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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기억속에서
작가 : Jiharu
작품등록일 : 2016.9.8

"사실 생각해보면 그래.영원히 산다는건 그리 좋지만은 아닌거같아."
그녀의 그 한마디에 손이 떨렸다.
"그래도...아직은 내 곁에 있어줘."
그녀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당근! 아직 나는 떠날 생각 전혀 없는걸? 좀 더 행복하게 해줘."

매주 화,목,토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기억과의 조우
작성일 : 16-09-08 22:18     조회 : 423     추천 : 0     분량 : 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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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어나...왜 니가 왜 이곳이 있는거야?!...."

 

 익숙한 목소리다....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몸이 가볍다.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

 

 "야! 빨리 일어나보라고!"

 

 누군가 미친듯이 내 몸을 가격했다.

 시끄러운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아파! 누가 내 잠을 방해하는....."

 

 화를 내던 도중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름다운 여성이 마치 천사같은 모습을 하고 내 눈앞에 있었다.

 

 "너 대체 여긴 왜 온거야?"

 

 그녀가 내게 물었다.

 무슨소리인지 이해가 가지않았다.

 여긴 어디지? 그녀는 누구지?

 

 "무슨소리인지 모르겠어. 여기가 어디지? 또 당신은 누구야?"

 

 "?!...."

 

 분명 나는 재대로 들리도록 질문 했을 터인데

 왠지 모르게 그녀는 놀란듯한 얼굴을 하고 대답이 없었다.

 

 "저기요?...여기가 어디냐니까요?"

 

 뭔가 그녀가 그런 표정을 하니 내가 다 당황해버렸다.

 아니,어딘지 모를 이곳에서 누군지 모를 여성에게 깨워진 이 상황 자체가 당황할 상황이지만...

 

 "너...나 몰라?"

 

 무슨 헛소리지? 이쁜 미친여자인가보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고,당신 누구냐고 했는데 왜 구시대 작업멘트를 날리는거지?

 

 "무슨 소리하시는거에요? 당신이 누군데요?"

 

 여자는 갑자기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쇼크로 인한 기억상실증을 드라마에서나 봤지...이렇게 볼줄이야...내가 미안해 정말"

 

 무슨소리지? 기억상실증? 내가?

 

 "기억상실증이라뇨....제가 뭘 잊었는데요?"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나는거야?"

 

 갈 수록 기가 막히다. 왜 내가 질문을 하면 질문이 돌아오는걸까?

 나는 정색하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여기가 어디요?"

 

 그녀는 우물쭈물 내 눈치만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너의 기억속이야. 나는 네가 기억하고 있는 어떤 소중한 존재고."

 

 나의 기억속? 영문모를 이야기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아무것도 보이지않지만,눈에 보이는...하얀 바탕

 만약 이곳이 정말 나의 기억속이라면 난 정말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려버린건가?

 사실 믿기지 않을뿐더러 믿을 생각도 없다. 난 납치당한 것 같다.

 여긴 정신병원인가? 뭐때문에 내가 여기 온거지?

 

 "장난하지마! 여기 어디야....당신 누구야...내보내줘 여기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갑자기 급도로 불안해지고 무서워졌다.

 흥분감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잠깐만! 흥분하지말고 내얘기......"

 

 나는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 전에 미친듯이 그녀를 등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분명 달리다보면 출구가 보일것이다.

 

 "헉..헉..."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다리가 풀리고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정말 이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도,존재하지않지도 않았다.

 아까 만났던 그녀와 나 이외에 다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같았다.

 

 "대체....내가 뭘 잘못했다고..."

 

 억울했다. 그동안 평생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날 납치한거지? 여기 대체 뭐하는곳이지싶었다.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아....엄마....나 어떻게 해.."

 

 이 상황은 너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어떤 여성에게서 깨워져서 일어나고보니

 알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자고있었던 것이다.

