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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02.
작성일 : 18-11-23 23:51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6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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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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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2.

 

 

 "저...저거 마법 아냐?"

 

  현실로 등장한 마법에 길을 막아서고 있던 필립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쟝은 그사이 판단을 마쳤는지 뒤돌아 도망갔다. 덕분에 고민 없이 필립을 향해 불꽃을 날렸다. 운도 따랐는지 수월하게 명중했다.

 

 "으아아악! 내 팔! 얼굴이! 쟝. 도와줘!"

 

  필립이 불에 난리를 피우며 바닥을 굴렀다. 통쾌한 장면이었지만 탈력감이 웃고만 있을 수 없게 했다. 겨우 마법 한 번인데도 마력이 바닥이었다. 필립이 정신을 차려 이쪽에 달려들거나 마음을 바꿔먹은 쟝이 오면 끝장이었다. 우려대로 머잖아 필립에 달라붙은 불이 꺼졌다. 불탄 옷자락이 들러붙어 진물이 흐르는 어깨와 쟝 못지않게 흉악해진 얼굴이 드러났다.

 

 "으으으."

 

  실핏줄이 터져 불그죽죽하게 변한 눈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고통에 찬 모습이지만 거동엔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원래는 마법이라 쉬이 꺼지진 않을 텐데, 워낙 마력양이 적어 그런 지 쉽게 꺼진 것 같았다. 해칠 생각은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더 이상 마법을 못 쓰는 게 문제였다. 한 명 뿐이니 따돌리는 건 훨씬 쉽겠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발을 뻗는데 몸이 무너졌다. 세상이 여러 개로 겹쳐졌다가 나뉘었다가 까맣게 변했다.

 

 

  해가 저물어 가는 하늘과 군데군데 부서진 나무집들이 한데 엉켜 눈을 어지럽혔다. 세상이 빙빙 돌았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가만히 누워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 별을 세며 기억을 헤아렸다. 아이 한 명을 구해주려 했었는데, 마법을 썼었고...?

 

 "도망을,"

 

  반개한 눈을 번뜩이며 몸을 일으키다가 주저앉았다. 근육이 꼬인 것처럼 아렸다. 등을 중심으로 퍼지는 고통인 걸 보니 마력을 바닥까지 끌어 쓴 반동인 듯했다.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구석구석 뻗은 문양 탓에 팔다리는 당연하고 손끝 얼굴까지 바르르 떨렸다.

 

 "저. 괜찮은 거야,요?"

 

  옆에서 머뭇대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니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상황 파악도 할 겸 잠시 앉아 쉬는 걸 선택했다. 바닥이 더럽긴 했지만 옷도 거기서 거기라 상관없다.

 

 "괜찮단다. 너야말로 다친 데는 없고? 그놈은?"

 "보다시피 멀쩡하고. 그놈은 그냥 튀던데, 요."

 "무어?"

 "너가 진짜 마법을 썼으니까. 귀족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나 보지,요."

 

  아이의 설명에 떨떠름하게 고갤 끄덕였다. 화상에 죽일 듯이 노려보던 얼굴이 선명한데, 겨우 마법 한 번에 도망갔다니 잘된 일이지만 허탈했다. 하긴 이곳은 그런 세계였다. 왕후장상의 씨가, 귀족의 푸른 피가 마력으로 실존했다.

 

 "그러면 그때부터 여태 이곳에 있던 거니?"

 "옮길 수도, 두고 갈 수도 없어서 그냥 옆에 있었어,요."

 

  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바닥에 질질 끌린 흙 자국과 바싹 마른 아이의 가냘픈 몸이 눈에 들어왔다. 내 팔뚝이 유난히 통통해 보였다.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뚱뚱한 게 아니다."

 "나도 힘이 약해서 그런 거 아니야,요."

 

 아이도 마찬가지로 붉게 달아올라선 재빨리 대꾸했다.

 

 "풉."

 

  별것 아닌 말임에도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실감이 들어선가 웃음이 나왔다. 황당하게 보던 아이도 마찬가지였는지 뒤늦게 웃음을 터트렸다.

 

 "엌."

 

  나도 본격적으로 웃어대려다 단말마의 비명과 비명 와 함께 허리를 움켜쥐고 엎어졌다. 아이가 황급히 다가왔다.

 

 "역시 아까 다쳤던 거야?"

 "등이, 등이."

