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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 7.비밀의 일일 데이트(完)
작성일 : 18-01-09 19:50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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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레이드 관람을 마친 뒤 태성을 비롯한 모두는 무사히 학교로 복귀했다.

 

 외부에서 능력을 함부로 사용한 것 때문에 태성과 수아를 제외한 나현,명희,유리는 모두 채윤에게 경징계를 먹었고 마찬가지로 능력을 사용했던 청호는 먼저 능력을 발동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신히 징계를 면하게 되었다.

 

 '그렇다쳐도 한동안 교내에선 24시간 활동을 감시받게 됐으니 아주 징계를 피한 것도 아니로군.'

 

 짐짓 청호에 대해 생각하던 태성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피식 조소를 지었다.

 

 천하의 학생회장도 결국 똑같은 학생이란 사실은 넘어가더라도 하루동안 자신을 실컷 굴려먹은 응분의 대가를 받았다는 생각에 나름 기분이 고소했다.

 

 징계를 피하지 못한 나현과 유리,명희는 정확히 한달간 교내봉사 및 버서스 금지령을 받았고 그 덕분에 태성은 실로 오랜만에 평온한 휴식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칭얼대는 먹순이도 없고 앵겨대는 검귀도 없고 잔소리하는 부반장도 없으니 아주 그냥 천국이네..주말동안 쌓인 피로를 이제야 풀겠구만.크크.'

 

 실컷 속으로 좋아하던 태성은 아예 대놓고 드러누워 본격적인 취침모드에 들어갔다.

 

 여지없이 화창한 오후의 햇살이 태성의 몸을 따사롭게 덥혔고 금세 밀려드는 잠 기운이 그의 온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 띵동.학생회에서 사람을 찾습니다.1-3반의 반장 임태성.임태성 학생은 지금 즉시 학생회실로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막 단잠에 빠지려는 태성의 귓가로 친절하면서도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가 꽂혀들었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싶어 귀를 후비고 다시 고개를 쳐박았지만 고개를 박기가 무섭게 목소리는 연달아 계속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오..진짜! 알았다고! 가면 되잖아 가면! 내가 쉬는 꼴을 못 봐요 젠장."

 

 한바탕 퉁명스레 중얼거린 태성은 곧바로 자리를 딛고 일어나 복도로 빠져나왔다.

 

 곧장 학생회실로 내려간 태성은 보란듯이 문을 박차며 안으로 들어섰고 이내 학생회실 내부에 앉아있던 몇몇 학생들이 단숨에 태성을 돌아보았다.

 

 "어떤 샊..아니 임원께서 곤히 자려는 사람을 자꾸 불러대냐? 후딱 안 나오면 섬광탄 터뜨려버릴테니까 얼른 자수해라?"

 

 살벌하게 중얼대는 태성의 으름장에 곧바로 방송장비 앞에 앉아있던 미모의 여학생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아, 여기에요 태성 씨! 역시 금방 와주었네요? 절대 안 올거 같아서 올때까지 계속 부르려고 했는데…."

 

 금세 자신을 향해 미소짓는 푸른 머리의 여학생,아니 청호에게 태성은 단숨에 미간을 찌뿌렸다.

 

 "그냥 날 죽이지 그래? 미리 경고하는데 같잖은 이유로 부른거면 바로 여기서 나가버릴꺼다."

 

 "어머.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요? 기분나쁘셨다면 미리 사과드릴께요.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단 것만은 알아주세요."

 

 "어쩔 수 없었다고? 아, 하긴 어디 가든 항상 감시하는 임원이 따라붙는다고 그랬지?"

 

 짐짓 빈정대는 태성에게 청호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아시다시피 당분간은 어딜 가든 꼭 감시의 눈길이 붙게 됐거든요.아, 그렇다고 이상한 오해는 하지마세요.화장실이나 탈의실에도 감시가 따라붙는건 아니니까요."

 

 "누가 그딴 거 물어봤어? 쓸데없는 소리말고 왜 불렀는지나 얼른 말해봐."

