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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찔한 선배님
작가 : 이은교
작품등록일 : 2016.9.19

24살 대학생 주환관 20살 승희의 알콩달콩한 캠퍼스 로맨스.

 
Chapter 3. 동아리실에서. (1)
작성일 : 16-09-23 18:49     조회 : 278     추천 : 1     분량 : 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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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동아리실에서. (1)

 

 

 “양승희…….”

 

 필터를 깊게 빨아들이고 입에 잠시 머금고 있던 뿌연 연기를 내뱉은 주환의 붉고 도톰한 입술 사이로 그녀의 이름이 새어나왔다. 주환은 자신이 빼앗아 온 학생증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빨아들인 담배를 휴지통에 지져 껐다. 아까부터 거슬리는 테이블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자신에게 갑자기 전부 이목을 쏟아 붓더니, 곧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신체 부위 일부분을 꺼내놓고 수위 높은 대화를 나누던 테이블.

 

 지들은 나름대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는지는 몰라도 주환에겐 확성기를 틀어 놓은 것 처럼 잘만 들렸다.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중간 지점까지, 승희라는 여자는 힐끔힐끔, 주환의 행동들을 훔쳐봤다. 차라리 대놓고 보면 덜 신경이라도 쓰일 텐데, 자꾸만 흘끔흘끔 거리는 바람에 주환의 신경이 더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쳐다보는 것과 훔쳐보는 것의 차이였다.

 

 화장실에서도 마찬 가지었다. 몇 개월 째, 진드기처럼 자신을 따라 붙어 다니는 여자의 안김에 성가시다고 느끼던 그 순간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자꾸만 훔쳐보고 있다는 강한 직감을 떨어트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직감은 방금 전까지도 계속 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낯설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에게 여자를 억지로 떠맡기고 다시 들어간 화장실에 이 여자애가 있었다.

 

 “양승희.”

 

 이 여자애가. 그것도 자신을 훔쳐 본 것을 대 놓고 티를 내고 있는 상태로.

 

 “서주환! 우리 2차 갈 건데, 너도 갈…….그 학생증은 뭐야?”

 

 학생증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던 주환이 호프집 문을 열자마자 엉켜 붙던 친구들은 그의 손에 달려 있는 학생증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러게. 웬 학생증? 신입생 거네. 누구야. 양승희?”

 “양승희? 이름이 딱 여잔데?”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며 자세히 보려고 뺏어 드려는 학생증을 주환은 차단시키듯, 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관심 꺼.”

 

 2차를 가기 위해 나왔지만 주환은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곤함에 무리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들과 함께 나온 무리에는 어여쁜 신입생 몇 명이 함께 하고 있었다. 여자들이 있는 자리라면 더욱 피곤하다. 그의 미세한 행동을 친구들은 금세 눈치를 채고 주환을 둘러쌓다.

 

 “어딜 가려고. 너 가면 여자애들 다 집에 간다고 난리 친다!”

 “그러니까, 우리를 제발 살려줘라. 주환아.”

 

 팔과 어깨에 달라붙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주환은 도로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아, 서주환! 진짜!”

 “야! 너 그렇게 가면 우리랑 완전 끝이다!”

 

 친구들의 경고에도 주환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를 말하고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대고 휴식을 취했다.

 

 “…….”

 

 미술을 전공 할 거면 집에 들어 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 자취를 시작한 것도 벌써 3년 째. 월세를 내고 용돈을 쓰려면 빠듯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을 하려니, 하루가 멀다 하고 몸은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노는 것이 즐겁기 보다는 일을 연장하는 기분이 들 뿐이었다. 눈을 감고 정면으로 기대고 있는 몸을 살짝 옆으로 비틀었을 때, 주환은 제 주머니에서 걸리는 딱딱한 학생증을 꺼냈다. 몸을 옆으로 기대어 앉은 주환은 손에 잡힌 학생증을 넌지시 내려다보았다. 사진 속의 승희는 상당히 어색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공공장소인 화장실에서 그런 짓을 하신 건, 모두에 대한 예의가 아니시죠. 이건 엄밀히 선배께서 잘못한 일이시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고작 키스 한 번 한 거 가지고 저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기분을 상당히 나쁘게 만들었다. 건방지다고 느껴질 정도로 당당한 승희의 모습이 어쩌면, 쓸데없는 오기를 작동 시켰을지 모른다.

 

 '아, 진짜 저한테 왜 이러세요!'

 

 더군다나, 자신을 붙잡는 주환을 마치, 껄떡거리는 모질한 남자 취급까지 서슴지 않았다. 손목이 잡혔을 때, 자신을 향해 짓던 그 난생 처음 보는 표정을 주환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 여자에게서는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하대취급이었다.

