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별을 준비하는 다섯 가지 방법
작가 : 멀이
작품등록일 : 2018.12.10

[일상물/잔잔물/결혼 이후로 시작하는 이야기/시한부남주/와 지켜보는 가족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이상형은 아가사 당신이니까요.”
“나 나쁜 사람 만드는 데에는 일가견 있어요, 당신.”
“별말씀을.”

시원스레 응수하고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튼 레슬리는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노래하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해야 어디 도망을 안 가죠.

“누가 들으면 도망갈 준비만 하는 사람인 줄 알겠어. 도망갈 사람은 당신 아니에요?”
“저런. 아가사 말은 바로 해야죠. 나는 남겨질 사람이고, 앞으로 가는 사람은 당신이에요.”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죠. 앞으로 나아가기. 순간 부는 바람은 모든 소리를 잡아먹고 공기마저 멈춘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정적을 가져다주었다. 설풋 고운 눈매가 일그러지기가 무섭게 레슬리는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싫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감사하죠.”

뒷말을 짐작이라도 한 모양으로 가라앉은 표정에 가벼이 입을 맞춘 레슬리는 누가 들을 새라, 조그맣게 속닥였다.

“세상 누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겠어요? 몇 없는 특권을 누리는 중이랍니다, 나는.”
“말은 참 잘해요, 레슬리.”
“그럼. 사업가인데.”

그래서, 레슬리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아가사는 짙은 녹음 속에 잠긴 자신의 남편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멋진 준비를 하는 중인가요?”
“그럼요.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17화
작성일 : 18-12-25 15:00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15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Side. 기록하는 시간

 

 좋아요, 아빠. 편지를 써달라고 했으니까, 약속을 지키는 중이에요. 음, 엄마가 편지를 쓰려면 날짜도 쓰래요. 사실 데브한테 쓰는 거라고 약간 거짓말을 했거든요. 물론 데브한테도 먼저 이미 썼어요. 어, 삐지진 않을 거죠?

 

 

 사랑하는 아빠.

 엄마한테 혼났어요. 세상 가장 서럽다. 내가 뭘 잘못했어!!

 

 엄마가 타르트 구워줬어요. 맛있었어. 이걸로 풀리진 않을 거야.

 

 

 아빠, 오늘은 콧수염을 기른 아저씨가 찾아와서 다짜고짜 엄마한테 반지를 내밀었어요. 난 엄마가 그렇게 상냥하게 웃으면서 욕을 할 수 있는지 미처 몰랐어. 음, 숙제 안한 거 오늘은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들의 무사귀환을 빌어주세요.

 

 

 데브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

 

 

 엄마가 네 아빠 닮아서 뭘 쓰는지 왜 안 보여 주냐고 그래요. 엄마는 아빠 수첩 가지고 있으면서 나한테 안 보여주면서! 치사하게!

 

 

 수학 만 점 받았어요! 엄마가 망아지 사준다고 약속했어!

 

 

 위험하다고 타는 건 나중에 타래요. 그럼 왜 사줬어!

 

 

 사랑하는 아빠, 엄마가 이걸 읽지는 않을까요? 곤란한데. 엄마 사랑해!

 

 

 편지가 너무 짧다고 그럴까봐 오늘은 길게 써볼까 해요. 손가락도 충분히 풀었어.

 오늘은 날이 아주 맑았어요. 예전에 아빠랑 같이 산책할 때만큼? 사실 지금 그 곳에서 편지를 쓰는 중이에요. 왜 여기서 쓰냐고 묻지는 말아주세요. 이건 전부 엄마가 잘못한 일이니까.

 아빠는 정황을 모르니까 엄마 편을 들어줄 것 같지만, 이야기를 다 듣고 보면 엄마 편은 못 들어줄 걸요?

 오늘 아침에 제가 늦잠을 잤어요. 물론 그건 제 잘못이 맞아요. 그래서 허둥지둥 학교를 가려고 준비 중인데 왜 거기에 대고 게으른 건 못 쓴다며 화를 내냐고요. 그래도 내 잘못이니까 참았는데! 엄마가! 도시락을! 빼먹었어!

 아니왜일찍일어나시는분이도시락을빼먹을수가있죠?아빠이게말이돼요?

 아무튼, 그래서 학교 끝나자마자 여기서 눈물 젖은 빵을 뜯고 있어요. 이건 명백히 엄마 잘못이야.

 

 

 혼났어요.

 

 

 오늘 누가 저한테 편지를 줬어요. 쓰기만 했지 받는 건 처음이라 발신인을 봤는데 글쎄, 옆 학교 학생인 거예요! 아빠가 알았으면 벌써 그럴 나이냐고 그럴 것 같은데, 난 벌써 열 셋이란 말이죠. 이 말을 했더니 엄마는 웃었어요. 뭔가 진 기분이야.

