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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조폭도 이제는 건축 사업
작성일 : 22-02-17 20:09     조회 : 382     추천 : 0     분량 : 6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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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폭도 이제는 건축사업

 

 

 “식사는 볶음밥하고 메밀 소바 중에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서버가 안내하고 손님을 둘러봤다.

 미디엄으로 구워 나온 야들야들한 안심 스테이크도 아직 다 안 먹었다.

 

 “둘 다 먹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양은 적을 거고 맛이나 보십시다.”

 오늘의 물주인 서면발이 웃으며 제안했다.

 

 “그러지요. 오늘 서 사장님 주머니 다 털리게 생겼습니다. 허허.”

 부 본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쓰는 김에 그 정도야 뭐.

 

 스테이크까지 다 먹어 치운 배차돌은 둘 다 시킨다니까 기분이 좋아 입꼬리가 귀에 가서 걸린다.

 오늘 큰형님 박신배 따라와서 고급 일식 철판구이 데판야끼 ‘타이까이’ 코스요리 먹고 간만에 호강한다.

 

 “저.. 우리가 제조업은 처음이라, 알미늄 샤시 공장을 차리려면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지 싶습니다. 혹시 부 사장님께서 도움을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건축자재 사업을 작심한 박신배가 넌지시 이글스파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 되면 서울 신림동의 막강한 이글스파와 간접적으로 연을 맺게 되는 셈이다.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요. 우리 애들 중에 상도동 샤시공장 생산라인에 나가있는 인원도 꽤 되니까, 박 사장님이 샤시공장을 차리면 두어 명 내려 보내서 도와드리지요.”

 부본무가 흔쾌히 지원을 승낙했다. 초면인 유태파 두목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는데, 그까짓 조직원 두어 명 파견이야 대수롭지 않은 투자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 드리겠습니다.”

 박신배가 흥감해 하며 허리를 굽실거렸다.

 

 “하이고, 그러면 우리 서면도 얼른 사업자금 준배 해야 되겠는데요? 박 사장님, 샤시공장 지분은 반반으로 합시다! 하하.”

 박신배가 샤시공장 사업을 결심하고 나오자, 이글스파와 오랜 우호관계인 서면발이 불안한지 설레발을 치고 나섰다.

 

 “아, 그럼요. 근데 반반이라도 51대 49는 돼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부 사장님!”

 박신배가 고문도한테서 배운 지분의 비율을 들고 나왔다.

 

 “허허, 그야 두 분이 잘 의논해서 정하십시오. 혹시 모르니까, 우리 지분도 좀 고려해 주시고요. 허허.”

 부산의 두 조폭 두목이 건축자재 사업에 수십억 원을 투자할 의향을 보이자 이글스파 부두목도 관심을 보였다.

 

 “아이구, 이글스에서 저희 사업에 투자까지 해 주시겠습니까? 이거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술 한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박신배가 얼른 자기 사발 잔을 비워 털어 건네고 사케주 호리병을 집어 들었다.

 

 “하이고, 내가 박 사장한테 번번히 뒤통수만 맞고 있네! 드시고 제 잔도 한잔 받으시지요.”

 한발 늦은 서면발이 얼른 제 잔에 남은 술을 비워 마셨다.

 

 배차돌은 때맞춰 나온 김치 볶음밥 사발을 받아 드느라 혼자 신나서 바쁘다. 함께 나온 메밀 소바는 젓가락으로 휘저어 한 입에 털어 넣고 우물우물 꿀꺽 삼켜버린다. 이제 남은 녹차 아이스크림만 나오면 요리 코스는 다 끝난다.

 

 해운대 동백섬의 웨스틴 조선호텔 2층 일식 레스토랑 구로마쯔(黑松)에서의 저녁 식사는 거의 끝나 가는데, 조폭 두목들의 입담 좋은 사업얘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무르익어간다.

 

 박신배의 유태주유소 지분 51프로는 고문도가 가지고 있다.

