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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찔한 선배님
작가 : 이은교
작품등록일 : 2016.9.19

24살 대학생 주환관 20살 승희의 알콩달콩한 캠퍼스 로맨스.

 
Chapter 4. 동아리실에서. (2)
작성일 : 16-09-24 13:24     조회 : 307     추천 : 2     분량 : 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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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동아리실에서. (2)

 

 승희는 얼떨결에 주환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 나섰지만 스크린 뒤쪽에는 두 사람이 들어가 숨어 있기엔 너무 비좁은 공간이었다. 자신을 구석으로 밀어 넣고 그 옆에 앉은 주환과는 팔이며 다리가 전부 닿아 있는 상태였다. 얇은 천이 버티고 있음에도 그의 살결이 느껴지는 것 같은 낯설면서도 아찔함에 승희는 잔뜩 긴장이 되었다.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도, 남자와 이렇게 몸을 맞대고 있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승희는 긴장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승희는 최대한 벽 쪽으로 자신의 몸을 밀착 시키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쿵. 쿵.

 

 바깥쪽에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이것은 무슨 소리일까,

 

 무언가가 끈적끈적하게 부딪히는 듯 한, 어디선가 들어 본 소리도 간간히 들려왔다. 문득, 그 소리의 기억을 더듬거려 떠올리고 보니 일전에 주환이 여자와 함께 키스를 할 때 났던 소리였음을 깨달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그와 몸이 밀집되어 있는 이 상황이 지극히도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아, 기분 좋아, 오빠…….”

 “여기가 성감대인가? 우리애기는?”

 "아흣! 거기를 그렇게 만지면!"

 

 걷잡을 수 없는 야릇한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들이 이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승희는 놀라서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와중에도 주환이 덤덤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시선이 어쩐지 뜨겁고도 묘하게 느껴졌다.

 

 쿵쾅쿵쾅. 승희는 이제, 바깥에서 사랑을 나누는 그들이 소리보다 자신의 심장이 더 크게 뛰고 있음에 당황스러웠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환의 시선이 거두어지질 않았고 밖에서는 행위가 더욱 짙어지는 그들의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려왔다. 이것은 그때 주환과 그 여자가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각성했다.

 

 차원이 다르다. 확실히.

 

 여자의 신음 소리 하며, 알 수 없는 찌그덕거리는 이상한 소리 하며…….

 

 처음 겪어보는 낯선 상황.

 

 급기야, 승희의 놀란 마음은 딸꾹질을 유발 시켰다.

 

 

 “딸…….!”

 

 승희가 얼른 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은 듯 보였다. 바깥에서 들리던 농도 짙은 그들의 소리가 뚝, 끊겨 버린 것이다.

 

 “딸ㄲ…….!”

 

 멈추지 않는 딸꾹질을 손으로 가까스로 틀어막고 있는 승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좀 해보라는 독촉서린 눈으로 주환을 바라보았다. 급박한 자신과는 달리 주환의 눈동자는 흐트러짐 하나 없이 덤덤해 보였다.

 

 “방금 저쪽에서 무슨 소리 안 났어?”

 

 여자의 의심 섞인 목소리에 남자 또한 자신도 들은 것 같다며 공감했다.

 

 승희는 무언의 눈짓으로 주환을 계속해서 재촉했다.

 

 제발, 어떻게 좀 해봐요. 우리 이러다가 쌍으로 들키겠어요! 승희는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눈으로 쏘아 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주환은 아무 미동도 취하지 않고 그런 승희를 덤덤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남자의 걸음 소리가 이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올 그때였다. 주환이 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승희의 손목을 끌어내리고는 그대로 입술을 맞췄다.

 

 “!!”

 

 예기치 못한 주환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한 승희는 쭈그려 앉아 있던 다리에 힘이 그대로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승희의 반응에도 주환은 저돌적으로 그녀의 입속 안을 헤집었다. 맛있는 사탕을 빨 듯 그는 능숙하게 부드러우면서도 거칠게 승희의 도톰한 입술을 벌리고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어설플 정도로 입안에서 허우적거리던 승희의 혀를 낚아챘다. 놀라서 여전히 눈도 감지 못하고 있는 승희의 시선을 주환이 느슨하게 뜬 눈동자로 마주보았다.

 

 “!!”

 

 주환이 손을 뻗어 승희의 두 눈을 그대로 감겨 주었다.

 

 “뭐야.”

 

 뒤에서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데? 하고 여자가 함께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느껴졌지만 승희는 주환의 손에 의해 감은 눈을 절대로 뜨지 않았다.

 

 “먼저 온 녀석이 있었네. 우린 나가야겠다. 자식…….”

 

 남자가 굉장히 흥미롭다는 듯 한 작은 목소리로 여자를 재촉하며 빠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다 끝났다. 라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승희는 여전히 제 입안을 헤집고 다니는 주환을 밀쳐낼 수가 없었다. 주환은 더욱 깊게 승희의 안으로 들어왔다. 뒤로 주춤하는 승희의 허리를 팔로 받쳐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움직일 때마다 그에게서 미세하게 나는 냄새가 좋았다. 비누향 같기도 했고, 꽃향기 같기도 했다.

 

 승희는 속수무책으로 주환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에 머릿속이 어지러울 만큼 혼란스러웠다. 더 혼란스러운 건,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쪽 귀퉁이에 잡고 있는 요상한 감정 때문이었다.

 

 발끝이 찌릿찌릿하다. 처음 해보는 키스의 맛은 그 한 마디로 정의를 할 수가 있었다.

