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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캄파나 여백작의 고민
작가 : 박레드
작품등록일 : 2017.6.3

아캄파나 여백작의 영지에는 감자도 못 캐는 소드마스터와, 글씨도 못 읽는 드래곤과, 기면증에 걸린 현자가 산다.

 
아캄파나 백작의 고민 - 7
작성일 : 17-06-14 01:19     조회 : 248     추천 : 1     분량 : 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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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에 들어선 후에는 안내자가 붙었고, 때문에 비교적 이동이 쉬웠다. 그들의 짐은 마차에 달라붙은 고용인들이 지고 갔으며 마차와 터너 역시 안내를 따라 저 멀찍이 내부로 사라졌다. 정신차렸을 때에는 브리니와 메드울만이 학교 중앙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아카데미의 거대한 부지. 그리고 그 안을 메꾸는 학생들의 활기. 예정보다 이르게 도착해서인지, 환영식이 열리는 홀에는 여전히 들어서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사이의 둘은 어색한 몸짓으로 발등에 체이는 돌멩이만 뻥뻥 걷어찼다. 당장 저 물결 속에 파묻히는 것보단 끝물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

 “노스 학생?”

 갑작스런 불음에 메드울의 고개가 돌아간다. 동그란 안경테를 걸친 젊은 여인이 그들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버니니 노스 학생 맞나요?”

 “……예.”

 “하아. 하마터면 식에 늦을 줄 알고 마음 졸였지 뭡니까? 빨리 따라오세요, 개회사까지 이제 겨우 10분 남짓이 남았어요.”

 여자가 메드울의 손목을 잡고 뜀박질을 한다. 눈을 동그랗게 뜬 메드울이 멍청한 얼굴이 되어 브리니를 쳐다보았다.

 “잠깐!”

 브리니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무작정 정면을 향해 걸음을 이었다. 덕분에 브리니 역시 얼떨결에 홀의 내부로 들어섰다. 소란스러움의 강도가 점점 거세지는 걸 봐선 버니니의 화려한 외향이 이쪽에서도 먹혀 들어가는 것 같았다.

 둘은 여인을 뒤꽁무니를 따라 순식간에 무대 뒤편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 안에 놓인 것이라곤 고독하게 놓인 소파와 화장대가 전부였다. 안절부절 못하던 여인은 곧 제 품을 뒤적여 메드울에 손에 종이 한 장을 쥐어준다. 뭐가 그리도 급한지, 대기실을 뛰쳐 나가려다 다시 돌아와 메드울의 어깨를 잡아챘다.

 “자, 내가 준 종이를 봐요. 이게 바로 이번 환영식이 순서예요. 페틀로 백작님의 축사 후 노스 학생의 개회사가 바로 진행될 겁니다. 길이는 저번에 말씀드렸듯 4분 정도면 충분해요. 그리고 소식 들었겠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힐더 제국의 3황자 전하까지 참석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지금 전 대륙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부디 우리 동제국 아카데미의 체면을 잘 살려주길 바랄게요.”

 “이젤 교수? 빨리 이쪽으로!”

 “예! ―후우. 노스 학생? 내가 지금 너무, 매우, 상당히 바빠서. 안타깝지만 학생을 도울 수가 없어요. 그럼 난 학생만 믿고 있을게요. 잠시 후에 봐요.”

 여자, 이젤 교수는 메드울의 등을 토닥이고 곧바로 대기실에서 사라졌다. 내내 무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경청하던 메드울이 쥐고 있던 종이를 집어 던진다.

 “버니니는 왜 이런 것도 알려 주지 않은 겁니까? 그리고 그 멍청한 애가 어떻게 개회사를 해요?”

 그의 말에 브리니는 곰곰이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작년 가을, 저택으로 도착한 퀼랜드

 아카데미 우편에 의하면…….

 “버니니는 성적 우수자로 퀼랜드 여왕에게 상도 받았었어. 천문, 교양, 경제 과목 가릴 것 없이 전부 수석이었지. 애초에 입학 자체도 수석으로 했었을 걸?”

 “설마요. 그 멍청한 엘프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게?”

 “확실히 언어 점수는 좀…… 유일하게 낙제를 면한 수준이었던 것 같네.”

 메드울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는 비척거리며 일어서 집어던졌던 종이를 다시 가져 왔다. 구깃구깃한 종이 위에는 교류학색 환영식의 순서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뭐가 문제야? 이런 애들 장난은 일도 아니잖아.”

 “버니니 노릇을 해야 된다는 게 제일 문젭니다. 그냥 적당히 멍청한 척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똑똑한 멍청이라니 감을 잡기가 영 어렵잖아요.”

