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겅!!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커다란 나무 하나가 순식간에 가로로 반토막이 났다.
나무를 등지고 서있던 의문의 남학생이 금세 동공에 초점이 없어지며 스르륵 무너졌고 이내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던 명희가 멋들어지게 검을 허리춤에 꽂아넣었다.
"후우..이걸로 2반은 전부 정리된건가? 하여튼 반장도 참 귀찮은걸 시킨다니까."
짐짓 중얼거린 명희는 곧장 남학생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뒤편에 놓여있던 작은 호수 주변엔 진즉에 무수한 남여학생들의 시신(?)들이 즐비했고 태성의 부탁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온 명호가 그들을 양지바른 곳에 차례대로 눕혀주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이 반은 영 맘에 안드는데? 나름 반장씩이나 되는 놈이 반 애들보다 더 약하잖아?"
"뭐 그럴 수 밖에.애초에 2반의 반장이랑 부반장은 학생회의 유정이랑 한나라고.이번 수련회엔 둘다 공적인 이유로 불참했다고 들었으니 나머지 애들 수준이야 뻔하지."
담담히 명희에게 대꾸한 명호가 품속에서 담배를 꺼낸 뒤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뭔 소리야 그건 또? 반장이랑 부반장이 둘다 불참이라니.그럼 내가 조져놓은 반장이랑 부반장은 뭐였는데?"
"그야 임시로 내세운 대타들이겠지.뭐, 원래부터 자격도 없고 실력도 없었을테니 편지 보관이랑 제출하는 용도로 잠깐 아무나 내세운 걸꺼다."
"참나..뭐야 그게.김빠지게스리..아무튼 오빠는 뭐 건진 거 없어?"
"전혀.편지가 몇장 있기는 했었는데 전부 꽝 편지였어."
이어지는 명호의 말에 명희는 금세 칫하며 가볍게 혀를 찼다.
허탕을 쳤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뭣보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애들을 상대했다는 생각이 더욱 명희를 한탄스럽게 했다.
'남은 건 1반이랑 4반 뿐이란건가..1반이야 웃기는 사범이랑 수아가 갔으니 뭐 별 문제없겠지만..반장이랑 나현인 어떻게 된거람?'
속으로 중얼대던 명희는 이내 저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까득까득 깨물었다.
1반으로 향했던 유사범이나 수아는 그나마 걱정이 덜했지만 태성과 나현이 향했던 4반에는 자신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유명한 강자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3대 천왕..태성이랑 나현이 둘만으로 괜찮을까?"
"응? 갑자기 뭔 소리야? 3대 천왕이라니?"
"으휴.이 무식한 깡통오빠야! 4반의 3대 천왕 말하는 거잖아! 설마 모른다고는 말 안하겠지?"
"아, 그거 말하는 거였냐? 난 또 뭐라고..반장,부반장,자칭 보디가드라는 여자애 말하는거잖아."
명호의 대꾸에 명희는 왠지 기운빠지는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뭐 그래.아무튼 그 3인방 말이야.실력도 제법 된다고 들었는데 반장이랑 나현이가 꺾을 수 있나?"
"글쎄? 애초에 너나 나도 이겼으니까 어떻게든 가능하지 않겠냐? 나름 유명하신 이하생략이기도 한데."
"그때랑 지금이랑은 상황이 다르잖아! 그 반 반장이나 우리 반 반장이나 둘다 S급 셀렉션인데다 나머지 두명도 둘다 A급은 되는 녀석들이라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태성이 100% 질거같으니까 지금이라도 가서 도와주자고?"
"누..누가 진다고 그랬어?! 내 말은 그냥..그럴 수도 있다는거지! 막말로 나한테도 이겼던 녀석이라고!"
얼굴을 확 붉히며 반박한 명희가 이내 씩씩대며 명호를 노려보았다.
잠시 연기를 흡입하며 생각에 잠긴 명호는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았고 이에 슬쩍 의아해진 명희가 곧바로 명호에게 입을 열었다.
"갑자기 뭔 생각해? 혹시 오빠도 반장이랑 나현이 걱정되는거야?"
"걱정은 무슨..내가 너냐? 그렇게 신경쓰이면 그냥 찾으러 가자고."
"차..찾으러 가? 왜?"
"어차피 여기 더 있어봐야 나올 것도 없잖냐? 눕혀놓은 애들은 선생들이 알아서 수습할테고 뭣보다 니가 태성이한테 신경 많이 쓰는 거 같으니까."
"시..신경쓰긴 누가! 끄응..알았어 알았다고! 가면 되잖아! 이상한 말 한번만 더 하면 배때지 갈라버릴꺼야?!"
