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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감독 스튜디오-

　" 그럼 어머니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 오래 걸리나요?"

　" 후후 아니요. 간단한 미팅이라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싱긋) 그럼 율아 삼촌이랑 같이 갈까?"

　" 잠깐만요. 엄마"

　" 응?"

　" 율이 갔다 올 동안 엄마 안 무서워?"

　" 응 엄마 괜찮아 안 무서워. 후후"

　" 그럼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앉아있어야 해. 안 그러면 율이가 걱정해."

　" 물론이지. 율이 말대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율이도 잘 다녀와"

　" 응 율이 금방 갔다 올게. 삼촌 이제 가도 돼요. 엄마가 안 무섭데요."

　" 하하하. 그래 이제 가자.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율이 어머니"

　조감독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율이의 뒷모습을 보며 수현은 코끝이 찡했다. 어느 새 율이가 저만큼 자라난 것이 놀랍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

　성장해 간다. 수현과 율이 둘은 이렇듯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성장하고 있었다.

　" 네가 율이구나?"

　" 안녕하세요."

　" 율아 자기소개 할 수 있어?"

　" 네~ 저는 해맑은 유치원 기쁨 반 6살 권율입니다."

　" 율이 6살이구나? 그럼 율아 혹시 괜찮다면 아저씨한테 율이가 좋아하는 거 그리고 싫어하는 거 있으면 말해줄 수 있을까?"

　" 음...... 율이는 엄마랑 누워서 하늘이를 보는걸 제일 좋아해요."

　" 하늘이? 혹시 율이 친구 이름이 하늘이야?"

　" 네 하늘이는 율이랑 제일 친한 친구라 항상 율이가 있는 곳에 따라와요. 그래서 율이가 하늘이를 보고 싶어 할 때면 엄마가 마당에 눕혀주곤 했어요. 가끔 밤에 자동차 위 구멍을 열어줄 때도 있었고 또 맞다! 긴 안경으로 만난 적도 있어요. 물론 하늘이가 밤에는 까맣지만, 반짝반짝 보석들을 이만큼씩 달고 있으면 너무 이뻤어요. 걔 이름은 별이라고 했어요. 별이도 참 이뻐요."

　순간 노 감독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해 갸웃거리다 이내 미소를 띄웠다.

　" 아~ 율이 친구 하늘이가 혹시 저 위에 살고 있니?"

　" 네~ (싱긋)"

　" 그럼 율아 혹시 율이가 싫어하는 건 뭘까?"

　" 음......."

　노 감독 말에 율이가 골똘히 생각해본다. 그리곤 갑자기 어두워지며 노감독에게 말했다.

　" 율이는 싫은 게 별로 없지만 하나가 슬픈 게 있어요."

　" 그래? 우리 율이를 슬프 게 하는게 뭘까?"

　" 율이는 아빠가 보고 싶은데 아빠는 하늘이처럼 율이가 보고 싶지 않은가 봐요."

　노감독은 슬픔에 찬 율이의 눈망울을 보곤 옆에 있는 조감독에게 조용히 눈짓한다.

　" 그래서 율이가 많이 슬프구나."

　" 네......."

　" 근데 그건 아마 아닐 거 같아. 아저씨가 우리 율이를 지금 봤지만 율이는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그래? 하늘이의 보석 있지?"

　" 별이요??!!"

　" 맞다 별이! 별이도 무척 이쁘긴 하지만 아저씨가 봤을 때 우리 율이는 그 별이 보다 더 반짝이고 무척 사랑스러운걸?"

　" 정말요?"

　" 물론이지. 아저씨는 거짓말 안 해요. 예전에 거짓말을 할 때면 코가 자꾸 길어져서 아픈 주사를 맞고 난 뒤론 저~얼대 거짓말을 안 하게 됐지."

　" 키노키오!"

　" 키.......노키오?"

　" 네 키노키오. 키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졌대요. 선생님이 읽어주셨어요."

　" 아하~! 피노키오? 하하하. 그래 그 피노키오처럼 아저씨는 그 후로 거짓말을 절대 안 하는 사람이 됐어. 그러니 율아. 아저씨 말 믿어도 좋아. 절대 아빠는 율이가 싫어서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음 지금 율이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어른이 되면 너무 생각할 것도 많고 그만큼 하고 싶어도 못할 수밖에 없는 일도 많거든. 아마 아빠도 그렇지 않을까? 율이가 너무나 보고 싶은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분명 있어서 그러실 거야. 그러니 슬퍼하지 말고 율이가 아빠를 이해줄래? 그게 조금은 힘들고 버거울 테지만 율이는 아저씨가 봤던 아이 중에 가장 용감한 아이니까 할 수 있을까?"