 이글스파 부본무가 자랑하는 노량진 재개발촉진지구의 알미늄 샤시공장의 지분도 문도네의 투자회사인 ㈜무한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여기 있는 서면파 두목 서면발이 유태파 박신배와 함께 알미늄 샤시공장을 차린다면 서면파도 자연스럽게 문도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제 겨우 27살인 고문도는 이 50대 후반의 보스들이 거느리는 조직을 사실상 자기 수중에 거머쥔 거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다.

 

 거기다 이글스파가 우군이라고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수원 북문파는 사실상 이미 문도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구로에 있는 이글스파의 우신장례식장도 문도가 책사인 삼봉과 주도해서 북문파 행동대장인 기라성을 시켜 접수했던 것이다.

 우신장례식장을 기습하기 전날 기라성은 시흥사거리에 있는 조직원 15명의 산이슬파를 먼저 공격했고, 항복한 보스 산이슬은 기라성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다.

 

 그리고 산이슬이 우군인 조직원 20명의 상도동파 보스 갱재를 설득하고, 북문파 기라성의 수족인 유대호가 이끄는 9명과 연합하여, 같은 날 저녁에 45명이 이글스파 본부인 신림동의 7층 건물 ‘웰모텔’을 급습하여 윤OO 오야붕을 굴복시켰다.

 

 인천 월미도에서 가진 사후 대책 회담에서 드론을 앞세워 우위를 점거한 문도네는 우신장례식장 운영권 절반을 산이슬파가 차지하고, 노량진 재정비촉진지구 아파트 신축 건설회사의 알미늄샤시 납품권도 종전의 이글스파 대신 상도동파가 차지하게 되었다.

 그 대신 이글스파는 대기업 재벌 회장님 비서인 척 회담에 참석한 삼봉의 기지 넘친 주재에 넘어가, 자기들 알미늄 샤시공장에 문도네의 ㈜무한책임 자금 수십억 원을 받아들여 공동투자로 운영하게 된 것이다.

 

 북문파 오야붕 대행인 장훈교 보스의 직속 행동대장인 기라성이 문도의 책사 삼봉의 고교 동창이고, 이글스파의 신림동 본부인 웰모텔을 습격한 것도 배후에 문도가 있다는 사실을 이들 세 두목들은 꿈에도 모르고 시시덕거리고 있다.

 

 **

 

 한편 그 시간에 문도는 친구 강철이와 함께 사상파 두목 신상사를 만나고 있다.

 전철 부산2호선 사상역 북서쪽 5백여미터 지점, 횟집 골목 안쪽에 위치한 사상파 본부인 3층건물 ‘골든장 여관’ 1층, ‘석이네 아구찜’ 식당 홀 구석자리.

 

 “신 보스님, 이 친구가 제가 말한 어방배달 박강철 사장입니다.”

 문도가 강철을 신상사에게 소개했다.

 지난번 부산지부장 부임 인사차 들렀을 때 김해 장유파에 대해 잘 아는 강철에게 도움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던 터이다.

 

 “아, 그래요? 만나 뵈어서 반갑소이다. 나 신상사라 하요.”

 37살의 신상사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예,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박강철입니다. 지도 바랍니다.”

 27살의 강철이 정중하게 허리 숙여 인사를 올렸다. 급이 다른 사상파 보스다.

 

 “나는 행동대장 털보라 하오. 만나서 반갑소.”

 옆에 있던 34살 털보도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예,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강철이 얼른 산전수전 다 겪은 얼굴의 덥수룩한 털보의 손을 잡고 예의를 갖췄다.

 

 “진작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셔서 고맙소이다. 아구찜 안주로 술이나 마시면서 얘기 나눕시다. 허허.”

 신상사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소주병을 땄다.

 문도에게서 대충 들어서 강철이가 김해 시내에서 오토바이 배달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아, 예. 한잔 주시겠습니까?”

 강철이 얼른 잔을 들어 올리자 신상사가 술잔 가득 채워줬다.

 

 문도와 털보 잔도 채워주고, 술병을 받아 든 문도가 신상사의 잔을 채웠다.

