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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캄파나 여백작의 고민
작가 : 박레드
작품등록일 : 2017.6.3

아캄파나 여백작의 영지에는 감자도 못 캐는 소드마스터와, 글씨도 못 읽는 드래곤과, 기면증에 걸린 현자가 산다.

 
아캄파나 백작의 고민
작성일 : 17-06-03 01:04     조회 : 408     추천 : 2     분량 : 7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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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우리 백작님은요? 우리 백작님은 어떤 분이세요?”

 물음을 입에 담은 눈이 초롱초롱하다. 그에 홀짝, 잔을 들이키던 남자가 대뜸 식탁을 내리쳤다. 더불어 내뿜어지는 콧김이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아이는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방긋 웃으며 기대 가득한 얼굴로 거리를 좁힐 뿐이었다. 제 아비가 술을 마실 때에는 이런 점이 좋다. 그녀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들이 마치 구멍 뚫린 이야기 보주마냥 술술 흘러 나오니까.

 “우리 아캄파니 여백작님 말이냐? 크크. 우리 여백작님으로 말하자면, 아주 대단하신 분이지. 그냥 막연히 대단한 정도가 아니야. 정말 엄청나고 또…… 엄청나고 또…… 엄청나신 분이다!”

 “아이, 참. 그니까 어떻게 엄청나냐구요?”

 아이의 재촉에 남자가 큰 소리로 웃는다.

 “요 녀석아, 그걸 못 말하겠으니 이 애비가 지금 이런 거 아니겠니? 우리 백작님은 그야 말로 세기의 마도사이자 대륙의 구원자시라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의 영웅!”

 “에이. 로일이 그럤는데, 대륙의 영웅은 선황 폐하라고 하셨어요. 악당 드래곤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한 레인우드 1세! 이얍!”

 자리에서 일어 선 아이가 들고 있던 포크를 하늘 높이 든다. 마치 익명의 영웅을 따라하듯 날쌔고 당당한 자세였다. 그 모습을 본 남자가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웃는다.

 “그 대단한 선황 폐하도 다아 우리 백작님이 계셨기에 그런 소릴 듣는 거다! 우리 백작님보다 강한 마도사는 세상에 없어. 강한 것으로도 모자라 외모는 또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힐더 제국의 황제도 홀딱 빠져 구애를 했다는 것 아니겠냐. 크흠. 물론 우리 백작님이야 선황 폐하를 선택하셨지만.”

 사랑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의 눈이 더더욱 맑아진다. 발그레 붉어진 뺨을 보니, 어제 저녁에 읽어준 동화가 머릿속에 떠오른 것 같았다. 그 귀여운 모습에 남자가 손을 뻗어 머리를 부빈다. 일도 쉬고, 아이도 보고, 술도 마시고. 오늘은 그야말로 남자의 기분이 최상이었다.

 “하지만 선황 폐하는 결혼하지도 않고, 후계도 남기지 않으셨잖아요. 저번에 어머니가 그리 말씀하셨는걸요?”

 “그야 거기에는 우리 페니가 모르는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

 “이 지겨운 양반아!!”

 “억!!”

 순간 강한 힘이 남자의 등을 내려친다. 깜짝 놀란 남자가 텅 빈 잔을 내려놓고 뒤 돌았다. 이 정도의 힘으로 이 정도의 고통을 선사할 자는 그가 아는 범위 내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바다처럼 청량하고 푸른 눈동자가 매력적인 그녀. 남자에게 있어 세상 유일무이한 동반자.

 “그 대단하신 백작님이 지금 더위 먹고 바깥에 누워계신다! 내가 이 시간쯤엔 분명 찬 음료를 가져다 드리랬잖소!”

 아이의 어미는 화가 잔뜩 난 어조로 남자를 노려봤다. 따끔거리는 등을 설설 매만지던 남자가 놀란 어투로 되묻는다.

 “뭐어? 아니 분명 오늘은 해가 뜨거우니, 일 나오지 마시고 푹 쉬라 그리 일러두었는데……”

 “됐고. 빨리 저택으로 모셔다 드리기나 하쇼! 하여간이 양반한테는 맘 놓고 일을 맡길 수가 없다니까.”

 부인이 다시 집 밖으로 나가는 사이에 남자는 부랴부랴 잔과 접시를 치웠다. 그러나 끝을 맺지 못한 이야기가 여간 아쉬운지, 식탁에 턱을 받치고 있던 아이가 쫄래쫄래 남자의 뒤로 따라온다.

