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임마! 그 사람이 가물치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직접 부탁을 해야지 내가 들어도 이건 부탁이 아니라 거의 협박 수준이다. 네가 다시 알아보는고 제대로 전달해라”
고민이 이놈이 그럴 놈이 아닌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가물치 말에는 콧방귀를 뀌지도 않더니 우두가 한 말에는 그나마 가물치를 대변해 상황을 정리하려는 것 같다.
“그럴 필요 없다. 알지도 못하는 놈이 어디 협박부터… 시건방지게… 그 새끼 뭐 하는 놈인데? ”
가물치가 화가 많이 났는지 흥분했는지 거친 말이 튀어 나왔다.
“야 임마! 아무리 안면이 없어도 형님한테 놈이라니. 말이 심하다”
선배가 우두와 친한 사이인 모양이다. 그래도 가물치는 안면불식인 인간에게 협박을 당했다. 이 상황에서 좋을 말이 나온다는 게 더 이상하다.
“그러면 뭐라 할까? 내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 놈이 다친다느니.. 그런 말을 하는데 내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겠어. 너라도 좋은 말이 나오겠어?”
가물치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소주를 들이킨다.
“야! 그만해라. 부탁이던 협박이던 안 들어주면 그만 아니야. 술이나 마시자”
고민의 말처럼 이런 일에 더 이상 옥신각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피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래! 그 말은 내가 잘못했다. 그 형님이 워낙 심각한 듯이 말을 해서 네 걱정에 내가 너무 앞선 것 같다. 미안하다”
우두가 가물치 잔에 술을 따르다 멈칫한다.
“참! 우리 여기서 깡 소주 먹지 말고 우리 집에 가자. 오늘 잡은 소가 있는데 최고 부위로 대접할게. 허!”
우두가 벌떡 일어나며 재촉을 한다.
“저놈이 왜 저래! 야! 우두가 너! 뭐 잘못 먹었나?”
우두가 아는 선배에게 이 새끼 저 새끼라고 말해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가물치고 이런 상황을 잘 정리해야 할 사람도 가물치인데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한 고민이 우두를 따라가며 묻는다.
“그냥 따라와”
가물치는 아직 우두가 전한 ‘다친다’는 말에 분명히 무슨 씨가 있고 어떤 불이익이 올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북적거리는 손님만큼이나 왁자지껄한 소음에 섞인,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연거푸 들이킨 소주가 가물치 뇌리를 온통 감쌌던 ‘다친다’는 말도 말끔히 사라지게 할 무렵 우두 가게도 문을 닫을 시간이 됐다.
“자! 일어나자”
우두가 술에 골아 떨어진 두 놈을 일으킨다.
“대리 운전 기사 불렀어?”
고민이 꼬부라진 혀를 펴려고 애를 써는 것 같다.
“새끼들! 정신차리고 한잔 더 하러 가자. 다 마쳤으면 같이 가시죠”
우두가 직원들을 쳐다 보며 제일 고참인 이모에게 서두르라는 눈짓을 한다. 이모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언니! 저는 아들 저녁 생겨줘야 해서 집에 가야 하는데…. “
지혜가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얼른 이모 아주머니 옆으로 다가가 난감한 표정으로 부탁을 하고 있다.
“재수씨! 오늘 재수씨가 주인공입니다. 신입사원 환영회! 허! 허! 허! 그리고 이거 재수씨가 어려운 사정이라 제가 월급… 참! 실수… 보너스라 생각하시고 이 돈으로 오늘 이 친구들 한잔 하는데 계산하시고 남는 건 재수씨 가지세요”
우두가 돈 봉투를 지혜 가방에 넣는다. 돈 봉투를 다시 끄집어 내려고 손을 넣으며 당황스럽게 지혜가 말한다.
“아니에요. 아직 월급 날이 며칠 더 남았는데….. 괜찮아요. 부담스럽습니다”
지혜가 돈 봉투를 끄집어 내려는데 서핑 고참인 이모가 지혜 손을 잡는다.
“괜찮아. 우리도 다 이렇게 받았어. 넣어 둬. 어차피 받을 월급이잖아”
지혜가 머뭇거리며 우두를 힐끗 쳐다 보며 불안해 하며 귀속말로 머뭇거리며 묻는다.
“그럼 제 월급에서…..”
이모가 그런 지혜 손을 잡으며 우두에 말한다.
“사장님! 이 돈 지혜 월급이잖아요. 이 돈으로 술 사라고요? 호호호”
순간 우두가 당황해 한다.
“아뇨! 제가 방금 말을 잘못했어요. 그 돈 오늘 회식할 돈입니다. 죄송!”
우두가 거수경례를 하듯이 손을 올려 멋쩍게 웃는다.
“저 새끼! 저거… 허! 아이고! 이 놈의 새끼야!’
어릴 적부터 우두를 잘 알던 고민이 비틀거리며 비웃고는 밖으로 나간다.
“사모님! 회식을 어디서 해요? 우리도 합석?”
고민이 음흉스런 눈짓으로 비틀거리며 묻는다.
“이 새끼는 내 말을 저 방구석에 쳐 박아두고 왔나? 그래 새끼야! 신입사원 환영회 분위기 좀 띄워 주라고… 네 놈들도 합석 시킨다. 우리 여사님들 잘 모셔라. 이 놈아!”
우두가 고민이 머리를 한대 쥐어 박는다.
“너는 안가?”
가물치가 술에 취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우두를 쳐다 보며 묻는다.
“어허! 사장님이 체통을 지켜야지”
우두가 목에 힘을 주고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를 낸다.
“지랄연병하고 자빠졌네. 너는 임마 우리가 뺀다. 갑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여사님들! Go! Go! Go~~”
고민이 비틀거리며 차에 올라 탄다.
“체통? 지가 언제부터….. 새끼! 흥! 이다”
직원들도 일제히 우두를 쳐다보며 콧방귀를 뀌고 차에 올라 탄다.
“어디로 가요?”
이모가 묻는다.
“이 집보다 맛없는 식당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겠어요. 아무데나 갑시다. 여사님들만 계시면 우리는 지옥도 좋습니다”
“지혜야! 너 회 좋아해? 우리 회 먹으러 갈까?”
지혜는 우두가 준 돈 봉투가 왠지 신경이 쓰여 이모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
“지혜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몰히 해?”
지혜 등을 두드리며 묻는 말에 그제서야 지혜가 이모를 쳐다 보며 돈 봉투를 꺼내 들더니 돈을 새고는 눈이 동그래진다.
“언니! 200만원 이예요! 이렇게 많은 돈을…… “
이모도 놀라며 돈을 쳐다 보더니 우두에게 전화를 건다.
“아! 예! 예!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예! 예!”
전화를 끊고 지혜 가방에서 돈을 받은 이모가 지혜에게 다시 200만원을 돌려 준다.
“지혜야! 70만원이 월급이고 30만원은 보너스라네. 나머지는 우리 회식비로 쓰면 된데. 자! 100만원 여기 있어. 네가 계산해”
“언니! 애당초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 제일 졸병인 저한테 돈을 맡기면 어떻게요. 얼마나 놀랐는지…. 고마워요. 그런데 이 100만원을 어떻게 다 써요?”
지혜가 어리둥절하게 쳐다 보는데 이모가 지혜 손을 잡고 귀속말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