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단장의 말에 기동대장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 교도봉으로 방화문을 밀어 닫았다. 철컹 하는 소리가 난 후에도 민원실의 대원들은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 기동대장이 교정단장에게 물었다.

　“교정단장님, 어떻게 하죠?”

　“기동타격대가 진입을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교정단장님... 저희들은 수용자들, 그러니까 사람을 대상으로 훈련을 받았는데 저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저희 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밖에 기자들도 있는데 그냥 나갈 수는 없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다시 들어 갈 수는...”

　 교정단장도 재진입 명령을 내리진 못했다. 전국에서 모인 교정본부 산하의 기동대원들이, 한 발짝도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임은 사실이었다. 때문인지 민원실의 대원들은 모두 기가 죽어 분위기가 침울했다.

　 하지만 기동대장의 말대로 방화문을 다시 열고 수용동 안쪽으로 진입 할 엄두는 전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자들 앞에서 겁이 나서 들어가지 못했다고 얘기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때, 바깥쪽 문이 열리면서 총무과장이 들어왔다.

　“교정단장님, 중요한 전화입니다. 지금 당장 나오셔야 합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법무부장관께서 당장 통화를 하시잡니다. 작전 중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진입 취소하고 당장 나와서 일단 전화부터 하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대원들의 표정은 지옥으로 끌려가다가 풀려 난 것처럼 밝아졌다.

　 총무과장을 시켜 기자들에게 작전이 변경된다고 얘기하라며 먼저 내보냈다. 그런 다음, 민원실의 대원들에게 진입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혹시라도 이 사실이 밖으로 샌다면 진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모두 징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다음, 교정단장과 대원들은 모두 철수했다. 총무과장에게 설명을 듣던 기자들이 문을 나서는 교정단장을 보고 따라오며 질문을 던졌지만 교정단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서둘러 대책본부로 향했다.

　 하지만, 교정단장은 곧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재소자들과 선교단의 가족들이었다. 기동대 대원들이 교정단장을 보호하고 길을 터보려고 했지만 압도적인 숫자에 밀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무사하긴 무사한 겁니까?”

　“선교단들은 민간인인데 그 사람들부터 먼저 빼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자 주변에 있던 한 사람이 화를 내며 말했다.

　“선교단만 사람이야? 수용자들은 어쩌라고? 뭐, 수용자들은 사람도 아닌가?

　“아까 진입한다고 했는데 왜 그냥 나왔어요? 안에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옥상에 있던 사람들한테 구호품 보내더니,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왜 아무런 조치가 없죠? 사람이 천 명 넘게 갇혀 있는데.”

　“자~ 자~ 좀 갑시다. 상부의 지시로 작전이 변경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대책본부로 가야 내막을 알 수 있습니다. 다녀와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각 부처의 장관들이 원탁에 둘러 앉아 있다가 대통령이 들어오자 모두 일어선다. 대통령이 자리에 앉은 후에 서있던 장관들도 자리에 앉았다. 비서실장이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오시면서 보내드린 자료를 보셨을 겁니다. 회의 참가자들은 대통령님이 직접 정하셨습니다. 먼저 질병관리본부 생물테러대응과장의 설명을 듣겠습니다.”

　“생물테러대응과 윤보경 과장입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의 이 증상은 ‘화난 일반인’의 모습이 아니라 최근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발생한 페스카도르※ 바이러스 감염증상과 비슷해 보입니다.”

　※페스카도르(pescador) : 에스파냐어로 어부라는 의미.

　 윤과장은 브리핑을 계속했다.

　“문제는 아직 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기 때문에 치료를 하거나 또는 가능한 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만약 저 환자들이 페스카도르 증상과 같다면 격리가 급선무인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치사율이 100%입니다.”

　 대통령이 물었다.

　“그걸 확인 할 방법은 없습니까?”

　“네, 있습니다. 일단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서 바이러스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만약 바이러스가 있다면요?”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에는 백신을 개발해야 합니다만... 가능할지도,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백신이 개발된다면 이미 감염된 환자들의 완치는 가능할까요?”

　“그것도 장담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이 바이러스가 어떤 방법으로 전염되는지도 아직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공기전염이 된다면...”

　“국가적인 위기가 되겠군요.”

　 윤보경 과장의 말끝을 받아 대통령이 말했다.

