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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10 그의 평범한 일상(2)
작성일 : 18-02-07 17:42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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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장! 자, 아앙!"

 

 "아앙은 무슨 아앙이야! 알아서 먹을테니까 좀 놔둬!"

 

 "맞아요 언니! 그리고 태성 오빠 먹이는건 제 몫이에요!"

 

 늘 그랬지만 식당에서도 명희 언니의 애정 공세는 계속되었다.

 

 오빠의 좌측에 바짝 달라붙은 언니는 자기 몫으로 받아온 음식 중 가장 맛있는 부분을 미련없이 태성 오빠의 입으로 넣어줬다.

 

 "히힛.어때? 나현이가 먹여주는 것보단 훨씬 맛있지?"

 

 "별로 차이없거든?! 내껀 내가 알아서 먹는다고 그랬잖아! 들러붙지 말고 얼른 떨어져!"

 

 "에이.매정하게 자꾸 그러기야? 좋아하는 사람끼리 꼭 붙어서 밥먹는게 뭐 어때서!"

 

 "일방적이잖아 짜샤.나현이 너도 얼른 떨어져라? 평소엔 안 그러더니 왜 검귀 년이랑 같이 올때마다 이 짓이야?"

 

 "그..그야 언니가 먼저 선수치잖아요! 오빠랑 단 둘이라면 또 몰라도…."

 

 내 반박에 태성 오빠는 잠시 할말을 잃었는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날 째려보았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명희 언니는 여전히 태성 오빠의 팔을 놓아주지 않았고 나 역시 태성 오빠의 팔을 이대로 순순히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어이구.이거 오늘도 양손의 꽃이네? 고생많다 태성아."

 

 "이 목소린..명호 형님이슈?"

 

 곧장 고개를 돌린 태성 오빠의 옆으로 험상궃은 얼굴의 아저씨..아니 명호 오빠가 성큼성큼 걸어 다가왔다.

 

 조폭을 연상시키는 험악한 얼굴에 튼튼한 근육질 몸을 가진 이 26살 오빠는 나와 같은 3반 학생이며 전직 해군 수색대에서 복무했던 이른바 '군바리'인데 몸을 강철로 변화시키는 '아이언호그'란 능력 덕분에 명희 언니와 더불어 '철귀(鐵鬼)'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오늘도 명희 년 응석 대신 받아주고 있었지? 너도 참..고생이다."

 

 "고생하는거 알면 동생 단속 좀 잘하시지 그러슈? 얘가 들러붙으면 나현이도 들러붙어서 밥먹는게 완전 고역이라고."

 

 "엑.그렇게까지 말할건 없잖아! 나름 먹여주기도 하는데!"

 

 "누가 해달랬냐? 아무튼 형님은 기왕에 왔으면 얘 좀 데리고 가요.나현이 한명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얘까지 신경써야돼?"

 

 짐짓 명희 언니를 흘겨본 태성 오빠가 턱짓으로 명희 언니를 가리켰다.

 

 잠시 언니를 바라보던 명호 오빠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쉬었고 이에 슬쩍 혀를 차는

  태성 오빠의 뒤로 갑자기 부드러운 톤의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하핫.이거 또 진 낭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구료.고생이 많소이다 임 도령."

 

 "으왓?! 뭐야 사범 형씨였어? 인기척 좀 내라고 내가 몇번을 말해!"

 

 "미안하네.습관적으로 경공을 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더구려."

 

 곧장 껄껄 웃어댄 유사범님이 태성 오빠를 바라보며 빙긋 미소지었다.

 

 훤칠한 인상과 키를 지닌 이분은 원래 4반 출신이었지만 태성 오빠를 위기에서 구해줬다는 이유로 우리 3반으로 이전해온 분이었다.

 

 매사에 입버릇처럼 사극체를 즐겨쓰는 이분은 명호 오빠와 동갑으로 '기공(氣功)'이라 불리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무예가이다.

 

 타고난 정의감과 예의범절이 투철한 성격이신지라 조금이라도 불의를 목격하면 칼같이 교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버서스나 대련에서의 성적도 매우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

 

 "뭐야 둘다? 오빠도 그렇고 형씨도 그렇고 지금 둘이서 쌍으로 나 디스하려고 일부러 찾아온거야?"

