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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4. 인생의 2막 (3)
작성일 : 18-12-26 22:13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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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린?]” 내가 묻는다. “[그게 뭔데요?]”

 “[오늘 크럼스 연설 들었다고 했지?]”

 “[네.]”

 “[거기서 크럼스가 교도소 수감자들을 탈출시키는 조직에 대해 말하는 것도 들었니?]”

 “[네.. 설마-]”

 “[맞아. 그 조작이 바로 우리야.]” 필립이 자신과 두 아이 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우리끼리는 나린이라고 부르지.]”

 머리가 다시 저려오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말도 안 되는 정보들에, 내 머리는 지금 당장 터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과부하가 걸려있었다.

 “[잠깐. 그 조직이 당신들이라고? 남의 후손자들이란 게 바로 당신들이었던 거야? 그럼 애초에 이 사태가 난 것도 다 당신들 때문인거잖아!]”

 내가 다시 달려들 기세를 보이자 군복을 입은 아이가 나서 나를 다시 진정시킨다.

 “워, 워. 진정해. 우리가 남의 후손과 관련되어 있느니 어쩌니 하는 것들은 다 크럼스의 개소리야. 우리도 남의 후손자가 왜 그렇게 중요한건지 너무도 궁금하다고.” 그가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조직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크럼스는 이미 메리니아에 정착하고 있는 한아린인들부터 잡아들이면서 한아린을 정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애초에 우리가 탈출시키는 수감자들도 일반 수감자들이 아니라 다 크럼스가 잡아들인 한아린인들이라고.”

 머리를 쥐어짜며 그 애의 말을 하나하나 곱씹어본다. “그러니까 니 말은.. 너희들은 남의 후손과 전혀 관련이 없고, 크럼스가 잡아들인 한아린인들을 풀어주기 위해서 교도소들에서 깽판을 친거라고?”

 “깽판보다는 투쟁이라고 하자, 우리. 나름 목숨 걸고 한 거라고.”

 “[근데 그쪽은 왜 이런 조직을 만든 거죠?]” 내가 다시 필립 쪽을 돌아보며 묻는다. “[당신은 메리니아인이잖아요.]”

 “[메리니아인이기 이전에 나는 우선 한 사람이다. 지금 내 국가가 하고 있는 일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고. 난 그걸 막으려는 것 뿐이야.]”

 “[그럼 왜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거죠? 전 그런 일 해본 적 없어요. 특별히 할 줄 아는거 없는, 그냥 애라구요.]”

 “나린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애야. 여기 있는 필립이나 데이먼을 제외하면 전부.” 수트를 입은 애가 끼어들며 말한다. “그리고 너한테 특별한 능력따위 바라지 않아. 우리가 너에게서 필요한 건 딱 하나야. 너의 그 외모.”

 “뭐?”

 “얼핏 봐서는 울랜인 같은 그 외모. 우리는 그게 필요하다고. 몰래 잠입하고 훔치는 것 만으로는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어. 하지만 너가 울랜인인척 하며 우리 앞잡이를 해준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너희들을 위해 울랜인인척을 해달라, 뭐 그런 말인거야?”

 “너희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지. 너도 억울하게 잡혀간 한아린인들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주고 싶지 않아?”

 응. 전혀. 솔직히 말해서 이 나라야 어떻게 되건 딱히 관심은 없다. 우리 아빠를 사형시키고, 내게 이 철제 팔찌를 채운 나라를 내가 위할 마음은 티끌조차 없으니까.

 다만 내 마음에 걸리는 건 딱 한가지, 유진이 뿐이었다. 유진이가 저 망할 곳에 잡혀간 이상,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이쪽으로 데려오기 위해 뭐라도 해야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우선 내가 취할 수 잇는 최선의 선택은, 이 자식들과 함께 하는 거다.

 “주고 싶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거짓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도움 주고 싶어, 나도. 그러니까 들어갈게. 그 나린인지 뭔지. 들어가서, 니 말대로 한 번 된통 싸워볼게, 나도.”

 “아오, 다행이다. 정색하느라 죽는 줄 알았네!” 군복을 입은 애가 소리친다. 그의 얼굴엔 아까까지 유지하던 점잖은 표정 대신 장난끼 가득한 표정이 자리잡고 있다.

 갑작스런 변화에 나는 얼떨떨하게 그 애를 쳐다본다.

 그는 해맑은 표정으로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다짜고짜 세찬 악수를 건넨다. “정식으로 인사할게. 나는 개시팀 대빵 유민수고, 이쪽은 내 쫄따구 남하제. 아까는 무섭게 말해서 미안해. 너가 어떤 애일지 몰라서 일단은 분위기 좀 잡아본건데, 역시 안 되겠더라.”

 “쫄따구 같은 소리 하네.” 옆에 서 있던 남하제란 애가 한심하단 듯 말한다. “됐고. 짐이나 챙겨. 이렇게 된 이상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

 “오케이, 오케이, 알았다구.” 그렇게 말하며 유민수는 재빨리 옆방으로 건너가 무언가 챙기기 시작한다.

 “[나린에 들어온 걸 축하한다, 해일아.]” 필립이 내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한다. “[그리고 고맙다, 정말 고마워.]”

