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예야...."
눈앞이 흐릿흐릿 해진다.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아....아...주예.."
왜 못알아봤을까....?
보고싶었던 얼굴이 눈앞에 있다.
그녀는 내 안에서 나를 만나고 얼마나 놀랐을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다 끝마치지도 못하고 그녀를 안았다.
"울지 말라고 했잖아 멍청아......"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그 한마디를 하고는 내게 조용히 안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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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훈아....숨막혀...두번 죽을 거같아."
그녀의 그 한마디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그녀를 놔주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한번 죽었었다는 사실을 실감해버리는 대사이기때문에 그녀와의 반가움도 잠시고 다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차주예라고 해요."
그녀는 처음 만난사람인양 내게 인사를 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못알아봤던 것을 비꼬기라도 하는양 정말 진심으로 처음 뵙겠습니다. 하는것이 웃음을 나게 했다.
"풉...."
"죽은 사람이 또 죽는다는 소리나 하고 말이야....이젠 장난까지 치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싱긋 미소를 품고 내게 말했다.
"그래서? 인사 안해줄거야?"
무슨 소린가....몇초정도 멍 하게 있다가 아! 하고 대답했다.
"아 네. 처음뵙겠습니다 차주예씨.성대훈이라고 합니다.
허리까지 90도로 꺾어가며 인사한 후 나는 주예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 한번 하시죠. 정말로 반갑습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정말로 반가워요"
그녀만은 내 기억속으로,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그녀를 잃었다는 충격이 그녀를 한번 더 잃게했지만 그녀는 다시 내게 돌아와 주었다.
"대훈아."
그녀가 나를 불렀다.
"응?"
"너 근데 이 안에 계속 있을 셈이야?"
순간 쿵...했다.
그렇다....여기는 내 기억속이다. 확실히 그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건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생각도 못했네....."
"난 어떻게 됐길래 이렇게 기억속에서 널 만날 수 있는거야?"
"그리고 생각해봤는데,내 기억속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면 나 일상생활 불가능한거 아니야?"
갑자기 궁금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나는 이런 저런질문을 해댔다.
그녀는 나의 질문공세속에서 잠시 눈을감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내게 말했다.
"넌 내 소식을 듣고나서,충격에 휩싸여있다가 쓰러졌어...그리고 나서는 나도 잘 모르겠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면 수면상태쯤일텐데 왜인지 모르게 너는 꿈속이 아니라 내가있는 이 기억안으로 들어왔어."
"하나 더. 이 곳은 정확히 말하자면 너의 모든 기억을 담고있는 그런 큰 공간이 아니라 나와의 추억이 있어야 할 곳이야."
"나를 잃었다는 충격에 모두 잊고싶다는 생각을 했던건지 너는 정말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모양인거같아. 나쁜놈아."
굳이....그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마지막에 나쁜놈아.를 붙여야 했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럼.....다시 기억하게 해줘."
"......응?"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주예는 얘기했다.
"나로써도 네가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니가 너무나도 소중했던 사람이고 살아생전 마지막까지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니가 나와 함께했던 추억들,추억의 장소들 전부 잊어버려 기억속이 이렇게 하얗게 되버린 상황속에서 대체 어떻게 네가 날 기억하게 해?"
그녀는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표정이 시무룩해져갔다. 아무래도 그동안 함께 쌓아올렸던 추억들을 이렇게 허무하게 한 순간에 전부 잃고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나를 보면 나같아도 화가나고 슬퍼질 것이었다.
그녀의 그 말들을 듣고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녀는 분명 나만의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그녀의 목소리,얼굴,표정은 커녕 존재자체도 잊고 이 기억속으로 흘러들어왔었다. 그런데 정신을 잃고 기억속에 쓰러져있는 나를 깨운 맨 처음부터 그녀는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나의 기억속에서....그렇다는 것은 그녀는 단순한 나의 기억이 아니라 그녀의 영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너는 나와의 추억의 장소라던가 전부 기억하고 있지않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어? 내겐 정말 소중한 일들이고 추억들이야. 이렇게 쉽게 전부 잊어버린 니가 이상한거라구!"
눈썹을 찌뿌리고 얘기를 하는 그녀가 너무 귀여웠지만 일단은 그것보다는 내 생각을 얘기했다.
"나는 확실히 너와의 추억들을 전부 잊어버린거 같아. 이 기억속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지금 이 상황속에서 기억해내려고 안간힘을 써도 하나도 기억이 나지않아."
그녀는 한껏 목소리를 높여 내게 한마디 더 했다.
"나쁜놈아!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그녀가 다시 한번 화를 내자 나는 헛웃음을 하며 그녀에게 마저 얘기를 했다.
"아하하....그래서 말인데,네가 나에게 그동안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일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부 알려줬으면 좋겠어."
더욱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얘기했다.
"얘기해주면 이 기억속이 다시 꽉 차?"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하는 얘길 마무리 지었다.
"아니! 아마 안돌아올거라고 나는 예상해."
