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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요괴를 쫓는 소녀
작가 : 김촉봉
작품등록일 : 2018.11.2

평범했던 고등학생 제문에게 닥친 가족의 비극.
그 비극의 시작은 동생이 한 요괴의 숙주가 되고부터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요괴사냥을 하는 소녀 '문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제문이 여태껏 알지못했던 또다른 세계
제문은 동생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2) 내가 몰랐던 세계 2
작성일 : 18-11-28 21:18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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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는거야 내려”

 “...”

 

 문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리라니까!”

 “아 뭐하는거야. 갈거요 말거요?”

 

 둘의 실랑이에 택시기사가 짜증을 냈다.

 

 “출발해주세요”

 

 문주가 말했다. 제문은 어이가 없지만 일단 가만히 있었다. 일단 빨리 집에 가는 게 더 급했다. 시내를 벗어나자 주변은 온통 컴컴했다. 제문은 이상하게 초조하고 불안한 기분이 자꾸만 솟구침을 느꼈다. 불길하고 불안한 생각들. 제문은 마음이 진정이 안돼 숨을 한번 내쉬었다.

 

  왜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드는지 몰랐다. 그저 외박을 해서 느껴지는 그런 걱정과 불안감이 아니었다. 저 깊은 곳에서 뭔가 막을 수 없는 시커먼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문주역시 차창밖을 보고 있었다. 쟤는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도대체 왜 따라온다는걸까. 제문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문주가 갑자기 안고 있던 가방을 살짝 열어봤다. 제문은 힐끗 곁눈질을 하며 문주의 행동을 지켜봤다. 문주는 가방 안에서 아까 그 폐가에서 꺼냈었던 주머니를 집어들고는 안을 살펴봤다. 그리고는 택시기사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빠른 동작으로 가방에서 무언갈 꺼내 허리춤에 있던 전대 같은 곳에 넣었다. 제문은 놀라 눈이 커졌다. 찰나였지만 그건 단도같은거였다. 아까 그 이상한 짐승 머리에 꽂은 그것 같았다.

 

 “야. 너 그거 뭐야?”

 

 문주가 제문을 봤다.

 제문은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게 뭔데 꺼내서 챙기냐고. 그리고 내 동생을 왜 보러간다는건데? 니가 뭔데?”

 “필요하니까 꺼내는 거야. 잔말말고 있어”

 “너 내려”

 “...”

 “내리라고!”

 

 둘의 싸움에 택시기사가 룸미러로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문주는 제문이 열을 내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제문 혼자 욹그락 푸르락해 씩씩댔다.

 

 “너 그거 혹시라도 이상한 짓 하는거면 절대 가만안둬”

 

 제문의 말에 문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가만 안둔다고? 네가 가만 안두면 어쩔건데?”

 “뭐?”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 니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 말에 제문을 울컥했지만 문주의 얼굴도 몹시 단호했다. 제문은 어디 두고보자 생각하며 일단 꾹 눌렀다. 혹시라도 문주가 저 칼로 이상한 짓을 하려한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으리라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제문은 씩씩 거리며 다시 팔짱을 꼈다.

 

 택시는 텅 빈 새벽길을 빠르게 달려갔다

 

 .

 

 곧 마을 입구로 다다를 예정이었다. 제문 역시 몸을 꼿꼿하게 편 채로 초조하게 있었다. 택시는 코너를 돌려 마을 입구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제문은 그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서 보이는 저 멀리 자신의 집이 시뻘건 화염 속에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근처에는 사람들이 모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제문은 입이 떡 벌어지고 머리가 멍해졌다. 택시기사 역시 놀라 말했다

 

 “세상에 저게 뭐야? 불났잖아!”

 

 제문은 넋이나간 채 그 광경을 보고있었다. 이게 꿈인지 뭔지 믿기지가 않았다. 문주는 그런 제문을 보더니 제문의 어깨를 쳤다.

 

 “야! 저기 혹시 너네집이야?”

 

 제문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급하게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여기 세워주세요!”

 

 택시가 멈췄다. 제문이 급하게 내렸고 문주 역시 가방에서 돈을 꺼내 기사에게 내밀고는 따라 내렸다.