 입술과 눈꼬리를 구슬려 최대한 살가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뭘요. 제가 더 감사한걸요.]”

 “[그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필립. 지금 안 가면 기차 못 탄다고요.]” 남하제가 끼어들며 말한다.

 그는 필립의 등을 떠밀어 유민수가 있는 방으로 내보내고서 짐을 몇가지 챙겨 내 앞에 쪼그려 앉는다.

 “기차? 무슨 기차?” 내가 묻는다.

 “메리니아로 가는 기차지. 나린의 본거지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기차.” 그는 챙겨온 짐 중에서 황토색 군복을 꺼내어 내게 건네준다. “메리니아 군복이야. 꽤 넉넉하니까 그냥 옷 위에 입어.”

 정확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우선은 그가 시키는 대로 군복 안에 다리를 우겨넣는다. 드레스를 입은 상태라, 하의와 상의가 연결된 군복은 입기가 꽤나 까다로웠다.

 남하제는 짐 속에서 황토색 군모와 검은 고글도 마저 꺼낸다. 내가 군복을 입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자, 그는 군모를 직접 씌워주며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곧 메리니아에서 한아린을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교통을 통제하기 시작할거야. 한아린인들이 한아린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 뒤로 조금씩 한아린을 정복해 나갈거고. 넌 울랜인처럼 보이긴 하지만 아직 신원 조작을 안 해서 메리니아의 통제가 시작되면 신원 검사에서 걸려. 그러니까 메리니아가 완전히 교통을 장악하기 전에 얼른 빠져나가야 돼.”

 나는 군복에 팔을 마저 끼워 넣고는 지퍼를 잠가 올린다. 그와 함께 남하제가 마지막으로 고글을 내 귀와 모자 사이로 밀어 넣어준다.

 “잘 들어, 넌 지금부터 필립의 비서야.” 그가 고글 너머의 내 눈을 응시하며 말한다. “최대한 목소리 어른스럽게 해. 되도록이면 얼굴 가리고. 모자랑 고글 절대 벗지 말고. 이 주변에 메리니아 군인들이 드글거려. 최대한 그 사람들 눈에 안 띄도록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어. 알아들었어.” 내가 답한다.

 “아, 그리고,” 그는 씩 웃어보이더니 붕대를 감은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잡아 악수를 한다. “앞으로 우리 서로 꽤 오래 봐야 할 것 같은데, 아까 그 일은 그냥 털어 버리자고. 이러나저러나 쌍방과실이기도 하잖아?”

 고글의 검은 렌즈 너머로 아까와 같은 그 애의 미소를 응시해 본다. 역시 외관상으로는 모난 데 하나 없는 완벽한 웃음이다. 너무 완벽해서 하마타면 속을 뻔한, 완벽한 웃음, 완벽한 가식.

 역겹다. 얼마나 가식에 능숙하면 저런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건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저 표정으로 홀렸다가 배신했을지. 아무리 날 도와주었다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저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역겹고, 더러운. 어딘가 죽어 있는 저 두 눈빛이 그걸 증명해준다.

 “역시 넌, 마음에 안 들어.” 내가 말한다.

 그 말에 남하제는 되려 더 싱긋 웃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메리니아 군복을 한 벌 더 꺼내더니, 능숙한 솜씨로 군복을 입고는 모자와 고글까지 쓴다. 그러곤 천막 한쪽에 기대어져 있는 총을 집어 멘다. “그럼 나중에 보자?”

 “[전 이제 다른 일들 마저 처리하러 갈게요. 오늘 밤에 봐요.]” 그가 천막의 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옆 방에 소리친다.

 필립은 짐 챙기는 걸 잠시 멈추고 걱정스럽게 남하제 쪽을 돌아본다. “[부디 조심해라, 하제야.]”

 그 애는 간단하게 손 인사만 한 번 휘저어 주고는 천막 밖으로 사라진다.

 마침 필립과 유민수도 가방을 하나씩 메고서 이 방으로 돌아온다.

 “[우리도 이제 슬슬 가볼까?]” 필립이 문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지금 별관에 갇혀 있는 애들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요?]” 내가 묻는다.

 필립은 슬프게 고개를 젓는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구나. 이 학교에 투입된 병력이 생각보다 꽤 많아서, 이 상황을 해결하는 건 우리로서도 역부족이야. 게다가 우리도 지금 빨리 서둘러야 한단다. 곧 교통이 통제당할거야.]”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예상한 답변이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헤어지면 정말 오랫동안, 혹은 어쩌면 평생 동안 유진이를 다시는 못 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일전에 유진이가 내 머리에 꽂아준 삔 쪽으로 손을 뻗어본다. 다행히 삔은 아직 머리에 잘 꽂혀져 있다. 살며시 머리에 꽂힌 삔을 빼어 손에 한 번 굳게 쥐어본다.

 아니,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유진이를 찾아낼 거니까. 찾아내서, 모든 걸 다시 예전처럼 돌려놓을 거니까.

 그런 다짐을 하며 나는 유진이의 삔을 군복 주머니에 잘 챙겨 넣는다. 그러곤 필립과 유민수를 따라 천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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