　노감독의 말에 율이가 웃는다. 노감독은 심장이 멎는듯하다. 눈물 맺힌 영롱한 눈동자. 세상의 해맑음을 다 담은듯한 저 미소. 드디어 찾았다. 이 아이다. 노감독은 리안에게 맡기려던 캐스팅을 마음속에서 조용히 접어버린다. 이건 볼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 네~!! 할 수 있어요. 율이는 할 수 있어요!"

　****

　- 백호 기업 회장실-

　" 상무님 오셨습니다."

　" 들어오라 해."

　' 탈칵 '

　" 부르셨습니까"

　" 오늘 정 의원댁 만찬 약속 있으니 준비하고 있거라."

　" ............"

　" 이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거 같으니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 보일 때도 됐지."

　" 저를 뭐라 소개하시려고요? 잃어버렸던 아들이 갑자기 생겼다고 하실 건가요? 아니면 젊은 시절 내 앞날을 위해 버려버린 쓰레기 같은 아들이지만 이제 필요할듯싶어 주워왔다 솔직히 말씀하실 건가요? 미리 귀뜀이라도 해주셔야 저도 회장님 장단에 맞추지 않겠습니까?"

　" 글쎄 뭐라고 소개해줘야 네 녀석의 그 독기가 쏙 빠질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구나. 훗. 나가봐."

　모든 걸 지키기 위해 선택한 이길 이지만 민영은 그 선택으로 인해 이렇게 홀로 남겨졌다.

　"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 여보!"

　" 당신은 가만 있어 봐. 이게 지금 돌지 않고서 이럴 수 없는 거라고!! 어떡해 네 자식 네 처를 그렇게 내쳐버릴 수 있어!! 우리가 이러려고 지금껏 널 키운 줄 알아? 너가 네 아버지랑 다른 게 뭔데! 그렇게 이를 갈고 원망하던 네 아버지랑 네가 다를 게 뭐냔 말이야?!"

　" 여보 진정해. 민영이 얘기도 들어봐야지. 민영아 얘기해봐. 뭐 때문에 이러는 거니? 그 사람이 뭐라고 그랬길래 네가 이러는 거냐고. 말을 해야 우리도 이해하던 도움을 주던 할 거 아니야."

　" 그런 거 없어요. 평생 이렇게 살며 남들한테 무시당하는 삶 지긋지긋해요. 좋잖아요. 부도 권력도. 다들 내 앞에서 벌벌 떠는 꼴 보는 거. 이제야 사람 사는 방법을 알아 아쉬울 정돈걸요. 다 잘됐.... "

　' 짝'

　어느새 윤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민영의 뺨을 후려쳤다.

　" 네 말대로 그래 사람들을 발아래 놓는 게 좋아서 그랬다 치자, 그리고 네가 말하지 않지만, 그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협박을 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건 넌 처자식을 버린 네 아빠와 다를 게 없어. 알고는 한 행동이니?"

　" ...............어 알고 있어."

　" 그래 그럼 나가"

　" ??"

　" 엄마도 그리고 이모 이모부도 그런 널 받아줄 수 없어. 가렴. 네가 원하는 길로. 하지만 다시는! 엄마가 죽는 다 해도 올 필요 없어. 내 자식 권민영은 이제 이 세상에 없어. 며느리 혼자...... 죽은 내 아들이 낳은 손주 잘 키우고 있어 준다 그리 생각하며 고마워하고 평생 갚으며 살아갈 테니 가."

　" 언......니"

　" 미안해 제부. 그리고 유미야."

　더는 권 회장의 말들로 엄마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던 민영은 그 길로 집을 박차고 나왔다.

　민영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유리창 넘어 밖을 내다본다. 벌써 어수룩한 저녁. 하지만 그 곳 어디에도 민영이 돌아갈 곳은 없다.

　****

　- 청담동 한식당 -

　" 아 배부르다~"

　" 형은 어떡해 그렇게 먹고 그 몸을 유지하는 거예요. 정말 신기해."

　" 타고나는 거야. 이런 건."

