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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 책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작가 : 잡히면술래
작품등록일 : 2018.11.19

판타지 세계에 부자집 귀족가 영애로 환생했다.

돈 많은 백수 같은 삶에 만족하며 전생인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을 뿐인데....

내가 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표지 : 픽사베이.

 
001.
작성일 : 18-11-21 09:08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7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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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1.

 

 

 고유마법을 각성하고 일주일. 하나둘 떠오르는 전생의 기억은 제법 쌓였지만, 아직도 뒤죽박죽이었다. 가령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기억은 있어도 영화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는 식이었다. 그러는 와중 친구들과 신이 나서 닭꼬치를 뜯던 일이 떠올랐다. 닭꼬치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을 아는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입에 넣으면 녹아내린다는 것만 기억해도 충분했다.

 

 돈을 잔뜩 챙겨 별채를 빠져나왔다. 나를 제지하거나 가는 곳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별채에 오가는 사람은 많아도 상주하는 인원은 소피아라는 하녀밖에 없었고 그녀는 늘 바빴다. 그렇지 않더라도 내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내 부재를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으로선 다행인 일이었다. 혼자 길게 뻗은 길을 걸었다.

 

  삼십여 분쯤. 제법 긴 시간을 걸어 도착한 도심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잘 닦인 도로에는 마차들이 줄지어서 다녔고 거대한 분수와 동상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세워져 있었다.

 

  조금 떨어진 사람이 오가는 길가 한편에는 갈린 풀에 고기가 절여져 구워지거나 알처럼 생겼으나 희고 무른 것이 납작한 돌덩이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갔다.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절로 손이 갈 만도 했지만 나는 오로지 닭꼬치가 먹고 싶었다.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이라도, 이 세계에서도 드문드문 매운맛 나는 것들이 만찬에 올라왔으므로 불가능한 바람은 아니었다.

 

 때맞춰 정면에서 불던 바람이 동쪽으로 바뀌면서 아린 향이 훅하고 콧속을 파고들었다. 이 향이었다. 따라가면 닭꼬치가 아니라도 매운 음식은 먹을 수 있을 거다. 향을 쫓아 걸음을 옮겼다. 갈수록 거리는 좁아졌다. 대신 쓰레기들이 늘어나 인적이 드물어졌지만 닭꼬치에 눈이 먼 나는 인지하지 못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마침내 길의 끝에 도착했을 땐 닭꼬치는 없고 발길질 당하고 있는 아이만 있었다.

 

 내 전생, 지구에서 아동 폭행은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었다. 원래도 그러하였지만, 지금은 그에 뼛속 깊이 동의했다. 어린아이는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다.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다. 좁아진 골목에 그늘뿐이라 접어 둔 양산으로 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거기 아이 하나를 괴롭히는 평민 둘, 당장 그만둘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전생에서 평범한 기억이 섞여 들어갔다고 그전 드하스티로 콧대 높은 귀족의 기억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당당한 명령에 둘이 인상을 쓰며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저 정신 나간-."

 

  둘 중 멀끔한 쪽이 앞으로 나서며 신경질을 부렸다. 내 앞까지 다가오려는 그를 다른 쪽 사내가 말렸다. 대신 앞으로 나서기 까지했다.

 

 "귀족이십니까?"

 

 그는 한쪽 귀가 잘려있고 얼굴에도 크게 칼자국이 나 있어서 인상이 험악하다 못해 흉악해 보였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공손하고 나긋나긋한 게 언뜻 들으면 비굴하기까지 했다.

 

 장갑 낀 손을 심장 곁에 갖다 붙였다가 빠르게 떼며 손등까지 뻗친 문양에 마력을 흘려 넣어 문양을 드러냈다. 드하스티만의 신분을 나타내는 인사법인데 장갑에 가려 문양이 썩 보일 것 같진 않았다.

 

 "황금과 바다의 비호를 받는 자. 멜버른 남작가의 첫째 여식 아에리아라고 하네. 그쪽은 밝힐 가문이 있으신가?"

 

  묻는 말에 자연스럽게 신원을 읊는 말이 튀어 나갔다. 저들을 대우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여태껏 배우고 익힌 예법의 성과였다.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처음 나선 남자가 그의 옆구리를 쑤시며 가로막았다.

 

 "쟝. 넌 며칠 전 일도 기억 안나냐. 그 미친년이 귀족입네 사기 쳐서 돈 뜯긴 거."

 "필립. 넌 그 입 닥쳐라. 무엇이든 귀족이라면 엮이지 않는 것이 옳다."

 "그래서 저 깡마른 계집애 하나에 빌빌대겠다고? 가랑이 사이에 달린 걸 떼버리는 게 어때?"

 "필립."