 "등이 왜?"

 

  아이가 안절부절못하며 차마 손조차 대지 못했다. 웃음을 멈추자마자 통증이 가신터라 무안할 정도였다. 민망함에 몇초 쯤 모른체 할까 싶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어깨를 돌리며 반듯이 섰다.

 

 "당기구나."

 "하."

 "마력을 모으고 움직여야 할 듯 싶은데."

 

  아이의 혀차는 소리를 능청스레 못 들은체 하며 조용히 집중했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무색의 마력을 잡아다 채워 넣는 간단한 일이다. 원채 용량이 적은 탓에 잠시면 되었다. 당기는 느낌이 잦아들었다. 찌뿌드드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정도야 별 것 아니었다. 외려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될거다.

 

 "가자."

 "벌써? 요."

 "날을 여기서 샐 순 없잖니."

 

  갸우뚱하는 아이를 내버려 두고 일어서 걷다가 뒤돌아 돌아왔다. 초행길이었던데다가 한번 기절한 탓에 들어 온 방향조차 짐작이 가지 않았다. 다행히도 아이는 길을 알고 있었다.

 

 "너, 그쪽, 님? 몸은 정말 별 문제 없는거지? 요."

 "존대를 할 거면 존대를, 반말할 거면 반말을 하거라. 그 어정쩡한 말투가 심히 거슬리구나."

 "그치만 너는 귀족이잖아. 요."

 "아깐 잘만 말을 놓더니."

 "그땐 너, 님이 귀족인지 몰랐으니까. 요."

 

 인제 와서 내숭 떠는 것도 아닐 텐데. 귀족이라고 따지긴. 뜨문뜨문 끊기는 말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이를 붙잡아 세웠다.

 

 "황금과, 아니 그건 상관없지. 아에리아 멜버른. 내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 너는?"

 

  가문을 뺀 단조로운 소개에 곡선을 그리던 아이의 입이 일자로 다물어졌다. 내가 못 물을 것이라도 물었던가?

 

 "아이야?"

 

 아이의 팔뚝을 부여잡고 부드럽게 얼렀다. 아이는 입을 닫은채 한참을 미적거렸다. 아이를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며 짓궂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귀족인 나보다 노예인 네 이름이 더 귀하구나. 이름조차 내게 알려주기 싫으니?"

 "그런 게, 아니야. 없어서 그래."

 

  아이는 담담하게 말하며 나를 지나쳐 앞으로 걸었다. 어느새 날이 저문 길은 드문 드문 세워진 마법등을 제외하면 껌껌했고 내리 쬐는 빛을 넘어 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검게 칠한 등만이 어렴풋이 보였다.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이 지. 아이에게서 단서를 구하고 싶었지만 어둠을 꿰뚫을 순 없었다. 무능력하게 이어질 말을 기다려야만 했다.

 

 "누가 물건에 이름을 붙이겠어?"

 

  자신을 물건 취급하는 말이 건조했다. 장난기 어린 얼굴이 찬찬히 굳어갔다. 결단코 저런 말을 듣기위해 이름을 물어본 건은 아니었다.

 

 "물건?"

 "노예는 니들한테 물건이잖아."

 

  할말을 다했다는 듯 돌아선 아이는 힐끔 나를 보고 다시 앞을 향했다. 마지막까지 목소리는 담백해서 문장만을 옮길 뿐이었지만 얼굴은 볼 수 있었다. 빛을 마주할 때 비친 아이의 눈은 강한 적개심이 서려있었다. 아마도 주인을 향한, 그리고 주인과 같은 계층인 귀족을 향한. 나를 향한. 나는 오늘 이전에 노예를 본 적이 없었다. 있다는 것은 들어 알았지만 서도 그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아무것도 몰랐다. 관심조차 없었다.

 

 "아이야."

 

  그래서 이름이 없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이름을 묻는 단순한 질문이 누군가의 상처를 헤집을 수도 있다는 걸 짐작도 못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아이가 뒤돌아섰다. 비추는 빛이 없는 아이는 다시 검게 칠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꼭 그가 말한 것처럼 무생물하게 보였다. 아직 움직일때마다 지릿한 감각을 무시하며 그에게 뛰어갔다.

 

 "나는 물건에 목숨을 걸지 않는단다."