 

 짐짓 인상을 찌뿌리는 명희 언니의 말에 곧바로 명호 오빠가 무덤덤히 대꾸해갔다.

 

 "니가 디스당할만한 짓을 하니까.애초에 태성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자기 밥쯤은 스스로 챙겨먹을수 있잖아? 니가 걔를 좋아하는거야 뭐라 안하겠지만 때와 장소는 구별해야지."

 

 "으엑.꼴에 오빠라고 또 설교질이야? 싫은데요~ 반장이랑 나는 일심동체거든요!"

 

 "낭자는 둘째치고..임 도령은 한마음이 아닌 듯 보이네만?"

 

 "하아..좋게 말로 할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떨어져라? 확 그대로 들어올려서 메쳐버리기전에."

 

 명호 오빠의 윽박에도 명희 언니는 메롱 혀만 빼물며 계속 태성 오빠의 팔을 놓지않았다.

 

 별수없이 태성 오빠는 명희 언니를 그대로 둔채 식사를 계속했고 나도 조금 꿍해지긴 했지만 어찌저찌 식사는 끝마칠수 있었다.

 

 "으휴..매번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네.그나마 명호 형님이 억지로 끌고 나가줘서 망정이지.하마터면 하루 온종일 붙들려있을 뻔했잖아?"

 

 "마..맞아요! 하여튼 명희 언니는 너무 밝혀서 탈이라니까요? 유독 태성 오빠한테만 그러는 것도 맘에 안드는데…."

 

 "그렇게 따지면 너도 똑같거든? 애초에 바로 옆자리라서 싫어도 지겹게 볼텐데 왜 맨날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녀?"

 

 "그..그야 태성 오빠가 진짜로 좋으니까요! 혹시 제가 따라다니는거..싫으세요?"

 

 슬쩍 측은한 표정을 짓는 내게 태성 오빠는 조금은 당황한 얼굴로 괜히 뒤통수를 긁적였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대놓고 무시했겠지만 유독 내가 울상을 지으면 태성 오빠는 정확히 5초 정도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한숨을 푹 쉬며 내 머리를 거세게 쓰다듬어준다.

 

 "으휴..하여튼 내가 제명에 못 살지.그럼 니 멋대로 해라.괜히 명희 년처럼 막 들이대지는 말고."

 

 "히힛.당근이죠! 그보다 이젠 뭐하실 꺼에요? 아직 점심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바로 교실로 돌아갈 꺼에요?"

 

 "음..뭐, 따로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대로 올라가서 한숨 자는게 낫겠지?"

 

 "에..수업시간 때 그렇게 자놓고도 또 자려고요?"

 

 "만성 수면부족이니까.그리고 내가 무슨 명희 년마냥 괜히 이리저리 쏘다니면 다른 애들이 불안해할거 아냐?"

 

 나름 논리정연한 태성 오빠의 대꾸에 난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명희 언니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태성 오빠가 쉬는 시간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 다른 반 애들 입장에선 충분히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가뜩이나 이하 생략으로 악명높은데다 이미 자신에게 멋모르고 까불었던 몇몇 학생들(누구라고 굳이 말 안하겠지만.)과 학생회 전 부회장을 골로 보낸 무용담(?)이 널리 퍼질대로 퍼진 뒤였다.

 

 '그런 태성 오빠가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 그건 그거대로 무서울지도….'

 

 슬쩍 속으로 상상해보던 내 머릿속으로 패닉에 빠진 다른 반 학생들의 끔찍한 절규가 흘러나왔다.

 

 곧바로 계단을 걸어올라간 태성 오빠와 난 보무도 당당하게 반 앞문을 열고 들어섰고 바로 그때 정갈한 발걸음소리와 함께 안경을 쓴 남색 장발머리의 여학생이 오빠의 앞을 막아섰다.

 

 "이제야 오셨군요 임태성 씨.자, 그럼 약속대로 저와 같이 버서스 경기장으로 출두해주실까요?"

 

 "엥? 버서스? 내가 왜? 것보다 니가 언제 나랑 그런 약속을 했어?"

