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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7 비밀의 일일 데이트(1)
작성일 : 18-01-01 11:38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5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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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성 오빠.무슨 고민 있어요?"

 

 당돌하게 질문을 던진 나현이 문득 태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고민은 무슨.쓸데없이 참견하지 마.너랑은 관계없어."

 

 "우, 그렇게 까칠하게 굴 것까진 없잖아요.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별게 다 궁금하다.니 자리로나 돌아가.알아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어."

 

 계속해서 매정하게 대꾸한 태성은 곧장 나현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수련회가 종료된 뒤 원래대로 학교에 돌아온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그 수련회의 막바지에서 태성은 전혀 뜻밖의 존재인 '빌런 연합'의 스카우터와 마주했고 하필 영입 제의까지 받게 되었다.

 

 '니가 몇번을 거절하든 결국 이쪽에 들어올때까지 꾸준히 섭외할꺼니까 잔뜩 기대하라구?'

 

 분명 자신이 만났던 의문의 후드티 소녀는 그렇게 언급했었다.

 

 다시말해 자신이 몇번을 거절한다해도 빌런 연합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거란 뜻이었다.

 

 여기에 자신들의 끄나풀들이 학교에 잠입해있다는 소리까지 했었고 그 말은 즉 교내 부지에서도 언제든 또다시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일단 분명히 거절은 했지만..솔직히 모르겠어.애초에 왜 굳이 날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부터가 전혀 이해 안돼.단순히 지들 세를 불리려고 날 데려갈 생각이면 더 쓸만한 후보가 얼마든지 많았을텐데….'

 

 잠자코 생각하던 태성은 문득 고개를 돌려 자신의 반 내부를 한바퀴 빙 둘러보았다.

 

 '당장 이 반만 해도 내 옆의 먹순이,검귀나 철귀 형님,능력 자체가 미스테리인 유사범 형씨도 있어.여차하면 당장 부반장인 한유리도 있고 잘만 개발하면 크게 히트칠수 있는 수아도 있다고.근데 어째서 날..'

 

 암만 다시 생각해봐도 태성의 머리로는 전혀 빌런 연합의 진의를 알수없었다.

 

 그저 당장은 놈들이 스스로 판단 미스를 했다 여기며 다른 타겟을 물색하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야, 이하생략! 아니, 임태성! 안에 있냐?"

 

 난데없이 터져나온 굵직한 목소리가 즉시 태성의 귓가로 파고 들어왔다.

 

 곧바로 태성이 고개를 돌리자 뒷문을 열고 서있던 남학생이 한명 눈에 들어왔고 곧 그의 오른팔에 채워진 검은 완장이 태성으로 하여금 그가 누구인지 빠르게 일깨워주었다.

 

 "누군가 했더니 이거 학생회의 똥개 '이유정' 아니야? 나한테 무슨 볼일이냐?"

 

 빈정대며 인사(?)하는 태성에게 곧바로 유정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뭐, 오늘이야말로 너 잡아서 징계먹이러..는 농담이고 잠깐 학생회에 같이 좀 가줘야겠다.윗선 상관이 널 데려오라 명령했다고."

 

 "윗선 상관? 참내..또 뭔 귀찮은 일을 시키려고 그러는거야?"

 

 "낸들 알겠냐? 아무튼 좀 따라나와.자세한건 직접 본인한테 들어보라고."

 

 이어지는 유정의 재촉에 태성은 마지못해 자리를 딛고 일어나 유정을 따라나갔다.

 

 곧바로 태성이 따라나오자 유정은 망설임 없이 태성을 1층 뒤편의 화원으로 안내했고 이내 유정이 안으로 들어서자 상쾌한 박하향이 태성의 후각을 자극했다.

 

 "아, 어서 와요 임태성 군.우리 지난번에 한번 만났었죠?"

 

 "그쪽은..설마 학생회장 이청호(李淸湖)? 댁이 왜 이런 데 혼자 서있어?"

 

 곧바로 자신을 바라보는 태성에게 학생회장 청호는 싱긋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발군인 스타일에 흘러내린 비취색의 푸른 생머리가 아름답게 찰랑거렸고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각종 화초들이 더욱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해주었다.

 

 "제가 유정에게 당신을 데려오라고 부탁했어요.갑작스런 호출에 대해선 미리 사과드리도록 하죠."

 

 "쩝. 어차피 나도 딱히 할짓없던 참이었어.것보다도 날 불러낸 이유가 대체 뭐야?"

 

 "후훗.일단 그전에 좀 앉도록 하죠.마침 근처에 티타임 테이블도 있으니까요."

 

 능청스레 대꾸하는 청호를 태성은 짐짓 수상쩍다는 눈으로 지그시 흘겨보았다.

 

 당장 학생회의 수장이 일걔 반장인 자신에게 무슨 용건인지부터가 몹시 의아했고 더군다나 구태여 학생회실이 아닌 외부의 화원으로 불러낸 것도 태성의 의구심을 부채질했다.