단숨에 윽박지른 명희는 금세 등을 돌려 밀림 속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명희를 바라보던 명호는 피식 웃으며 물고있던 꽁초를 바닥에 내뱉었고 곧바로 명희의 뒤를 따라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나저나 너 태성이 어디로 갔는지나 알고 가는거냐?"
"몰라! 까짓 거 감대로 가다보면 언젠가 만나겠지!"
"내 참..PDA 네비게이터는 폼으로 있냐? 학교 밖에서도 GPS 기능은 제공해주는 거로 알고있는데?"
"그거 일일이 조작할 시간이 어딨어?! 뭣하면 오빠가 알아보던가!"
단답으로 대꾸한 명희는 더욱 속도를 올려 명호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잠시 멈춰선 명호는 PDA의 GPS 네비게이터를 가동시켰고 곧 PDA에서 뿜어져나온 짙푸른 빛 사이로 간략하게 표시된 섬의 지도가 펼쳐졌다.
'..250m쯤 떨어진 폭포 인근인가? 제길.일단 명희 년부터 다시 데려와야겠네.완전 엉뚱한 데로 달려갔잖아 그 년.'
속으로 혀를 차던 명호는 슬쩍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명희가 뛰어간 전방의 수풀로 냅다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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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생각보다 훨씬 버거운데 이거..?'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곧장 거칠게 날아드는 화살세례를 가까스로 피해냈다.
어떻게든 기세좋게 달려든 것까진 좋았으나 예상 외로 매향의 궁술 실력이 뛰어났고 여기에 더해 간간히 바위를 내던지거나 지진을 일으키는 규석의 능력 탓에 중심잡기조차 굉장히 버거운 상황이었다.
'요화란 창잡이 년은 나현이가 어떻게든 상대하고 있으니 다행이다만..이쪽은 슬슬 예비 탄창도 다 떨어져간다고.역시 육탄전으로 승부를 낼수밖에 없나?'
계속해서 중얼대던 태성은 이내 땅을 박차며 매향을 향해 총알세례를 퍼부었다.
그러나 그가 총을 쏘기가 무섭게 규석이 매향의 앞을 바위로 변해 막아섰고 되려 그가 내쏜 바위 파편들이 태성의 접근을 방해했다.
"갑자기 왜 그러시죠? 이젠 좀 포기할 마음이 생긴 겁니까?"
슬쩍 태성의 미간을 겨눈 매향이 넌지시 태성에게 입을 열었다.
"포기? 누가 그딴 말을 했다고 그래? 그쪽이야말로 슬슬 넘겨줄 마음은 좀 생겼냐?"
"당신이 물러서기 전까진 저 역시 활을 거둘 마음은 없습니다만?"
"하! 하긴 그러시겠지.오래간만에 날 즐겁게 해준 건 고맙지만 슬슬 결판낼 시간이야.더럽게 끈질긴 아가씨."
"그건 제가 할말입니다.소문보다 끈질긴 이하생략 씨."
서로를 향해 빈정댄 태성과 매향은 매서운 눈으로 서로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둘다 체력적,정신적인 한계인 것은 동일했지만 뭣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에게 남은 탄약과 화살의 갯수였다.
이미 대규모로 소모전을 벌인 터라 두 사람에게 남은 양은 얼마되지 않았고 여기에 시야까지 어두워져 시선을 최대한 집중하지 않으면 한치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차 최악의 컨디션에 최악의 상황이라..이렇게 되면 더이상 무의미한 소모전을 벌이는건 자살행위다.상대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졌을때 틈을 노려 단숨에 제압해야한다.'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태성은 잠시 탄창을 뽑아 남은 탄알의 갯수를 확인했다.
'남은 탄약 수는 양쪽 다 합쳐 충격탄만 총 6발.류탄은 연막탄 1개가 전부인가? 모션아이도 슬슬 과부하되기 일보 직전이다.저쪽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지만….'
짐짓 속으로 중얼거린 태성은 슬쩍 고개를 들어 다시금 매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자세는 꼿꼿하게 유지하고 있었지만 미세하게 그녀의 다리와 몸이 휘청대는걸 태성은 금방 눈치챘다.
그나마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듯 했지만 아마 체력적으론 이미 한계인듯 보였고 뭣보다 그녀의 허리춤에 매달린 화살집의 화살은 척 봐도 몇발 밖에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어림잡아 저쪽은 5발 정도인가? 몰래 숨겨둔게 한발 정도 더 있다고 가정하면 최대 6발.나랑 비슷하군.'
잠자코 생각을 이어가던 태성은 이내 탄알집을 다시 끼워넣으며 나현을 곁으로 불러들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나현은 금세 태성의 곁으로 후다닥 달려왔고 이내 곁으로 다가온 나현에게 태성은 은밀하고 나지막히 중얼대기 시작했다.