 

  맞닿은 아이는 따듯했다. 물건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아이를 잡아들었다. 가능할 거라고 여겨 한 거지만 실제로 무리 없이 들리자 자괴감이 들었다. 공주님 안기로 안긴 아이가 발을 달랑거리며 몸부림쳤다.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게 뭐하는 거야!"

 

 아이의 목소리는 당황과 분노가 느껴졌고 새로운 마법등 아래 비친 얼굴엔 감정이 물들었다. 생생한 생명력이 펄떡였다.

 

 "물건이라기에 주워가는 중이다. 신기하게 물건이 말을 하구나."

 

  들끓던 아이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게 마음에 들어서 웃으며 발버둥에 불편해진 자세를 고쳐 안았다.

 

 "주워다 내 친구로 삼을 거다. 먹이고 입혀서 재우면 꽤 쓸만해 질 것 같은데. 이름도 지어주마. 탄, 어떠니. 간결하고 좋다."

 

  동의를 구하려 아이를 내려다 보았다. 아이의 표정은 황망하고 익숙했다. 누구를 닮았나? 그 누군가를 찾기도 전에 아이가 진정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너, 나한테 왜 이래. "

 "왜냐...?"

 

  왜일까. 스스로도 모를일이라 자문을 구했다가 금방 깨달았다. 그 누구는 나였다. 나는 난생처음 보는 저 아이를 내 과거에 투영해 보고 있었다. 성격도 얼굴도 처한 상황도 무엇하나 같지 않았지만, 아이는 과거의 나였다.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내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아연해져서 아이를 보았다. 나는 참 이기적이구나.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니?"

 

  핑계삼아 내놓은 말이 볼품없었다. 내가 듣기에도 설득력 없는 말이었다. 아이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쳤다가 아이의 올곧음에 내가 먼저 눈을 돌렸다. 그제야 아이가 입을 열었다.

 

 "주인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주인?"

 "그래. 주인, 나는 받지도 못한 값을 치르고 산 주인. 너가 귀족이라도 노예를 마음대로 데려갈 순 없어. 괜한 문제 만들지 말고 그냥 가."

 

  그게 문제였나. 생각지 못한 문제지만 그런거라면 별 상관없다. 지구와 이 세계를 관통하는 몇 안 되는 진리가 있다면 그건 바로 돈이 최고라는 거다. 물질만능주의라고도 하고.

 

 "누가 야반도주라도 하자고 했니? 값을 치르면 되는 것을."

 "귀족은 노예를 죽이면 죽였지, 팔지 않아."

 "몇 배를 준다 해도?"

 "너가 얼마를 생각하는 진 모르겠는데, 노예는 생각보다 비싸."

 

  아이가 조곤조곤 설명을 이었다. 눈빛이 안타깝다. 아이의 눈이 내 망토며 소매 등 곳곳에 닿았다. 옷은 너덜너덜 해져있고, 피와 먼지로 얼룩덜룩하다. 거울이 없어 자세히 보진 못하지만, 눈에 닿지 않는 부위라고 상태가 썩 좋을 것 같진 않다. 첫 만남도 수행인 한 명 없이 더러운 골목길을 전전하는 귀족이었으니 오해할만했다.

 

 "비싸 봐야 얼마나 비쌀까, 금화? 백금화? 아님 보석만 받는다니?"

 "금화 몇 개만 있어도 충분하지. 근데 너 은화가 몇 개야 금화가 되는 진 알아?"

 

 여기 대상단 딸한테 화폐단위를 설명하려는 사람이 있다. 지구로 치면 재벌집 따님이 난데 말야. 재수 없게 고개를 치켜들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못 들었니? 내가 황금의 비호를 받는 자라고. 돈은 썩어 넘칠 정도로 많단다."

 

  나 돈 많아.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자신만만하게 웃는데 정작 아이는 허풍쟁이를 보는 것 같은 눈빛이다. 이제 아이가 도망칠 것 같진 않아서 바닥에 내려놓고 허리에 맨 가방에서 돈주머니를 찾았다. 다행히 그 난리에도 돈주머니는 잃어버리지 않고 안에 고이 있었다. 첫 외출이라 시세를 몰라 넉넉하게 챙긴 덕분에 불뚝한 모양새다. 주머니의 주둥이를 잡고 아이 눈앞에서 힘껏 흔들었다. 출렁거리며 돈 부딪치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앞장서거라. 팔도 아프구나."