 

 "자, 그럼 유정 군은 이제 학생회실로 돌아가보세요.전 이제부터 태성 군이랑 단 둘이 얘기하고 싶으니까요."

 

 "예이예이.그치만 최대한 빨리 돌아오셔야 합니다? 암만 제가 부회장으로 뽑혔어도 회장님 안 계시면 금방 결제 업무가 마비된다구요."

 

 핀잔을 늘어놓는 유정에게 청호는 또다시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흠.그럼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제가 왜 당신을 여기로 불러냈는지 무척 궁금할테니까요."

 

 "그야 말 안해도 알지않나? 짧고 굵게 용건만 말하라고.이쪽은 지금 그거 아니래도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니까."

 

 "후훗.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모양이죠? 천하에 두려울 것 없어보이는 이하생략께서 고민이라니..역시 청춘은 청춘이네요."

 

 "사돈 남말하네.그러는 그쪽이야말로 고귀하신 학생회장씩이나 되는 분이 뭐 때문에 일걔 반장을 사적으로 다 불러낸건데?"

 

 "그건..당신에게 조금 부탁드릴게 있어서에요.엄연히 사적인 부탁이고 제가 개인적으로 청하는 것이라 일부러 사람이 드문 이곳으로 불러낸 거죠."

 

 문득 회장의 표정이 진지하게 돌변하자 태성은 짐짓 흠하며 옅은 숨을 내뱉었다.

 

 "여태껏 당신이 교내에서 해결한 사건들에 대해 면밀히 조사를 해봤어요.하나같이 골치아픈 사태로 비화될뻔한 일을 꽤나 멋들어지게 처리하셨더군요?"

 

 "뭐, 그야 반강제로 휘말려서 어쩔 수 없이 처리해준거지.나라고 좋아서 그런 걸 도맡아 처리한게 아냐."

 

 퉁명스레 대꾸하는 태성에게 청호는 슬쩍 능글맞게 웃음지었다.

 

 "후훗.과연 듣던대로 만사 귀차니즘인 성격이군요? 외람된 소리일지는 모르지만 한번만 더 그 귀차니즘을 좀 억눌러볼순 없나요?"

 

 "그건 또 뭔 괴랄한 소리야? 나더러 귀차니즘을 억누르라니? 차라리 나현이가 다이어트한다는 소리가 더 그럴듯하겠다."

 

 "농담도 생각보다 잘하시네요? 후훗.뭐 좋아요.그럼 슬슬 얘기해드리죠.내일부터 이틀 간은 휴일인거 잘 알고 계시죠?"

 

 청호의 반문에 태성은 짐짓 마지막으로 봤던 PDA의 수업스케줄 표를 떠올렸다.

 

 확실히 오늘은 금요일이었고 다음날인 토요일은 휴업일이어서 일요일까지 이틀동안 여유있는 상황이었다.

 

 "뭐 확실히 휴일이긴 했네.그래서 그게 뭐 어쨌는데?"

 

 "후훗.회장으로써 부탁하겠어요.내일 하루동안만 저랑 같이 좀 어울려주시겠어요? 음..쉽게 풀어서 '데이트'라는 거에요."

 

 "뭐..뭣?! 데이트?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금쪽같은 휴일에 내가 왜?!"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태성을 곧바로 청호가 부드럽게 만류했다.

 

 "자자, 일단 진정하고 계속 들어보세요.명색이 데이트지만 당신과 정식으로 교제하겠다는게 아니에요.어디까지나 내일의 데이트는 위장용.다시말해 보여주기 식이라는 거죠."

 

 "보여주기라니..당최 뭔 소린지 이해가 안 가네.애초에 사귈 마음도 없다면서 왜 데이트같은 짓거리를 하겠다는건데?"

 

 "그게..사실 사정이 좀 복잡해요.제가 이 학교에 입학해 회장이 되고나서부터 수십명이 넘는 남학생들이 제게 갖은 방법으로 교제를 신청해왔어요.물론 전 공직에 몸담고 있으니 교제할 여건이 되지 않아 전부 단칼에 거절해버렸죠."

 

 "뭐, 그런거야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니잖아? 차인 새끼들만 졸지에 호구된거지."

 

 "후훗.말씀을 참 재밌게 하시네요.아무튼 문제는 그 끈질긴 구애가 아직도 일부 남학생들 사이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에요.일하는데 방해되고 자칫 잘못했다간 학생회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염려가 커서 어떻게든 저에 대한 관심을 종식시키고 싶었어요."

 

 이어지는 회장의 말에 태성은 잠시 팔짱을 끼며 심드렁히 반문해갔다.

 

 "그러니까..다시말해 그쪽한테 끈덕지게 달라붙는 애새끼들을 완전히 정리하려고 날 애인 대행으로 이용하시겠다?"

 

 "바로 그거에요.듣던대로 머리가 좋으시네요.하루동안 저랑 같이 부지 외부로 놀러가 그들에게 보여줄 증거사진을 몇장 찍어오는게 바로 내일의 미션이랍니다."