"나현아..조금 뒤에 내가 연막탄을 터뜨릴꺼다.그럼 넌 무조건 뒤도 돌아보지말고 저 덩치한테 달려가.알아들었냐?"
"네? 가..갑자기 왜요? 저 아저씨한테 달려가도 창든 애가 바로 막을텐데요?"
"문제없어.넌 그냥 연막탄이 터지면 바로 저 덩치한테 붙으면 돼.알았어? 절대로 그놈한테서 떨어지면 안된다?"
이어지는 태성의 말에 나현은 잠시 고개를 갸웃대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태성은 즉시 고개를 돌려 다시 매향을 돌아보았고 이에 여전히 꼿꼿히 서있던 매향에게 태성이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아아~ 이거 참.귀찮아죽겠네.어이.그쪽 말대로 우린 이쯤해서 물러가겠다.솔직히 안 아까운건 아닌데..귀찮고 피곤해서 더 못해먹겠다고."
"이제야 생각을 돌이킨 겁니까? 마냥 거칠고 무례한줄만 알았는데 의외로군요."
"의외는 또 뭐야 의외는? 아무튼 간에 우린 이쯤에서 철수한다.괜히 분풀이하겠답시고 추노나 찍지말라고.알았어?!"
"훗.그럴 리가 없잖습니까.안심하고 물러가시죠.저희는 절대 소인배처럼은 굴지 않으니까요."
매향의 대답에 태성은 어딘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씨익 지어보였다.
"좋아좋아.그럼 그렇게 알고 우린 물러가지.다만 그전에..이별선물이다!"
순간 사악하게 웃은 태성이 미리 핀을 제거한 두툼한 연막탄을 홱 내던졌다.
미처 눈치채지 못한 매향과 규석,요화는 전부 새어나온 대규모 연막에 시야가 가려졌고 이내 연막의 중심으로 튀어나온 나현이 곧장 규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윽?! 뭐..뭐냐?! 물러간다는게 아니었나?!"
"당황하지 마세요 규석! 그보다 요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서 요화를..!"
- 탕!
매향이 미처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허공을 가른 총알이 매향의 측면으로 날아들었다.
간신히 고개를 틀어 총알을 피한 매향은 곧바로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화살을 두발 쏘았고 이내 연막 사이로 튀어나온 태성이 단숨에 매향에게 달려들었다.
"으랏차!!"
"어딜..!!"
순간 자신에게 달려드는 태성에게 매향이 곧바로 3발의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매향에게 돌진하는듯 했던 태성은 일순간 방향을 틀어 근처의 요화에게 달려들었고 이에 고개를 홱 돌린 요화의 옆구리에 태성의 옆차기가 작렬했다.
- 빡!!
"카학!!"
정확히 얻어맞은 요화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훅 날아갔다.
워낙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매향은 미처 조준조차 하지 못했고 이내 요화를 날려버린 태성이 고개를 돌려 매향에게 총구를 겨눴다.
"큭?! 감히 요화에게 무슨 짓을..!"
- 타탕!!
순간 태성이 발사한 충격탄이 매향의 왼쪽 어깨와 명치에 정확히 적중했다.
곧바로 총탄에서 터져나온 충격파에 매향은 몸을 감싼 채 크게 뒤로 밀려났고 이에 씨익 조소지은 태성의 뒤로 요화가 회오리를 감싼 방천극을 들고 돌진해왔다.
"나현아! 그놈 창잡이한테 던져버려!!"
"뭐..뭣? 날 던지겠다고?! 지금 무슨 억지를?!"
"으랴앗!!!!"
태성이 일갈하기 무섭게 나현이 바위덩어리나 다름없는 규석을 두 팔로 번쩍 들어올렸다.
도무지 믿기지 않은 광경에 태성에게 돌진하던 요화는 순간 벙찐 표정이 되었고 이내 나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규석을 힘껏 던져버렸다.
"자..잠깐?! 으와악?!!!"
마치 대포알마냥 날아간 규석이 요화와 뒤얽혀 꼴사납게 지면을 굴렀다.
단숨에 전세가 역전되자 매향은 급히 오른쪽 허벅지에 숨겨둔 최후의 화살을 뽑았고 그 순간 총성과 함께 날아든 충격탄이 화살을 든 그녀의 오른손을 강타했다.
"꺗?!"
"역시 예비 화살이 있으셨군? 근데 어쩌나? 난 아직도 2발이나 더 남아있다고?"
"마..말도 안돼.바위로 변한 규석의 무게는 기중기로나 겨우 들어올릴까 말까인데…."