 

 제문은 집으로 달려가면서도 계속 넋이 나간채 다리의 힘이 풀려 몇 번이고 주저앉을 뻔했다. 문주는 쓰러질 것 같은 제문을 뒤로하고 더 빠르게 제문의 집 쪽을 향해 달려갔다. 제문은 달려가는 문주의 뒷모습을 보자 그제야 정신이 드는 듯 미친 듯이 따라 달려갔다.

 

 말도 안돼. 이건 말도안돼!

 제문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밖에 없었다. 제문의 집 주변에는 마을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중 한 아줌마가 제문을 보더니 놀라 급하게 달려왔다.

 

 “너 집에 없었구나!! 어디 갔었어!!”

 

 제문은 시뻘겋게 타오르는 집을 보면서도 이게 현실인지 믿을 수 없었다. 문주는 잠시 움찔하더니 재빠르게 화염에 휩싸인 집 안으로 달려갔다.

 

 “안돼! 학생!”

 

 사람들이 미처 말리기도 전에 문주는 잽싸게 문을 발로 차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미쳤나봐”

 “세상에! 어뜩해!! 저길 왜 들어가!!”

 “구급차는 언제 오는거야!”

 

 사람들은 문주가 들어가자 난리법석을 떨었다. 넋을 놓고 있던 제문 역시 그제야 마치 홀린 사람처럼 문주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려했다. 집안에는 엄마와 제형이 있을 터였다.

 제문이 들어가려하자 주변 마을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제문을 말렸다

 

 “안돼! 들어가면 죽어!”

 “안돼요! 저희엄마 안에 있어요 저희 동생도 있다고요!”

 “안돼!!”

 

 사람들은 제문을 억지로 막았다. 제문은 안간힘을 쓰며 사람들을 밀어냈다.

 

 “제발 놔줘! 우리엄마 죽는다고!”

 

 제문이 발광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 구급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집 안에서는 시커먼 그림자가 달려 나오는 게 보였다.

 

 문주였다! 문주는 실신한 제문의 엄마를 들쳐 매고 얼굴과 옷에 그을음이 잔뜩 묻어 엄마를 데리고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도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제문은 그제야 사람들을 뿌리치고 문주에게로 달려갔다. 문주는 제문의 엄마를 조심스럽게 바닥으로 내려놨다.

 

 온 얼굴과 몸이 그을음으로 범벅이 된 엄마는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제문은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엄마! 엄마 제발 좀 일어나!!!”

 

 제문은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가슴을 압박했다. 제문의 눈물과 콧물이 범벅으로 흘렀다. 잠시 후 도착한 구급차에서 의료진들이 달려와 제문을 밀어내고 의식을 확인하더니 재빠르게 들것에 엄마를 실고는 구급차로 옮겨갔다. 제문은 따라가며 엉엉 울부짖었다.

 그때, 갑자기 제형이 떠올랐다. 제문은 문주를 쳐다봤다

 

 “제형이!! 내 동생은?”

 “다른 사람은 없었어”

 

 문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없다니? 제문은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돼. 제대로 확인한거야?”

 “...없었어 분명히”

 

 제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문주를 밀치며 다른 구급대원에게 달려갔다.

 

 “저희 동생도 있어요! 저 안에 동생도 있다고요!”

 “확실해요?”

 

 구급대원이 물었다.

 “네! 거실들어가서 오른쪽방이 동생방이에요 거기 좀 확인해주세요!”

 

 구급대원 두명이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소방차에서 꺼낸 물호수로 살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보호자분! 어서 타세요!”

 

 구급차안의 대원이 다급하게 제문에게 외쳤다. 구급차 안의 엄마에게 산소호흡기가 씌어지고 있었다.

 

 “안돼요! 동생이...동생이 아직!”

 “그럼 후속차량으로 오세요”

 

 엄마를 실은 구급차문의 닫히더니 빠르게 출발했다. 제문은 멀어지는 구급차와 불타고 있는 자신의 집을 번갈아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미칠 지경이었다.

 

 이건 꿈이다. 이거야말로 다 꿈이여야 한다.

 

 믿을 수 없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엉망이고 말도 안됐다. 제문은 금방이라도 까무칠 것 같은 기분으로 집안으로 들어간 대원들을 기다렸다.