 “그럼 그냥 똑똑한 아이처럼 말을 하든가. 이 정도는 돼야 수석이란다― 느낌으로. 네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잘난 척 하기.”

 “그래서 그 주체가 버니니라는 게 문제라니까요?”

 투덜거리면서도 메드울은 열심히 환영식의 순서를 외웠다. 그는 성정 자체가 매사에 꼼꼼하고 신중했기 때문에 주어진 일을 대강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브리니였다면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문장만 쭈욱 나열해 시간을 채웠을 텐데, 위대한 초월의 탑 현자께서는 엘프 노릇도 제대로 성공해낼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그의 집중을 방해할 순 없었기에, 브리니 역시 교수에게 넘겨받았던 책자를 얌전히 폈다. 아마 시종들에게 주어지는 안내 책자 같았다. 교류 기간 5일. 수업은 사전에 이미 정해진 상태이고, 첫 날은 환영식 이후 평온하게 진행. 그리고 둘째 날은……

 “아그니 후작과의 만찬? 이 거물이 애들 공부하는 데에는 왜 오는 거야?”

 “왜겠어요. 더스트 황자 때문이겠지.”

 “투샤마의 유서 깊은 가을 축제? 아직 가을까지 한 달이 남았는데?”

 “힐더 제국의 황자는 가을을 한 달 앞당기는 마법을 부리나 보네요.”

 “와, 이때 파는 양꼬치가 엄청 유명한가 봐. 우리 축제날에 이거 사먹고 북쪽 성벽에 있는 투샤마 호수……”

 “저기요. 지금 환영회 시작까지 1분 남았거든요? 나 생각 좀 하게……”

 ‘덜컥―!’

 순간, 대기실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린다. 그 너머에는 양손에 짐을 잔뜩 든 이젤 교수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급한 몸짓으로 자신을 따라오라 손짓했고, 브리니와 메드울은 또다시 엉겁결에 일어서 교수를 따라 나섰다. 셋을 기다란 통로를 지나 붉은 융단 커텐의 뒤편에 나란히 섰다. 커텐 너머가 홀의 무대일 것은 당연지사인 일이고, 자세히 보니 벌써부터 백작의 축사가 시작된 것 같았다. 구석에 짐을 내려놓은 이젤 교수가 허겁지겁 달려와 무언가를 건넨다. 백색의 천을 바탕으로 한 고급스런 디자인의 정장. 가슴에 엠블럼이 박혀있는 것을 보아 동제국 아카데미의 교복인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바빠 정신머리가 없었어요! 대기실로 돌아가서 얼른 의상을 갈아입고 와요!”

 얼마나 정신머리가 없으면 백작의 목소리가 다 묻힐 정도의 목청이다. 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이젤 교수가 급히 고개를 숙인다. 물론 숙인다 하여 없던 일로 되돌아가지는 않았다.

 “어서요!”

 “―아,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마음에 안 드네.”

 온종일 버니니인 척 행동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던 메드울은, 결국 짜증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내뱉고야 말았다. 그의 신경질적인 어조에 교수가 몸을 움찔 거린다. 그러나 메드울은 주변의 시선은 상관 않고 대뜸 외투를 벗어 던졌다. 이어서 블라우스의 윗단추를 하나 둘, 풀기 시작하자 나란히 서있던 고용인들이 급하게 등을 돌렸다.

 “내가 지금 이런 개방된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해? 응? 당신 교과목이 뭐야? 뭘 가르치길래 이리도 처신이 엉망이야?”

 날카로운 어조와 함께 하이얀 블라우스가 브리니의 손위로 떨어진다. 걸걸한 목소리에는 버니니의 영혼이 단 한 줌도 담겨있지 않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작게 혀를 찬 브리니가 크게 헛기침을 하며 환복을 돕는다.

 “내 말 안 들려? 뭘 가르치냐고?”

 메드울의 다그침에 이젤 교수의 낯이 사색으로 변한다.

 “저, 저는 에그라힘 교수님 밑에서 이제 막 부교수로 취임해……”

 “여기는 부교수도 교수라고 부르는 모양이지? 부교수가 어떻게 교수야? 아아, 정말! 머리카락까지 꼬여버렸잖아! 브릴? 이 걸리적거리는 머리카락 좀 잘라버리렴!”

 “아가씨. 자르기는 뭘 잘라요? 제가 풀어볼 테니 화 좀 삭히고 얌전히 있어 보세요.”