　" 헐~"

　" 왜 재수 없냐? 크크크 그것보다 그래서 캐스팅 다 끝난 거야?"

　" 네 오늘 노감독님 쪽에서 연락 왔는데 여배우 아역 배우 다 캐스팅 끝났다네요"

　" 아역 배우는 내가 고르라더니. 잘됐네! 귀찮았는데.

　" 동영상 보내왔어요. 한번 보실래요?"

　" 여배우도 아니고 아역 동영상 보라고? 됐어 여자 주연은 누군데?"

　" 주연 있잖아요. 서주연"

　" 걘 또 누구야?"

　" 에엑? 서주현을 몰라요? 그 있잖아요. 송애란이 뜨고 있는 별이라면 이미 떠 있는 별 서주연. 세상에 서주연을 모르다니."

　" 아 됐고 그럼 내 아들은?"

　" 네? 아들이요?"

　" 내 아들 역 맡은 애 말이야. 내 아들"

　" 치~이 아까는 관심 없는 척하더니. 서주현도 같이 보여드려요?"

　" 넌 이 영화의 판도를 가르는 게 뭘 거 같냐?"

　" 글쎄요. 여배우 캐스팅? 이미 형이 주연이니 여배우만 잘 들어오면 그것도 됐고.....흠...... 아 대본의 완성도?"

　" 이 영화이 빛을 보려면 아역이야."

　" 아역이요? 에이~ 어린애 하나 따라 무슨 영화 흥행이 갈려요. 말도 안 되는 소리."

　" 그러니까 네가 죽어라 나한테 욕을 먹는 거야.

　" ?"

　" 이 영화에서 그 아이의 흡입력 나와의 호흡. 그게 영화의 흥행을 가를 테니 두고 봐. 그러니 잔소리 말고 동영상이나 내놔봐."

　리안을 가볍게 흘기던 매니저가 태블릿PC를 리안에게 넘긴다. 가만히 화면을 주시하고 쳐다보다 영상이 끝나고 리안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 노 감독 보는 눈 있는데? 반갑다 아들. 훗'

　****

　- 수현의 집 -

　" 뭐....뭐? 진짜 율이가 된 거야?"

　" 응."

　" 꺅~ 우리 율이 대단해 정말 대단해!!"

　" 근데 문제가 있어."

　" 무슨 문제?"

　" 나 면접도 붙었어."

　" 정말? 뭐 이런 겹경사가 다 있어!!'

　"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출근을 하면 율이 촬영을 누가 따라다녀. 그렇다고 어렵게 취직한 걸 그만둘 수도 없고."

　" 그럼 내가 같이........."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 이번에 웹 소설 연재 들어 갔다며 근데 그거 어떡하려고 절대 안 돼!"

　" 수현아."

　" 내가 최대한 시간 맞출 수 있을 땐 맞추고 나머지는 감독님 쪽에서 사람 보내준다니 조율해 봐야지. 율이가 소속사가 없으니. 그렇다고 이 일이 어떻해 될 줄 알고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잖아."

　" 그래 그럼 나도 시간 날 때마다 나가서"

　" 은아야. 마음만 받을게. 너도 이번에 힘들게 글 쓰게 된 건데. 나 너 이렇게 내 일 때문에 너 일 등한시 하는 거 싫어."

　" 알았다!! 알았다고!! 근데 무슨 영화야? 주연배우가 누구래?"

　" 글쎄 내가 무슨 배우를 알아야지. 뭐라더라. 리...... 맞다 리안이랬나? 여자는 노주현? 아니다 뭐랬더라."

　" 리...리안???? 그리고 서주연??"

　" 너 아는 사람들이야?"

　" 야!! 너 리안 누군지 몰라?"

　" 리안이 누군데.(시큰둥) 내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알아. 그리고 율이랑 TV를 봤어야지."

　" 미치겠네. 너 여기 온 지 반년 다 돼간다고!! 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이은석!"

　" 이은석? 걔가 왜?"

　" 은석이 할리우드에서 영화 찍고 대박 쳤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 그랬지. 근데 그게 왜?.......... 설마........"

　" 그래!! 걔가 리안이라고!! 아휴 내가 몇 번을 말했어!"

　" 아아아악!!!!! 뭐야 그 녀석이 우리 율이 아빠란 거야 지금??!!!"

　인연은 이렇게 듯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거라고 은아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껏 고민했던 일이 한순간에 답이 나온 느낌에 오늘은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