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1  2  3  >>
은기라
시후
개울
마일드
 1  2  3  >>
 
자유연재 > 판타지/SF
혁명적소녀
작가 : an3375
작품등록일 : 2016.8.24

모종의 이유로 가문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리는 도피처로 바탈리온 제국의 기숙사제 아카데미, 아스테리아 학원에 입학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에 최전방에 선 바탈리온 제국은 아스테리아 학원에 극소수의 사람들 밖에 모르는 비밀을 심어 놓는데…….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6)
작성일 : 16-09-23 00:48     조회 : 483     추천 : 2     분량 : 73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엘렌의 말에 리오넬은 인상을 찌푸리며 작게 으르렁거렸다.

 

 

 

 “융통성 좀 발휘하는 게 어때, 엘프? 이 정도는 괜찮아.”

 

 

 “네가 사인한 계약서에도 괜찮다고 나와 있나?”

 

 

 “하여간 엘프들이란 꽉 막혀서는……. 잘 생각해봐라. 만약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면 저 인간…아니, 하엘은 멋대로 특별동 기숙사에 대해 상상을 품고 어제의 유리처럼 침입해 기숙사에 잠입할 지도 모른다.”

 

 

 

 하엘의 운동 신경을 아는 유리는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런 것보다 유리의 예민한 감각이 지금 엘렌과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리오넬이 어쩐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민한 감각으로 리오넬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건 유리뿐만이 아니었다.

 

 

 

 “거짓말은 그만하고 솔직히 말해라, 리오넬. 왜 그 인간에게 특별동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지?”

 

 

 “…….”

 

 

 “기숙사 침입에 대해선 애초에 카릴과 세디넬이 마법을 고쳐 써 강화한다고 했으니 어제와 같은 일은 없을 거라 하지 않았나. 게다가 그는 겉보기에도 유리보다 운동 신경이 떨어지는데다 마법도 쓸 수 없어 그가 기숙사에 침입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특별동 기숙사의 주변을 둘러싼 담벼락에 새겨진 마법을 고쳐 써 보안을 강화했다는 말은 유리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그리 놀랍진 않았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던 경비가 깨졌으니 그걸 보완하고 강화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유리도 특별동 기숙사 주위의 경비를 강화하거나 마법을 다시 고쳐 써야한다고 생각했으니 에시단 황자와 세디넬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같지 않나…….”

 

 

 “뭐라고?”

 

 

 

 여태까지 내뱉어진 말들 중 가장 작은 목소리라 유리는 리오넬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엘렌은 리오넬이 한 말을 들은 모양인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치고 있었는데 말을 내뱉은 리오넬 역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어 유리는 더더욱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궁금해졌다.

 

 

 

 “뭐야, 못 들었어. 뭐라고 한 거야?”

 

 

 “풀죽은 게 작은 동물 같아서 불쌍하지 않나, 라고 했다…….”

 

 

 “…….”

 

 

 

 유리는 한 순간 리오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풀이 죽은 건 분명 하엘이었고 그렇다면 하엘이 풀이 죽은 모습이 작은 동물 같았고 그게 불쌍하다고 생각한 건가?

 

 

 

 ‘…그게 왜?’

 

 

 

 유리는 리오넬이 하엘에게 특별동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과 하엘이 불쌍하다고 생각한 리오넬의 생각에서 연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 여전히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엘렌이 리오넬에 대한 비밀을 한 가지 이야기 해 주기 전까진 말이다.

 

 

 

 “리오넬은 작은 동물에게 약하다.”

 

 

 “…뭐?”

 

 

 

 유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일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믿지 못하는 유리를 위해 엘렌은 친절하게도 설명을 덧붙여 가며 다시 한 번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을 반복해 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리오넬은 자신보다 작은 동물에게 약하다. 물론 인간도 거기에 포함된다. 리오넬은 그들이 풀죽어 있으면 항상 안절부절 하지 못해 안달이라고, 카릴이 가르쳐 줬다.”