 “아버지이― 그래서 진짜 영웅은 누구예요? 네?”

 남자는 빠르게 외투를 걸치면서 크게 한 마디 외쳤다.

 “그야 물론 백이면 백 우리 아캄파니 백작님이시지!!”

 

 ++

 

 소년은 그 날 유독 기분이 좋았다.

 좋을 수밖에 없었다. 팔 안에 가득 품은 새빨간 토마토들이 소년을 그렇게 만들었다. 아캄파나 영지의 재철 토마토는 이 근방에서 가장 비싼 농작물답게 혈색이 아주 곱고 예뻤다. 입 안에 넣으면 상큼하게 터질 과즙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 안쪽이 침으로 적셔져 가는 것 같다. 이게 다 봄여름 동안 꼬박꼬박 그 노인네 집에 방문한 보람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할아범 얼굴이 떠오르자 펄펄 날았던 기분이 급격히 우울해짐을 느꼈다. 노란 지붕의 할아범은 자식 내외를 전부 여의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말동무라곤 사흘에 한 번 얼굴을 비추는 소년이 전부였다. 소년은 언덕 하나를 넘어 노인네를 찾아가는 것에 적잖은 번거로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맞이할 때 활짝 펴지는 주름만 생각하면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나도 참, 마음이 한없이 여리다니까.”

 그래도 이 좋은 토마토를 잔뜩 얻었으니,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꼴 아닌가? 그리 생각하며 소년은 걸음을 더 빨리했다. 생활도 겨우겨우 유지하는 노인네가 이 비싼 과채를 어떻게 얻은 걸까 싶기도 했지만, 곧 마음을 비우고 점점 가까워져 가는 제 동네를 눈에 담았다. 소년에게는 할 일이 많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대신해 낮에는 헛간을 청소 하고 밤에는 동냥을 해야 했다. 특히 오늘 같이 운수 좋은 날에는 토마토를 푹 고아서 죽을 만들어야……

 “으악!”

 ……했는데.

 소년의 몸이 정돈되지 않은 흙 길 위로 데구르르 구른다. 구르는 것은 비단 소년의 몸뚱아리만이 아니었다. 곱게 익은 토마토 역시 소년을 따라 땅 위를 나뒹굴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급히 일어선 몸이 부랴부랴 토마토의 상태를 확인한다. 여섯 중 반 이상이 터져 볼품없이 퍼져 있었다.

 “아, 안 돼……!”

 파랗게 죽은 낯으로 부랴부랴 일어선다. 이 토마토라도 없으면 오늘 저녁은 배를 채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상태 좋은 토마토는 겨드랑이 아래로 끼고, 터져버린 토마토는 조심스레 손에 담아 바지 주머니 속에 넣는다. 소년의 어머니는 어제 저녁부터 식사를 거르고 있었다. 하루걸러 배가 고프지 않다 말씀하시지만, 소년은 그 말이 전부 거짓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속아 넘어가는 척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씹을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소년은 간질이기 시작한 코끝을 쓰윽 닦아냈다. 손끝으로 투명한 물이 닦여 나왔다. 동시에 빨갛게 물든 팔이 시야에 들어오자, 엄청난 서러움이 물밀듯 덮쳐온다. 자신은 혼자 넘어진 게 아니었다. 기억에 의하면 분명 무언가가 자신의 발등을 건드려 앞으로 고꾸라지게 만들었다. 소년은 분통이 차 발갛게 부어오른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의 예상대로 흙 길 정중앙에 무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헐렁한 차림새의 사람 한 명이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소년의 등 뒤로 소름이 쫙 인다.

 “주, 죽은 건가?”

 이리도 평화로운 동네에 살인사건이라니? 소년은 제 주머니에서 토마토 과즙이 줄줄 세는 것도 모르는 채 발을 동동 둘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뻗어 가까스로 밀짚모자를 벗기려 했을 때. 갑작스레 일어난 시체가 소년의 손목을 잡아챘다.

 “으, 으, 으아아악!!”

 깜짝 놀란 소년은 하늘이 떠나가라 소리 질렀다. 번쩍 들려진 팔에 양 겨드랑이 사이로 껴 있던 토마토가 또다시 곤두박질친다. 소년은 다리를 덜덜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혼이 빠져나갈 것 같은 소년의 반응과 달리, 시체는 대수롭지 않게 제 밀짚모자를 거둬낸다.