 

  쟝이 으르렁거리며 경고했다. 대화만 보면 만만찮을 것 같았지만, 필립은 순순히 아이에게서 멀어졌다. 비록 표정은 불만스러웠지만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쏟을 정신도 부족했다.

 

 "좋아, 귀족 나으리. 아이에게서 손 뗐으니 이만 볼일 보러 가봐. 이런 곳에 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아이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어찌 그대들을 믿고 떠나겠나."

 

 발을 옮겨 곁으로 다가갔다. 덕분에 그들이 내뿜는 악취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인상을 찡그리면서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야. 일어날 수 있겠니?"

 "이건 아니지. 얘는 우리 주인님 소윤데, 우리야말로 너를 어떻게 믿고 맡긴단 말야?"

 

  필립이 어깨를 잡아 나를 멈춰 세웠다. 불쾌한 느낌에 어깨를 털어내며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짐승만도 못한 이들. 털어낸 장갑을 벗겨 구석 쓰레기 위로 버렸다. 하얀 실크장갑이 맺혀있던 더러운 물에 미적지근한 회색으로 물들었다.

 

 "길가의 쓰레기보단 아무래도 사람이 믿음직스럽지."

 "뭐? 이년이-"

 

 필립이 욕설과 함께 팔을 힘껏 들어 올렸다. 갑작스러운 위협에 반사적으로 움추러

 들었다가 목을 빳빳히 세우고 자세를 바로했다. 겨우 저런 자에게. 못마땅함이 그득하게 차올랐다.

 

 "필립."

 "쟝, 이 꼴을 보고도 참아야 해? 생각이란 걸 해보라고. 귀족이 이런 곳까지 행차하실 리가 있냔말야."

 

  반발하는 필립을 누르며 쟝이 낮은 내게 맞춰 고개를 숙였다. 오른쪽 관자놀이부터 왼쪽의 입술까지 크게 가로지른 칼자국이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수행인은 어디에 있으십니까."

 "본인의 일행은 없다."

 "신분 패는, 가문의 인장이라도 좋습니다."

 "그런 것은 내가 직접 들고 다니지 않는다."

 "허면 본인이 귀족이라는 걸 증명할 방도가 아무것도 없습니까?"

 "고유문양이,"

 "그 사기꾼 년에게도 문양은 있었습죠."

 

  질문에 답 할때마다 쟝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젠 숨결조차 느껴지는 거리였다. 마찬가지로 반대편에도 필립이 바짝 붙었다. 그들사이에 끼어있자 체구차이가 실감 났다. 둘 다 울룩불룩한 근육질에 키가 컸고 나는 그들의 가슴팍에도 닿지 않았다.

 

 "마법을 써보시지요. 영애."

 '마법을 써. 아에리아. '

 

  어머니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망상이 온몸을 옥죄였다. 괜찮아진게 아니었나? 무기질한 어머니의 얼굴이 옆을 스치고 지났다. 차가운 손이 목을 맴돌았다. 마법을, 써야 하는데. 몸을 굽히지 않는게 내 최선이었다. 질끈 감은 눈 위로 어머니와 함께한 밤이 현실로 재현되었다. 어머니는 저자와 같은 요구를 했다. 마법을 쓰라. 벌벌 떨리는 손으로 마법을 구성했지만 어머니는 만족하지 않았다. 모든 마력을 끌어 모았다지만 별볼일 없는 마법이었으니까.

 

 '다시. 아에리아.'

 

 마법 두번만이 탈진해 쓰러진 내게 마력은 모이지 않았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길고 가는 손으로 목을 졸랐다. 느리지만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을 느낄 수 있게. 꼼짝 할 수 없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울지도 웃지도 그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다만 다시 한번 명령했다.

 

 '드하스티다운 마법을 써.'

 "귀족이시면 마법을 쓰세요. 이런 나부랭이 둘이 뭐가 무섭다고 말로만 지껄이십니까?"

 

  필립이 낄낄대며 조롱했다. 경박함에 환상이 깨졌다. 현실로 날 불러들였다. 어머니는 내 개화식날을 제외하면 고아함을 잃은 적 없는 분이셨다. 이건 참 고마운 일이다. 다만 그는 떠는 내모습이 본인들 때문이라고 여기는 듯 비열한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쟝은 처음과 다르게 그를 제지하지 않고 공손한 태도로 지켜보기만 하였다. 환상과는 다르게 가득차 있음에도 마력은 바람결처럼 모였다가 흩어지길 반복했다. 젠장. 비속어를 입안에 웅얼대며 전생을 떠올렸다. 어떤것이든, 어머니에게 끌려가지

 않으려면 전생이 필요했다. 그사이 끙끙대며 몸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아이가 속삭였다.