 브리니는 퍽 급한 손길로 단추에 꼬인 머리칼을 풀었다. 커튼 너머로 들려오는 축사는 이제 곧 끝물. 이어서 우렁찬 박수소리가 들려오자, 급한 마음에 금발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그 덕에 금실 같은 머리칼이 한 움큼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악! 아프잖아요!”

 “자아 다 입혔어요. 아가씨. 어서 나가보세요!”

 다행히 급하게 가져온 옷 치곤 주름 하나 없이 말끔한 상태다. 브리니는 마지막으로 블라우스의 깃을 펴준 뒤, 메드울을 커튼 너머로 쭈욱 밀었다. 발이 꼬였는지 잠시 주춤하던 그가 이어 당당한 움직임으로 계단을 오른다. 그러고 보니 구두를 신은 상태에서도 움직임이 아주 여유롭다. 뒷모습만 보면 젊은 여배우로 착각할 정도였다.

 브리니는 품에 든 옷을 탈탈 털었다. 그녀의 옆에는 이젤 교수가 벽에 이마를 쿵쿵 박고 있었다.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우리 아가씨가 원래 좀…… 화가 나면…… 격해지거든요.”

 안쓰러운 마음에 위로를 건네지만, 통할리가 만무하다. 버니니 노릇이니 뭐니 말만 많았지 시작부터 아주 제대로 꼬인 채 입성을 해버렸다. 그녀는 다시 통로를 돌아 학생들이 모여 있는 홀로 나갔다. 귀한 가문에 자제들만 모여서 그런가, 수많은 사람이 모인 것 치곤 공기가 매우 좋다. 가까운 기둥 뒤로 몸을 숨긴 브리니가 주위를 훑던 시선을 무대 위로 옮긴다. 그곳에는 화려한 금발의 미녀가 좌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하여 교류 학생 제도의 첫 번째 목표는 문화의 교류입니다. 또한 문화의 교류는 다른 말로 지식의 교류이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퀼랜드의 인재가 귀한 시간을 소비해 이곳 투샤마까지 도달하였으니, 동제국 아카데미는 그에 대한 대가로 성심성의껏 우리 교류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부하건데, 모든 수업에 부교수를 참석시키지 마십시오. 절대! 반드시! 오직 정교수만!”

 하아. 잠자코 듣고 있던 브리니가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저 버니니 노스는 하루의 수 시간을 인간과의 외교를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2년간 퀼랜드 왕립 아카데미의 수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저 놀기에 바쁜…… 크흠! 인간과의 문화 교류에 바쁜 엘프가 왕립 아카데미의 수석이라니요? 요즘 시대 젊은이들은 뭐든 대충 해먹으려하고. 이런 멍청한 엘프에게 수석 자리나 내주고! 내가 어렸을 적엔 도서관 가는 데에만 두 시간이 걸려……”

 “저게 드디어 미쳤구나.”

 브리니는 기어코 무대 방향에서 등을 돌려버렸다. 더 이상 이 부끄러운 개회사를 참아낼 뻔뻔함이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차라리 먼저 방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은 마음에, 조용히 걸음을 이어 홀을 벗어난다. 혹시나싶은 마음에 입구 앞에서 힐끔, 고개를 돌리면 무대 위로 바삐 올라간 이젤 교수가 메드울을 뜯어 말리고 있었다.

 “말리지 마! 이 몸의 훈화 말씀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 건 줄 알아? 돈 주고도 못 듣는 귀한 말씀을―”

 그리고 그 밑에 낯선 시선 비춰진다. 평온한 동시에 어둡고 진득한 느낌. 모르는 척, 시선을 돌리기에도 한계에 부딪힌 브리니가 결국 그와 눈을 마주하고 말았다. 서리처럼 차가운 청회색의 눈동자. 남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신장. 그 진한 인상은 아직 잔상처럼 머리에 박힌 상태다. 힐더 제국의 더스트 황자. 그는 브리니와 마주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숨소리 한 번 들리지 않는 그 순간의 틈 끝에서,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브리니 역시 그를 따라 짧게 목 인사를 건넸다.

 ‘’그 남자‘와 아주 판박이네. 레인우드가 보면 온종일 웃겠어.’

 새삼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대륙을 무대 삼아 종횡무진 하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 야수 같은 남자도 역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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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얌챠 17-06-15 00:47
 
대륙을 종횡무진 하던 때의 얘기도 재밌을 것 같은데...언젠가 슬쩍슬쩍 풀어주시려나요? ♡-♡ 오늘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꼬박꼬박 연재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그런뎈ㅋㅋㅋㅋ메드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똑똑한 멍청이라고 버니니 극딜하는거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그냥 멍청이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똑똑한 멍청이 연기를 해야된다곸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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