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의 상점가는 놀러나온 학생들로 인해 몹시도 북적였다.
형형색색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 간판 아래로 각종 카페와 화장품 샾,오락실과 식당들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고 특히 PC방이나 노래방같은 유흥시설들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가 따로 없었다.
'휘유~ 더럽게도 붐비는구만.'
거리 한가운데로 나선 태성은 좌우로 스쳐가는 인파에 가벼운 휘파람을 불었다.
평소 어지간해선 기숙사와 학교 두군데만 집중적으로 오갔고 유흥가가 밀집된 거리까지 나와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자, 그럼 어디부터 한번 뒤져볼까…?'
짐짓 속으로 중얼거린 태성은 두리번거리며 거리에 즐비한 각종 유흥가를 둘러보았다.
날라리들로 유명한 5반의 학생들이라면 분명 이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을 터였고 당장 주변을 지나다니는 학생들 중에서도 5반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빠르게 태성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반장을 가장 잘 따르는 놈들을 찾아야해..가령 직접 명령을 듣고 실행에 옮기는 새끼들이라던가….'
또다시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이내 늘어선 가계들 중 가장 사람이 바글대는 한 오락실로 눈길을 돌렸다.
딱봐도 규모가 상당한 대형 오락실 내부엔 오락기에서 터져나오는 시끄러운 사운드와 음악들로 가득했고 이에 슬쩍 미간을 찡그린 태성은 애써 짜증을 억누른채 오락실 내부로 걸어들어갔다.
'어랍쇼? 저 새끼들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인데? 오늘 낮에 봤던 놈들 아니야?'
짐짓 내부를 둘러보던 태성의 두 눈에 매우 익숙한 얼굴의 두 남학생이 보였다.
딱 붙어앉아 오락 삼매경에 빠져있던 둘은 태성이 뒤로 접근하는지도 모르고 오락에 열중해있었고 이에 슬쩍 조소를 지은 태성은 슬며시 둘의 어깨 위로 팔을 척 걸쳐올렸다.
"어이구~ 이거 이런 우연도 다 있네? 늬들 오늘 분리수거장에서 담배피우다 걸린 놈들 맞지?"
"앙? 어떤 새끼가 감히..익?! 이..이..이하생략?!"
"그래.용캐도 기억하고 있었네? 그럼 지금부터 내가 무슨 말을 할껀지도 한번 알아맞춰볼래?"
곧바로 자신을 알아보며 놀라는 두 남학생에게 태성은 사악하게 씨익 미소(?)지었다.
잠시 두 사람의 얼굴을 흘겨보던 태성은 나름 차분한 어조로 두 사람의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여대기 시작했다.
"내가 말이야..지금 니네들 반장한테 볼일이 있거든? 하교하고 어디로 갔는지만 좀 알고싶은데..뭐 아는 거 없냐?"
"그..그딴 거 우리가 어떻게 알아! 까짓 거 어디 술이라도 마시러 갔겠지!"
"호오..술이라.근데 그것만으론 좀 부족한데? 확실히 어느 가계로 갔는지도 말해주면 아주 고맙겠어."
"미..미친 놈! 괜히 생사람 잡지말고 꺼져! 안다고 해도 너한테 말해줄거 같냐?!"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그것도 좋지.그럼 강제로라도 입을 열게 만들어주는 수밖에…."
순식간에 말끝을 흐린 태성이 두 사람의 목을 뒤로 확 잡아끌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둘은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고 이내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둘의 이마에 태성이 쌍권총 총구를 철컥 들이밀었다.
"지금부터 정확히 10초를 주겠어.10초 내로 반장 놈이 어디로 갔는지 불지않으면 늬들의 숙소는 그 자리가 될꺼다."
"이..이 새끼가 진짜로 돌았나?! 우린 모른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아, 그랬지.근데 암만 생각해봐도 니들이 모를 리가 없거든? 그냥 순순히 불고 편해지라고.나도 귀찮아죽겠단 말이야."