 

 "그냥 도망가. 내가 여기 있으니 쟤들도 죽기 살기로 쫓진 않겠지."

 

  뒤돌아 본 아이의 눈은 텅비고 공허했다. 그때의 나처럼. 떨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과거를 잡아 누르고 입꼬리는 올렸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얼굴에 둘렀다.

 

 "지위에 따른 도덕적 의무라는 말이 있단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어찌 두고 갈까."

 "그래요. 가시면 아니 되지요. 생긴 게 반반하니 그 값이 비쌀 텐데."

 

 아이와 대화를 들은 필립의 눈이 노골적으로 아래서 위로 내 몸을 훑었다. 소름이 돋았다. 이런 식의 취급은 전생을 포함해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부러 더 당당하게 가슴를 내밀었다. 저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머니에 비한다면 정말로.

 

 "치안대에 데려다 주면 신분을 증명하겠다. 그에 관한 사례도 하고."

 "그 말이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내 마력을 걸지."

 "안타깝게 그 말 또한 믿지 못하겠습니다만."

 

  쟝과 필립이 말을 할 때마다 반걸음씩 다가왔다. 포위망이 좁힐 수 없을 만큼 줄어들었다. 위협이 손에 닿을 만큼 선명하다. 눈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그들 뒤 그나마 집들이 떨어져있는 좁은 폭이 보였다. 혹시 무슨 상황이 닥치면 깡마른 아이와 아직 어린 나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겠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지금 당장 귀족임을 증명해 보시지요. 마법이라든지. 무엇이든."

 

  나 또한 마법을 바라는 바지만 아직 마력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신분을 증명할만한 방법도 바닥났다. 우리를 제외하면 윙윙대는 파리만 지나는 곳은 번뜩이는 영감을 주기엔 부적절한 장소였다. 텅빈 머리에 백기를 들 수 밖에 없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귀족임을 증명치 않으면 어쩔 텐가?"

 

 쟝의 눈빛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적갈색 눈이 붉게 충혈되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표정이 변했다. 가식의 껍질을 벗고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어쩌긴, 네년에게 문제가 생기겠지."

 

 쟝이 악귀처럼 샐쭉하니 입을 찢었다. 위험본능이 시끄럽게 울렸다. 아이의 멱살을 잡아끌면서 앞으로 몸을 날렸다. 쟝이 발을 뻗었다. 방금 전 내가 있던 자리에 나뭇조각이 날아와 벽에 부딪혔다. 바짝 마른 나뭇조각은 두 동강나 땅바닥을 굴렀다.

 

 "뛰거라."

 

 나와 같이 엎어진 아이를 강제로 일으키며 아까봐둔 집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이는 가벼워서 내 빈약한 근육량으로도 쉽게 끌어 당길 수 있었다. 쟝과 필립은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둘이 우리가 들어 온 길을 걸으려면 게걸음을 걸어야 했다. 나조차 뛸 때마다 벽에 살갗이 쓸렸다. 입은 옷은 긴소매였지만 딱히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옷은 비쌌지만 얇았고 내 살결만큼 부드러운 재질이었다.

 

 "난 노예야."

 

  손목을 잡혀 강제로 뛰다시피 하는 아이가 소리쳤다. 새로운 정보였지만 평민이든 노예든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귀족의 사고관이나 모두가 평등하다는 지구의 관점이나 그가 노예인 건 별 상관없었다. 아니 처지가 더 좋지 않았을테니 비루할 체력이 걱정이었다.

 

 "그래. 노예야, 소리칠 기운이 있으면 뛰는데 그 힘을 보태거라."

 "노예라니까? 노예라고."

 "그래서?"

 "버리고 가."

 

  혹시나 귀기울인게 쓸모없게도 쓸데없는 소리였다. 왁왁대는 아이를 무시하며 이동하는데 집중했다. 홀로 놀기에 지친 아이는 입을 다물고 잘 따라오는 것 같더니 길이 넓어지자마자 손을 뿌리쳤다.

 

 "애초에 왜 끼어든거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기에 그리하였다."

 

  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아이가 말했고 나는 뒤엣길을 살피며 초조하게 대답했다. 이럴 시간이 없었다. 허나 이번에도 무시하며 끌고가기엔 아이가 보이는 태도가 완강했다. 아이는 성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거리를 벌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그래. 그걸 영광으로 여기지 않고 불만이 가득하구나. 그 놈들이 언제 쫓아올ㅈ.."

 

 비웃은 아이가 나를 마주보게 붙잡아 돌리며 본인을 가리켰다.

 

 "날 봐봐."

 "...?"