 

 "후훗.재촉하지 않아도 얘기해줄꺼에요.일단 장소를 좀 옮기도록 할까요?"

 

 능글맞게 대꾸한 청호가 곧장 옆쪽 벽에 기대어 서있던 유정에게 눈짓을 보냈다.

 

 곧장 밖으로 걸어나온 청호는 태성을 이끌어 교사 뒤편의 정원으로 향했고 이후 정원에 도착한 청호는 잠시 유정에게 눈짓으로 잠시 나가있어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여기 저번에 불러냈던 그 정원 아냐? 이번에도 어지간히 개인적인 용건인가보지?"

 

 "후훗.여전히 눈치 하나는 빠르네요.실은 태성 씨한테 긴히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겼거든요."

 

 "또야? 나 참..분명히 말하는데 이번에도 괜히 어디 같이 가달라거나 하는 거면 절대로 거절이야."

 

 깨름칙한 표정을 짓는 태성에게 청호는 금세 후훗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니까 안심하세요.이번에 드릴 부탁은..즉석에서도 바로 끝낼 수 있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부탁이거든요."

 

 "하? 뭐야 그건 또? 즉석에서 바로 끝낼 수 있다면서 어렵다는건 뭔데?"

 

 "으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임태성 씨? 오늘 부로..저랑 교제해주실수 없나요?"

 

 일순 헛기침을 내뱉은 청호가 정중히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난데없는 부탁에 태성은 잠시 핫하고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기가 차다는듯 냉소를 지었다.

 

 "교제? 뜬금없이 뭔 소리야 그게? 저번에 분명 말했잖아? 그쪽이 몇번을 부탁하든 난 절대로 거절이라고."

 

 "그..그런 의미의 교제가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교제는 그러니까..우정이라고나 할까 서로 가볍게 챙겨주는 관계랄까..아무튼 그런 걸 말하는 거라구요!"

 

 슬쩍 당황하며 대꾸한 청호가 곧장 얼굴을 붉히며 양 손 검지를 서로 맞대었다.

 

 잠시 청호를 바라보던 태성은 이내 그녀의 진의를 알아차렸고 곧바로 피식 웃은 태성이 청호에게 심드렁히 입을 열었다.

 

 "참나..뭔 대단한 부탁을 하나싶었는데 고작 그런 거였어? 됐으니까 고개 들어.그냥 친구 좀 해달라고 물어보면 되는데 뭐 그렇게 유난을 떨어?"

 

 "네? 그..그치만 원래 남한테 뭔가 부탁할때는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해야 되지않나요?"

 

 "으휴..아예 서로 초면이면 모를까.그쪽이 뭐 나랑 한두번 본 사이야? 팔에 쥐날 정도로 붙어다녔던 주제에."

 

 이어지는 태성의 대답에 청호는 잠시 멍한 얼굴로 태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기 멋대로 끌고다닌데다 사상 최초로 면전에서 자신을 걷어찬(?) 배가 부르다못해 터진 남자였다.

 

 분명 친구가 되는 것조차도 거부할까봐 최대한 정중히 부탁한건데 예상 외로 쉽게 허가받은데다 덤으로 핀잔도 듣게되니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듯 뒤통수가 얼얼했다.

 

 "저..정말로 저와 교제해주시는 건가요? 당신을 속인데다 제멋대로 이용까지 했던 사람인데요?"

 

 "그야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잖아.당장 내가 그쪽 입장이었으면 아마 대놓고 사표쓰고 뛰쳐나왔을걸? 오히려 그쪽이 대단한 거라고."

 

 "치..칭찬해주는 건가요 지금? 고마워요.그런 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라 좀 얼떨떨하네요."

 

 "별걸 다 놀라네.아무튼 그 정도 부탁이라면 딱히 못 들어줄 것도 없어.저번처럼 멋대로 굴려대도 괜찮다는건 또 아니지만…."

 

 짐짓 말끝을 흐린 태성은 잠시 겸연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댔다.