"이런 개또라이 새끼가..!!"
일순 욕지거리를 내뱉은 남학생 중 한명이 이를 갈며 태성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태성은 되려 그 남학생의 턱을 무릎으로 찍은 뒤 명치에 총을 갈겼고 곧 한바탕 부들거리던 문제의 남학생은 그대로 바닥에 다시 드러누워버렸다.
"혹시나하는데 잊지마라? 난 니네 반 전원이 달려들었을때도 다 커버쳤던 새끼라고.근데 고작 니네 둘이서 날 조질 수 있다고 생각했냐?"
"이..이런 시바! 대체 뭘 어쩌라는거야 그럼?!"
"말했잖아? 니네 반장 어디로 갔는지 불어.내가 이래뵈도 사람이 거짓말치는 거랑 제대로 말하는 거는 좀 구분할줄 알거든? 아버지란 작자가 무려 형사반장이라서 말이야."
슬쩍 가정 내력(?)을 들추는 태성의 대답에 남학생은 곧장 마른 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여전히 총구를 들이밀고 서있던 태성은 주변에 모인 다른 학생들의 수근거림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이에 점점 패닉 상태에 빠진 남학생이 더듬대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젠장할..!! 알았어! 알았다고! 반장은 '비스마르크'에 갔어.무슨 개인 음식점이라던데 거기서 좀 늦게 누구랑 만난다고 했어."
"비스마르크? 뭐야 거긴 또? 뭘 전문적으로 하는 데인데?"
"그딴 거 알게 뭐야! 내가 들은 건 거기까지라고! 궁금하면 니가 직접 찾아보던가!"
악을 쓰며 대답하는 남학생에게 태성은 씨익 웃으며 곧바로 총구를 거뒀다.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는 안도감에 남학생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고 이내 곧바로 등을 돌린 태성은 오락실을 빠져나와 PDA에 문제의 가계 주소를 검색해보았다.
'비스마르크..생긴 지 얼마 안된 독일음식 전문점이군.외관은 제법 그럴싸한데..양아치 주제에 꽤나 엘레강스한 곳에 다 갔네?'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곧바로 유흥가를 빠져나와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한 인근의 다른 거리로 들어섰다.
좀전의 유흥가와는 다르게 식당이 밀집된 거리는 꽤나 깔끔하고 풋풋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어라? 임태성? 혹시 태성 씨 아닌가요?"
문득 뒤통수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태성은 곧장 고개를 돌렸다.
새파란 안경 테에 적당히 비율잡힌 몸매,늘어뜨린 긴생머리와 더불어 하늘하늘한 청색의 원피스가 불어오는 바람에 살짝살짝 흩날리고 있었다.
"뭐야..누군가 했더니 부반장이었냐? 여긴 뭐하러 왔어?"
"그..그건 제가 묻고싶은 말이라구요! 당신같은 무뢰한이 왜 여기 있는 거에요?"
단숨에 반문하는 한유리에게 태성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뭐, 누굴 좀 보러왔거든.이 근처에 혹시 비스마르크란 식당 없냐?"
"비스마르크요? 아, 신장개업한지 얼마 안된 그 독일음식점 말이죠?"
"그래.거기가 지금 내 목표다.당연히 가계 안에도 들어가야하고 말이지."
"그..그럴 수가.임태성 당신..혹시 나현 양과 같은 취미를 가진 건..?"
"뭔 소리야? 괜히 헛소리할거면 니 갈길이나 가라? 쓸데없이 방해하지 말고."
곧바로 핀잔을 늘어놓는 태성에게 유리는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을 확 붉히며 빠르게 대꾸했다.
"누..누가 헛소릴 했다는 거에요?! 남이 기껏 아는 체 해줬더니..!"
"바라지도 않았거든? 아무튼 넌 뭐하러 나왔는데?"