 그리고 그 아래에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결 좋은 흑발의 어여쁜 미인이었다.

 “너 방금 나 밟고 지나갔지?”

 미인의 목소리는 유독 날카로웠다. 소년이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리자, 미인은 재차 입을 열었다.

 “심지어는 내 가슴에 토마토까지 떨어뜨렸어. 너 이거 어쩔 거니? 지금 나이 찬 처녀가 가슴만 홀딱 젖은 꼴로 동네를 누비라 이거야?”

 직설적인 화법에 소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소년은 힘겹게 눈알만 굴려 미인의 가슴께를 확인했다. 그녀의 말대로 빨간 토마토 하나가 푸른 상의 위로 흉하게 터져 있었다. 그 모습에 소년은 화가 났던 것도 잃고 고개를 푹 숙여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아가씨를 못 뵈었어요. 저, 정말 죄송합니다.”

 길가에 왜 누워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됐건 미인 역시 소년 못지않게 피해를 입은 듯 했다.

 “저어. 괜찮으시다면 제 옷을 걸치고 가실래요? 냄새는 좀 나도, 없는 것 보다는……”

 “됐어. 난 구린내 나는 거 싫어해. 그보다 너 이 토마토는 어디서 난 거야? 아직 파는 상품이 아닐 텐데.”

 소년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의심을 한가득 담고 있다. 토마토도 잃고, 무릎에 피까지 나고. 소년은 괜히 억울해진 마음에 조잘조잘 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건 노란 지붕 할아범이 준 거예요. 훔친 게 아니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시라구요. 저도 그 할아범이 주는 건 받기 싫었는데, 며칠 동안 하도 권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받아온 거란 말이에요.”

 말을 하면서도 힐끔, 미인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미인의 표정이 점점 묘해지고 있었다.

 “노란 지붕? 할아범?”

 “네……. 저기 저 언덕 넘어서, 세 번째 골목에 노란 지붕이 딱 하나 있거든요. 거기에 그 할아범 혼자 살고 계세요. 토마토는 저도 잘 몰라요, 그 할아범이 주길래 받은 거예요.”

 어쩐지 말을 이을수록 변명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시선만 올려 떠 미인을 올려다봤다. 그런데 어째 미인의 눈길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소년의 뒤편, 어느 한 구석으로.

 소년은 미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 놓인 가파른 언덕 중턱에 기다란 인형 하나가 움찔, 몸을 굳히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의 눈이 조금 더 가늘어진다. 어쩐지 눈에 익숙한 외향이다.

 “어? 저건 분명 할아범……”

 소년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두 눈을 부릅뜬 미인이 노인네에게로 뛰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작은 몸체에서 나온 것이라곤 생각되지 못할 수준의 빠르기였다.

 “너, 이 망할 놈! 내가 농작물 작작 훔치랬지!!”

 눈 깜짝 할 새 할아범 앞에 도착한 미인이 주먹을 휘두른다. 하얀 팔뚝이 정면으로 뻗어나가자 노인의 뺨을 그대로 강타했다. 노인공경의 ‘노’자도 모르는 행위에 소년이 입을 떡 벌린다.

 “아, 씨. 왜 이렇게 세게 때려요? 그래봤자 스무 개 밖에 안 가져왔다고요!”

 “이번에 에일 황자가 잘 익은 거 보내달라고 했단 말이야! 안 그래도 예쁜 놈 고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이 은혜도 모르는 녀석이 소리만 냅다 지르고…….”

 소년은 그들에게로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할아범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지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기이하다. 주름과 검버섯 투성이인 얼굴이 빠른 속도로 젊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 경악스러운 모습에 소년의 입이 한 번 더 벌어졌다.

 “황자 입만 입이고 나는 입도 아니에요? 참나, 그거 스무 개가 얼마나 한다고……. 그리고 고르기는 무슨. 백작님은 놀거나 딴죽 거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안 하시잖아요.”

 소년이 느끼기에 그들의 대화 내용은 조금 이상했다. 황자는 하늘처럼 높아 존함도 알 수 없는 분이시고, 백작이라면 이런 산골짜기 시골 쪽으로는 배변도 누지 않을 귀한 양반이었다. 그러나 소년이 옆에서 귀를 종긋 세우든 말든, 청년으로 변한 노인과 흑발의 미인은 여전히 말다툼을 계속했다.

 “내가 없으면 이 땅에 풀 한 포기 하나 못 자라.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너겠지, 이 식충아.”