"하지만 니가 나한테 추억의 장소들,추억들 전부 얘기해주면 나는 이 기억밖에서 그 장소들을 가져올게.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한번 우리 이야기 써내려가자....기억속이라지만 이건 내 꿈속이기도 한거잖아? 꿈 밖에서 장소들을 기억해서 이 안에서 다시 추억하는 것 나는 가능할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하...."
"대훈아 잘 생각해봐. 아까도 얘기했듯이 이곳은 단순히 그냥 꿈속이 아니라 너와 나의 추억이 있었어야 할 공간이야."
"우연히 꿈을 꾸지못하고 내가 사라졌다는 충격에 한번 흘러들어올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거야?"
그녀가 이렇게 얘기할 것이라고 나는 이미 예상했다. 역시 똑똑하구만...이었다. 그리고 나름 멋지다고 생각하는 표정으로 나는 그녀에게 얘기했다.
"나를 믿어.우리들의 추억을 안고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게."
"......"
그녀는 아무말 없이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예전부터 그랬다. 주예는 언제나 내가 하는 이런 오글거리는 대사들에도 항상 감동했었다.믿어주었었다. 진심으로 그녀는 순수한 여자였다. 아마 또 감정에 휩쓸려서 울컥하고 있는거겠지.
"약속할게. 꼭 돌아올게."
그녀는 알았다는 듯,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허리춤을 끌어안고 품에 안겼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서있었다.
그녀는 맨처음 우리가 만나서 고백을 했던 장소와 이후 함께 걸었던 공원길을 알려주었다. 나는 장소들을 확실히 기억한 뒤 서서히 잠에서 깨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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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르릉...."
"짹짹..."
"사아아아....."
알람시계가 울리는소리
창밖의 새들이 우는 소리
나뭇잎들이 스치면서 나는 소리.....
"하....주예야....."
우주속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아니다. 몸이 무겁다. 지구의 중력이란 놈이 확실하게 작용되고 느껴지고 있는 것을 보면,확실히 나는 잠속에서.....그녀와의 기억속에서 깨어났다.
혹시라도 그냥 꿈일뿐 사실은 그녀는 죽지않고 병실에서 언제나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받아라! 전화받아라!"
핸드폰놈이 시끄럽게 나에게 소리질렀다. 아,벨소리가 울린다는 얘기다.
발신자의 이름도 확인하지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대훈이니?...."
아....이 목소리는...주예의 어머님이다.
"아...어머님 안녕하세요...."
어머님의 목소리는 완전히 다 잠겨있었다. 하루종일 잠 한숨 못자고 울기만 한 사람처럼
"대훈아....우리 주예 장례식장에 와주지 않겠니?"
그 한마디에 방금 하고있었던 생각들이 전부 의미없다는걸 새삼 다시 느꼈다.
주예는 역시 죽었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올랐지만 어머님께 우는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는 없었다.
"네 어머님. 금방 가겠습니다. 바로 달려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나의 이 한마디에 어머님은 또 감정이 북받쳐 오르셨는지,힘들게 힘들게 한마디 하셨다.
"그래...끅...대훈..아..끅...고맙다."
그 한마디를 하신 후 어머님은 장례식장의 장소를 알려주시곤 전화를 끊으셨다.전화를 끊고나서는 나도 울먹거렸다. 역시 참기 힘들다. 열심히 사랑해놓고는 이렇게 혼자 조용히 가버린 그녀가 뒤늦게 밉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내면 역시 나를 보고있을 그녀가 슬퍼할 것같기에 울지도,화내지도 않았다.
나는 주예가 알려줬던 추억의 장소들을 잊지 않기위해 메모장에 메모해서 지닌 뒤에,어머님이 알려주신 주예가 있는 장례식장으로 차를 몰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자네 왔는가?...어서 오게...주예가 자네 많이 보고싶었을걸세."
주예의 아버님이었다. 퀭한 얼굴로 나를 맞이하시면서 애써 슬픈 표정을 감추시고 내게 말씀하셨다.
"네 아버님.....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차마 반갑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했다. 장소도 장소이고 상황도 상황인지라....역시 반갑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어머님은 나와 전화를 하신 후 한참을 더 우신 후,지쳐서 겨우 잠드셨다고 한다.
"주예야...."
그녀의 영정사진속 얼굴은 역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신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속이 상해서 또 울어버릴 것같았다.
감정이 북받쳐올라 참지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와의 약속이 생각났다.
고개를 도리질하면서 이럴때가 아니지...하고는 아버님께 말씀드렸다.
"아버님. 제가 갑자기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어딜 잠깐 다녀와야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아버님은
"자네가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 정말이겠지....빨리 다녀오게."
이렇게 한 마디 하시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나를 보내주셨다.
어머님께도 말씀드리고 가고싶었지만 아버님께서 어머님께는 자신이 직접 전해주시겠다며 얼른 다녀오라고 하셨다. 나는 그 뒤로 주예가 말해줬었던 장소로 차를 몰고 달렸다. 그곳까지 가는길까지 나는 행여나 하나 놓칠세라 전부 샅샅히 챙겨보며 그 장소에 도착했고,놀랄 수 밖에 없었다.
"헛.....이게 뭐야...."
나는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주예가 남긴 여러 것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