 

 처음부터 학생증을 뺏어 억지로 사과를 받을 생각은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면 충동적인 행동이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야겠다.

 

 자신을 훔쳐 본 죄, 그러고도 지나치게 당당한 죄, 자신을 하대 취급한 죄.

 

 그 죗값에 대한 사과를 기필코 받으리.

 

 주환은 그리 되새김질 하며 손에 쥐고 있던 학생증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 *

 

 오전 수업 내내, 승희는 초조함에 중요한 필기를 할 수도, 교수님의 설명을 귀담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곧 다가올 현실이라는 벽에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한 승희는 마침내, 그 곳에 와 있었다.

 

 영화 동아리실.

 

 2시가 되기 15분 전부터 이곳에 와 있었지만, 승희는 문고리로 손을 뻗었다가 거두었다가를 수십 번 반복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지내게 된 주말에 승희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처럼 불안해했다. 왜, 그날 화장실에서 빨리빨리 나오지 않았는지.

 

 그냥, 별 필요 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는지.

 대체, 그를 왜 그토록 쳐다보고 있었는지!

 연속으로 후회를 하기도 해 봤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일 뿐이었다.

 

 “아, 짜증나. 진심. 진짜!”

 

 어디에도 새어나가지 않을 만 한 작은 목소리로 불만을 터트린 승희는 기어이 마음을 굳게 먹고 눈을 찔끔 감고선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았다.

 

 “!!”

 

 그리고는 있는 힘껏 옆으로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삐그더억-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문 열리는 소리가 공포 영화의 효과음보다 더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꽤 널찍한 동아리실 왼쪽 구석에는 침대가 있었고 한 가운데는 테이블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밤이라도 찾아 온 것 처럼 캄캄했고 안쪽에서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괜찮아. 양승희.

 별 일 일어나지 않을 거야.

 침착해. 침착해. 떨지 않아도 돼!

 이게 뭐 그렇게도 엄청난 일이라고!

 

 속으로 스스로를 그렇게 달래봤지만, 승희는 몇 십 번이고 입술을 다물고, 벌리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영겁의 시간이 흐르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살결을 찢고 나올 것 처럼 거세게 뛰었다.

 

 “저, 저기요.”

 “들어와.”

 

 있는 용기, 없는 용기를 최대한 쥐어짜서 어렵게 뱉어낸 말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는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영상 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에서 들려왔다.

 

 승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어렵게 발걸음을 옮겨 안쪽으로 향했다. 커튼으로 쳐져 있는 방 안으로 승희가 천천히 들어갔다. 영화관 못지않은 큰 영상과 그 앞에 푹신한 소파가 여러 개 붙여져 있었다. 주환은 두 팔로 제 머리를 받치고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서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저, 저 왔는데요. 학생증 돌려주세요.”

 “내가 말했잖아. 이거 찾으러 올 때는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와야 할 거라고.”

 “…….”

 

 주환은 승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승희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주먹을 추켜들고서는 영화를 보고 있는 주환을 때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다 보인다.”

 

 헉.

 한심하다는 주환의 말투에 승희는 놀라서는 얼른 주먹을 내려놓았다.

 

 “받아갈 생각이 전혀 없나 봐.”

 

 주환이 승희를 마주보며 바지주머니에서 학생증을 꺼내들었다. 승희는 얼른 손을 뻗어 그것을 낚아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딜.”

 “돌려주세요!”

 “사람 말 못 알아들어?”

 “…….”

 

 리모컨을 집어든 주환이 보고 있던 영화를 일시정지 시키고 승희를 무섭게 올려다보았다. 승희는 뜨겁고도 거친 숨을 여러 번 내뱉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그깟 사과가 뭐라고 한 번 해버리고 말자. 너한테는 그깟 자존심보다 저 학생증! 학생증 뒤에 있는 사진이 더 중요하잖아!

 

 “알았어요. 그날 일은 정말 죄송했…….”

 

 어렵게 결심해서 뱉어낸 승희의 사과는 끝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져 버리고 말았다. 그 이유는 커튼 너머의 공간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더니 바로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아, 현우오빠…….”

 

 간드러지는 여자의 목소리에 당황한 승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주환을 바라보았다. 곤란해 보이는 건 주환도 마찬 가지었다.

 

 “아이씨…….하필이면 조현우야.”

 

 그는 나지막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주환은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승희의 손목을 잡고 다급하게 스크린 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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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ream 16-10-07 22:06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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