　“보시다시피 상황이 이렇습니다. 즉시 TF팀※을 구성하고, 각 부처에서는 이 TF팀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 TF팀의 팀장은 국무총리급의 권한을 부여하겠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각 부처의 협조가 부족하다면 각 부처장을 교체하겠습니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입니다.”

　※TF팀(Task Force Team) :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로 구성되는 조직

　 그 자리에서 TF팀이 구성되었다. 교정본부가 교도소의 전반적인 관리를, 질병관리본부에서 바이러스 연구를, 경찰특공대에서 경비 및 진압을 맡았다. 국민재난안전처에서는 인근 지역 방역 및 차단을 맡기로 했고, 팀장은 윤보경 과장이 맡겨졌다.

　 평소 같았으면 과장급에게 국무총리급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반론이 많았겠지만 유래가 없던 긴박한 상황이라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교도소 옥상. 해질녘.

　침낭 하나를 깔고 앉아 다른 침낭을 어깨에 함께 두른 남기민과 장윤정은 살아오던 얘기를 하는 중이다. 이틀 동안의 고립으로 서로를 의지하게 되면서 둘은 친해졌다.

　 남기민은 전기회사에 입사를 했지만 일을 잘 못해서 이 팀 저 팀으로 튕겨 다니다가 결국, 손대리와 함께 지금의 팀이 되었다고 했다. 손민우를 두고,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퉁명한 것 같지만 마음이 깊은 사람이라고 했다.

　“한 번은 일을 하다가 손대리님이 저한테, 회사에 가서 무슨 공구를 가지고 오라는 거예요. 회사까지 한 시간 거리인데. 운전하면서 가다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공구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더라고요.”

　 남기민이 사탕 하나를 까서 입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일단 시키니까 가지고 돌아갔죠. 현장으로. 그런데 일이 이미 다 끝났더라고요. 내가 자꾸 방해만 되니까 일부러 심부름을 보내고 그 동안 일을 마쳐 버렸어요. 하하하하. 웃기죠? 누나!”

　 둘이 함께 웃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아! 손대리님!”

　 하더니 남기민은 무전기를 집어 든다.

　“손대리님~ 손대리님~”

　“어, 기민아. 구조대 도착했냐?”

　“아니요. 아까 진입한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네요. 배 안고프세요?”

　“임마, 배가 안고프겠냐? 힘이 하나도 없다.”

　“아, 맞다! 손대리님~ 와이어 올려보세요.”

　“뭐하게?”

　“제가 선물 보내 드리려고요.”

　 잠시 후, 손민우가 올려 보낸 와이어 끝에 남기민이 사탕을 매달고 있다. 10개의 사탕을 테이프로 줄줄이 감은 후 신호를 보냈다. 피싱 와이어는 다시 내려갔다. 피싱 와이어에서 사탕을 뜯어낸 손민우는 허겁지겁 입에 넣고 씹었다.

　 두 개, 세 개.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탕을 내리 3개나 씹어 먹은 손민우는 나갈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구조대가 안 오면 스스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본관건물은 3층이다. 왼쪽으로는 민원실이 있는 관리동과 연결되고 오른쪽으로는 강당건물과 연결된다. 손민우가 있는 수용동은 1층에 출입문이 하나 있고, 들어오면 복도 왼쪽이 복층구조로 이루어져 각 방들이 복도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때문에 손민우의 머리 위에 있는 벽은 3층의 바닥인 셈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일반건물보다 더 높게 지어져서 높이로 따진다면 3.5층에서 4층에 가까운 높이다. 약 12m. 손민우는 천장에 깔린 수많은 케이블을 이용해서 바닥까지 내려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려가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손민우가 고민에 빠져 있는데 기민이 불렀다.

　“손대리님!”

　“왜? 기민아.”

　“버스가 엄청 많이 들어와요. 끝도 없이 들어오는데요.”

　“그래? 그럼, 교도소 기동대가 실패했나보다.”

　“야, 기민아. 나 여기 있다고 얘기했지?”

　“네, 당연하죠. 이제 곧 꺼내 주겠죠?”

　“임마, 아까 구호품 왔다고 했을 때 무전기도 왔다면서?”

　“아, 맞다. 왔어요. 어디 있을 거예요.”

　“그럼, 물어봐. 임마. 너 위에서 도대체 뭐하냐?”

　“네, 알겠어요. 잠깐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