 

 돈주머니를 집어넣으며 팔을 쭈물거렸다. 아이가 눈치를 살피며 쭈뼛쭈뼛 물어왔다.

 

 "진짜야?"

 "주머니 안도 보여주랴?"

 "아니, 그거 말고. "

 

 시선을 외로 돌리며 말하는 아이의 귓바퀴가 불타듯 빨갰다. 이게 아니라면 뭔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보자 아이가 쑥스러워하며 툭 던지듯 단어를 내뱉었다.

 

 "친구. 친구 삼겠다며."

 

  친구라. 그러겠다는 간단한 말이 메이듯 막혔다. 내가 네게 접근한건 불순한 의도로 가득한데, 자신조차 속인 처음엔 기세좋게 외쳤지만 지금은 그래도 될지 모르겠다.

 

 "친구?"

 

  아이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리는 나를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네가 그걸 바란다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외롭고 너는 내가 필요할테니. 멋대로 결론 지은 내가 활짝 웃으며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 너는 내 친구다. 다시 인사할까. "

 

 마주선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나는 아에리아 멜버른이다. "

 "나는,"

 

 손을 보던 아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탄이야."

 

 나를 보며 내가 지어준 이름을 말했다. 아이, 탄이 웃으며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

 

 

 탄의 전주인과 협상은 잘 마무리 되었다. 처음엔 거지같은 몰골을 본 주인이 쫓아내려 했지만, 내가 꺼낸 돈주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 탄은 신속하게 팔림 당했다. 정황상 내가 제시한 몸값이 기막힌 바가지임이 분명했다. 탄이 그 사실을 지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치른 것보다 값진 걸 얻었으면 이득이지."

 "절대 아닌 거 같은데."

 

  탄의 투덜거림을 웃음으로 넘기며 손을 뻗어 길 끝을 가리켰다. 오층짜리 거대한 건물을 중심으로 조금 더 작은 건물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여 있는 것이 희끄무레하게 보였다.

 

 "저기다."

 "진짜 귀족들은 저렇게 조금씩 모여 사나 봐?"

 

 탄이 감탄하며 물었다. 고개를 가만히 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소릴, 전부 같은 저택이란다."

 

  탄의 놀람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얕은 오르막길을 걸으며 조곤조곤 이야길 나누었다. 큰 사건이 있어 친밀감이 느껴져도 초면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 말은 신상에 관한 이야기로 새었다. 살던 곳이나 전에 하던일은 조심하며 덮어뒀다가도 생일을 물었다가 이름도 없는데 태어난 날을 알 것 같냐는 투박을 들었다. 그러면 오늘을 생일로 챙겨주겠다는 내말에 대화는 침묵에 빠졌다.

 

  혹여 화가 난건가 얼굴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날이 완전히 저물어 앞을 분간하기 조차 어려웠다. 이 때 쓸만한 마법이 있었지만 마력을 바닥까지 썼던 휴유증이 남아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슬슬 불안해 질때 쯤 말이 없던 탄이 심각하게 말을 꺼냈다. 다행히도 화난 것 같은 어조는 아니었다.

 

 "아에리아. 할 말이 있는데."

 "무얼?"

 "그, 늙은이 같은 말투는 원래 그런 거지?"

 "늙은이 같다니? 황가에서 초청하기까지 한 예법 선생이 직접 사사한, 고아하고 격조 높은 화술이란다."

 "하."

 

  개화식 직후 줄행랑을 친 예법선생의 권위보다 탄의 비웃음이 더 설득력있었다. 이젠 이런 말투를 쓸필요도 없고, 지구에서 처럼 편히 말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나.

 

 "좋아. 그럼 욕 좀 가르쳐 줄래?"

 

  그동안 이 무례한, 경우없는, 등의 별 분풀이 되지도 않는 말만 하는게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욕을 들어봤어야 써먹던가 하지. 나이가 어린 것도 한 몫 했겠지만, 내게 욕을 해도 될만 한 사람들은 분노한 상황에서도 매우 고상하여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말했다. 물론 화나다 못해 이성이 날라갈 지경에서는 따라하기조차 힘든 저주를 퍼붙기는 하더만, 활용할 정도로 저주를 들은 건 아니라 활용하기 힘들다. 궁금함을 가득 담아 탄을 바라보았다.

 

 "뭐?"

 "욕, 상스러운 말."

 

 탄은 나를 매우 어이없게 바라봤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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