"흥! 그야 당연히 오붓한 저녁식사를 즐기러 나왔죠! 궁색맞게 기숙사에서 먹는 것보단 여기가 훨씬 나으니까요!"
도도하게 대꾸한 유리가 팔짱을 끼며 턱을 치켜세웠다.
"거 대단한 분 납셨네..어디로 갈 예정인데?"
"그..그건..그러니까..여자의 비밀이에요."
"엥? 뜬금없이 뭔 소리야? 고작 식사하러 가는 곳인데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아..알 필요 없잖아요! 남의 사생활을 자꾸 꼬치꼬치 캐묻지 마요!"
"내 참.별걸로 다 성질이네..그냥 물어볼수도 있지 어디가 덧나냐?"
"그런 건 아니지만..실례잖아요! 가뜩이나 가는 곳도 당신이랑 똑같은데…."
일순간 말실수를 범한 유리가 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모든 걸 들어버린 태성은 씨익 조소를 짓고있었고 변명하거나 철회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흐음~그랬구나~너도 비스마르크에 볼일이 있었구나~이거 아주 우연이네~아주 그냥 기막힌 우연이야?"
"그..그래서 뭐 불만이에요?! 오늘은 그 식당에서 먹기로 원래 예약도 해둔 상태였다구요!"
"호오..그거 아주 반가운 소식인데? 좋아.그럼 겸사겸사 나도 같이 식사에 어울려주지."
"뭐..뭐에요?! 이..임태성 당신이 저랑 같이 식사를..?!"
거의 졸도할 기세로 경악하는 유리의 반응에 태성은 뭐 문제있냐는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아직 식사는 안했으니까 별로 문제없지 않냐? 계산이야 각자 더치페이로 하면 해결될 일이고 거창하게 풀코스로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그야 그렇지만..그래도 왜 하필 저랑 같이..?"
"핑계거리가 좀 필요해서 말이야.나름 의심받을 확률도 줄일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그거 어쩐지 절 이용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글쎄? 뭐 정 싫으면 따로 앉아도 딱히 상관은 없다만…."
말 끝을 흐리는 태성에게 유리는 잠시 머뭇거리며 애꿏은 손가락을 비비꼬았다.
어찌보면 남녀 둘이서 식당에 들어간다는건 흔히 말해 데이트로 보일법한 상황이었다.
평소 태성에겐 여러 감정이 많았던 터라 날을 잡아서 단단히 한마디 하겠다고 늘 다짐하던 그녀였다.
'그치만..이렇게 갑작스럽게는 아니었단 말이야!'
속으로 중얼대던 유리는 이내 화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
안절부절 못하는 유리의 모습에 태성은 짐짓 마른 한숨을 푹 내쉬었고 곧 한참을 당황하던 유리에게서 태성이 등을 홱 돌렸다.
"어..어디 가는 거에요 갑자기?"
"어디긴..비스마르크지.먼저 갈테니까 넌 열이나 식히고 천천히 와라."
"누..누가 열을 냈다는 거에요! 엄밀히 따지면 당신이 먼저 열받게 만들었으면서..!"
"맘대로 생각해라.아무튼 난 간다.알아서 해."
단답으로 대꾸한 태성은 즉시 PDA 지도를 펼쳐보며 비스마르크로 향했다.
잠시 혼자 씩씩대던 유리는 뭔가 오기가 치솟았는지 태성의 뒤로 바짝 따라붙었고 이에 피식 웃어보인 태성은 금세 중후한 갈색 외관을 한 2층짜리 식당 앞에 섰다.
'여기가 비스마르크인가? 신장개업 이벤트로 개벽 학생은 음식값 전부 40% 할인이라….'
짐짓 식당 앞의 입간판을 바라보던 태성은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애써 진정하고 숨을 고른 유리가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고 곧 두 사람의 앞으로 커피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소파와 테이블들이 좌우로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분위기 괜찮은데? 한숨자기 딱 좋은 실내온도야.."
