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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짜여진 판을 뒤엎으러 왔습니다.
작가 : 단추씌
작품등록일 : 2018.12.2
짜여진 판을 뒤엎으러 왔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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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하나뿐인 어머니를 여읜 화연.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어 답답해 하는 명복. 파란만장한 조선 궁궐 안에서 둘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11화. 서글프고 아픈...
작성일 : 18-12-22 22:44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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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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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궁인가?'

 

 한편, 자영은 가마에서 내려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궐을 둘러보았다. 넓으면서도 건물들이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정갈한 멋을 담고 있어 보기에 편안했다.

 

 인간관계가 심장을 찌르는 곳이니 건물이라도 편안하자 이건가...

 

 "저기 오시는 분이 고종 폐하이십니다"

 

 옆의 궁인이 살짝 귀띔해주었다. 자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근데 저 사람. 폐하라면서? 저렇게 쿵쿵 소리 내며 '나 화났어요' 라고 표출해도 되는 거야?

 

 누가 봐도 노기를 띠고 있는 그였기에 자영은 괜히 부딪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첫인상 때 잘못 걸리면 그 다음부터 그녀의 입지는 이도저도 아니게 꼬여버린 것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폐하, 이분은 앞으로 중전 마마가 되실..."

 

 눈치 없는 한 궁인이 화가 난 그에게 입을 놀렸다. 깜짝 놀란 자영은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궁중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라 해도 상관 없었다. 궁중 법도를 따져 성난 짐승에게서 물어뜯기는 것보다 한 번의 실수가 그녀에게는 더 나았던 까닭이었다.

 

 "중전 마마라..."

 

 하지만, 이미 한 발 늦었는지 고종의 눈이 가로로 늘어졌다. 자영을 훑어보는 그의 시선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이 그저 '네가 서 있는 자리는 네 자리에 맞지 않아' 였다.

 

 "나중에 내 처소로 뫼시거라. 내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알겠사옵니다"

 

 지금 이 기세로는 불러서 한 대 칠 것 같은데...

 

 자영은 그의 기에 눌려 움찔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그녀가 살면서 배운 인생의 교훈 중 하나였다.

 

 그렇게 자영의 험난한 궐 생활이 시작되었다.

 

 .

 .

 .

 

 "도대체 왜 이렇게 화나신 겁니까..."

 

 도대체 이 남자의 속은 알 수가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맑아졌다 흐려졌다...마음이 떨렸다가 식었다가...멋있었다가 체면 구겼다가...

 

 참으로 변화무쌍한 그의 모습에 화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의 처소까지 말도 없이 찾아와 마루에 앉아서 온몸으로 '나 화났어요'를 시위하고 있는 꼴이라니...

 

 "그러게 말이다"

 

 화난 이유를 알려줄 줄 알았는데, 대답은 예상 외로 또 다른 질문으로 날아들어왔다.

 

 "예? 본인이 왜 화나셨는지 모르신단 말입니까?"

 

 "나는 전혀 모르겠으니 네가 한번 맞혀 보아라"

 

 본인도 못 맞추신 것을 제가 무슨 수로 맞춥니까...독심술사라면 모를까 제게는 마음 읽어내는 재주가 없습니다.

 

 "어떻게 맞추라는..."

 

 "부모님께서 내게 혼인을 통보해 오셨다. 물론, 나도 혼인이라는 사실을 선용을 통해 들었기에 전혀 놀랄 일은 아니었지...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오니 참으로 당황스럽고 화도 나더구나"

 

 그렇죠...다 이해됩니다. 부모님께서 억지 혼인을 시키시려 하니 폐하께서는 노기가 치밀 수 밖에요

 

 "그런데...아직까지 화가 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으나 부모님의 강요 때문이라면 담판을 지으면 될 일인데 이리 화가 나다니...아무래도 부모님 때문은 아닌 모양이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모양이십니까?

 

 화연에게 질문을 던져놓고서는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두서 없는 늘어놓은 행태였다. 그 행태를 보고 있자니 화연 또한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궐에 들어와서 온갖 할 일이 많은데...

 

 무술의 '무'자가 들어가는 일에는 화연이 무조건적으로 동원되는 바람에 궐에 들어오자마자 화연은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게다가 지금은 선용 어르신이 부르셔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폐하께서는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짚어 보시는 것이..."

 

 "너 때문이 아닐까?"

 

 "예?"

 

 느닷없는 고종의 답에 화연은 그만 당황했다. 왜 화가 나는 건데? 그것도 나 때문에?

 

 "너의 웃는 모습이, 나를 지켜주려 애쓰는 그 모습이 내게는 참으로 좋게 느껴졌다"

 

 그리 말하는 고종의 말투에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꾸미거나, 가식이 묻지 않은 말 그대로 순수한 진심.

 

 "너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좋게 느껴졌다"

 

 화연 또한 동감하는 바였다. 그와 있을 때는 항상 재미난 일이 벌어지곤 했었으니까...

 

 "그 좋은 시간들 때문에 너 또한 좋아졌다"

 

 "폐하!"

 

 당황한 화연이 소리를 질렀다.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처사 아닙니까! 게다가 혼인까지 하실 분이...!

 

 그렇게 얘기하는 고종은 한 치의 거짓 없이 순수한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문제가 되었다. 화연은 애써 당황스러운 마음을 누르며 말했다.

 

 "저와의 시간이 좋게 느껴졌으면 그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더 좋은 처사 아니겠습니까"

 

 "너의 그러한 점 때문에 내가 더 화가 치미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구나"

 

 "화를 다스리십시오"

 

 "너는 아니었단 말이냐?"

 

 "예?"

