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리스는 용무녀야"
"네?!"
마그렛이 동시에 놀라며 밀리아를 쳐다봤다.
"용무녀?"
"레브.. 너 오늘 아침에 진행했던 기원제 못 봤어?"
"멀리서 보긴 봤는데.."
"그때 의식을 진행했던 은발의 여자아이 있잖아! 그 여자가 용무녀야"
"뭐?!"
그제야 나는 기원제를 진행할 때 앞에서 푸른빛을 터트렸던 소녀를 떠올렸다.
"너희들도 기원제에 왔었구나"
"당연하죠! 주변에서 엄청 예쁜 무녀가 있다고 난리를 쳤었거든요. 그래서 한번 보러 갔는데 확실히 예쁘더라고요"
"이리스가 엄청 예쁘긴 하지, 어렸을 때부터.. 아, 지금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
"흠흠.. 우선 이야기를 마저 하도록 할게"
밀리아가 다른 이야기로 새어나가려고 하는 것을 스스로 멈추고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리스는 원래 노예의 신분이었어"
"이리스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일찍 잃고 노예가 되었고, 어느 날 그녀에게 마력을 다루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고위 사제들이 눈치챘지"
"그러고는 그녀를 사들여서 무녀로 만들었고, 노예의 증표인 예속의 목걸이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로 해제시키는 바람에 목이 크게 손상을 입어 이리스는 목소리를 내지 못해, 이게 그녀가 항상 목을 가리던 이유야.."
"원래는 해주를 통해 천천히 풀어야 하는 건데! 윗대가리들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고 목걸이를 풀었단 말이야!"
밀리아가 화가 난 듯 주먹을 굳게 쥐었다.
"내가 이리스와 만나게 된 계기는, 이리스가 용무녀로서의 일을 배우고 있을 무렵, 내가 그 아이의 관리자로 임명받아 만난거고"
"원래는 관리 대상에게 호의 같은 감정을 가지면 안 되는데.."
밀리아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머리를 천장으로 들어 올렸다.
"하하.. 예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 나는.."
밀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그녀가 수행을 받던 도중에 레기우스가 계속 찾아와 이리스에게 자신의 처가 되지 않겠냐며 헛소리를 지껄였지"
"물론 내가 그 쓰레기 같은 놈을 내쫓았지만.."
밀리아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결국 오늘 늑대의 기사단이 쳐들어와서는 강제로 이리스를 납치했갔어.."
"이리스가 위험해, 레기우스의 성벽은 특수하기로 유명해서 이리스가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밀리아는 다시 자기의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 했고, 피를 많이 흘렸던 그녀는 얼마 못가 다시 쓰러졌다.
"아아.. 정말 아직 무리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마그렛이 쓰러진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침대에 다시 눕혔다.
"하지만.. 이리스가.."
밀리아의 표정은 점점 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만약 지금 움직일 수 있더라도 찾을 방법은 있어요?"
"당장 레기우스의 저택으로 쳐들어갈 거야!"
"미쳤어요? 혼자서 그 늑대의 기사단들을 상대하겠다고? 안 그래도 움직이기 힘든데!"
"하지만!"
"... 저기 수녀님"
나는 밀리아와 마그렛의 대화 도중에 끼어들었다.
"밀리아 면 되, 그리고 경어는 빼고 편하게 말해줘"
"그럼.. 밀리아, 나도 내일 이리스 찾는 것을 돕게 해줘"
그리고 이리스 구출의 합류를 요청했다.
"너.. 진심으로 하는 말이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거야?"
밀리아는 나를 노려보면서 마치 죽어도 좋은지 물어보는 듯한 말을 했다.
"... 응,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그쪽에 일이 있거든"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그녀는 내 눈을 잠시 노려보았다.
"하아.. 그래, 알겠어"
포기하듯이 몸을 침대에 맡기며 누웠다.
"에? 레브, 너 정말 같이 쳐들어갈 거야?"
마그렛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응,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기에 사는 레기우스 라는 놈은 꼭 만나서 물어볼게 있거든"
"하, 하지만! 늑대의 기사단이 몇이나 되는지 알아? 레기우스한테 돈 받으면서 일하는 용병들 천지라고!"
마그렛이 나를 계속 말리려고 했다.
"말려도 소용없을 거야, 저 아이.. 내 옛 동료와 같은 눈을 하고있어"
"옛 동료? 아니 그런 건 됐고 레브, 너 정말로 늑대의 기사단이랑 맞붙을 생각이야?"
마그렛은 걱정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 무슨 일이 있어도 레기우스를 만나서 끝을 봐야겠어"
'그리고 필요하다면 용의 힘을 빌려서라도..'
"하... 정말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마그렛은 한숨을 쉬며 땅을 바라보았다.
"치료 정말 고마워, 그리고 걱정 마 너에게는 피해가 없게 노력할 테니"
밀리아가 마그렛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자
"아니요, 저도 돕겠습니다"
마그렛이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말했다.
"너.. 정말로 괜찮겠어?"
나는 걱정하며 그에게 다시 물지만, 마그렛은 시원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방금 만났지만 그래도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여자를 구하겠다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마그렛은 엄청나게 착하고 정의로운 남자였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건 부상당한 사람의 치료랑.. 정보 수집 정도 밖에 안되겠지만"
"정말.. 너희들에게 얼마나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밀리아가 우리를 바라보며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자~ 그럼 우선 환자는 내일을 위해 푹 주무세요"
마그렛이 밀리아에게 쉴 것을 강조했다.
"하, 하지만.."
"의사의 말은 따라주셔야죠?"