 

 "흐음…….”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와 키스를 하면서 뱉어낸 신음소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승희는 말캉말캉하면서도 뜨겁고, 부드러운 혀로 자신의 혀를 감싸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온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있는 기분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심장은 잔뜩 흥분하면서 날뛰었다. 그것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기도 했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아찔함 같기도 했다.

 

 그의 뜨거운 침범은 계속 되었다.

 

 그러다 이내, 호흡에 한계를 느낀 승희가 몸을 버둥거리고 나서야 풀어주었다. 그의 맹렬하고 촉촉한 눈망울이 승희를 꽉 담고 있었다. 승희는 한층 뜨거워진 이 공간에 더 이상 주환과 함께 있을 수가 없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고 급격하게 몰려드는 창피함과 당황함에 얼른 벗어나고 싶어졌다.

 

 “비, 비켜주세요.”

 “…….”

 

 승희의 부탁에도 주환은 꼼짝하지 않았다.

 

 “비켜주세요. 제발요!”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 같은 얼굴로 애원을 하자, 그제야 주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섰다. 주저앉아 있는 제 앞에 잡고 일어나라는 건지, 주환의 손에 다가왔지만 승희는 혼자 스스로 일어나 그곳을 빠져나왔다.

 

 “학생증 돌려주세요!”

 

 주환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그렇게 냅다 고함을 내질러 버렸다. 목소리는 놀라서 젖어 버린 눈물이 섞여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주환이 들고 있던 학생증을 건넸다. 승희는 학생증을 거칠게 낚아채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아리실을 뛰쳐나왔다.

 

 첫 키스다.

 

 내 소중한 첫 키스!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하려고 꽁꽁 숨겨 놓기만 했던 그 첫 키스를!

 

 사랑하지도 않는 저런 바람둥이 같은 놈한테 빼앗겨 버리다니.

 

 승희는 그 억울함과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에 그만, 찔끔 눈물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열심히 계단을 밟고 내려가던 그때,

 

 “!!”

 

 누군가의 의해 손목이 잡혀 그대로 돌려져 세워지고 말았다. 자신의 앞에는 따라오고 있었는지도 몰랐던 주환이 서 있었다. 그는 눈물로 뺨을 적시고 있는 승희를 보며 적지 않게 충격을 먹은 듯싶었다.

 

 “너 왜 울어?”

 

 무언가 강하게 직감을 한 듯 보였다. 승희가 우는 것이 단순히 사이가 좋지 않은 자신과의 키스에 기분이 나쁘거나 억울해서 우는 것은 아님을. 턱까지 실룩거리며 와앙, 하고 눈물을 터트려 버리는 승희에 주환의 얼굴은 어울리지 않게 굳어졌다.

 

 “너, 설마…….”

 “잡지 마세요!”

 

 승희가 거칠게 주환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방금 전 보다 더 빠르게 그에게서 도망쳤다.

 

 * * *

 

 하필이면 그때, 들어 온 것이 조현우 선배일게 뭐람.

 

 주환은 자꾸만 떠오르는 승희의 우는 얼굴에 제 머리를 마구 흐트러트리며 담배를 길게 빨아 입에 머금었다.

 

 조현우 선배는 앞, 뒤 가리지 않는 짐승 같은 인간이었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동아리 영화실을 제 전용 모텔처럼 사용하는 것도 부족해서 만일, 그 자리에서 승희와 자신이 나왔다면 그냥 쉽게 보내 줄 인간도 아니었다.

 

 감히, 선배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 보냐며, 아니면 스스로가 생각해도 민망하니까, 이런 짓 하는 선배가 우스워 보이냐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주환의 배를 걷어찼을 것이다. 자신에게만 그랬다면 그냥 나갔겠지만, 승희에게도 그랬을 것이 다분했다. 워낙 지랄 맞은 성격으로 저를 당황하게 만들면 여자고 남자고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이기에. 거기다가 승희는 찍혀서 그 선배가 졸업을 할 때 까지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스크린 뒤 쪽에 공간이 있는지도 모르는 조현우 선배의 눈을 피해 숨어 있다가 나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승희가 놀라서 딸꾹질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들키기 일보 직전에, 승희의 입술에다가 제 입술을 맞춘 것은 현우를 향한 일종의 도박이였다.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는 이유는 당신을 훔쳐 본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지금 굉장히 바쁜 상황이다를 보여주기 위한,

 

 다행이도 그 위험한 도박이 단순한 현우에게는 먹혀 들어갔다.

 

 그런데, 승희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휘둥그레진 눈은 그 상황에 너무 놀랐기에 나온 일시적인 반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녀는 지나치게 허둥거렸고 급기야는 울기까지 했다. 원망이 가득 찬 눈망울을 하고서는.

 

 자신이 파고들 때, 어쩔 줄 몰라 하며 많이 어수룩해 보이긴 했지만, 그것이 처음일 줄이야…….

 

 젠장! 그것이 처음일 줄이야!

 

 ‘첫 키스’ 주환에게 첫 키스는 악몽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마음에도 없던 교회 누나에게 도둑맞아 버린.

 

 그 이후로 키스만 생각하면 역겨웠고 그 누나만 생각하면 욱, 하고 성질이 치밀어 올랐었다. 적어도, 고등학교 때, 혜승이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주환에게 키스는 추악한 것인 줄 알았다. 승희에게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한다면 아름다울 행위가 될 키스를 그런 악몽을 심어 주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자신을 너무나 원망스러운 눈길로 봤고 그 눈망울이 계속 마음에 씌였다.

 

 “아이씨…….”

 

 미안함과 혼란스러움에 주환의 한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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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사랑 17-01-19 14:33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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