 

 

 “…….”

 

 

 

 그의 정체가 커다란 늑대수인인 걸 떠올려 보았을 때, 그리고 어젯밤 그가 도망가려는 유리를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붙잡았던 걸 생각해 보았을 때 작은 동물에 약하다는 리오넬의 성격은 그 커다란 덩치에 비해 참으로 귀여운 성격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유리는 풀죽은 하엘이 작은 다람쥐 같았다는 리오넬의 말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지만-유리의 시각으로 봤을 때 하엘은 다람쥐라기보단 교활한 뱀에 더 가까웠다.- 이해해 주기로 했다. 리오넬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하엘의 본 성격을 모르는 지금 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음부턴 주의하는 게 좋겠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하나 둘 이야기하다보면 나중엔 걷잡을 수 없어질 테니까.”

 

 

 “알겠다…….”

 

 

 “그럼 계약서의 내용은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 주의해도 계약서에는 분명……날 노려본다고 네가 계약서의 내용을 어긴 게 사라지진 않는다, 리오넬.”

 

 

 

 두 사람, 아니 두 이종족 사이에서 ‘꽉 막힌 엘프 녀석.’ 과 ‘입 싼 늑대.’ 같은 말들이 오갔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싶어 유리는 안절부절 못했지만 유리가 그럴 수록 작아지는 건 그들의 목소리의 크기뿐이었고 서로를 향해 오가는 날카로운 말싸움은 사라질 줄 몰랐다……. 바로 뒤에서 하엘이 오는 걸 본 유리가 결국 황급히 입을 열며 두 사람 사이를 말렸다.

 

 

 

 “내가 카릴이랑 세디넬에게 이야기 할게. 두 사람에게 이야기해서 결론짓게 하자. 응? 여기선 이제 그만 하고…….”

 

 

 “뭘 이야기 한다는 거야?”

 

 

 

 거짓말 같이 엘렌과 리오넬이 입을 다문 것과 동시에 하엘이 다가와 유리에게 물었다. 두 사람, 아니 두 이종족이 얌체같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양 행동했기 때문에 하엘에게 설명하는 건 오롯이 유리의 몫이었다.

 

 

 

 “그보다 방금 리본첼 영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어?”

 

 

 

 이럴 때만 하엘의 귀가 밝아진다고 유리는 생각했다…….

 

 

 

 “나왔어……. 리오넬이 너에게 특별동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곤란하단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

 

 

 “오, 이야기하면 계약서에 의해 퇴학이랬지. 걱정 마, 친구. 나나 유리는 네가 나를 위해 베푼 친절에 대해 다른 이에게 입도 벙긋하지 않을 테니까.”

 

 

 

 하엘의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아는 유리는 굳이 왜 자신의 이름도 그곳에 끼어있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사실 하엘이 굳이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유리는 애초에 엘렌이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거 고마운 이야기군.”

 

 

 

 리오넬은 하엘이 나서서 그런 말을 해준 게 퍽 기쁜 듯이 보였다.

 

 

 

 “하지만 괜찮다. 크게 문제가 될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이야기를 한 것 자체에 부끄러움은 없다.”

 

 

 

 리오넬은 당당하게 어깨를 편 채로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엘렌은 그런 그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이었지만 하엘이 앞에 있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유리가 나중에 카릴과 세디넬에게 결론을 짓게 하자고 말했기 때문인지 더 이상 아무런 태클도 걸지 않았다.

 

 

 

 “당당한 자세! 멋지네. 혹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해줘. 정보의 답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도와줄 테니까. 그보다, 유리 아직 대답을 못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왜 식탁에 이마를 박고 있던 거야?”

 

 

 “…….”

 

 

 

 유리는 잠깐 가라앉았던 두통이 되살아나는 걸 느끼곤 또다시 식탁에 머리를 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한 발 빠르게, 유리의 오랜 소꿉친구인 하엘은 눈치껏 유리가 식탁에 머리를 박기 전에 그녀의 뒷덜미를 가로채곤 다시금 물었다.