 

 "제발....제발...여기서 나가고싶어.."

 

 그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아....내 얘기좀 들어달라구 진짜"

 

 또 익숙한 목소리다.

 얇은 목소리지만 힘이 들어가있는.

 어딘지 모르게 애틋해지는 목소리....

 

 뒤를 돌아봤더니 아까 날 깨운 그녀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여긴 너의 기억 속이야."

 

 믿고싶지 않았지만,믿고싶었다.

 아까는 흥분해서 도망쳤지만,이제와서 보면 이사람이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고....무한하게 이어진 이 공간을 생각했을 때,그녀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같았다.

 

 "여기가 내 기억속이라면...왜 이런 백지상태인거죠?"

 

 "아까도 얘기했지만 기억상실증같이....기억을 잃어버린거 같아...쇼크로 인해서..."

 

 기억상실증....쇼크....대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충격을 받아야 이렇게 완벽하게 먼지하나 없는 백지 상태로 기억이 리셋될 수 있을까?

 

 "아까부터 계속 쇼크 쇼크 하는데,나 대체 무슨 일을 당한겁니까?"

 

 "음....나도 네 기억의 일부라서 말해주면 안될거같지만....그냥 말해버릴까나.."

 

 "시간끌지 말고 빨리 말해주세요..."

 

 "내 입으로 이 얘기 하기 뭐하지만...."

 

 그녀는 뭔가 되게 슬픈 표정을 했다. 묻지 말아야할걸 물어본건가? 아니....애시당초 내 기억속에 소중한 존재라고 해봤자 내 기억인데 뭔가 나를 엄청나게 거스르는 느낌이다. 내 기억의 일부라기 보다도 뭔가 그녀는 또 다른 존재인거같았다.

 내가 그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그녀는 내가 받은 충격이라는 것의 진상을 말해주었다.

 

 "너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어."

 

 "사랑하는 여자요?"

 

 "응...."

 

 "사랑하는 여자하고 내가 기억상실증이 걸릴정도로 쇼크를 받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죠?"

 

 "그녀는......"

 

 그녀는 뜸들이면서,고민하는 눈치였다.

 나한테 말해주는 것도 싫을 뿐더러,엄청 슬퍼보였다.

 

 "그녀는 죽었어."

 

 "네?...."

 

 어이가 없었다. 난 기억도 못하는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의 죽음을 꿈속에서 전해듣다니...얼빠진 표정을 하게되었다. 이런 나를 두고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녀와 넌 정말로 깊게 사랑했어. 만난지 얼마 되지않았지만 평생을 다 바쳐도 모자랄 만큼 뜨겁게 사랑했어. 서로 하고싶은 일,먹고싶은거,보고싶은것 너무 많았지만 그녀는 너와의 사랑을 뒤로한 채 어느날 갑자기 앓기 시작했어."

 

 "네....."

 

 뭔가 알거같았다. 그녀는 아팠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기억못하고 있지만,나는 이미 알고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너에게 문득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했어...절대 울지 말라고...자신은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거라고 얘기했어."

 

 "그날따라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왠지 모르게 늦은 시간임에도 너를 잡고 보내고싶지 않아했어. 조금이라도 오래....기억속에 간직하고 싶어서 너를 바라보고싶어했어."

 

 "하지만 너는 할일이 있다고 그녀의 손을 떼어놓고 집으로 돌아가서 할일을 했지."

 

 "너는 상상도 못했겠지....그녀는 너무나도 활짝....웃었어..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너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했어."

 

 나는 그 상황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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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아침일찍 일어나 그녀의 병실로 달려갔다.

 아파보이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마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소년이 창밖의 나무에서 떨어질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듯 쓸쓸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야...왜 그렇게 창밖을 쳐다보고있어?"

 

 그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천사같은 미소를 내게 보였다.

 

 "응....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느라..."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물었어야 했다.