 

 

 데브랑 싸웠어요. 왜 걔는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있는데도 싫다고 할까요? 엄마도 그랬어요?

 

 

 벤자민 삼촌이 드디어(중요!) 결혼을 했어요. 상대의 나이를 듣고 엄마는 침착하게 정강이를 차버렸어요.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많이 도둑결혼이에요. 지금 내 나이 차이라는 거예요! 열넷!

 

 

 엄마 미워. 왜 내 생각은 듣지도 않아?

 

 

 진로에 대해서 좀 싸웠어요. 엄마는 법대를 가길 원하고, 나는 문학을 더 공부하고 싶고. 의견 차이가 안 좁혀져요. 아빠가 있으면 물어볼 텐데.

 

 

 일단 두고 보기로 했어요.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으니까.

 

 

 오늘은 아빠 기일이에요. 엄마는 이번에도 울지 않아요. 우리는 오늘도 잘 지내고 있어요.

 

 

 기숙학교를 들어갈까 고민 중이에요. 엄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데, 또 이 큰 집에 엄마만 두기가 그래서 고민도 되고. 아빠랑 약속한 것도 있잖아요. 엄마 옆에 있어달라고. 언제까지나 그럴 수 없다는 건 잘 알지만, 나도 엄마도 서로밖에 없으니까. 에디스 이모는 멀어질 줄 아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했어요. -좀 많이 고민 중인 윌리엄 올림

 

 

 아빠. 엄마랑 있고 싶을 수도 있는데, 아직은 내가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정말정말 사랑하는 아빠. 조금만 더 같이 있게 해주세요. 조금만.

 

 

 차도가 보여요. 고마워요.

 

 

 오늘 엠마 부인의 아들이란 사람의 아들이 찾아와서 상속분을 주장했어요. 엄마는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아서 제가 했는데. 아, 걱정 마세요. 저 열여덟인걸. 어쨌든 벤자민 삼촌하고 같이 열심히 물리쳤어요. :) <- 아빠 수첩에서 본 거. 드디어 얻었어요.

 

 아빠 날 배신했어.

 

 나한테 남기는 말이 하나도 없어! 나도 안할 거야!

 

 

 대학 진학을 놓고 다시 싸우는 중이에요. 맨날 싸우냐고 하지는 말아줘요. 난 심각해. 엄마는 유학도 생각 중인 것 같더라고요. 크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렇지만 데브도 여기 있고, 엄마도 있고, 삼촌 이모도 다 여기 있는데 집이 그리우면 어떡해요. 벤자민 삼촌은 나보고 몸만 컸지 아직 애라고 그러고. 애 아닌데.

 

 

 네, 졌어요. 지금 기차 안이랍니다. 외국 종이에 쓴 편지 읽어보셨어요? 이제부터 질리도록 그럴 거예요.

 

 

 엄마한테 편지가 왔어요. 답장을 쓰고 쓰는 중인데 삐지진 않으셨을 거라 믿습니다. 엄마는 아빠 말대로 참 강하신 분이에요. 그러면서도 다정한 사람이 되려면 나는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할까. 엄마 일하는 걸 물려받으려면 장난 아니겠다, 했는데 엄마가 실력 안 되면 안 줄 거래요. :(

 

 

 잘 지내고 있어요. 늘 만나던 사람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건 좀 어려운 일이지만, 또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엄마도 잘 지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가끔 신문에 실리기도 하고, 편지도 꼬박꼬박 오거든요. 걱정하실 필요 없으실 것 같아요.

 

 

 엄, 아빠. 무사귀환을 빌어줘요. 아니면 천국에서 만날지도 몰라. 살아 돌아오면 알려드릴게요.

 

 

 안녕, 아빠. 일단 어찌어찌 살아는 왔어요. 아빠 몫까지 엄마가 전부 화낸 것 같으니까 조금만 이해 부탁드립니다. 데브가 임신했어요. 어, 그래요. 제가 죽일 놈이에요. 알아요. 그래서 낳고 싶지 않으면 그래도 된다고,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자란 것 같아요. 난 왜 살지..? 아빠, 옆자리 비워두세요. 아들 곧 갈지도 몰라.

 

 

 결혼식은 나중에 하기로 했어요. 다행히 살았네요. 나중에 봐요, 아빠.

 

 

 손자 보고 자랑 좀 해달라고 하셨던 것 같아서요. 아빠 첫 손주는 딸이에요. 엄마랑 같은 눈 색이라 좀 신기했어요. 나도 데브도 하늘색은 아니니까. 아빠가 봤으면 참 좋아했을 거라고 에디스 이모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눈을 좋아하셨다고. 뭐, 지금도 좋아하시겠지.