 

 슬쩍 고개를 돌리는 태성 오빠에게 남색 머리의 여학생..아니 한유리 언니가 곧장 미간을 확 찌뿌렸다.

 

 "뭐라구요?! 분명히 일주일 전부터 제가 분명 오늘 날짜에 버서스 대련연습에 동참하라고 부탁했잖아요! 설마 저랑 한 약속을 새까맣게 잊어먹은 거에요?!"

 

 "아, 그랬었던가? 미안.까먹고 있었던 것 같네.고로 없던 걸로 하자고.오케이?"

 

 "어딜 어물쩡 넘어가려고 그래요! 제가 당신이랑 어울릴 이 날만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크흠! 아무튼 지금 당장 출발하시죠."

 

 잠시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리는 유리 언니를 태성 오빠는 시큰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도도하고 까칠한 성격의 언니는 무려 우리 반의 부반장이며 나이는 태성 오빠와 동갑이다.

 

 엘리트 의식이 투철한 성격으로 나름 A급 셀렉션인데다 집안도 엄청나게 빵빵한 대기업이지만 등교 후 첫날 반장선거에서 태성 오빠와 자리를 두고 싸웠다가 크게 패한 전적이 있었다.

 

 능력은 얼음을 자유로이 생성하고 제어하는 '프리징'이라는 능력이라고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귀찮아 죽겠네 진짜.알았다 알았어.까짓 거 같이 해주면 되잖아."

 

 "후훗.그렇게 나와주셔야죠.아, 나현 양도 따라오실 생각이면 특별히 참관 정도는 허락해주겠어요.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제 화려한 실력을 마음껏 보고 배우시라고요."

 

 짐짓 안색이 밝아진 유리 언니가 대뜸 나를 돌아보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얼핏 재수없게 느껴질 정도의 도도한 미소를 나는 애써 웃어넘겼다.

 

 별수없이 태성 오빠는 나왔던 문으로 다시 나갈 수 밖에 없었고 나 역시 그런 오빠를 따라 제 2 경기장으로 따라들어가게 되었다.

 

 "자, 그럼 나현 양은 잠시 관중석에 올라가계세요.임태성 당신은 선수대기실에 들어가서 맘에 드는 무기는 아무거나 집어들고 나오도록 하세요."

 

 "음..뭐, 딱히 상관없는데 진짜로 괜찮겠냐? 암만 연습대련이라지만 니 실력으로 날 이기기는건 무리일텐데?"

 

 "훗! 저라고 예전 그대로는 또 아니라구요! 당신한테 치욕을 당하고 난 뒤 꾸준히 연마해서 얼마 안있으면 S급 승급시험도 볼 예정이라구요?"

 

 "호오.그래? 그거 다행이네.그럼 나도 안 봐주고 '전력'으로 임해도 되는 거지?"

 

 "물론이죠! 오히려 바라던 바입니다! 자, 어서 경기준비나 하세요."

 

 호언장담하는 유리 언니에게 태성 오빠는 짐짓 코웃음을 치는가 싶더니 금세 선수대기실로 들어갔다.

 

 어쩐지 불안해진 난 마지못해 2층에 자리한 관중석으로 올라갔고 곧 얼마 지나지않아 서브머신건 두정을 챙겨나온 태성 오빠가 정확하게 유리 언니와 대치했다.

 

 "훗.지난번에는 권총이랑 샷건 조합이더니 이번엔 고작 서브머신건 두 정인가요? 아직도 절 얕보고 있는 모양이군요?"

 

 "글쎄? 난 딱히 얕본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얼른 시작이나 하자고."

 

 "후훗.곧 그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겁니다! 제 새로운 기술들을 똑똑히 보여드리죠!"

 

 "태..태성 오빠 화이팅!! 지면 안돼요!!"

 

 애써 응원을 시작하는 내게 태성 오빠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살벌하게 웃어보였다.

 

 '아, 큰일이다.태성 오빠 제대로 기합 들어갔어….'

 

 짐짓 내가 속으로 중얼대는 사이 삐잉하는 경기 시작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유리 언니의 2번째 치욕의 역사가 곧 쓰여질 것 같았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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