 

 다른 구급대원은 약간의 화상을 입은 문주의 팔에 응급처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토록 기다리던 대원들이 집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들어갔던 대원들만 나올뿐 제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 동생은요?”

 “안에 동생분 있는거 확실해요? 대피하신거 아니고요?”

 

 대원이 다급하게 물었다.

 

 “없다구요...?”

 “방이며 화장실, 심지어 장롱 까지 수색해봤는데 더 이상의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제문은 그 말에 몸이 뒤로 주춤했다. 불타는 집안에 제형이 없다는 것은 다행인일이지만 그렇다면 제형이 이 새벽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저기!"

 

 그때 누군가 다급하게 다가왔다. 마을의 입구 방향에 있는 집 중 하나에 사는 이장이었다. 제문과 대원들은 일제히 이장 쪽으로 쳐다봤다. 이장은 방금 화마 속에 들어갔다나온 대원을 살피며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저기 있잖아. 내가 느네 동생 본거 같은데”

 “네? 어디서요?”

 “아까 무슨이상한 소리가 들려가지구... 나와보니까 너네집이 불타구 있잖아 놀래서 내가 신고하면서 다시 나와보니까...제형이같은 애가 저쪽 버스정류장 쪽으로 막 달려가구 있더라구.”

 “버스 정류장요?”

 “어. 애가 놀라서 도망가는건지 뭔지...나도 얼핏봐서 긴가민가했는데 집에 없는거보니 맞나봐. 그나저나 너는 어디 갔다온거야. 제형이는 어딜간거구”

 

 제문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분간이 안갔다. 집에 불이나서 제형이 도망을 갔단말인가? 그런데 다른 동네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왜 버스정류장으로 갔을까? 도대체 어딜가려고?

 제문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보호자분 병원으로 출발해야 되요! 얼른 차타세요!!”

 

 대원이 급하게 제문을 당겼다. 제문은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지금은 엄마가 더 급한 상황이었다. 사라진 제형도 걱정되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저 불타는 집에는 없다는 사실은 안도해야했다. 제형을 찾는 것은 두 번째 일이었다.

 

 제문은 급하게 응급차에 올랐다. 팔에 화상을 입은 문주 역시 함께 구급차에 올라탔다.

 제문은 그제야 위급상황 속 자신의 엄마를 구하러 달려 들어간 문주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지만 혼란스럽고도 긴박한 상황 속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제문이 병원에 왔을 때 엄마는 응급처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위독한 상태라고 했다. 중독으로 인한 뇌손상이 있는지 바로 MRI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거기다 엄마의 옆통수에는 어딘가에 부딪친듯한 상처에서 출혈도 있다고 했다. 아마 화재가 난 후 놀라 넘어지면서 어딘가에 부딪친 게 아닌가 의료진은 설명하며 그 상처도 함께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제문은 생각할수록 앞이 컴컴했다. 왜 갑자기 멀쩡한 집이 불에 탄건지, 제형은 도대체 어딜 간건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건지, 제문은 하나도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제문은 응급실 밖의 대기의자에 앉아 초조한 기분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화상치료가 끝난 문주가 제문에게 다가왔다. 제문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문주를 보며 입을 열었다.

 

 “팔은...괜찮아?”

 “응”

 “고마워. 미안하고”

 “됐어”

 

 제문은 그렇게 말하고 난 후 괴로움에 머리를 감쌌다.

 

 “,,,도대체 제형이 녀석은 어딜간거야”

 

 그러다가 문주를 확 쳐다봤다. 아까 동생을 그렇게 찾았던 문주의 행동이 다시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문주는 무언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넌 알고있지?”

 “뭘”

 “너 아까 내 동생 만나야겠다고 했잖아. 뭐 귀신에 씌었느니 뭐니 하면서...그게 무슨말이야?”

 “...”

 “내 동생이 갑자기 귀신에는 왜 씌이고...우리집은 왜 불타고...넌 뭔가 알고 있는거야?”

 

 문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문은 문주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문주에게 매달렸다.

 

 “제발. 뭐라도 알고 있으면 말 좀 해줘. 도대체 왜 내 동생을 찾은거야? 그 폐가는 왜 간거고? 나 진짜 머리가 복잡해서 미쳐버릴 것 같애”

 

 문주는 매달리는 제문을 보며 잠시 후 망설이던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한다고 니가 믿을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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