 

 

 데브 임신 중에 별 강의를 다 들었는데 아빠가 동생은 안 된다고 한 이유를 알았어요. 그리고 그 엠마? 의 손자를 더 못 팼던 게 너무너무너무 아쉬워졌어요. 데브는 제발 철 좀 들라고 하는데, 전 이미 다섯 살 때부터 철이 들었거든요.

 

 

 다 같이 사진을 찍었어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주디가 아빠, 라고 했어요. 아빠, 아빠 아들이 아빠라고 불렸어요. 정말 너무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 같아서 우리 딸 천재라고 했더니 팔불출 소리가 나오네요. 진심인데.

 

 

 둘째를 낳을까 하다가 입양을 하기로 했어요. 미들네임을 레슬리라고 지으려고요. 엄마는 좀 떨떠름해 보이는데, 뭐 어쩔 거예요. 엄마만큼 나도 고집이 세거든요. 엄마는 아빠를 닮은 거래요. 내 눈에는 두 분 똑같아.

 

 

 주디가 아빠 밉다고 빽 울더라고요. 아빠한테 내가 밉다고 한 적이 있다면 잊어주세요. 너무 어렸잖아요? 사랑해요.

 

 

 오늘은 써둔 편지를 전부 정리하는 중인데, 사춘기 때 쓴 편지가 보여서 좀 민망해졌어요. 엄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는 잘 지내고 계세요. 저도, 데브도, 우리 두 아이들도.

 

 

 보고 싶어요.

 

 

 엄마가 오늘 아빠 이야기를 해줬어요. 웬일이냐고 그랬더니 말없이 웃으시더라고요.

 

 

 분가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 물으셨어요. 아빠, 난 약속 잊지 않았어요. 엄마가 원할 때까지 같이 있기. 여전히 건강하시지만 조금 걱정이라. 엄마는 영지였던 곳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시고. 오, 맞아. 국가에서 귀족의 영지를 모두 환속했어요. 오두막이랑 그 주변은 샀고요. 작위는 그대로 있지만 이제 정말 장식품이죠.

 

 

 오늘 데브가 정식으로 교수가 됐어요. 우리 아내님이 좀 대단하신 것 같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엄마가 내려가셨어요. 아빠 옆에 더 가까이 계시겠네요. 자주 찾아뵈려고요.

 

 

 전 이런 식으로 엄마의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아드님이 사고를 칠 줄 누가 알았겠어. 세상 얌전했단 말이에요.

 

 

 조만간 손주 보겠어요. 이 나이에. 엄마는 내가 증손자까지 볼 줄은 몰랐다고 한참을 웃으시던데. 아빠랑 엄마는 좀 늦게 나를 낳았으니까. 오, 그래요.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하고 와야겠네요.

 

 내가 사고 친 줄 알아요. 억울하네.

 

 아빠도 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

 

 

 전에 엄마가 더 필요하다고 했던 것 기억하세요? 사실 전 제가 죽을 때까지 내 가족이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할 것 같아요. 조금만 더 나중에. 부탁할게요.

 

 

 가족이 늘었어요.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이제 슬슬 이 편지들을 데브가 볼까 걱정해야겠네요. 여보, 사랑해.

 

 

 오늘도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지낼 거고요. 예쁜 봄날이네요.

 이제 그만 줄일게요. 늘 사랑해요.

 -두 분의 영원한 아들, 윌리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화 2018 / 12 / 25 190 0 2578   
18 18화 2018 / 12 / 25 215 0 6627   
17 17화 2018 / 12 / 25 196 0 4158   
16 16화 2018 / 12 / 25 209 0 7392   
15 15화 2018 / 12 / 25 215 0 4872   
14 14화 2018 / 12 / 25 184 0 5869   
13 13화 2018 / 12 / 25 202 0 3439   
12 12화 2018 / 12 / 25 207 0 7264   
11 11화 2018 / 12 / 25 215 0 6853   
10 10화 2018 / 12 / 25 192 0 4401   
9 9화 2018 / 12 / 25 188 0 3991   
8 8화 2018 / 12 / 17 198 0 5322   
7 7화 2018 / 12 / 17 177 0 5883   
6 6화 2018 / 12 / 17 197 0 5370   
5 5화 2018 / 12 / 17 200 0 6925   
4 4화 2018 / 12 / 13 212 0 5960   
3 3화 2018 / 12 / 13 196 0 5155   
2 2화 2018 / 12 / 11 204 0 6451   
1 1화 2018 / 12 / 10 368 0 570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꽃구름처럼
멀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