는 5 월 이라서 그런지, 2 층 주택 주거 단지가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거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차만 한 두 대 주차되어 있는 아주 조용하고 아늑하다.

　유럽 우주 쎈터 인근에 아담한 정원이 있고,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2 층 집으로 안내한다. 이 곳이 우리가 기거할 집이라 하며, 1 층은 자가가 사용하고 있고, 나는 2 충을 사용하라 한다. 1 층 거실을 지나 2 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거실과 테라스가 있고, 2 개의 방과 키친 및 화장실이 있다.

　런던에 얼마나 오래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동네도 조용하고 고즈넉하여 혼자 살기에 아주 아늑하고 좋을 것 같다. 케로린 양이 2 충에 여장을 풀고 잠시 쉬었다 내려 오라 한다. 그 사이에 자기가 간단한 음식을 준비할 테니 집에서 저녁을 함께하자고 하여 고맙다고 인사하고, 큰방에 옷가지를 옷장에 정리하며 여장을 풀기 시작한다. 여장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더블 침대에 눕는다. 나는 “아! 여기가 나의 새 보금자리로 구나” 느껴지며 사르르 잠이 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1 층에서 부르는 소리에 깨어 1 층에 내려 가니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불러 일으킨다. 케로린 양에게 잠깐 쉬려고 침대에 누었는데, 잠이 들었다 하며 미안하다고 얘기하니 장거리 여행에 피곤하셨을 것이라고 괜찮다 한다.

　야체 살라드에 스테이크를 먹으며 케로린 양은 자기가 27 살로 몇 살 어리다며 언니라고 부르겠다 하고, 자매처럼 잘 지내자고 한다. 서양 여자애 같지 않게 부침성이 있어 보여 얼마 동안 함께 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 친 자매처럼 재미있게 지내자고 대답했다.

　나는 유럽 우주 쎈터에서 일 주일에 2 일 근무하고, 3 일간은 옥스포드 대학교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것으로 NASA 에서 통보 받았다 한다. 나는 화성 탐사 이후, NASA 화성 팀에서 잠시 근무하다 유럽 우주 쎈터에 파견되었고, 옥스포드 대학교 고대 고고학과 인류학 교수 지도아래 고고학 및 인류학을 연구하기로 하였다고 간단히 얘기 하였다.

　저녁을 마치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며 하늘을 쳐다 보니 영롱한 별들이 여기에서도 나를 반긴다. 옆 집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 “안녕하세요? 이 집에 새로 왔어요” 라고 인사하였다. 할머니는 “반갑습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질문한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미국 NASA 에서 왔으며, 유럽 우주 쎈터에서 근무한다고 대답한다.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와우! 영광입니다. 아는 분 같은데 누구인가 하였지요. 몇 개월 전에 화성 탐사 마치고 돌아온 우주 비행사 군요” 한다. “네 맞습니다.” 이웃이 서로 사이 좋게 지내자고 얘기 하였다.

　다음날 나는 케로린의 차를 타고 유럽 우주 쎈터에 출근하였다. NASA 에서 파견된 유럽 우주 팀은 10 여명이나 되어 새로 부임했다고 인사를 나누었다. 팀장 사무실에서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고, NASA 유럽 우주 팀 공동사무실 내 나의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 때 식당에 가니, 화성 탐사 동료 대원 리차드가 보여 반갑게 만나 함께 점심을 먹었다. 리차드는 영국 우주국에 근무하다, 유럽 우주 쎈터 영국 우주 팀으로 파견 나와 있다. 리차드는 최근에 결혼하여, 인근에 집을 얻어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자기 집으로 초대하겠다 한다.

　오후에 새로 부여 받은 임무 중 하나인 각종 동식물 화석 분류 및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아프리카 팀을 방문하여 아프리카에서 채집한 여러 가지 진기한 동식물 화석을 인수 받아 분석 작업을 계속하여 분석 자료를 컴퓨터에 저장하였다.

　퇴근 시간이 될 무렵에 케로린이 찾아와 내 차가 배정되었다 하며 자동차 키를 넘겨주며 차고에 가서 시운전을 해 보라 한다. 케로린과 함께 차고에 가 보니 파란색의 재구어 스포츠카가 있다. 전에 미국 팀 직원이 타던 차로 새 차나 다름이 없으며, 런던에서 옥스포드까지 장거리 운행에 좋을 것 같아 이 차를 배정하였다 한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어 운전하니 차에 힘이 실리며 아주 경쾌하게 달려 나간다. 영국 차는 우측에 운전석이 있어 조금 어색하지만, 조심 조심 운전하며 집에 돌아오니 그런대로 운전할 만 하였다.