 

 단호하기 그지없는 어조에 일단 아이를 보았다. 꾀죄죄하고 더러웠다. 손에 닿기는커녕 보기만 해도 질색할만한 행색이었다. 연한 밀 빛 머리는 누가 잡아 뜯은 듯 쥐 파먹은 것처럼 패인 자국이 있었고 통통해야 할 볼은 홀쭉했다. 뼈와 가죽 밖에 없었다. 그 가죽도 베이거나 찔린 상처로 가득했다. 특히 오른쪽 팔은 끔찍한 흉터가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길게 이어졌다.

 

 "보았다."

 "어때?"

 "많이 아팠겠구나."

 

  오래 되어 보이는 흉터부터 근래에 생긴 듯 한 자잘한 상처까지 눈으로 훑었다. 방금 생긴 생채기조차 따가운데 어떤 상처를 입어야 저런 흔적이 남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아이는 입을 달싹였다가 별다른 소리 없이 고개를 저었다. 하려던 말을 기다려 주고 싶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손목보다 훨씬 안정감이 들었다.

 

 "이젠 가야 할 듯 싶은데."

 "아니, 안돼."

 

  아이가 내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더니 바닥에 있는 판자를 들어 올렸다. 쿰쿰한 냄새에 적응 된 코임에도 썩은 악취가 물씬 느껴졌다. 품을 뒤져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고개만 빼서 본 판자 아래엔 오물이 흐르는 구덩이가 있었다.

 

 "설마 저곳으로 도망치자는 건 아니겠지."

 "얻어맞는 것보단 낫지. 빨리 들어가."

 

  아이가 거림낌 없이 아래를 가리켰다. 흐르는 물엔 각종 찌꺼기, 사체, 쓰레기, 온갖 것들과 형태가 완벽히 유지 되진 않았어도 무엇인지 짐작갈만한 갈색빛의 걸쭉한 것이 둥둥 떠내려갔다.

 

 "저건 인분이 아니냐?"

 "인분?"

 "사람의 배설물 말이다."

 "아, 똥. 당연하지 그런용도로 만들어진건데. 저 물의 반은 오줌일 걸."

 

 아이의 말에 마음을 굳혔다. 들춰진 구덩이에서 몸을 멀리했다. 행여 그 끝에 닿기라도 할까 긴 치맛자락을 단단히 붙잡았다.

 

 "저 곳은 도저히 아니되겠다. 그냥 뛰자꾸나."

 "이미 따라 잡혔어. 여기 말곤 못 따돌려."

 "그래도 아니된다. 사람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있지."

 

  설령 저들이 죽일 것이라 한다해도 저 곳엔 머리카락 한올 담그기 싫다. 단호하게 외치며 구멍에서 크게 거리를 벌렸다. 아이는 피곤하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다가 머릴 거칠게 털었다.

 

 "아이씨 진짜. 사기꾼 주제에 더럽게 까다롭네."

 

  까다롭다라.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투덜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꿈쩍않던 마력을 움직였다. 희미한 마력이 모여 전생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딸. 깨작깨작 거리지말고 퍽퍽 먹어. '

 '반찬이 풀때기 밖에 없잖아.'

 '계란 있잖아. 계란, 이거랑 먹어. 하여간 입맛은 더럽게 까다로워요.'

 

  식탁앞에서 철없이 투정부리는 딸과 엄마. 넉넉한 품과 조금은 거친 손, 고소한 살 내음. 괄괄해도 상냥한 눈빛. 굳은 몸이 이완되면서 긴장이 풀렸다. 그사이 뒤쪽에선 쟝이 보이고 앞엔 돌아서 왔는지 필립이 보였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웃음이 나왔다.

 

 "야, 웃을 때 아닌거 같은데. 어쩔거야. 저거."

 "걱정 말거라. 괜찮으니."

 

  한차례 달궈진 마력이 짙고 빠르게 고유문양을 따라 움직였다. 찢긴 옷 사이와 이마, 양볼에 고유문양이 은빛으로 빛났다. 마력의 흐름에 머리칼이 흔들렸다. 아련한 높은 소리가 울렸다. 아이가 놀라 눈을 홉떴다.

 

 "너,"

 "이걸로 치안대에 도움을 청하거라."

 

  허리춤에 달린 장식용 칼을 떼어내서 아이에게 던졌다. 신분을 증명하진 못하지만 큼직한 보석 하나가 가운데서 번쩍이니 충분히 그 몫을 해낼거다.

 

 "타오르라."

 

  외침과 함께 문양에 응집된 마력이 내 뜻에 따라 움직였다. 손바닥만 한 불꽃이 공중에서 피어났다. 미지근한 열기가 손을 데웠다. 움직이는 표적은 맞혀 본 적은 없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마법 수련을 좀 더 열심히 할 걸.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말로 해결할 시기는 지났으니.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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