"그..그게 중요해요 지금? 얼른 자리나 잡아요.그래야 뭘 주문하든가 할거 아니에요."
"네네.분부대로 합죠."
장난스레 대꾸한 태성이 즉시 고개를 돌려 내부를 둘러보았다.
단숨에 알아차릴수 있을만큼 붉은 머리를 한 남학생이 약간은 후미진 자리에 홀로 앉아있었고 이내 태성은 그가 5반의 반장 '홍규혁'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아직 내통자는 오지 않은건가?'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곧장 유리를 이끌어 홍규혁의 소파와 파티션 한장을 두고 나뉘어진 뒷자리에 걸터앉았다.
건너편 소파에 걸터앉은 유리는 애써 침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고 이내 주문을 받기 위해 두 사람의 자리로 점원이 걸어다가왔다.
"전 예약해둔 대로 1번 코스로 하죠.당신은요?"
"음..글쎄? 이 돼지 족발같이 생긴 건 또 뭐야?"
"아, 그건 슈바인학세네요.드셔본적 없나 보죠?"
"당연히 없지.장X동 왕 족발은 많이 배달시켜 봤다만..그보다 이건 더럽게 비싸네."
퉁명스레 대꾸하는 태성에게 유리는 한숨을 쉬며 슈바인학세가 포함된 정식 세트를 주문했다.
곧바로 주문을 받아적은 점원은 정중히 인사한뒤 빠르게 물러났고 이내 머쓱하게 물만 들이키던 유리가 슬쩍 태성에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당신..대체 뭐하러 여기 온거에요? 식사하러 온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그런 게 좀 있어.당장 말해주긴 그렇고..조금 뒤에 식사 나오면 얘기해주지."
"뭐에요 그게? 꼭 그래야만 해요? 지금 얘기해주면 어디 덧나는 것도 아닐텐데요?"
"그렇긴 한데..흠.굳이 말해주자면 조금 사적인 복수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자발적 의뢰라고 해야하나?"
"하아..복수는 또 뭐고 의뢰라는건 또 무슨 말이에요? 좀더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지그시 노려보며 되묻는 유리에게 태성은 팔짱을 낀채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는 상황에 유리는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꿍한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딸랑하는 종소리와 함께 누군가 식당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앗! 형님! 여깁니다 여기! 어서 이리오시죠."
문이 열림과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린 홍규혁이 대뜸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난데없는 큰 소리에 식사중이던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향했고 곧 흰색의 롱정장을 걸친 훤칠한 남자가 단숨에 그의 앞으로 걸어왔다.
"소란피우지 마라.이 개념없는 놈아.꼭 그렇게 모자란 티를 내야 쓰겠냐?"
"에헤헷.죄송합니다 형님.그 집중관리 클리닉이란 건 다 받으신 겁니까?"
곧바로 되묻는 홍규혁에게 의문의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규혁의 반대편에 걸터앉은 남자는 이내 점원을 불러 대강 주문을 마쳤고 그때까지 숨을 죽이고 앉아있던 태성은 이내 고개를 돌려 빼꼼히 뒷자리를 흘겨보았다.
'저 녀석인가? 5반 반장의 뒤를 봐주는 놈이..?'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곧바로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태성은 몰래 PDA를 조작해 녹음 기능을 작동시켰다.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3반의 이하생략이 널 비롯해서 너희 반 전원을 꺾었댔지?"
"예 형님.그놈 참 탐나는 녀석이었는데..제 부하가 될 절호의 찬스를 아주 쌈박하게 걷어차더라구요? 이야~ 거 깡이 아주 오지던데…."
"쓸데없는 소린 집어치워라.당장 니놈이랑 니 녀석의 반 애들이 한 짓거리를 뒷수습하느라 이쪽은 얼마나 진이 빠지는지 아냐?"