 “식충이라뇨? 나처럼 똑똑하고 위대한 식충이 봤어요? 왕도 고개를 숙이는 식충이 봤냐고.”

 “그 식충이 지금 우리 집 텃밭에서 감자 캐고 있는데.”

 대화 내용만 보면 열 살짜리 꼬맹이들의 다툼이라 해도 믿을만한 수준이다. 순간 말문이 턱, 막혔는지 청년의 입술이 꾸욱 다물렸다. 그러고는 등을 돌려 언덕 위로 빠르게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미인은 그 뒷모습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저게 진짜…….”

 소년은 미인의 정수리가 언덕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무언가 태풍처럼 지나간 것 같았고 실제 소년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못했다. 그 노인네한테 쏟은 시간이 얼만데, 저렇게 잘생긴 청년이었다니. 소년은 허무해진 기분으로 돌멩이만 차다, 그대로 언덕을 내려 제 집으로 돌아갔다. 문 삐걱거리는 소리에 구석 침대에 누워있던 노부인이 몸을 일으켰다.

 “로일……? 로일이니?”

 “예, 어머니.”

 “세상에. 그게 무슨 꼴이니? 설마 피는 아니겠지?”

 침대를 박차고 나온 노부인이 소년, 로일에게로 달려간다.

 “아니요, 애들이랑 놀다가 페인트가 좀 묻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노부인은 안쓰러운 얼굴이 되어 로일을 끌어안았다. ‘아무 일도 없다니까…….’ 로일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제 어머니의 포옹을 거절하진 않았다. 다만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저녁 식사가 걱정될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문 너머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일은 의아한 얼굴로 문 앞에 다가가 문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이 작은 마을에 소년과 소년의 어미를 찾아올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찾아온 것일까? 기대 반, 궁금증 반으로 문을 열면…… 그 너머에는 키가 큰 청년이 로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란 지붕의 노인네. 그리고 옆에는 가슴 부근을 빨갛게 물들인 흑발의 미녀가 서 있다. 미녀는 대뜸 문을 연 로일의 머리를 쓰다듬고, 소년의 집 안을 슬쩍 살폈다.

 “이런 판자촌에도 사람이 산다고? 비 내리면 무너질 거 같은데.”

 “백작 님.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댁 땅에는 이런 곳이 한둘이 아니에요.”

 “이게 다 라슬란이 일을 못해서 그래. ……이봐, 소년. 너 혹시 사지 건강하니?”

 갑작스런 물음에 로일이 뒷걸음질을 친다. 물음도 물음이지만 그 내용이 영 심상치 않았다.

 “예, 예……?”

 “사지 건강하냐고.”

 로일이 어쩔 줄을 몰라 하자, 옆에 선 청년이 여상한 어투로 입을 연다.

 “지금 아캄파나 백작 님께선 평소처럼 오지랖을 부리는 중이시니, 그냥 좋게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렴.”

 “예! 저 사지 멀쩡합니다!”

 로일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바짝 세우고 대답했다. 백작이라니, 농담일 게 분명한 소리였지만 어째선지 쉬이 흘러 넘길 수 없다. 그 우렁찬 대답을 들은 미인이 소년을 마주보고 보기 좋게 웃음 지었다. 미소 짓는 얼굴만 보면 주먹을 휘두를 거라곤 상상도 못 되는 인상이었다.

 “좋아, 소년. 오늘 저녁 식사 전에 이…… 문짝 같은 나무토막 앞으로 마차가 도착할 거야. 만약 그 시간대에 아무도 없다면, 방금 말한 일은 없던 걸로 하겠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겠지?”

 로일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소년과 노부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미인이 문을 당겨 닫는다. ‘콰직―!’ 동시에 나무 일그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쾅 닫힌 문이 이음새 옆으로 기울어졌다. 깜짝 놀란 소년의 목구멍에서 딸꾹질이 기어 나온다. 곧이어 기울어진 문 너머로 청년의 타박이 들려왔다. ‘그걸 그렇게 세게 닫으시면 어쩝니까? 부서졌잖아요!’,‘아니, 난 이정도로 부서질 줄은 몰랐는데……’ 남녀 다투는 소음이 머나먼 어딘가로 점점 멀어져간다. 로일은 멍청한 얼굴로 뒤를 돌아 제 어미를 마주했다. 노부인 역시 소년과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 왜 대답한 거지.”

 정말,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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