 네 사람은 잔을 부딪치고 단숨에 술잔을 비워 마시며 동맹 관계를 확인했다.

 

 “직원을 40명이나 두고 어방배달을 운영한다면서요? 젊은 분이 정말 대단하시오.”

 아구찜 살점을 집으며 신상사가 선배답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 예. 뭐, 별거는 아닙니다. 고향이 김해다 보니 도와주시는 분도 많고 해서 그럭저럭 하고는 있습니다.”

 강철이 겸손하게 대답했다.

 

 “김해는 삼방파 최성덕 보스가 잡고 있는 줄로 아는데, 혹시 아는 사이요?”

 조직의 두목이라 역시 궁금한 게 김해 시내 조직과의 관계다.

 

 “예. 실은 고아원 선후배 사이입니다. 그 성덕 형 덕분에 제가 배달사업을 하게 됐고요.”

 강철이 최성덕과의 관계를 솔직하게 밝혔다.

 

 “아, 그렇소? 삼방파하고 아주 깊은 관계시구먼. 그럼 우리 고 지부장 하고는 김해 어디 같은 학교 동창인가 보오?”

 신상사가 놀라며 문도의 고향이 김해인 줄 아니까 확인 차 물었다.

 

 “예. 중학교 동창입니다. 문도는 고등학교는 부산에서 다녔습니다. 저는 김해에서 다녔고요.”

 강철이 문도와 덕혜고아원 동기인 건 감추고 말했다.

 굳이 문도가 고아원 출신임을 밝힐 필요가 있으면 그건 문도가 알아서 할일 이니까.

 

 “중학교 동창이 고등학교 동창보다 더 정이 깊은 것 같습디다. 나는 고등학교 동창회는 안 나가도 중학교 동창회는 나가지요. 허허.”

 신상사가 강철과 문도가 중학교 동창이라면 모르긴 해도 문도도 삼방파 두목 최성덕과 잘 아는 사이일 걸 짐작하며 슬쩍 딴소리로 운을 뗐다.

 

 “저는 초등학교 동창회만 나가는데, 그게 엄청 재미가 좋습니다, 형님!”

 눈치 없는 털보가 엉뚱한 소리를 하며 끼어들었다.

 

 “그래? 어릴 때 마음에 뒀던 여자 동창생이라도 나왔던 가베?”

 신상사가 대신 무안해서 털보를 흘겨보며 놀렸다.

 

 “그럼요! 그때는 말도 제대로 못 붙였는데.. 흐흐.”

 털보가 혼자서 주책을 떤다.

 

 “참, 저번에 고 지부장 통해 들으니까 박 사장께서 장유파에 대해서 잘 아시던데, 혹시 진영읍내파도 잘 압니까?”

 지난번 만났을 때 문도가 신상사 면전에서 강철에게 문자를 보내고 받아서 장유파와 진영읍내파 조직원이 각각 30명씩이고 서로 우호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었다.

 

 “예, 조금 압니다. 장유파 행동대장 쌍칼이 진영읍내파 행동대장 송사리와 초등학교 동창이랍니다. 보스인 성불사도 같은 학교 선배 되고요.”

 며칠 전에 문도에게 맞아서 어깨가 탈골 된 쌍칼을 입원시키고 자세히 물어봤던 것이다.

 

 “아, 그렇군요. 초등학교 동창이고 선후배면 두 조직간의 관계가 아주 돈독하겠네요.”

 이해가 되는지 신상사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거 봐요. 불알친구인 초등학교 동창이 제일이라니까요! 흐흐.”

 털보가 또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선다.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네. 진영읍 가까운 진례면에도 건물을 좀 지어야 되는데, 장유파와 진영읍내파가 서로 우호적이라니……”

 장유면에서 3층짜리 빌딩을 지어서 파는 건축사업을 시작한 신상사다.

 

 지방 토박이 유지들이 장유파를 내세워 계속 방해를 하고 있어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트럭의 먼지와 건축 소음을 트집잡고, 선전 광고 현수막도 제대로 길거리에 걸 수 없을 정도로 시비를 건다.