　집에 돌아와 케로린과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배우는 것도 재미 있다. 케로린은 음식을 잘 하는 것 같아 어쩌면 이렇게 잘하느냐 하니, 자기는 남부 조지아 주 출신으로 어렸을 때 집에서 어머니한테 음식 만드는 것을 배웠고, 학생 시절에 휴스톤에서 자취하며 음식 만들기를 즐겼다 한다.

　저녁을 맛 있게 먹고 밖으로 나와 동네를 산보하였다. 어제 만났던 이웃집 할머니가 나와 있어 “안녕하세요?” 인사 하며 오늘도 잘 지네셨는지 물어 본다. 할머니는 마을 할머니들과 수다 떨며 잘 지냈다고 한다. 화성 탐사 우주 비행사가 이웃집에 새로 왔다고 하니, 한번 초대하여 차 한잔 하면서 화성 탐사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하여 “네 주말에 시간이 나면 얘기해 드리지요” 했다.

　집에 들어와 케로린에게 잘 자라고 인사 나누고 2 층에 올라와 한국에 전화하여 부모님께 런던에서 잘 근무하고 있다고 하였다. 동생에게 전화하여 안부를 물으니, 동생은 울먹이며 전에 사귀던 나로 우주 쎈터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로 했다 한다. 나는 어떻게 동생을 위로해야 할지를 몰라 잠시 머뭇머뭇하다가……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되지 뭐 네가 부족한 것이 있느냐 하니 동생이 큰 소리로 울어 버린다.

　나는 어찌할지 몰라 망설이다 왜 헤어지자고 했느냐고 겨우 모기만한 소리로 물어 보았다. 동생은 남자 친구와 서로 좋아하는데, 남자 친구 부모님이 가족을 잘 돌보는 가정집 아낙네를 며느리로 맞이해야 한다며 반대하신 다며 다시 흐느낀다. 나는 “둘이 서로 좋아하면 되었지 뭘 그러냐?” 하며 부모님은 시간을 두고 잘 설득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위로한다. 다시 만나 잘 이야기 해보라고 권하며 아쉽지만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유럽 우주 쎈터에 출근하여 어제 아프리카 팀에서 가져온 각종 동식물 화석 분석 작업을 계속하였다. 오전 근무 중 옥스퍼드 대학교 윌리엄 교수에게 전화하여 간단히 소개하고, 내일 오전에 방문하겠다 하니 윌리엄 교수는 기다리고 있었다 하며, 내일 만나 연구과제를 의논하자고 한다.

　영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 전화하여 대사님께 인사 드리고, 이틀 전에 런던에 도착하여 윔블돈에 소재한 유럽 우주 쎈터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얘기 하고, 내일은 옥스포드 대학교에 가서 윌리엄 교수를 만나 연구 과제를 의논하기로 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대사님은 언제 시간이 나면 대사관에 들려 얘기를 나누자 하여, 다음 주에 전화 드리고 찾아 뵙겠다고 말씀 드렸다. 대사님께서 필요 시 대사관에서 연락할 수 있도록 거주지 주소와 사무실 연락처 등을 알려 달라고 하시어, 문자 메시지로 보내 드리겠으니 대사님 개인 휴대폰을 문자로 보내주시라고 말했다.

　리차드가 전화하여 다음 주말에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은데 어떻겠느냐 하여, 현재까지는 특별한 일정이 없어 “신혼 집에 초청해 주어 고맙다. 무얼 선물하면 좋겠느냐?” 하며 웃었다. 리차드는 당신이 오면 되니 그냥 빈 손으로 오란다.

　집에 돌아와 마을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케롤린에게 다음 주말에 영국 신혼 집에 초대 받았는데 무얼 선물하면 좋겠는지 묻는다. 영국 사람들은 티 파티를 좋아하니, 신혼 부부 둘이서 오붓하게 마실 수 있는 찻잔이 좋을 것이라 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하여 팀장에게 오늘은 옥스포드 대학교에 가서 윌리엄 교수를 만나 윌리엄 교수 지도하에 연구할 연구 과제를 의논하고자 한다고 말하니 잘 다녀오라 한다. 나는 재구어 스포츠카의 네비게이션에 옥스포드시로 맞추고, 조심 조심 운전하며 옥스포드 대학교로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