 

 

 

 “먹지도 않을 파스타는 왜 이렇게 잘게 다져놨어? 파스타 싫어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식욕이 없어서 그래.”

 

 

 “그으래?”

 

 

 

 유리의 대답에 하엘의 한쪽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유리는 자연스럽게 하엘의 시선을 피해 괜히 높은 식당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물론 하엘이 거기서 물러설 리는 없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너 아침도 별로 안 먹었던 거 같은데.”

 

 

 “…….”

 

 

 “솔직히 말해 유리. 네 모습은 꼭 파스타를 죽기보다도 싫어하거나 수업시간에 따돌림을 당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비슷해.”

 

 

 “뭐? 네가 파스타를 죽기보다도 싫어했다고?”

 

 

 “…그거 말고.”

 

 

 

 능청을 떠는 하엘의 모습에 결국 유리는 고개를 돌려 하엘을 바라보았다. 따돌림을 당했다는 유리의 말에 하엘은 자신이 찔러놓고도 조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뭘 했길레 따돌림을 당한 거야? 드디어 그 방탕선생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기라도 했어? 아니, 그런 거라면 모두들 환호했을 텐데?”

 

 

 

 이스린느 바이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수업 시간에 지각을 한다는 것과 선생을 하기엔 술과 담배를 즐기는 등, 품행이 꽤나 방탕하다는 것은 아스테리아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이스린느 선생의 행동은 이제는 학원 밖에도 꽤 알려져 있었고 심지어 하엘은 유리보다도 먼저, 입학 전에 그녀에 대한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했다.-하엘은 이것을 헛소문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다고 한다.-

 

 

 의문인 것은 이스린느 선생의 행동이 학원 밖에까지 제법 소문이 퍼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검술부의 시험 난이도는 매년 높아져만 가는가 싶었지만 모두가 근거가 부족한 추측성 답변만을 내놓을 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은 학생은 없었다…….

 

 

 

 “아니, 차라리 그런 거면 나았을 거야. 내가 2주 후에 검술부에 3박 4일로 외부에서 하는 훈련이 있다는 거 이야기 한 적 있지?”

 

 

 “오, 그 검술부 전통의 조별로 떨어져서 숲이나 늪 같은 곳을 한 바퀴 도는 고문성 행군 말이지? 그 행군이 성적에 반영된다는 게 검술부의 가장 큰 불행이지.”

 

 

 

 유리는 하엘이 반나절 전 특별동 기숙사 담벼락을 넘기 위해 필요하다면 운동이라도 하겠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무던 애를 써야 했다. 다시 생각해도 역시 하엘은 운동을 싫어했고 운동을 싫어하는 그가 어째서 운동을 하겠다는 말을 내뱉었는지는 의문이었다…….

 

 

 

 “어쨌든 이스린느 선생님이 그 때의 행군을 게일드와 엘렌의 결투 대신으로 삼겠다고 했거든.”

 

 

 “…결투? 잠깐, 게일드라고? 게일드 폰 론드발. 그 리본첼 영애의 징그러운 스토커자식 말하는 거지?”

 

 

 

 유리는 한 때, 아니 멀리도 갈 것 없이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하엘이 그 징그러운 스토커의 대열에 끼었던 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좀 자세히 이야기 해봐.”

 

 

 

 진지하게 얼굴을 굳히는 하엘에게 유리는 수업 때 있던 소동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어떻게 게일드와 엘렌이 싸우게 되었고 결투를 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말이다. 이야기를 경청하던 하엘은 몇 번이고 얼굴 근육을 꿈틀거리더니 마침내 유리의 말이 끝났을 때는 박장대소를 하며 식탁을 탁탁 내리쳤다.

 

 

 

 "그! 게일드 녀석의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거지? 아하하! 꼴좋다 게일드 녀석! 오, 그 녀석의 얼굴을 내가 봤었어야 했는데! 너 진짜 끝내주는 구나 엘렌!“

 

 

 “끝내준다는 건 나에 대한 칭찬인가?”