"그래서 말했잖아? 이쪽의 먹순이는 배고프면 무진장 힘쎄진다고.그딴 건설장비 따위랑 비교하지마!"
곧바로 일갈한 태성이 즉시 매향의 오른손을 짓밟으며 미간에 총구를 겨누었다.
어느새 그의 뒤로 달려온 나현도 매향을 노려보며 허리춤에 척 손을 얹었고 이에 잠시 아무 말이 없던 매향은 돌연 체념한듯 피식 너털웃음을 지었다.
"훗..후후훗.정말이지..소문 이상으로 제 예상을 뛰어넘는 무뢰한이셨군요? 설마 규석 씨를 통째로 들어 요화를 막아낼 줄이야..저의 완패입니다."
"그쪽이야말로 꽤 대단했다고? 뭐..정확히 화살이 다 떨어지게끔 일부러 내가 유도한 것도 있지만 말이야.어차피 예비 화살이 있던 것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고."
"자자, 어쨌든 저희한테 진거 맞죠? 얼른 당첨편지 이리 내놔요! 저 진짜로 배고프단 말이에요!"
이어지는 나현의 윽박에 매향은 결국 품속을 뒤져 두장의 편지봉투를 꺼내들었다.
한장의 편지엔 금테를 두른 1등 마크가 새겨져있었고 다른 편지봉투엔 동색 테가 둘러진 3등 마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좋아! 그럼 잘 받아가도록 하지.다만..가져가는건 1등 짜리 한장 뿐이다.나머진 필요없어."
"네에?! 태성 오빠!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릴 하는거에요?!"
"대체 무슨 말씀이죠? 당신은 분명 편지 두장을 전부 노리고 온게..?"
곧바로 반문하는 나현과 매향에게 태성은 1등 마크가 새겨진 편지를 흔들며 심드렁히 대꾸했다.
"처음에야 두장 다 뺏어버릴 작정이었지.하지만 그쪽이 간만에 나한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고..뭐 나름대로 재밌었으니 그 보답이야."
"보답..이라고요? 고작 당신과 어울려 대등하게 싸운 것 하나 때문에..?"
"뭐 그런거지.왜? 여차하면 3등 짜리도 그냥 가져가줄까?"
슬쩍 빈정대는 태성의 대답에 매향은 곧 무슨 영문인지 또다시 푸훗하고 웃어보였다.
마냥 모진 악한이라고만 생각했던 태성이 어쩐지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이를 알리가 없던 태성은 그저 고개를 갸웃대며 의아해할 뿐이었다.
"뭘 그렇게 실실 웃어? 나한테 진게 충격이라 혹시 미친 거 아니지?"
"후후훗.그럴리가요.전 그저..후훗.당신이 참..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 생각해서요."
"뭐야 그 애매모호한건..? 그러는 너야말로 무진장 이상한 여자거든? 실력 좋다고 칭찬 좀 해줬더니 이거 정신이 영 안 좋은 거 아냐?"
"시..실례잖아요 오빠! 얼른 베이스 캠프에나 돌아가요! 곧 있으면 경기도 끝난다구요!"
곧바로 팔을 흔들며 나현이 다그치자 태성은 마지못해 매향에게서 물러났다.
"어이! 반장! 나현아! 둘다 무사하냐?!"
"나 참..아주 난장판을 만들어놨네.저기 엎어져있는 두 년놈들은 또 뭐야?"
문득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태성은 즉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느새 수풀을 헤치고 나온 명희와 명호가 즉시 태성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고 이에 곧바로 화색을 띈 나현이 명희에게 달려가 진한 포옹을 나눴다.
"한가지만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될까요?"
"응? 또 뭐야? 아직도 할말이 남았어 아가씨?"
돌연 질문을 던진 매향이 태성에게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총알도 아직 남았다면서 왜 절 처단하지 않은거죠? 막말로 저에게 아직 화살이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흐음..글쎄? 애초에 더 남았다고 해도 말이지..자기 입으로 항복 선언한 시점에서 다짜고짜 뒤통수 때릴 사람으론 안 보이니까.그게 전부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당신이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닐텐데..제가 딴 마음을 품으면 당신이 등을 돌리는 순간 바로 등에 화살을 박을 수도 있다고요?"
이어지는 매향의 반문에 태성은 짐짓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태성은 이내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고 곧 몇걸음을 걸어나간 태성이 고개만 슬쩍 돌리며 매향을 돌아보았다.
"..거봐.안 쏘잖아? 그쯤이야 안 들여봐도 훤히 보인다고."
나지막히 중얼거린 태성은 이내 나현과 명희,명호에게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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