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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 소설속에 들어가버렸다
작가 : 겉바속촉
작품등록일 : 2018.12.17

당신의 망상.
현실이 되었다.

 
1.조우
작성일 : 18-12-17 12:44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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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살면서 자다가 구타를 당해서 일어나본 경험이 있는가?

 아예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흔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난 그 흔하지 않은 경험을 절찬리에 체험 중이다.

 

 “일어나라!”

 

 “어어억!”

 

 배에서 싸하게 올라오는 아픔에 난 배를 감싸 안고 표정을 찡그리며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웠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자 파란색 코트를 입은 사내가 오만한 미소를 지은 채 내 앞에 서 있었다.

 

 “이제야 일어나다니...역시 인간 놈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군.”

 

 “누,누,누,누구세요?”

 

 비몽사몽 하는 머리를 애써 부여잡으며 어벙하게 물었다.

 

 “제대로 대화를 할 정신머리도 없어 보이는군. 어웨이크!”

 

 사내가 손을 튕기며 얘기하자 흐리멍덩하던 내 머릿속은 찬물에 샤워라도 한 것처럼 맑아졌다. 자고 일어난 직후에 있는 그 특유의 비몽사몽 함과 노곤함은 물 흐르듯 사라졌고 나는 어벙한 표정으로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정신이 들고나자 이전에는 못 보던 여러 가지가 보였다.

 일단 여기는 확실히 내 방이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과자봉지와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옷가지, 전원을 안 껐는지 깜빡이는 모니터와 내가 언제나 덮고 자는 이불과 베게까지.

 

 그리고 저 사내는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꽤 미형이었고 침대에서 어정쩡하게 상반신만 일으킨 상태라 확신할 순 없었지만, 키가 굉장히 컸다. 그리고...등뒤에 칼을 차고 있었다.

 그것도 식칼같이 귀여운 게 아닌, 2m는 될법한 무지막지한 중병기였기에 나는 헛숨을 들이키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다.

 저 사람은 뭐지? 대체 왜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있는 거지? 한번 휘두르면 몸이 두 동강 날 것 같은 저 칼은 뭐고? 강도인가? 강도가 주인을 깨워서 털던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게 들킨 것인지 사내는 피식 웃으며 오만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쥐새끼같이 머리 굴릴 생각하지 말고 따라 나와라. 여긴 도저히 냄새나서 더 못 있겠군.”

 

 말을 마친 사내는 내 대꾸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방문을 열고 나갔고 나는 조심스레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여기는 그나마 낫군. 어떻게 된 게 오크 놈들 거주지보다 악취가 나는지 원.”

 

 사내는 등 뒤에 매여있는 검을 옆에 있는 벽에 세워놓은 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대체 뭘 어쩌잔 건지 몰라 우물쭈물 서 있는데 사내가 인상을 팍 쓰며 일갈했다.

 

 “네놈은 손님한테 뭔가를 대접한다는 상식도 없나? 대체 어떻게 저런놈이...”

 

 사내는 인간의 그것과는 다른, 세로 동공의 눈을 부릅뜨며 노려보자 나는 공포에 몸이 굳어버렸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의 시선을 맞은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숨 쉬는 것조차 내 의지를 벗어났다.

 

 “이해할 수 없군.”

 

 사내가 눈길을 거두자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기침을 했다.

 

 “커헉..컥....하아....하아...”

 

 눈물 콧물이 다 쏟아질 정도로 숨을 토해낸 뒤 나는 헉헉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까지 발이 덜덜 떨려오지만 사내는 내게 뭔가를 대접하라고 했다.

 당장 그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고 난 기어가듯 거실로 가서 커피를 탄 뒤 간식으로 집어 먹던 과자를 가지고 사내에게 갔다.

 

 조심스레 탁자에 과자와 커피를 올려놓자 사내는 흥미롭단 얼굴로 커피를 마셨다.

 맛을 음미하듯 몇 번 홀짝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이건 꽤 맛이 괜찮군.”

 

 “가, 감사합니다.”

 

 대체 뭐가 감사한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얘기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내는 내 대답을 들은건지 아닌지 계속 커피를 홀짝였고 난 그의 잔이 비기 전에 허겁지겁 거실로 달려가 새롭게 커피를 리필해왔다. 커피를 연속해서 두 잔 정도 비운 사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기댄 뒤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이 꽤 혼란스런 모양이지?”

 

 “네? 아...예. 아무래도 조금...”

 

 혼란스러운 걸 뛰어넘어 이해가 안 간다.

 나는 왜 꼭두새벽부터 누군지도 모르는 무단 침입한 남자에게 커피와 과자를 대접하고 있는 걸까?

 얼굴에 표정이 드러난 것인지 사내도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걱정 마라. 나도 너만큼 혼란스러우니까.”

 

 딱히 대꾸해줄 말이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있었고 사내 역시 내 대답을 바란 게 아닌지 말을 이어나갔다.

 

 “내 이름은 카르가스다.”

 

 “....”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사내를 쳐다보자 사내는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두뇌를 풀가동 시켜봤지만 내가 아는 외국인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특히나 저렇게 잘생긴 미남이라면 바로 기억이 날 법도 하건만 안 나는 걸 보면 아예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나는 너의 창조물이다.”

 

 “.....예?”

 

 정적.

 모든 게 정지한 가운데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졌고 난 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참조물이요??”

 

 "창.조.물 이다"

 

 창조? 창조라는 게 무슨 뜻이지?

 만든다는 거 아닌가? 내가 본인을 만들었다는 건가?

 설마 내 아들이라는 소리야?