"에헤헷.다 그럴만한 나이 아닙니까요 형님.저희가 매일 꼬박꼬박 포인트도 보내드리고 있고 섭섭치않게 여자애들도 매번 보내드리고 있잖습니까?"
비굴의 극치를 달리는 규혁의 음성에 태성은 속으로 토가 쏠리는걸 겨우 참아냈다.
잠시 아무 말이 없던 의문의 남자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고 그 사이 태성과 유리가 주문했던 음식들이 점원에 의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너희가 매번 사고친걸 커버하느라 나도 나대로 포인트를 쓰고있단 말이다.앞으로는 포인트를 기존의 2배로 받도록 하겠어.여자애들도 좀더 신경써서 최상급인 애로 데려와!"
"으엑.혀..형님.포인트야 드리겠지만 여자애들은 저희도 슬슬 한계인데요? 당장 교내에서 첫손꼽히는 애들은 거의 다 이하생략네 반입니다."
"쳇.그럼 몰래 속여서 납치해오기라도 해! 니놈들도 딴에는 셀렉션이니 그 정도는 가능할텐데?"
"쩝.알겠습니다.까짓 거 그럼 시도는 해보죠.다만 이하생략 놈만 좀 어떻게 해주십쇼.그럼 저희도 데려다드리기 좀더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슬쩍 반문하는 홍규혁에게 의문의 사내는 곧바로 피식하고 웃음지었다.
"훗.걱정할거 없다.그놈이 암만 대단한 놈이라해도 그래봐야 일반 학생이다.적절히 놈이 사고를 치게 유도한뒤 그걸 빌미로 놈을 부회장인 내 권한으로 이 학교에서 추방한다."
"그..그럼 그뒤엔 어떻게 되는겁니까?"
"규정 상 히어로학교에서 퇴학당한 히어로 학생은 교내 범죄기록이 있을 시 무조건 능력자 교도소에 수감된다.거의 평생을 수감되는 셈이니 풀려날 일도 없을꺼고 너희도 한결 맘 편히 학교를 주무를수 있게 되는거지."
"오오.역시 형님이십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다니! 역시 부회장은 뭔가 다르군요?"
"목소리 낮춰라.이하생략..아니 임태성이라 했던가? 그 녀석에게 덮어씌울 죄목은 이미 진즉에 생각해뒀다.남은 건 너와 니 졸개들이 얼마나 내 명령을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이어지는 남자, 부회장의 말에 태성은 속으로 가볍게 혀를 걷어찼다.
당장 자신한테 무슨 짓거리를 해올지도 의아했지만 대체 무슨 죄목을 덮어씌울건지 몹시 궁금해서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허기가 전혀 들지않을 정도였다.
"자세한 계획은 모두 이 종이에 적어두었다.PDA통신을 사용하면 바로 증거가 잡힐테니 나중에 골치아파질게 뻔해.품에 지니고있다가 작전을 수행하기 전엔 반드시 태우거나 찢어버려라.알았나?"
"알겠습니다 형님.크히힛.이제 임태성 그놈도 얼마안가 끝이로군요?"
"그야 너희가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달렸지.그만 식사나 마저 끝내자.나도 이젠 슬슬 피곤하군…."
부회장의 말에 규혁은 기쁜 얼굴로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었다.
"태성 씨.뭘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어요? 그러다 다 식는다구요."
"응? 아, 맞다.그랬지 참? 먼저 먹지 그랬어 부반장?"
슬쩍 자신을 바라보는 유리에게 태성은 머쓱히 뒤통수를 긁적였다.
잠시 태성을 노려보던 유리는 이내 한숨을 쉬며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었고 곧 잘 익은 양념족발(?)을 썰어낸 태성은 한점을 크게 베어물며 나지막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크크큭.어디 기대해라 이 빡대가리들아.이 족발 씹듯이 니들 계획도 잘근잘근 씹어버릴테니까….'
속으로 조소짓던 태성은 곧바로 또 한점을 베어내 질근질근 씹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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