마그렛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고 있었지만, 전혀 웃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네"
'우와.. 마그렛 할 때는 하는구나..'
그렇게 우리는 밀리아가 누워있는 방의 불을 끄고 나왔다.
"마그렛.. 너 정말로.."
"거기까지, 하겠다면 하는 게 내 마음가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예쁜 아가씨를 그 돼지 같은 놈한테 이런 거 저런 거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는다면, 그건 남자도 아니지!"
"너란 놈은.."
"우선, 너도 쉬어 불길 속에 한번 담금질했으면서 용케도 서있네"
"하하.. 그래, 고마워"
나는 마그렛이 준비해준 방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잘자라"
뒤에서 마그렛이 저녁인사를 했다.
"그래, 너도"
[밀리아 시점]
"..."
레브와 마그렛이 방을 나가고 나는 어두운 방안에 혼자 침대에 누워있었다.
"레브.. 라고했나"
검은 머리의 소년,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리스의 구출에 자신도 동참하게 해달라는 남자.
그가 자신도 껴달라며 나를 바라봤을 때의 그 눈동자는 어째선지 낯익었다.
"어째서, 리더와 비슷한 눈을.. 아니야 우선 빨리 몸을 쉬게 해서 내일 이리스를 찾아야 해"
나는 몸을 쉬게 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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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 시점]
나는 침대에 누워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레기우스.. 한번 만나서 얼굴을 한번 봐야겠어..'
'시폰..'
시폰을 생각하며 눈을 감자, 갑자기 그녀가 죽어가는 장면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큭!"
그리고 내 가슴 쪽에서 갑자기 불이라도 붙은 듯 점점 뜨거워졌다.
"으윽.. 뜨거워.."
나는 타오르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침대 위를 뒹굴었다.
"하아.. 하아.. 으윽!"
하지만 뜨거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몸 전체로 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크헉! 뜨, 뜨거워.. 온몸이.. 타오르는 거 같아.."
그리고
구해줘..
머릿속에서 맑고 청명한 소리가 들렸고,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던 가슴에 시원한 물을 끼얹은 것 같이 열기가 사그라들며 시원해졌고, 고통이 사라졌다. 고통이 사그라들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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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시점]
"뭐... 이건 마지막에 가지고 놀기로 하고.. 저번에 새로운 장난감이 들어왔다고 했지?"
장난감..이라 한다면 저와 같이 납치된 아이들을 말하는 걸까요?
"네, 이전에 남쪽으로 파견된 수색대는 아직 행방불명이지만 동쪽으로 파견 보낸 수색대는 선물을 가지고 어제 귀환했습니다"
"그래.. 좋아, 오늘은 그걸로 참도록하지"
그리고 레기우스 백작은 저를 쳐다보았어요.
"너를 즐기는 건 내일로 미루도록 하지 크크큭"
그러고는 다시 문을 닫고 나갔어요.
"..."
아아..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싫어..'
뚝 뚝
제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
소리 내어 울고 싶지만 목에서는 바람소리밖에 나오지 않아요.
어째서 저에게는 소리 내어 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걸까요.
미안.. 밀리아 지금까지 나를 옆에서 지켜봐 준 너에게 고맙다는 한마디가 하고 싶어..
정말.. 미안...
그리고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지쳐 쓰러져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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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만남]
이리스/ "..."
여긴 어디일까요.
레브/ "..."
여기는 어디지?
마치 밤하늘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아름다운 배경과 반짝이는 별들
그리고 그 사이에 그들이 있었다.
이리스/ "..."
의식 때 봤던 남자가 앞에 서있어요.
레브/ "너는.. 그때의 무녀?"
의식 때 봤던 무녀가 앞에 서있었다.
레브/ "말을 할 수 없다고 했지?"
예상대로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리스/ 누구에게 말을 들은걸까요?
레브/ "밀리아에게 사정은 들었어"
이리스/ 아, 밀리아였군요
레브/ "그리고 그녀는 너를 구하려고 필사적이야"
"상처 입은 몸으로도 너를 구하려고 필사적이었어"
이리스/ 밀리아..
레브/ "그리고 나도 그걸 도울 생각이고"
두 사람은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리스/ 어째서일까요, 그의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가 보이는 것 같아요.
레브/ "그러니..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줘"
이리스/ 얼음같이 차갑지만.. 불같이 뜨거운 무언가..
그리고 둘은 바로 손을 조금만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좁혀졌다.
이리스/ 아아.. 그런건가요.
이리스는 레브에게 손을 뻗었고, 잠시 망설이던 레브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작은 빛이 마주 잡은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레브/ 이건...
이리스/ 이건...
이리스,레브/ 그(그녀)의 과거..
그리고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나왔다.
이리스/ 공허..
레브/ 비탄..
이리스,레브/ 그리고 슬픔
그녀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잃었다.
없었기에 있는 자들을 부러워하며 울고 있었다.
잃었기에 있는 자들을 부러워하며 원망했다.
둘은 서로를 이해했고, 서로를 바라봤다.
레브/ "웃어줘"
이리스/ "..?"
레브는 이리스의 눈에 흐르던 눈물을 닦아주며
레브/ "여자는 웃는 모습이 제일 예뻐"
이리스/ "!!!"
이리스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시간이 된 건지 둘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고
레브/ "기다려줘, 반드시.. 구하러 갈 테니까"
맞잡은 손이 떨어졌다.
점점 거리가 멀어지면서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서로의 시야에서 상대방의 모습이 흐릿해져 갈 때
"기다리고 있을게요..【검은 용】씨"
맑고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