 

 "참나..암만 사정이 사정이라도 그렇지.이렇게 다짜고짜 부탁하면 날더러 뭘 어쩌라고? 애초에 왜 하필 대타 적임자가 나인건데?"

 

 "그야 당신은 여러 의미로 교내에서 유명하니까요.당장 이하생략이란 특별한 별명이 있을만큼 교내에서 당신을 모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어요.게다가 나름 강자라고 정평도 나있으니 당신과 제가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면 자연히 저에 대한 관심도 수그러들겠죠."

 

 "글쎄..그건 좀 어떨런가 모르겠네.오히려 그렇게 되면 그쪽은 고사하고 내가 무진장 피곤해질 것 같은데?"

 

 빈정대는 태성에게 청호는 슬쩍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야 당신 선에서 충분히 처리할수 있지않나요? 아무튼 이렇게 부탁드리겠어요.내일 하루 저와 같이 어울려주시지 않겠나요?"

 

 단숨에 되묻는 회장의 말에 태성은 잠시 끙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장 자신의 휴일 하루를 통째로 써야한다는 것도 맘에 안들었지만 뭣보다도 왠지 이용당하는듯한 꽁기꽁기한 기분을 무어라 풀어낼 재간이 없었다.

 

 '사정이야 그럴듯하다만..애초에 나라고 일정이 없던 건 또 아닌데..제기럴.왜 이놈의 학교는 내가 편하게 사는 걸 가만히 두고보질 않는거람?'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슬쩍 고개를 들어 청호의 얼굴을 흘겨보았다.

 

 여전히 상쾌한 미소를 짓고있던 청호는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태성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에 짐짓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태성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항복 선언을 했다.

 

 "하아..알았수다 알았어.까짓 거 하루 다녀온다고 뭐 지구가 폭발하는거도 아닌데..같이 가주지.그쪽이 보수를 확실히 챙겨주겠다면 말이야."

 

 "후훗.그야 당연하죠.명색이 그래도 제 개인적인 부탁인데 당연히 당신에게 줄 보상도 염두해둔지 오래라구요?"

 

 "뭐 그렇다면 다행이지만..대체 내일 어디로 갈 생각이야? 막말로 부지 외부로 나간다면 갈만한 장소도 한둘이 아닐텐데?"

 

 태성의 반문에 청호는 곧바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내일 저와 당신이 가게 될곳은..바로 놀이공원이니까요.그것도 꽤 유명한 XX랜드라구요?"

 

 "엥? 놀이공원? 난 뭐 영화관이라던가 카페같은데나 가는 줄 알았는데?"

 

 "기왕에 나가는 데이트인데 놀꺼면 제대로 놀아야죠.게다가 놀이공원의 경우엔 각종 놀이기구를 탑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도 많아지니 그만큼 셔터 찬스가 많이 생기는 곳이기도 하죠."

 

 "하아..사람많고 붐비는데는 딱 질색인데..뭐, 그럼 그렇게 하자고.아침에 바로 출발하는건가?"

 

 "그야 물론이죠.당장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일찍 출발해야 놀이기구 하나라도 더 타볼수 있잖아요?"

 

 "어째 그쪽 점점 데이트가 목적이 아니라 신나게 노는 게 목적인 것처럼 들리는데?"

 

 지그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태성에게 청호는 능청스레 웃고는 곧바로 자리를 딛고 일어섰다.

 

 "그럼 내일 아침 8시 경에 남쪽 검문소가 있는 역으로 나오도록 하죠.가짜긴 하지만 그래도 데이트이니 최대한 멋있게 차려입고 나오셔야되요?"

 

 "바랄 건 바라셔.지금 입고있는 교복만 해도 나한텐 정장이거든? 그렇다고 사복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다만…."

 

 "후훗.그럼 아무 문제없겠네요.전 그럼 학생회실로 돌아가볼테니 태성 군도 이제 반으로 돌아가보세요.모쪼록 내일 기대하고 있을께요?"

 

 깔끔하게 말을 마친 청호는 이내 머리를 쓸어넘기며 태성에게서 등을 돌렸다.

 

 곧바로 멀어져가는 청호의 뒷모습을 태성은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이내 뒤통수를 긁적이던 태성은 자리를 딛고 일어나 혼잣말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하아..진짜 귀찮아 죽겠네.일일 데이트라니..대체 전생에 내가 뭔 죄를 졌다고 이런 팔자에도 없는 꼴을…."

 

 잠시 중얼거리던 태성은 이내 빠른 발걸음으로 화원을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하지만 여태껏 그와 청호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말도 안돼! 태성 오빠가..회..회장 언니랑 일일 데이트?!'

 

 태성이 스쳐지나가기가 무섭게 바로 옆쪽 덤불에 숨어있던 나현이 불쑥 고개를 들어올렸다.

 

 왠지 표정이 사색이 된 그녀는 이내 무슨 생각이었는지 후다닥 학교 본관으로 달려들어갔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네.신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챕터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신년부터 태성이는 또 뭔가 헤프닝에 엮이게 되었네요.과연 이 일일 데이트가 무사히 성사될지 어떨지 끝까지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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