 

 "나는 너와의 시간들이 좋았다. 그렇기에, 너 또한 좋아졌다. 헌데 너는 왜 내게 그러한 마음이 없다는 것이냐"

 

 순간 화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종의 질문에 당황스러운 동시에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저는...

 

 폐하의 미소가 좋습니다...

 

 제가 울 때 빌려주신 품이 좋았습니다...

 

 저를 하나뿐인 호위무사로 소중히 여겨주셔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폐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해서는 안됩니다.

 

 결국 화연의 대답은 딱 하나였다. 단호하고 서글픈 대답. 처음 만났을 때 내놓았던 대답처럼 고종의 심장을 아프게 찌를 만한 대답

 

 "저는...그러한 시간들이 좋지만, 폐하를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폐하를 좋아합니다.

 

 제게 미소를 보인 후로 저는 그 미소에 흔들렸습니다.

 

 게다가 오늘의 고백으로 인해 제 마음에 쐐기를 박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폐하를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너무 가혹한 처사입니다.

 

 화연의 서글프고도 아픈 대답에 고종은 상처 입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너는 왜..."

 

 네 마음은 왜 나와 같지 않은 것이냐...

 

 나는 그 시간들이 참으로 찬란하게 느껴졌는데...

 

 그로 인해서 너도 너무 좋아졌는데...

 

 네 마음은 왜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지 않느냐...

 

 왜 너는 그 시간에만 만족하느냐...

 

 참으로 많은 물음들이 떠올랐고, 그 중에는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말들도 많았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건 왜일까...

 

 '내가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 모든 질문의 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그래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상처 입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고종을 보아하니 화연의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나, 차마 내보일 수 없었기에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상처 입은 고종을 그냥 두고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생각은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지금 저 사람이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도 같이 아파지는데...

 

 차마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계속 있다가는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울면서 그 품을 빌려달라 할 것 같아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기에...

 

 화연은 눈물을 매단 채로 궐의 가장 깊고 인적 없는 곳을 찾아서 그곳에서 흐느꼈다.

 

 참으로 아프고 서글픈 엇갈림이었다.

 

 .

 .

 .

 

 "무슨 일이냐"

 

 한참을 울고 진정하고 나니 그제서야 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화들짝 놀란 화연은 눈물을 쓱쓱 지워내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 어르신..."

 

 "그래, 너도 인적 없어서 울기에 적격이라 생각하고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느냐?"

 

 선용의 말에는 조소 없이 그저 가벼운 위로 뿐이었다. 위로라고 치기도 애매한, 그러나 기분 전환은 확실히 되는...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 내가 만나자고 할 때는 여기로 지정하고 나오면 좋겠구나"

 

 "...그런데 아까는 우느라 정신 없어서 몰랐는데 왜 저를 부르셨던 겁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랄까..."

 

 쿵- 화연은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목적을 가지고 궐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일까...화연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선용도 딱히 표정 관리를 할 생각이 없었는지 무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와서 앉거라. 네 뿌리에 대해서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실로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아 그들을 감쌌고, 화연은 숨도 못 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

 .

 

 "네 스승과 내게 쌍생아였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

 

 "...가족과의 인연을 끊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상의 것은 모른다는 의미였다.

 

 "그래, 가족관계나 그런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세상 누구보다 자유로우셨던 분이지요..."

 

 "그러나, 한번 품은 뜻이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

 

 언제나 강직했던, 그러나 어딘가 한 구석이 어긋났던 형. 선용은 형의 그런 구석을 잘 발견해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산용은 그런 구석을 알고 있었지만 고치지는 않았다.

 

 "그런 면이 어찌 보면 형님의 단점인 것 같기도 했다만..."

 

 "옳지 않은 방법으로 행하시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뿐이지 옳지 못한 수단을 썼단 말은 아니었다. 다만 옳은 수단 중에서 골랐을 뿐이지...

 

 "그래, 옳지 못한 방법을 쓰는 형님은 절대 아니었지. 적어도 내가 알.고 있던 형님은"

 

 선용은 일부러 '알고'라는 표현에서 억양을 강조했다. 자신이 봤던 형은 20년 전의 사람. 강산이 2번 바뀌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는 이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 형님의 성격이 아직 남아 있을지 궁금하구나"

 

 "...남아 계십니다"

 

 "그러면 너를 보내지 않으셨겠지"

 

 허를 찌르는 선용의 대답에 화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선용에게는 화연이 무슨 말을 해도 위험한 인물로 간주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화연은 무표정 뒤에서 떨려오는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왜 하필 형님이 아닌 네가 왔을까...그것도 유배지에서 이탈한 사람이 무서울 게 뭐가 있다고..."

 

 "....!"

 

 유배지에서 이탈하셨다니...옳은 길만을 걸어오신 분이 아니셨는가?

 

 순간 화연의 눈동자에 당황함이 어렸다. 궐에 입궐한 그날부터 소식이 끊겨서 그랬는지, 스승이 무엇을 하고 계신 줄조차 몰랐다.

 

 "그리 당황하는 걸 보니 너조차도 몰랐던 모양이구나..."

 

 "유배지에서 이탈하신 것은 처음 들었습니다"

 

 "헌데, 중요한 요점은 궐에 들어온 이가 형님이 아니라 너와 그 친구였다는 것이지"

 

 순간, 선용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화연에게 눈빛으로 물어왔다. '도대체 무엇을 원하기에 궐에 들어왔냐' 라면서...화연은 그 눈빛을 읽어냈지만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너와 그 친구는 누구를 겨눈 칼날이냐? 흥선 대원군이냐...아니면"

 

 선용의 말이 갑자기 끊어졌다.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을 보아하니 다음에 내뱉을 말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흥선 대원군이라는 수단으로 조선을 겨눴느냐..."

 

 실로 위협적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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