 

 "오늘도 아침일찍부터 찾아왔네....피곤하지 않아? 일도 많을텐데..."

 

 그녀는 몸아픈 본인보다 나를 더 걱정해주었다.

 

 "괜찮아. 이정도 피로도 못 견뎌서 어디 우리 ......먹여 살리겠어?"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가 오가면서 나는 역시 그녀를 봐야 살 수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해서 밤이 다되어 늦은시간에 내가 돌아가기까지....그녀가 아픈 이후부터는 계속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있었다.

 

 그리고....그녀가 그날 나에게 얘기했던 것이다. 자신이 죽어도 절대 울지말라고. 자신은 항상 나의 곁에....있겠다고...왜 나는 그 말을 듣고도 그녀의 곁에 있어주지 않고 글따위를 쓰러 집으로 돌아갔을까? 뒤늦게 생각해봤자 이미 늦었지만 정말 후회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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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을 마치고나자 나는 그녀에 대해 더욱 많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었다.

 그렇게나 사랑했던 그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나는 그녀를 곁에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쇼크를 받고 기억을 잃은거군요...."

 

 그녀는 아직도 많이 슬퍼보였다.

 

 "응.....나는 그럴거라고 생각해....정말 애틋했으니까...."

 

 내가 미웠다. 그렇게나 그녀를 사랑해놓고...그렇게 그녀를 쓸쓸히 혼자 두고 가버린 내가 정말 미웠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재대로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는,그 날의 기억만큼은 이렇게 돌아와서 나를 괴롭히는데 그녀와의 많은 추억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도,목소리도,천사같은 미소도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알고있지만 모르고있는....감각이었다.

 

 "쇼크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지금....저는 뭘 하면 될까요? 내가 지금 나의 기억속에 이렇게 존재하고있다는건 나 또한 그녀를 따라 죽어버린건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잃은게 정말 괴로워서....기억을 전부 잃을정도의 쇼크였다면 나는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넌 죽지않았어. 너는 모든 기억을 전부 잃었다고 했지만 나또한 너의 기억에 일부분....내가 이렇게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은 넌 아직 기억을 잃고싶지 않은거다는거야. 그렇다면 충분히 너는 그녀를 떠올려낼 수 있어. 그만큼 사랑했다면..."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안도했다.

 아직 죽지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빨리 일어나서 그녀를 찾아가야했다. 내가 이렇게 기억속에서 헤매고있는동안에도,그녀는 내가 그녀의 곁에 있어주길 바랄것이다.

 

 "어떻게 하면 난 이 기억속에서 나갈 수 있죠? 어서 빨리 그녀를 찾아가야해요.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있을거에요."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슬며시 미소를 띄우며 얘기했다.

 어디선가 본듯한....따스한...천사같은 미소였다.

 

 "그래...그녀는 너를 기다리고있을거야...이미 생명을 다했지만 그녀의 넋은 아직 너를 기다리고있어."

 

 그렇게 얘기하고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는 다시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기억밖이 아니라 기억속에서 너는 너의 기억속에서 그녀를 찾아 위로해줘....그녀의 영혼은 그걸 기다리고있어.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건....아직 넌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는거야."

 

 나는 확실히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있다. 하지만 그녀를 알고있다. 그녀가 보고싶었다. 내게 정말 소중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말 사랑했던 그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나인데,어째서 내 앞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이 사람은 내 기억속에 존재하고있나?

 

 "생각해보니....당신은 누구죠?...사랑했던 사람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 기억속에서 당신은 누구이기에 나에게 이렇게 얘기하고있는겁니까?"

 

 그녀는 쓸쓸한 표정을 짓고있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띄우며 얘기했다.

 

 "그러니까....나는 네가 기억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니까...얘기했잖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기억

 처음 이 곳에서 날 깨운 익숙한 목소리

 어디선가 본듯한 따스한 미소

 그리고 쓸쓸해하는 표정

 

 "......"

 

 "주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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