 

 외국인이랑 섹스한적은 없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하겠다.

 단순한 몰카라고 치기에는 너무 설정이 과했다.

 

 “하, 네놈은 내가 너보다 어려 보이나 보지?”

 

 내 생각이 들킨 것인지 그는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그..렇겠죠? 근데 그 제가 창조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아이라고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이를 낳았다는 표현에 창조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지만, 외국인이라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내가 잘못 짚은 모양이다.

 

 “네놈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을 쓴 적이 있지?”

 

 “소설이요?”

 

 물론 쓴 적 있다. 심지어 소설연재사이트에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흑역사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내가 좋아하는 대로 끄적거린 낙서다.

 

 “쓴 적은 있습니다.”

 

 “나는 네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다.”

 

 “예?”

 

 두 번째의 정적.

 하지만 이번에 정적을 깬 건 사내였다.

 

 “내 이름은 카르가스. 블랙 드래곤이다.”

 

 “설마 그 판타지 같은 데에 나오는 그런 용을 말하는 겁니까?”

 

 “잘 알고 있군. 안 믿기나?”

 

 “...”

 

 솔직히 안 믿어진다.

 자신이 용이란다. 게다가 내가 쓴 소설에서 튀어나왔단다.

 정작 나는 내가 뭔 소설을 썼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단다.

 통상적인 사고를 한다면 이 말을 믿어줄 사람이 대체 몇이나 있을까?

 

 “솔직히 네놈이 믿건 안 믿건 상관없지만 이 정도면 믿겠나?”

 

 말을 마친 사내는 오른손을 내밀었고 인간의 팔은 순식간에 공룡의 화석 같은 뼈로 바뀌었다.

 손이었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공룡과 같은 날카로운 손톱이 달려있었다.

 

 “진짜 드래곤 입니까? 그런데 왜 뼈만..”

 

 남아있습니까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채 사내를 바라보자 그는 피식 웃었다.

 

 “꽤 의심이 많은 편이군. 원한다면 본체로 현신 해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내겐 이 정도가 한계다. 그리고 내가 뼈밖에 안 남은 이유는 네가 소설을 썼으니 알지 않나?”

 

 “...”

 

 “솔직히 너 같은 비천한 인간이 나의 창조주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진실은 때론 잔인한 법이지.”

 

 내가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상대는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고 눈앞에 놓인 과자를 집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흠, 이것도 맛이 꽤 괜찮군. 아무튼, 내가 네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나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라.”

 

 “어떻게요?”

 

 “그걸 왜 내게 묻나? 당연히 내 창조주인 네놈이 알고 있겠지?”

 

 모릅니다 소리를 하면 좀 전에 받았던 살기 가득한 눈총을 받을 것 같지만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애초에 난 이 사내가 내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지금 알았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기억도 안 나고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차라리 이게 악몽이었으면 좋겠다.

 

 “모, 모르겠는데요?”

 

 내 예상대로 상대는 눈을 부릅뜨며 나를 노려보았고 난 또다시 숨이 막혀오는 걸 느끼며 살기 위해 몸부림쳤고 다행히 사내는 아까보다 빨리 눈길을 거두었다.

 

 “미치겠군. 정말 총체적 난국이구만.”

 

 “허억...허억...하아...”

 

 나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사내를 바라보았고 사내는 혀를 차며 머리를 벅벅 긁더니 한숨을 내쉬며 탁자 앞에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았다.

 

 “후.....뭐 좋아.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니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

 

 *

 

 나는 10여 분간 카르가스의 말을 들은 뒤 얼빠진 얼굴로 물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모종의 이유로 이곳으로 왔다는 겁니까?”

 

 “맞아. 뭔가 큰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솔직히 지금 내가 여러모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야. 드래곤의 기억이 불멸 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네. 뭐 그런 설정을 잡았던 것 같긴 하네요.”

 

 “나는 8천 살을 살아왔는데 그 수많은 세월의 기억이 일그러졌어. 그 광대한 기억들이 각자 조각나서 파편이 돼버렸는데 내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게 용할 정도야.”

 

 “그런데 저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겁니까?”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본능처럼 네가 있는 곳을 알겠더군. 창조주인 너만 찾는다면 날 되돌려줄 거라 믿었건만 창조주의 상태가 이래서야...”

 

 카르가스가 못마땅한 눈초리로 날 쳐다봤고 나는 잘못한 게 없음에도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내 이야기는 이쯤하고, 네 얘기를 해보는 게 어떤가?”

 

 “저 말입니까? 어떤 걸 말씀드려야 할지..”

 

 “뭐라도 좋다. 지금은 단서가 필요하다. 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힌트를 찾을 수도 있겠지. 너는 나를 비롯해 내가 사는곳의 모든 세계관을 창조한 자니까.”

 

 이야기가 그럴법했기에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얘기를 간추려서 했다.

 딱히 굴곡진 것 없는 평범한 인생이었기에 26년간 살아온 내 인생사는 겨우 30분 만에 간추려졌고 그 이야기를 곰곰이 듣던 카르가스는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이상하군.”

 

 “그...카르가스님이 살던 판타지 세계에서는 이상할지 몰라도 제가 살던 세계에서는 평범한 축에 속합니다.”

 

 초중고를 나오고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갔다 오고 졸업을 하고 현재 취업 백수 상태다.

 장담컨대 대부분의 내 나이 또래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네 삶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내가 이곳까지 오면서 겪었던 것과 네가 한 얘기가 어긋나는군.”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카르가스를 바라보자 그는 남아있는 커피를 마저 마신 뒤 답했다.

 

 “네가 한 이야기에는 몬스터란 존재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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