 

 딴에는 또 뭔가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할까봐 속으로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별거 아닌 부탁에 당황스러워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후훗.그렇군요.그럼 일단 서로 화해한 셈이네요?"

 

 "박터지게 싸운 것도 아니면서 무슨..뭐, 그래도 확실히 나쁘진 않네.그쪽같은 높으신 분이랑 친하게 지내두면 나중에 골치아플때 적당히 이용..아니 도움받을수도 있을테고."

 

 "후후훗.그거 기대되네요.여태까지는 제가 남들을 이용했는데 이번엔 제가 이용당할수도 있다니.어쩐지 두근대기 시작했어요."

 

 "무진장 이상한 의미로 들리니까 그쯤해둬.아무튼 그걸로 됐지? 그럼 난 이만…."

 

 "아, 자..잠깐만요! 아직 해줄 말이 더 남았단 말이에요."

 

 곧바로 등을 돌려 돌아가려는 태성의 옷깃을 청호가 단숨에 잡아챘다.

 

 잠시 한숨을 내쉰 태성은 곧바로 고개를 홱 돌렸고 그 순간 태성의 목을 확 끌어안은 청호가 그의 목과 뺨에 입을 맞췄다.

 

 "뭐..뭐야 갑자기?!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후훗.지난번에 같이 가주신 답례 아직 안했잖아요? 친구가 된 기념도 있고 해서 정확히 두번 해드렸어요."

 

 "야이 씨..그렇다고 다짜고짜 그러면 어떡해?! 그나마 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길래 망정이지 만약 나현이나 다른 애들이 봤으면.."

 

 "태..태성 오빠?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순간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태성과 청호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언제부터 그곳에 서있는지 모를 정원의 아치형 입구 중간에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든 나현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나..나현아? 너 언제부터 거기있었어?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하지…."

 

 "저..전 그냥 교내봉사로 쓰레기줍기하다가 오빠 목소리가 들려서.."

 

 "그..그러냐? 이야~ 그거 참.쓸데없이 기막힌 우연이네.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방금 그거 본거 아니지?"

 

 바보라도 된듯 반문하는 태성에게 나현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딘지 분위기가 미묘해지자 채윤은 여전히 태성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나현을 바라보던 채윤이 싱긋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누군가 했더니 나현 양이었군요? 저 방금 전에 태성 씨랑 친밀한 관계가 되었답니다? 나현 양도 부디 축하해주세요?"

 

 "아..아하하하.그..그렇군요.하하핫.그렇구나..추..축하해요.두분..저기 그러니까..예..예쁜 사랑하세요!!!"

 

 "야 인마?! 잘나가다가 갑자기 뭔 헛소리야?! 돌아와 신나현! 니가 생각하는 그거 아냐! 컴백!!"

 

 태성의 간절한 부름에도 나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멀뚱히 그것을 바라보던 청호는 그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고 태성은 이에 벼락맞은듯한 멍한 얼굴로 힐끗 청호를 돌아보았다.

 

 "솔직히 말해..청호 너, 일부러 그런거지?"

 

 "어? 방금 뭐라고요?! 다시 한번 불러주세요!"

 

 "오냐.이청호..너어..일부러 그런 거지!!!"

 

 "꺄아! 만세! 드디어 절 이름으로 불러주는군요! 너무 좋아해요 태성 씨!"

 

 더욱 더 강하게 태성을 끌어안은 청호가 이내 태성의 얼굴을 가슴팍에 파묻었다.

 

 '절교하고 싶다.'

 

 허망하게 중얼거린 태성의 마음의 소리는 이내 아득해지는 의식 저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작가 : 이렇게 또 오해를 늘려가는 주인공이었던 것이다..응? 다..당신 누구야?! 읍읍!!

 

 명희 : 쉿.조용히 있으라고.산채로 갈가리 동강나기 싫으면.

 

 유리 : 우후후훗.우후후후훗.특별히 유언은 남기게 해드리죠.남길 말씀 있으시면 지금 하시라구요.우후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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