 

 “아, 건축사업을 하신다고 하셨죠? 앞으로는 너무 염려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강철이 아는 척 하며 이제는 안심하라고 말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오?”

 신상사가 뭔 소린지 몰라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아, 예. 장유파는 사실상 제가 접수한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 행동대장 쌍칼을 지금 제가 잘 간수하고 있거든요.”

 강철이 쌍칼을 물건처럼 표현하며 슬쩍 웃었다.

 

 “그래요? 장유파 이무계 보스가 입건 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예. 며칠 전에 쌍칼이 수하들 30명을 데리고 제 사무실로 쳐들어 왔습니다. 제가 이무계 보스가 입건된 전날 다른 용무로 만난 적이 있는데, 쌍칼이 제가 이무계를 경찰에 꼬지른 걸로 오해했던 모양입니다.”

 사실은 쌍칼이 배차돌의 영도파 조직원 30명을 이끌고 쳐들어 왔었다.

 

 “아, 그래요? 그런데 장유파를 깨부순 겁니까?”

 30명이나 습격했다는데 어떻게 상대해서 이겼느냐는 뜻이다.

 

 “예. 마침 우리 애들이 멀리서 오는 걸 보고 저한테 미리 연락을 해서 제가 사무실을 비우고 쥐덫을 놨지요. 하하.”

 그것도 문도가 미행하며 알려줬던 것이다.

 

 “아, 그래서 장유파를 접수하게 됐군요. 새 식구들 먹여 살리려면 힘들겠네요? 장유파는 이제 마약도 팔지 못할 텐데.”

 기습을 미리 알았으면 고등학생들이지만 어방배달 직원이 40명이나 되니까 이길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승리해서 장유파를 접수한 것은 좋지만 조직원이 30명이나 되는데, 그 놈들까지 건사하려면 상당히 힘들지 않느냐는 말이다.

 

 “예, 그렇습니다. 해서 사실은 제가 신 보스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 일부러 찾아 뵈었습니다.”

 강철이 마침 제대로 질문을 받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 속내를 드러냈다.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고요? 그게 뭡니까?”

 신상사가 저으기 놀란 눈으로 강철을 바라봤다.

 

 “예. 장유면 건축공사 현장에 장유파 애들을 관리요원으로 좀 써주셨으면 해서요.”

 강철이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바로 말했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노무자 일당 정도면 되겠지요? 허허. 그러면 혹시 진례면에서 공사할 때도 진영읍내파를 동원할 수가 있겠소?”

 그렇게만 된다면야 신상사는 도랑치고 가재 잡기나 마찬가지니까 혹시나 해서 물었다.

 

 “예. 일단 장유면에서 장유파 애들이 건설 현장에 관리요원으로 일하는 걸 보면 진영읍내파도 달리 거부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두 조직 간부들이 초등학교 동문들인데 당연히 그러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저.. 신 보스님 진례면에 사두신 땅이 많습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문도가 이때다 싶은지 불쑥 나섰다.

 

 “한 군데는 아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합하면 한 사오천 평은 될 거요. 단독 3층 건물은 아파트하고는 달라서 사전에 분양이 안되고 거의 다 지어야 팔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은행 담보대출만으로는 자금이 딸려서 지금 고민 좀 하고 있소. 허허.”

 신상사가 애로사항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시면 혹시 진레면 땅을 저희한테 조금만 파실 수는 없겠습니까?”

 

 “땅을 팔라고요? 음.. 그럴 수는 있지만, 땅값이 몇 년 전보다 꽤 올랐어요. 후진 데라도 평당 1백만원은 받아야 되는데?”

 예전의 평당 20~30만원하던 진례면 시골 땅값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희도 3층빌딩 두어 채 지어보고 싶습니다. 한 오백 평만 파시면 좋겠습니다만. 하하. 어찌 안되겠습니까?”

 오백 평이라도 평당 1백만원이면 오억 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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