 

 

 “물론 칭찬이지! 대단하다는 뜻이야.”

 

 

 “고맙군.”

 

 

 

 웃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쉬는 하엘과 표정하나 안 바꾸고 칭찬을 받는 엘렌을 보며 유리는 이마를 짚었다. 유리는 하엘처럼 웃고 싶어도 웃을 처지가 되지 못했다.

 

 

 

 “완전 재밌는데 왜 죽상이야, 유리? 너도 게일드는 만날 잘난척하는 녀석이라 별로라고 했잖아.”

 

 

 “그랬었지. 하지만 이스린느 선생님이 칼부림은 안 된다면서 게일드와 엘렌의 결투 대신 이주 후에 있을 행군에서 누가 먼저 결승점에 골인하는 지를 본다고 하잖아.”

 

 

 “그래서?”

 

 

 “아직도 모르겠어, 하엘? 이건 조별 과제라고. 막 편입해 온 엘렌은 친한 사람이 없으니 나와 리오넬이 팀이 되어 줘야해.”

 

 

 “어…엘렌과 리오넬의 실력은 내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유리시아 폰 다리엔 이라면 게일드와 그 패거리에게 절대 실력으로 밀릴 거 같진 않은데?”

 

 

 

 하엘의 칭찬에 유리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가 검술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유리는 내심 검술 실력에 한에선 제가 반 안에서 한 손가락 안에 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 아니 이게 아니지. 칭찬해 준 건 고마운데 더 들어봐 하엘. 이 실습에서 조는 적어도 4명 이상이 되어야 해.”

 

 

 “그런데?”

 

 

 “엘렌의 ‘카릴이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발언 때문에 아무도 우리랑 더 이상 팀을 맺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어.”

 

 

 “사람의 숫자가 결투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 하는 거야? 그건 이스린느 선생이 조율할 수 없는 건가?”

 

 

 

 유리의 말에 하엘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외부 훈련을 결투 대신으로 하겠다는 건 본인이 내뱉은 말이잖아.”

 

 

 “물론 ‘그건’ 해준댔어. 그런데 ‘조는 몇 명이든 나는 상관없는데 나중에 위에서 뭐라고 하는 건 막아줄 수 없을 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 가능하면 조는 4명으로 맞춰두렴.’ 이라잖아.”

 

 

 “그냥 3명이서 조를 짜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 아니, 그 이전에 이스린느 선생이 막아줄 수 없는 건 대체 뭐야?”

 

 

 “성적.”

 

 

 

 두 손에 얼굴을 묻으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유리가 대답했다. 유리가 어찌나 음울하게 대답하던지 하엘은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진득한 기운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훈련을 그대로 진행해도 게일드와 엘렌 사이의 승부는 결착은 나겠지만 이 외부 합동 훈련은 검술부 전통이라서 4명 이상으로 조를 짜지 않으면 성적을 주는데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데.”

 

 

 “…….”

 

 

 

 이번엔 하엘도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는 유리를 동정해야 할 지 대책 없는 1학년 검술부의 담당선생님을 비난해야 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쿵- 쿵-

 

 

 

 하엘이 넋을 잃은 사이 유리가 다시 식탁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실습에서 점수를 따지 못하면 난 분명히 낙제점을 받을 거야.”

 

 

 

 쿵- 쿵-

 

 

 

 하엘은 유리를 위로하기 위해 무언가 입을 열려고 하였지만 이내 그 어떤 말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유리의-실습에서 점수를 따지 못하면 낙제점을 받을 거라는-자기 분석은 하엘이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해서 그로 하여금 적절한 위로의 말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쿵- 쿵-

 

 

 

 물론 하엘은 유리를 위로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말을 꾸며낼 수 있었다. 달콤한 과자를 준비해 준다는 현실 도피형 위로나 꼭 팀원 한 명을 더 찾길 바랄게, 같은 말은 입에 발린 말 같은 걸 말이다. 하지만 유리는 하엘의 제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좋을 친한 소꿉친구였고 그는 그녀에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 같은 걸 내뱉고 싶지 않았다.

 

 

 

 쿵-

 

 

 

 “일단 이주가 남았으니 나머지는 밥을 먹고 생각해보자. 잘만 하면 아직 회유할 수 있는 녀석이 있을 지도 몰라.”

 

 

 

 쿠-

 

 

 

 유리를 위로할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한 하엘은 일단 계속 식탁에 머리를 박아 시선을 모으고 있는 유리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오뚝이처럼 흔들거리던 유리의 상체가 하엘의 손에 의해 그대로 멈추었다. 하엘은 우선 유리가 스스로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걸 그만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절망스러워 계속 식탁에 머리를 박는 건 이해하겠는데 이 이상은 네 머리를 더 나쁘게 만들 뿐인 거 같아. 이렇게 하자, 네가 지금 식탁에 머리를 박는 걸 그만 둔다면 수업 후에 어제 먹었던 차와 과자를 줄게.”

 

 

 “…알았어.”

 

 

 

 유리의 좋은 친구인 하엘은 결국 그녀가 식탁에 머리를 박지 않게 하는데 까지 성공시켰다. 엘렌과 리오넬은 말 한마디로 유리의 행동을 멈추게 한 하엘을 어쩐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제 성적 걱정에 엘렌과 리오넬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유리가 하엘에게 물었다.

 

 

 

 “그런데 차는 아타락샤 산 홍차 말고 베노스 산 홍차로 바꾸면 안 돼? 난 베노스 산 홍차가 더 좋아.”

 

 

 “응?”

 

 

 

 유리의 말에 하엘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베노스 산 홍차? 그게 뭐야? 그런 홍차가 있어?”

 

 

 “…….”

 

 

 

 유리는 말없이 자신이 잘게 찢어 놓은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하엘의 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건데 그는 정말로 베노스 산 홍차의 존재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음이 분명하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Chapter 4. 그 이방인, 부적응(不適應) (4) (1) 2016 / 11 / 2 494 1 4893   
26 Chapter 4. 그 이방인, 부적응(不適應) (3) 2016 / 10 / 31 430 1 5604   
25 Chapter 4. 그 이방인, 부적응(不適應) (2) 2016 / 10 / 28 413 1 5407   
24 Chapter 4. 그 이방인, 부적응(不適應) (1) (2) 2016 / 10 / 3 678 2 8202   
23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8) 2016 / 9 / 29 447 2 6072   
22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7) 2016 / 9 / 28 435 2 5044   
21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6) 2016 / 9 / 23 484 2 7365   
20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5) 2016 / 9 / 21 565 2 5685   
19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4) 2016 / 9 / 20 406 1 4523   
18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3) 2016 / 9 / 17 462 2 5684   
17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2) (1) 2016 / 9 / 14 547 3 3820   
16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1) (1) 2016 / 9 / 13 548 3 7563   
15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8) 2016 / 9 / 11 414 2 3501   
14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7) 2016 / 9 / 10 433 3 5326   
13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6) 2016 / 9 / 9 447 2 3200   
12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5) (2) 2016 / 9 / 8 484 4 5743   
11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4) (2) 2016 / 9 / 3 574 3 5419   
10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3) 2016 / 9 / 2 452 2 4657   
9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2) 2016 / 9 / 1 765 2 5058   
8 Chapter 2. 그 소년, 진실(眞實) (1) 2016 / 8 / 31 491 2 5115   
7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7) 2016 / 8 / 30 426 1 7766   
6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6) 2016 / 8 / 29 408 1 3083   
5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5) 2016 / 8 / 28 591 1 3218   
4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4) 2016 / 8 / 27 450 2 5894   
3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3) 2016 / 8 / 26 430 2 4557   
2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2) (1) 2016 / 8 / 25 645 1 3183   
1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1) 2016 / 8 / 24 944 4 524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